말씀 따라 한 걸음씩 - 성경적 교회론의 신학과 실천
안진섭 지음 / 샘솟는기쁨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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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따라 한 걸음씩 

안진섭, 『말씀 따라 한 걸음씩: 성경적 교회론의 신학과 실천』

말씀 따라 한 걸음씩
말씀 따라 한 걸음씩
안진섭2026샘솟는기쁨


좋은 책은 읽는 사람의 현재를 건드립니다. 이론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지금 여기 서 있는 독자의 자리를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 진짜 좋은 책입니다. 안진섭 목사님의 『말씀 따라 한 걸음씩』이 제게 그런 책이었습니다.






안진섭 목사님은 침례신학대학교에서 학부와 목회학 석사를 마친 뒤, 미국 뉴올리언스 침례신학대학원에서 신약성서사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으셨습니다. 이후 침례신학대학교에서 헬라어와 성서 강해를 오래 가르치셨고, 현재는 새누리2교회 대표 목사로 목회하고 계십니다.


학자이면서 목회자인 분입니다. 그 두 정체성이 이 책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습니다. 치밀하게 성경을 파고드는 신학자의 눈과, 구체적인 현장에서 공동체를 품어온 목회자의 온기가 함께 담겨 있습니다.







책의 구조는 세 파트로 나뉩니다. 교회의 본질과 정체성을 묻는 PART 1에서는 교회가 무엇인지, 누구의 것인지를 다룹니다. 연약함에 임하는 은혜로부터 시작하여, 예수 그리스도가 교회의 머리이심을 선언하고, 하나님의 가족으로 부름받은 공동체가 어떻게 그리스도의 몸으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차근차근 풀어냅니다.


PART 2는 공동체의 삶과 사역을 다루며, 성도의 교제와 은사, 말씀과 예배가 어떻게 일상의 삶이 되는지를 설명합니다.


PART 3은 목회자의 역할과 복음의 실천으로 마무리됩니다. 목자의 심장을 가진 사람, 복음주의자로 산다는 것, 십자가를 증인하는 삶, 그리고 헤롯의 잔치와 예수의 잔치를 대비시키는 챕터까지. 목회 철학과 삶의 방향이 함께 담긴 결론부입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안 목사님이 파킨슨병을 교회 앞에 고백한 이야기입니다. 목회자에게 질병의 고백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연약함을 드러내는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안 목사님은 그것을 숨기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그 고백이 공동체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고 책은 말합니다.


목회자의 연약함이 교회를 흔들지 않고 오히려 깊어지게 하는 공동체. 그것이 가능하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이 책의 핵심 주장을 증명합니다. 말씀 위에 세운 교회는 사람의 강함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로 서 있다는 것.








문체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안 목사님의 글은 따뜻하고 부드럽습니다. 부드럽다고 해서 흐릿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분명한 목회 철학이 그 온기 안에 단단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화려한 수사 없이, 조용하고 차분하게 써내려가지만, 읽다 보면 어느 순간 핵심에 와 있습니다. 이 책의 문체는 안 목사님의 목회 방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말씀을 따라, 한 걸음씩.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책을 읽는 동안 제 자신이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저도 교회를 개척한 목회자입니다. 광주에서 잇는교회를 세우고 섬기면서, 늘 좋은 교회를 꿈꿔왔습니다.


안 목사님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자꾸 묻게 되었습니다. 나는 과연 하나님 앞에서, 교회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목사인가. 모든 목회자가 다 성공적인 개척을 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적어도, 하나님과 교회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목사로 서야 한다는 것. 이 책은 그 당연한 자리를 다시 떠올리게 했습니다. 울림이라는 말이 이렇게 적확하게 맞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이 책은 정말로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한 가지 생각하게 된 부분도 있었습니다. 분립 개척을 다루는 대목에서, 저는 개교회주의의 그림자를 느꼈습니다. 자기 교회를 세우는 일에 집중하다 보면, 공교회론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안 목사님은 개척과 분립의 언어가 때때로 한국 교회의 개교회주의적 문법 안에 머무는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을 가슴 아프게 지적 합니다. 교회를 사유화하려는 태도나 경쟁하듯 목회하는 현실을 비켜가지 않고 지적합니다. 이 점은 날선 비판이라기보다 한국 교회에 던지는 화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위기에 봉착한 한국 교회에 이 책이 필요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숫자와 성장의 언어가 아니라, 말씀과 공동체의 언어로 교회를 다시 바라보게 하기 때문입니다.


안 목사님의 교회가 아름다운 것은 큰 교회여서가 아닙니다. 말씀 위에 세우려고 철저하게 애써온 교회이기 때문입니다. 그 수십 년의 걸음이 이 책 한 권에 담겨 있습니다.


