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척학전집 : 훔친 부 편 - 있어 보이는 척하기 좋은 돈의 문법 세계척학전집 3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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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철학전집: 훔친 부는 제목부터 낯설고도 도발적입니다. ‘부를 훔쳤다’는 표현은 단순히 자극적인 문장이 아니라, 우리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자본과 돈의 구조에 균열을 내는 질문처럼 다가옵니다.

이 책은 돈을 더 많이 버는 방법을 알려주기보다, 우리가 돈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이해가 얼마나 제한적일 수 있는지를 돌아보게 만듭니다.




이 책은 읽는 방식부터 독특하게 제안합니다. 순서대로 읽어도 좋고, 지금 자신을 괴롭히는 질문에서 시작해도 좋다고 말합니다. 그 자체로 이미 하나의 메시지처럼 느껴집니다.

독서를 지식을 쌓는 과정이 아니라, 현재의 삶과 연결된 사유의 과정으로 보게 합니다. 그럼에도 이 책은 각 파트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어가는 것이 더 깊은 이해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돈의 문법을 오롯이 읽어내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Part 2에서는 자본주의를 다양한 사상가들의 시선으로 풀어냅니다. 마르크스, 피케티, 베버, 벤야민 등의 이름이 등장하지만, 이 책은 이론을 설명하는 데 머물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이미 그 사유 안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냅니다.

자본은 단순히 경제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욕망과 인식을 형성하는 구조라는 점이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읽다 보면 ‘나는 과연 얼마나 자유로운가’라는 질문이 조용히 따라옵니다.


Part 3에서는 ‘판을 읽는 눈’을 이야기합니다. 시장은 가치보다 기대와 심리에 의해 움직이고, 그 흐름을 읽는 사람이 결국 돈의 흐름을 이해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케인스와 소로스, 프리드먼의 이름이 등장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이 보여주는 사고방식입니다. 특히 “당신의 돈은 매일 녹고 있다"라는 문장은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 우리가 얼마나 무감각하게 경제를 살아가고 있는지를 드러냅니다.




 




Part 4에 이르면 질문의 방향이 달라집니다. “어떻게 더 벌 것인가”에서 “얼마면 충분한가”로 이동합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주제 전환이 아니라,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에 가깝습니다.

짐멜과 에피쿠로스, 세네카의 사유를 따라가다 보면, 부의 문제는 결국 욕망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많이 가지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서 멈출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탐욕에 물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반드시 깨우쳐야 할 돈의 문법입니다.



마지막 Part 5에서는 더 깊은 질문으로 나아갑니다. 돈 이후에 남는 것, 혹은 돈으로는 채울 수 없는 것에 대해 묻습니다.

아렌트와 파스칼, 톨스토이의 사유를 지나 예수의 질문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결국 인간의 삶 전체를 향해 시선을 넓힙니다. 그 흐름 속에서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습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 사는가를 묻지 않으면 결국 길을 잃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또 하나 인상적인 점은, 이 책이 ‘읽고 끝나는 책’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하루 15분 읽고, 한 달 동안 삶을 관찰하라고 권합니다. 지식을 이해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삶 속에서 확인하라는 요청입니다.

그렇게 보면 이 책은 정보를 전달하기보다, 독자의 시선을 바꾸는 데 더 가까운 책입니다. 새롭게 읽는 돈의 문법이라 하겠습니다.




정리하자면, 세계 철학전집: 훔친 부는 돈을 많이 버는 기술을 알려주기보다, 돈을 이해하는 눈을 길러주는 책입니다. 돈을 다루지만 결국 삶을 묻는 책이라고 할까요?

저자 이클립스는 이 책을 통해 많이 갖는 것이 중요한지, 아니면 바르게 바라보는 것이 중요한지 조용히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 눈은 결국 자신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만듭니다. 돈의 문법을 새롭게 읽게 합니다.

이를테면 우리는 과연 얼마를 가져야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기준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까?라는 질문을 품게 합니다.

재테크에 관심이 있는 분들뿐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분들에게도 충분히 의미 있는 독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읽으면 좋을 이클립스의 책 소개합니다.