목회자라면 읽어야 할 책이고, 교회를 사랑하는 성도라면 읽으면 좋을 책입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진한 책. 말씀 따라 한 걸음씩 걷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 책은 삶으로 보여줍니다.







* 교회론을 다루는 책인 만큼 교회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 좋은 책 소개합니다. 이재학 목사님의 [우리는 날마다 교회가 무엇인지 묻는다] 입니다.


https://blog.naver.com/ccmpastor/22337352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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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부모가 반드시 알아야 할 사춘기 대화 수업
정현숙 지음 / 팬덤북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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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부모가 반드시 알아야 할 사춘기 대화 수업

사춘기 아들을 둔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경험을 합니다. 분명히 대화를 시도했는데, 대화가 끝나고 나면 왜 더 멀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드는지. 말을 했는데도 말이 닿지 않은 것 같은 허탈함.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합니다.




『현명한 부모가 반드시 알아야 할 사춘기 대화 수업』은 대화의 기술을 가르치는 책이 아닙니다. 정확하게는, 대화하는 부모가 되기 위해 먼저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를 묻는 책입니다.

목차를 펼치면 그 구조가 선명하게 보입니다.

PART 1에서는 대화가 왜 어려운지, 대화에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를 다루고,

PART 2에서는 대화의 성패가 결국 부모 자신의 상태에 달려 있음을 말합니다. 자녀와 나누는 대화이기 이전에, 부모의 마음가짐과 자기 돌봄이 먼저라는 것입니다.

PART 3은 자녀를 성장시키는 대화법으로, 자존감, 논리력, 주체성, 감정 조절력, 가치관 형성까지 각 영역별 대화의 방향을 제시합니다.

PART 4에서는 말이 통하지 않을 때, 상처 주지 않는 훈육, 무조건 실패하는 대화법과 무조건 통하는 대화법을 구체적으로 안내하고, PART 5는 사춘기라는 터널 자체를 이해하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책 안에는 저자가 자신의 아들 준호와 나눈 실제 대화들이 빈번하게 등장합니다. 화가 난다고 발을 구르거나 물건을 거칠게 다루는 아들에게 건네는 말, 문을 쾅 닫고 침대를 내리치는 행동 앞에서 부모가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들입니다.

이 대화들은 교과서적인 모범 예시가 아니라, 현실의 온도를 고스란히 담고 있어서 읽는 동안 자꾸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이론서가 아니라 현장 보고서를 읽는 느낌이랄까요. 저자가 아들과의 관계에서 직접 씨름한 흔적들이 문장 곳곳에 배어 있어서, 독자는 혼자가 아니라는 위안을 먼저 받게 됩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비폭력대화 팁'이라는 코너였습니다. 단정적인 말을 하지 않기, 느낌을 솔직하게 표현하기 등의 내용이 담겨 있는데, "언제나, 한 번도, 결코, 자주, 도무지"와 같은 말들이 자녀에게 어떤 반감을 일으키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얼마나 자주 쓰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하는 대목이었습니다. 관찰한 것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해석이나 판단을 덧붙이지 않는 것. 말하는 방식이 관계를 바꾼다는 것을 이 책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주장합니다.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저자의 아들이 게임을 지나치게 많이 한다는 고민이 책 속에 녹아 있는데, 사실 이것은 오늘날 사춘기 자녀를 둔 대부분의 부모가 직면하는 현실입니다.

어릴 때부터 핸드폰 사용 규칙을 더 엄격하게 세웠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지만, 동시에 학교 친구들 모두가 게임과 핸드폰 속에 있는 환경에서 혼자만 다르게 살기를 기대하는 것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지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그 딜레마에 대한 명확한 답을 주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 상황 안에서 어떻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꽤 실제적인 길을 보여줍니다.





책의 분명한 강점은 케이스별 가이드에 있습니다. 사춘기 자녀와의 대화라는 주제가 워낙 넓기 때문에, 많은 책들이 원론적인 이야기에 머무르다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말이 통하지 않을 때, 상처 주지 않고 훈육해야 할 때, 무조건 실패하는 패턴은 무엇인지를 각각 나누어 안내합니다.

필요한 상황에 필요한 챕터를 꺼내 읽을 수 있는 구성이어서 실용성이 높습니다. 한 번에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책이기도 하지만, 두고두고 상황에 따라 다시 펼치게 되는 책이기도 합니다.




사춘기는 독립의 터널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터널 안에 있는 자녀를 억지로 끌어내려 하면 관계가 더 좁아집니다. 터널의 길이와 모양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자녀 곁에 조용히 있어주는 것.

이 책은 그 동행의 언어를 찾는 부모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입니다.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라면, 혹은 앞으로 그 시간을 준비하고 싶은 부모라면 한 번쯤 손에 들어볼 만한 책입니다.



* 좋은 부모가 되고 싶은 분이라면 이 책도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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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사고를 위한 철학 - 어떻게 정신적 빈곤에서 벗어날 것인가
호세 카를로스 루이스 지음, 김유경 옮김 / 북하우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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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함'은 더 나은 삶을 향한 처방전입니다.

우아한 사고를 위한 철학
우아한 사고를 위한 철학
호세 카를로스 루이스2026북하우스


우리는 흔히 "생각한다"라는 말을 너무 가볍게 사용합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생각해 봤다”라고 말하지만, 정작 그 생각이 얼마나 깊이 있고, 얼마나 우리 삶을 바꾸는지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돌아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 『우아한 사고를 위한 철학』은 단순히 철학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우리가 잃어버린 ‘생각하는 힘’을 다시 일깨워 주는 안내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책의 첫 장은 ‘정신적 빈곤’이라는 다소 도발적인 주제로 시작합니다.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지만, 정작 우리의 내면은 점점 더 빈약해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특히 ‘타인의 시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삶’, ‘끊임없이 소비하지만 정작 만족하지 못하는 상태’에 대한 분석은 매우 날카롭습니다.


저자는 우리가 왜 이렇게 쉽게 흔들리는지, 왜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고 외부의 기준에 기대어 살아가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단순한 사회 비판이 아니라 우리 각자의 삶을 향한 질문이라는 점에서 적지 않은 울림을 받았습니다.







이어지는 ‘우아하게 살기’라는 장에서는 철학이 추상적인 사유에 머무르지 않고 삶의 태도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우아함’은 단순한 겉모습이나 세련됨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방식 자체를 의미합니다. 서두르지 않고, 과도하게 반응하지 않으며, 자신의 내면을 정돈하는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단순함’과 ‘절제’에 대한 논의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동시에 붙잡으려다 오히려 아무것도 제대로 붙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장에서 다루는 ‘범주에 관한 생각’은 다소 난이도가 있는 부분이지만, 그만큼 중요한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분류하고, 이름 붙이고, 범주화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오히려 현실을 왜곡하거나 단순화시키는 오류를 범하기도 합니다.


저자는 이러한 인식의 틀 자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도록 유도합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겨온 개념과 기준들이 사실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얼마나 불완전한지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이 부분은 철학적 사유의 핵심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저자의 문제의식은 더욱 분명해집니다. ‘생명력 없는 삶’, ‘사라지는 언어’, ‘포스트 행복’과 같은 주제들은 단순한 이론적 논의가 아니라, 우리가 이미 경험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진단입니다. 특히 ‘행복’에 대한 논의는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행복을 추구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그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자는 행복조차 하나의 소비 대상이 되어버린 시대를 비판하면서, 진정한 행복은 외부가 아니라 내면의 사유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철학을 어렵게 설명하려 하지 않는 태도였습니다. 물론 내용 자체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복잡한 개념을 삶의 언어로 풀어내려고 노력합니다. 그 결과 독자는 단순히 ‘이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됩니다. 저는 이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이 책이 단순히 문제를 지적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면서 독자가 스스로 답을 찾도록 이끕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가,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와 같은 질문들이 독자의 내면에 오래 남습니다. 이러한 질문은 쉽게 잊히지 않고, 일상 속에서 반복적으로 떠오르며 삶의 방향을 점검하게 만듭니다.








결국 이 책은 철학을 통해 ‘더 잘 사는 법’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잘 산다’는 것은 성공이나 성취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깊이 생각하며 살아가는가에 관한 문제입니다. 빠르게 소비하고 쉽게 판단하는 시대 속에서, 잠시 멈추어 서서 사유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 책이 우리에게 건네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이 책은 독자에게 말을 겁니다. “당신은 정말로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까?”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쉽게 대답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질문을 외면하지 않는 순간, 이미 우리는 이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한 것 아닐까요?


이 책은 그런 변화를 시작하게 만드는 좋은 출발점이 되어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 이 책도 같이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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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집 정원 구경 - 사적인 정원 16곳에서 배우는 가드닝 노하우
박희영(양평서정이네) 지음, 박원순 감수 / 클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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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집 정원 구경하실래요?

책 제목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남의 집 정원 구경. 어딘가 수줍고도 설레는 말입니다. 담장 너머를 살짝 엿보는 것 같기도 하고, 오래 기다리던 초대를 드디어 받은 것 같기도 합니다. 정원이라는 공간은 집보다 더 사적인 데가 있습니다.