* 훔친 심리학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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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든 제주여행 가이드북 - AI 시대, 여행을 바로 보는 새로운 기준 - 2000여 여행지로 정리한 제주 여행, 2026-2027 개정증보2판 에이든 가이드북 & 여행지도
타블라라사 편집부 외 지음 / 타블라라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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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올 때가 있습니다. 감동적인 문장 앞에서, 혹은 예상치 못한 반전 앞에서. 이번에는 조금 달랐습니다. 여행 가이드북을 읽다가 탄성이 나왔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탄성보다 조금 더 거친 말이 먼저 튀어나왔습니다.

"이 사람, 미쳤다."

비난이 아닙니다. 최고의 찬사입니다.




에이든의 제주여행 가이드북을 처음 펼쳤을 때, 이것이 단순한 여행 안내서가 아님을 직감했습니다. 전면 컬러로 가득 채워진 사진들, 빼곡하게 정리된 정보들, 그리고 그 모든 것에 배어 있는 집요한 손길. 제주도를 이렇게까지 샅샅이 뒤진 사람이 있을까 싶었습니다.

실제로 이 시리즈는 독자들 사이에서 '미친 디테일의 에이든 시리즈'라는 별명으로 불린다고 합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그 별명이 조금도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여행 가이드북은 넘쳐납니다. 서점에 가면 제주도 관련 책만 해도 한 코너를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 이 책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요? 읽으면서 계속 그 질문을 붙들고 있었습니다. 책을 덮을 무렵 답을 찾았습니다.

이 책은 '안내'가 아니라 '기록'입니다. 누군가가 제주도를 직접 걷고, 먹고, 머물고, 경험하며 남긴 진지한 기록. 그 밀도가 다른 책들과 결정적으로 다릅니다.




이 책이 다루는 범위는 넓습니다. 맛집은 물론이고 숙소, 액티비티, 그리고 제주에서 반드시 봐야 할 것, 먹어야 할 것, 사 와야 할 것까지. 여행자가 제주도에서 마주치게 될 거의 모든 상황을 이 책 한 권이 커버합니다. 보통 이렇게 넓은 범위를 다루는 책은 깊이가 얕아지기 마련입니다. 이것저것 조금씩 담다 보면 결국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정보의 나열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에이든의 이 책은 그렇지 않습니다. 넓으면서도 깊습니다. 식당 하나를 소개하더라도 단순히 이름과 위치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어떤 메뉴가 왜 좋은지, 어떤 시간대에 가는 것이 좋은지, 주변과 어떻게 연결해서 동선을 짜면 효율적인지까지 담겨 있습니다.

숙소 소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진과 함께 제공되는 정보는 단지 시설 안내를 넘어, 그 숙소가 어떤 여행자에게 어울리는지를 가늠하게 해줍니다. 읽는 내내 저자가 정말로 이 모든 곳을 직접 다녀왔겠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전면 컬러 사진 구성도 이 책의 큰 미덕입니다. 사진이 많은 가이드북이 늘 좋은 것은 아닙니다. 사진의 질이 낮거나, 실제와 너무 다르게 연출된 사진들은 오히려 기대를 부풀려 실망을 만들기도 합니다.

이 책의 사진들은 달랐습니다. 화보처럼 아름답게 찍혔으면서도 실제 장소의 분위기를 정직하게 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페이지를 넘기는 것만으로도 제주의 공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쪽빛 바다, 오름의 능선, 골목 안 작은 카페, 시장의 풍경. 사진 한 장 한 장이 여행의 예고편처럼 다가왔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책을 읽는 내내 제주도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커졌습니다. 계획에 없던 여행을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라는 것, 그것이 가이드북으로서는 최고의 기능이 아닐까요?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독자의 마음에 여행의 불씨를 지피는 것. 이 책은 그 일을 아주 잘 해냅니다.




가이드북이라는 장르를 다시 생각하게 된 것도 이 책을 읽으면서 얻은 수확이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가이드북을 실용적인 도구로만 여깁니다. 여행지에서 꺼내 확인하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덮어두는 책.

좋은 가이드북은 그 이상입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설레게 하고, 여행 중에는 믿음직한 동반자가 되어주고, 여행이 끝난 뒤에는 기억을 정리하게 해주는 책. 에이든의 이 책은 그런 가이드북입니다.