집 안은 어쩌다 들어갈 수 있어도, 정원은 그 사람이 진짜 좋아하는 것들로만 채워진 공간이니까요. 어떤 꽃을 심었는지, 어떤 나무 아래 의자를 놓았는지, 어디에 작은 온실을 마련했는지—그 모든 선택이 그 사람의 취향이자 삶의 방식을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그러니 남의 집 정원을 구경한다는 건, 그 사람의 내면을 살짝 들여다보는 일이기도 합니다.




저자 박희영은 유튜브 채널 '양평서정이네'를 운영하는 가드닝 크리에이터입니다. 대학에서 국사를 전공하고 웹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2012년 양평에 작은 집을 짓고 마당에 식물을 심기 시작하면서 정원의 세계에 깊이 빠져들었다고 합니다.

흙을 만지고 식물을 돌보는 시간이 조용히 삶의 방향을 바꾸어 놓았고, 이제 정원 일은 그녀의 삶 그 자체가 되었습니다. 이 책은 그렇게 정원을 삶으로 살아온 사람이, 전국의 사적인 정원 16곳을 직접 찾아다니며 기록한 결과물입니다.




책을 펼치면 처음부터 사진이 압도합니다. 텍스트보다 사진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사진을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글로 손이 갑니다. 이 책은 읽는 책이기도 하지만, 분명히 보는 책입니다.

잡지를 넘기듯 천천히 페이지를 넘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책입니다. 유리온실 옆에 탐스럽게 피어난 흰 꽃들, 나무 데크 위에 놓인 낡은 의자와 멀리 보이는 산, 넝쿨이 타고 오르는 오벨리스크—사진 한 장 한 장이 어느 한 사람의 세계입니다. 조용하고 정성스럽게 가꾼 세계.




소개된 정원들의 면면도 다양합니다. 규모는 50평에서 8600평까지, 지역은 경기도부터 제주도까지, 환경은 도시 한가운데의 마당부터 깊은 산속까지 제각각입니다.

꽃이 춤추듯 피어나는 '힐가든', 흙 만지는 기쁨을 알게 된 '초록가든', 노란 고양이가 사는 독특한 구조의 '째즈폴네', 장미 컬렉터 아내와 목수 남편이 함께 가꾼 '우드베일리가든', 4대가 함께 가꾸어 온 '카페 다루지', 멸종 위기 식물을 보살피는 드넓은 '솔매음정원', 꽃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정원 산책', 세 사람의 마당과 한 사람의 취향으로 완성된 '세림의 정원'까지.

각 정원마다 그 정원을 가꾼 사람의 이야기가 함께 담겨 있어서, 정원을 보는 것이 곧 그 사람을 만나는 일이 됩니다.




이 책에서 흥미로운 점은 저자가 정원의 화려함보다 그 정원에 깃든 삶의 결을 더 주목한다는 것입니다. 완성된 정원이 아니라 가꾸어가는 정원, 전문 조경이 아니라 주인이 손수 일군 정원을 찾아다녔습니다.

그래서 각 정원에는 시행착오의 흔적이 있고, 세월의 켜가 쌓여 있으며, 그 집식구들의 체온이 배어 있습니다. 어떤 정원은 아이를 위해 다시 꾸미는 중이고, 어떤 정원은 플로리스트였다가 가드너가 된 사람이 식물 언어로 다시 쓰고 있는 중입니다. 정원은 한 번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살아서 변해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이 책은 자연스럽게 보여줍니다.

목차를 보면서 한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각 정원에 붙은 이름들—힐가든, 메이네, 초록가든, 째즈폴네, 홀리가든—이 어쩐지 정겹고 개인적입니다. 누군가의 별명 같기도 하고, 작은 가게 이름 같기도 합니다. 공식 명칭이 아니라 그 정원을 가꾼 사람들이 부르는 이름들입니다. 그 이름 하나하나에 이미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저는 정원을 가꾸지 않습니다. 화분 하나를 오래 살리는 것도 쉽지 않은 사람입니다. 그런데도 이 책은 손에서 내려놓기가 어려웠습니다. 아마도 정원이 단순히 식물을 심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모아 하나의 세계를 만드는 일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글로 그 세계를 만들고, 어떤 사람은 음악으로, 어떤 사람은 기도로 만들지만—정원을 가꾸는 사람들은 땅과 흙과 계절로 그것을 만들어냅니다. 봄이 오면 달라지고, 여름이 지나면 또 달라지고, 해마다 조금씩 풍성해지는 세계. 그 세계를 들여다보는 일이 이 책이 주는 즐거움입니다.


책 표지의 사진부터 이미 그 세계로 초대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알리움의 보랏빛 꽃봉오리, 흰 꽃들의 군락, 나무 그늘 아래 드리운 해먹 같은 천막—단번에 어딘가 조용하고 좋은 곳에 와 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그 기분이 한동안 남아 있었습니다. 남의 집 정원을 구경했을 뿐인데, 내 마음 어딘가가 조금 더 넓어진 것 같은 느낌. 좋은 책이 주는 선물입니다.

정원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두말할 것도 없고, 아름다운 사진을 좋아하는 분이라도, 혹은 그냥 지금 잠시 어딘가 조용한 곳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분이라도—이 책을 천천히 넘겨보시기를 권합니다. 어느 쪽에서 펼쳐도, 누군가의 정성스러운 세계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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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뇌과학 - 복잡한 세상이 단숨에 읽히는 필수 지식 27
양은우 지음 / 오아시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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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알면 나 자신이 보입니다

— 양은우, 『최소한의 뇌과학』

사람은 자신이 꽤 합리적인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감정보다 이성으로 판단하고,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선택을 한다고 믿습니다.

뇌과학은 그 믿음을 조용히 흔듭니다. 우리가 합리적이라고 여기는 판단의 상당 부분이 사실은 뇌의 무의식적 작용에 의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 책을 집어 든 것은 그 불편한 질문 때문이었습니다. 나는 과연 내가 생각하는 만큼 나 자신을 알고 있는가.




양은우의 『최소한의 뇌과학』은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뇌과학 지식 27가지를 담은 교양 입문서입니다. 저자는 공학을 전공했지만 인간의 사고와 행동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뇌과학을 공부한 국가 공인 브레인 트레이너입니다.

전문가와 대중 사이의 다리를 놓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말하는 그는, 이 책에서도 어렵고 낯선 뇌과학 용어들을 일상의 언어로 풀어냅니다. 읽는 내내 어렵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아, 그래서 그랬구나" 하는 작은 깨달음들이 페이지마다 이어졌습니다.




책의 핵심 전제는 간단합니다. 우리 삶의 모든 배후에는 뇌가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들, 이유를 알 수 없는 감정들, 같은 상황을 전혀 다르게 기억하는 현상들, 이 모두가 뇌의 작용에 의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저자는 뇌를 아는 것이 곧 인간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거창하게 들리지만, 책을 읽다 보면 그 말이 충분히 납득됩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기억의 불완전성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우리는 자신의 기억을 객관적 사실로 여기지만, 뇌과학은 기억이 매번 재구성된다고 말합니다.

뇌는 기억을 저장할 때 있는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경험과 감정과 기대를 덧입혀 재조립합니다. 그래서 같은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이 전혀 다르게 기억하는 일이 생깁니다.

이것은 단순한 과학적 사실이 아닙니다.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많은 갈등이 서로 다른 기억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사실은 상대방을 이해하는 중요한 실마리가 됩니다. 누군가의 기억이 나와 다를 때, 그것이 거짓이나 왜곡이 아닐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내용은 감정과 이성의 관계입니다. 우리는 흔히 감정을 이성의 방해물로 여깁니다. 뇌과학은 정반대의 이야기를 합니다. 감정이 결여된 사람은 오히려 사소한 결정조차 내리지 못한다고 합니다.

전전두엽이 손상된 환자들이 논리적 판단은 가능하지만 정작 선택을 하지 못하는 사례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감정은 의사결정의 방해물이 아니라 핵심 연료라는 것입니다.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감정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이 더 지혜로운 삶의 방식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독서가 뇌 전체를 골고루 활성화하고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을 높여준다는 내용도 흥미로웠습니다. 책을 읽을 때 독자는 주인공의 감각과 움직임을 신체적으로 함께 경험한다고 합니다.

독서가 단순한 정보 습득이 아니라 인간을 더 인간답게 만드는 활동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책을 멀리하는 것이 단순히 지식의 손실이 아니라, 공감 능력 자체를 줄이는 일일 수 있다는 점이 새삼 마음에 걸렸습니다.




이 책은 자기 계발서나 뇌과학 입문서의 외양을 하고 있지만, 그 안에는 인간에 대한 진지한 통찰이 담겨 있습니다.

뇌를 이해한다는 것은 결국 나 자신과 내 주변 사람들을 더 깊이 이해하는 일입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읽고 나면 사람을 보는 눈이 조금 달라집니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을 이유는 충분합니다.



* 뇌의 흑역사와 같이 읽어보세요.

흥미가 배가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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