특히 제주도는 워낙 많이 알려진 여행지인 만큼, 새로운 정보를 발굴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몰랐던 곳,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코스, 지나쳤을 법한 작은 가게들을 여럿 만났습니다.

제주도를 여러 번 다녀온 분들에게도 이 책은 분명 새로운 발견을 선물할 것입니다. 처음 제주도를 계획하는 분들에게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 책 한 권이면 제주 여행의 준비는 완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잠시 생각했습니다. 이 책을 만들기 위해 저자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제주도에서 보냈을까. 얼마나 많은 골목을 걸었고, 얼마나 많은 음식을 먹었고, 얼마나 많은 숙소에서 잠을 청했을까.

그 수고로움이 책 곳곳에 배어 있습니다. 독자는 그 수고로움의 열매를 손에 쥐고 제주도로 떠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좋은 가이드북의 존재 이유입니다.



'미쳤다'는 말이 나오게 만드는 책. 그것이 이 책에 드리는 가장 솔직한 찬사입니다. 다음 제주 여행에는 반드시 이 책을 챙겨 들겠다는 다짐과 함께, 기꺼이 이 책을 권합니다.

아래 첨부한 내용을 보시면 이 리뷰가 오히려 부족하다는 생각이 저절로 드실 것 같습니다. 사진을 많이 찍어 소개하고 싶었지만, 그건 또 지나칠 것 같아 극히 일부만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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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 디자인) 코너스톤 착한 고전 시리즈 15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최영열 옮김, 노동욱 해설 / 코너스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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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읽고 나서도 한동안 손에서 놓이지 않습니다. 책장을 덮었는데도 여전히 그 세계 안에 머물고 있는 듯한 느낌, 등장인물의 숨소리가 귓가에 남아 있는 듯한 감각.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가 바로 그런 책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초판 디자인을 살린 판본으로 읽었는데, 손에 쥐는 순간부터 묘한 무게감이 느껴졌습니다. 책이라는 물건 자체가 하나의 시간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습니다. 초판의 디자인은 단순했지만, 그 단순함이 오히려 이 소설의 결을 닮아 있었습니다.




산티아고는 쿠바의 늙은 어부입니다. 그는 팔십사 일째 고기 한 마리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살라오(salao), 즉 '운이 다한 자'라 부릅니다. 그를 따르던 소년 마놀린도 부모의 명에 따라 다른 배를 타게 되었습니다.

산티아고에게 남은 것은 낡은 배와 허름한 오두막, 그리고 바다뿐입니다. 그 바다로 그는 다시 나갑니다.

이 소설의 구조는 단출합니다. 출항, 고기와의 사투, 귀환. 등장인물도 사실상 산티아고 혼자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그런데 그 단출함 속에서 헤밍웨이는 놀랍도록 풍성한 세계를 만들어냅니다. 바다 위의 고독, 노인의 내면 독백, 사흘에 걸친 사투의 묘사는 짧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독자로 하여금 함께 배 위에 앉아 있는 듯한 감각을 불러일으킵니다.

헤밍웨이의 문장은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건조하고 간결하지만, 그 건조함 아래 깊은 것이 흐릅니다. 그의 유명한 '빙산 이론'—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전체의 일부일 뿐이라는—이 이 소설만큼 잘 구현된 작품도 드물 것입니다.



산티아고가 청새치를 만나는 장면은 이 소설의 핵심입니다. 거대한 청새치는 그가 평생 꿈꿔왔던 고기입니다. 낚싯줄 끝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당김, 배를 끌고 나가는 강인한 힘. 노인은 그 힘에 맞서 낚싯줄을 놓지 않습니다.

손바닥이 베이고, 등이 굳어가고, 물과 건어물로 버티는 사흘의 시간이 흐릅니다. 그 사투 속에서 산티아고는 청새치를 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는 청새치에게 말을 걸고, 그를 형제라 부르며, 그의 위대함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나는 그를 죽여야 한다.

하지만 그를 죽이는 것이

나의 죄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 독백은 이 소설이 단순한 어부의 모험담이 아님을 드러냅니다. 산티아고에게 청새치와의 싸움은 단지 생계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자신이 아직 살아 있음을, 아직 인간임을 확인하는 행위입니다.

오랫동안 패배자로 여겨졌던 한 인간이 자신의 전부를 걸고 위대한 무언가와 맞서는 장면 — 그 장면에서 독자는 고결함이라는 단어의 진짜 의미를 감지하게 됩니다. 고결함이란 이기는 것이 아니라, 마땅히 싸워야 할 것과 끝까지 싸우는 태도임을 산티아고는 몸으로 보여줍니다.




청새치를 잡아 배 옆에 묶고 돌아오는 길, 상어들이 몰려듭니다. 산티아고는 작살로, 칼로, 노로, 맨손으로 싸웁니다. 그러나 상어들은 너무 많습니다. 항구에 도착했을 때 청새치에게 남은 것은 거대한 뼈대뿐입니다. 객관적으로는 패배입니다. 그는 빈손으로 돌아온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독자는 이 결말에서 패배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뼈만 남은 청새치를 끌고 들어온 노인의 모습에서, 인간이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어떤 승리처럼 느껴집니다.

헤밍웨이가 말하고자 했던 것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인간은 파멸당할 수 있지만, 패배할 수는 없다(A man can be destroyed but not defeated). 소설 안에 직접 쓰인 이 문장은 결말에 이르러 비로소 그 전체 무게로 마음에 와닿습니다.



마놀린을 빼놓고 이 소설을 말할 수는 없습니다. 소년은 소설의 처음과 끝에만 등장하지만, 그의 존재는 산티아고의 세계 전체를 감싸고 있습니다. 마놀린은 부모의 뜻에 따라 다른 배를 탔지만, 여전히 매일 산티아고를 찾아와 음식을 챙기고 낚시 준비를 도와줍니다. 그것은 의무가 아니라 사랑입니다.

노인의 고독을 알면서도, 그 고독안으로 조용히 들어와 함께 앉아 있는 소년의 태도에는 인간다움의 본질이 담겨 있습니다.

산티아고가 돌아와 쓰러지듯 잠든 이튿날 아침, 마놀린은 노인의 손을 보고 웁니다. 다시는 혼자 나가지 말라고, 이제 자신이 함께 가겠다고 말합니다. 그 장면이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위대한 싸움은 혼자였지만, 그 싸움의 의미는 함께하는 존재로 인해 완성됩니다. 고독과 연대, 그 두 가지가 이 소설 안에서 긴장을 이루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하나로 모입니다.




『노인과 바다』는 1952년에 출판되어 헤밍웨이에게 이듬해 퓰리처상을, 1954년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작품입니다. 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소설이 지금도 읽힌다는 사실입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 한 독자가 초판 디자인 본을 손에 들고 쿠바의 바다를 상상하며 산티아고의 싸움에 마음이 움직였다면 — 그것이 바로 이 소설이 살아있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헤밍웨이의 작품들은 늘 인간다움에 관한 질문을 던집니다. 인간은 왜 싸우는가, 무엇을 위해 버티는가, 그 싸움이 실패로 끝날지라도 왜 멈출 수 없는가. 『노인과 바다』는 그 질문에 대한 헤밍웨이의 가장 깊고 조용한 대답입니다. 거창한 언어 없이, 한 늙은 어부의 사흘을 통해, 그는 인간이 지닐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줍니다.

책을 덮고도 한동안 바다 냄새가 나는 것 같았습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리와 마음을 맴돌았고, 사람다움에 관해 깊이 고찰해 보기도 했습니다. 마치 거장 헤밍웨이와 책을 통해 대화를 나눈 것 같은 기분입니다. 책을 덮을 때 헤밍웨이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들은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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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보다 먼저, 부모가 가르쳐야 할 것
이상덕 지음 / 좋은땅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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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보다 먼저, 부모가 가르쳐야 할 것
공부보다 먼저, 부모가 가르쳐야 할 것
이상덕2026좋은땅


공부보다 먼저, 부모가 가르쳐야 할 것』을 읽고


책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잠깐 멈췄습니다. 공부보다 먼저. 이 한 마디가 이미 질문을 담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아이에게 무엇을 먼저 가르치고 있을까요?


이상덕 작가는 한국미래인재연구소 대표이자 자녀교육 강연자로, 오랜 시간 부모와 아이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관찰해 온 사람입니다. 이 책은 그 관찰의 결과물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70가지 꼭지로 나뉜 구성은 다소 백과 사전식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읽다 보면 하나의 목소리가 일관되게 흐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공부 잘하는 아이를 만들기 위한 책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더 나은 삶을 살아가고 싶은 부모를 위한 책이라는 것.








책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흐릅니다. 습관과 공부력에서 시작해, 감성과 자존감, 부모의 역할과 내면, 부모의 성장, 그리고 아이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으로 마무리합니다. 이 흐름 자체가 이 책의 주장을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변화시키려면 먼저 부모가 달라져야 한다는 것.














3부의 챕터 제목 하나가 오래 마음에 걸렸습니다.


"아이 키우기 전, 부모가 먼저 성장해야 한다."


쉽게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쉽게 털어낼 수 없는 문장이었습니다. 저자가 반복해서 강조하는 것은 공감과 눈빛입니다. 말보다 강한 부모의 눈빛, 아이의 평생에 남는 부모의 한마디.


감정이 풀려야 집중력이 열린다는 대목에서는, 공부를 잘하게 하려면 먼저 아이의 감정을 살펴야 한다는 역설적인 순서를 이야기합니다. 성적을 올리려면 점수를 보지 말고 아이를 보라는 말입니다.





책은 전반적으로 매우 친절합니다. 문장은 쉽고, 사례는 구체적이며, 어조는 따뜻합니다. 읽는 내내 "그렇구나, 이렇게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고 할까요?


그런데 바로 그 친절함이 때로는 부담으로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아이의 감정을 먼저 헤아리고, 눈빛으로 사랑을 전하고, 스스로 먼저 성장하는 부모. 그 모습은 분명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나는 그런 부모와 나 사이의 거리를 어렴풋이 느꼈습니다.








그것이 이 책의 한계라기보다는, 아마도 이 책이 정직하게 보여주는 것의 무게일 것입니다. 좋은 부모가 된다는 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됨의 문제라는 것. 저자는 그것을 직접 말하는 대신, 70개의 꼭지를 통해 조용히 가리키고 있습니다.





책을 덮으면서 나는 아이보다 먼저 나 자신을 생각했습니다. 나는 지금 어디쯤 서 있는 부모일까? 아직 답은 잘 모르겠습니다. 좋은 부모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고 살았지만, 정작 나의 자녀들은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는지 내 생각으로만 판단할 수 없으니까요.

이 책은 그 질문을 좀 더 진지하게 붙들게 해주었습니다. 좋은 부모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것, 아이들이 자라듯 부모도 아이들과 함께 자란다는 것. 그것이 부담이기도 했지만, 숨 쉴 여유와 자기를 돌아볼 공간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 같이 읽으면 좋은 소개합니다.

용감한 육아
용감한 육아
에스터 워지츠키2021반비
세상에서 가장 쉬운 본질육아
세상에서 가장 쉬운 본질육아
지나영2022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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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책감 내려놓기
도리스 볼프 지음, 장혜경 옮김 / 생각의집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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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책감 내려놓기


도리스 볼프, 《죄책감 내려놓기》를 읽고


책 표지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당신의 가슴을 짓누르는 돌 하나가 있다면."


돌이라는 단어가 정확합니다. 죄책감은 그렇습니다. 무겁고, 어디서 왔는지 잘 모르고, 내려놓으려 할수록 더 단단히 자리를 잡습니다.







독일의 심리치료사 도리스 볼프는 이 책에서 그 돌의 정체를 천천히 들여다봅니다. 책은 크게 세 부분입니다.


죄책감이 어떻게 생겨나는지를 다루는 1부,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하는 2부, 그리고 교육, 인간관계, 타인의 죽음, 환경 등 실제 삶의 장면들에 적용하는 3부입니다. 구성만 보면 자기 계발서처럼 보이지만, 읽다 보면 그보다 훨씬 조용하고 실용적인 책입니다.


이 책의 핵심 도구는 '감정의 ABC'입니다. A는 상황, B는 그 상황에 대한 자신의 평가, C는 그 평가로 인해 생겨나는 감정과 행동입니다. 혼자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 비앙카는 하루 종일 일하고 집에 돌아와 다시 아이들을 돌봅니다.


그런데 그 상황(A)에 대해 비앙카의 내면(B)이 내리는 평가는 이렇습니다. "난 아이들한테 아무것도 못 해주는 나쁜 엄마다.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실패한 인생이다."


결과(C)는 탈진과 공황입니다.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C를 만들어낸 것이 A가 아니라 B라는 점입니다. 상황이 아니라 상황에 대한 평가가 죄책감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이 ABC 구조는 책 후반부로 갈수록 더 다양한 장면에 적용됩니다. 자녀 교육에서 느끼는 죄책감, 인간관계에서 오는 죄책감, 심지어 가까운 사람의 죽음 앞에서 드는 죄책감까지.


볼프는 그 각각의 장면에서 우리가 얼마나 자주 사실과 다른 평가를 내리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평가를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고, 그것이 죄책감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말합니다. 죄책감 대신 후회와 뉘우침을, 자책 대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책임감 있는 결정을 선택하라고 권합니다.









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맞습니다. 우리는 너무 자주, 너무 오래, 사실도 아닌 평가에 짓눌려 삽니다. 죄책감이 몸을 망가뜨리고 관계를 왜곡하며 결국 아무도 이롭게 하지 못한다는 저자의 진단은 설득력이 있습니다.


책을 덮고 나서도 마음 한켠에 질문 하나가 남았습니다. 죄책감을 이렇게 걷어내도 괜찮은 것인가. 저자의 말대로 내 평가를 바꾸고 죄책감을 내려놓는 것이, 어떤 경우에는 나쁜 행동을 합리화하거나 정당화하는 수단이 되지는 않을까. 사람 안에 심어진 윤리와 도덕의 감각이 작동하는 것을 너무 쉽게 끄는 것은 아닐까.


볼프는 '진짜 죄책감'과 '가짜 죄책감'을 구분하고,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마땅히 책임을 지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경계가 생각처럼 선명하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내가 느끼는 이 죄책감이 걷어내야 할 것인지, 아니면 정직하게 마주해야 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일이 결코 간단하지 않다는 점을 이 책은 충분히 다루지 않은 것 같습니다.


도리스 볼프가 하고 싶었던 말의 핵심이 아니어서가 아닐까 짐작합니다. 사회 국가 제도나 종교, 부모나 권위 있는 자들로부터 억압당하거나 눌린 사람들의 마음에서 죄책감을 걷어내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가독성이 좋고, 일상의 예가 많아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지만, 내용은 가볍지 않습니다. 사고의 틀을 가격하기도 하고 생각을 방향을 바꾸기도 합니다. 독자의 삶과 가치관에 도전하며 죄책감을 내려놓으라고 초대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이 책은 신앙이 있는 분들이라면 특히 비판적으로 읽을 것 같은 책이기도 합니다.


기독교는 물론 거의 모든 종교는 죄를 가볍게 여기지 않습니다. 죄의 무게와 심각성을 지적하며 은혜를 구하거나 열심히 수련할 것을 요청합니다. 특히 성경은 죄를 가볍게 여기지 않습니다. 죄로 인해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셨다는 것은 죄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려줍니다.


기독교가 죄책감을 유발하거나 자극하는 것은 아닙니다. 성경은 죄의 심각성을 깨닫고 그 죄와 죄책감의 수렁에서 건져주신 예수의 은혜와 하나님의 사랑을 기억하며 바르고 다른 삶을 살아가라고 가르칩니다.


어쩌면 볼프가 말하는 심리적 평화와 성경이 말하는 회개와 용서는 닮아 보이지만,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죄책감에 시달리지 말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방향을 지향한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사고를 확장하고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유익합니다. 특히 오랫동안 자신도 모르게 쌓아온 기대와 규칙의 무게 아래서 숨이 막혀온 분들에게는 환기가 되어줄 책입니다.


다만 책이 권하는 대로 죄책감을 내려놓기 전에, 그것이 정말 내려놓아야 할 것인지 한 번 더 물어보시기를 권합니다. 그 질문 자체가, 어쩌면 이 책이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일지도 모릅니다.









* 같이 읽어보면 좋을 책 소개합니다.

죄 죽이기
죄 죽이기
존 오웬2020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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