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얼굴에 혹할까 - 심리학과 뇌 과학이 포착한 얼굴의 강력한 힘
최훈 지음 / 블랙피쉬 / 2021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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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미국 유학 때였습니다. 힘겨운 첫 학기를 마치고 긴 여름 방학을 맞았습니다. 미국에 갔으니 당연히 미국 여행을 계획했습니다. 자동차를 타고 아내와 떠날 여행 계획을 세우고 실천에 옮겼습니다. 상상을 뛰어넘는 거리를 오가며, 상상을 초월하는 풍경을 눈에 담았습니다. 웃지 못할 해프닝도 많았습니다. 그 중에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습니다.


저 유명한 라스 베이거스(Las Vagas)에 갔을 때였습니다. 대낮의 라스 베이거스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더웠습니다. 즐비한 호텔을 돌아다니며 평생 다녔던 곳보다 더 많은 호텔을 구경했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 점심 시간 아내와 나는 가성비 좋은 뷔페로 추천 받은 Luxor 호텔 뷔페로 들어갔습니다. 카메라를 비롯한 짐이 있었기 때문에 아내가 접시에 음식을 담아오면, 그 후 내가 음식을 담아오는 식으로 움직였습니다.


음식을 구경하며 접시에 담으려고 하다 조금은 의심스러운 미국인 남자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미국이니까 미국식으로 눈인사(턱을 위로 치켜드는 인사입니다)를 날렸습니다. 으레 눈인사가 돌아올 것이라 생각했지만 오해였습니다. 그는 뚫어지게 나를 쳐다보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지나쳤습니다. 뷔페를 돌다보니 또 그 사람을 만났습니다. 이번엔 그 남자가 나에게 다가왔습니다. 친근한 눈빛은 아니었습니다. 날카로운,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다가왔습니다. 그 남자는 나에게 다가와 한 마디 날렸습니다.


"I know you"


느닷없이 나를 안다고? 어떻게 나를 알지? 별 희한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아마도 당신이 사람을 잘못 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굽힐 생각이 없었습니다. 뚫어지게 저를 보던 그는 한마디 더 던졌습니다.


You are a wanted!!


Wow!!! 졸지에 나는 현상 수배범으로 몰렸습니다. 그는 나에게 꼼짝 말고 여기 있으라고, 경찰을 불러 오겠다고 했습니다. 어이없었습니다. 그렇게 하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밥먹고 있을 테니 경찰 데려오라고 했지요. 그는 씩씩하게 걸어나갔습니다. 그리곤 다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나의 얼굴 때문에 생긴 일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나는 얼굴 때문에 여러 가지 재밌는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베트남 사람으로 오해받기도 했습니다. 한국 마트에서는 한국말을 한다고 점원이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멕시칸 아메리칸으로도 오해 받았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로는 줄곧 동남아시아 어느 나라 사람으로 오해 받곤 했습니다. 다 얼굴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이런 나는 [왜 얼굴에 혹할까]라는 책에 필연적으로 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책은 심리학과 뇌 과학이 포착한 얼굴이 가진 강력한 힘에 대해 질서정연하게 진술합니다. 전체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1부: 나의 바코드, 얼굴

- 1장) 얼굴을 읽다

- 2장) 같은 얼굴을 다르게 읽다

2부: 말보다 강한, 얼굴

- 3장) 보자마자 사로잡는 얼굴의 힘, 매력

- 4장) 0.1초가 만든 족쇄, 첫인상

- 5장) 얼굴을 더 강하게

3부: 소통의 기술, 얼굴

- 6장) 얼굴에 내 마음이 있다

- 7장) 타인을 알아보는 힘




책을 읽으면서 뜨끔했던 부분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무릎을 치면서 공감한 부분도 적지 않았습니다. 얼굴에 이렇게나 많은 에피소드가 있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습니다. 살아오면서 쌓인 노하우나 경험을 힘입어 사람의 얼굴로 성격을 판단했습니다. 아주 순간적인 판단이었지만 놀랍게도 비교적 정확하다는 것도 경험했습니다.

사람마다 자신 있는 얼굴 방향이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자기 얼굴 방향 때문에 자리 다툼을 벌이는 사람을 만나보았기 때문입니다. 호들갑이라 생각했는데 사진을 찍고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저자 최훈은 이 부분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첫인상은 두 번 줄 수 없다" 라는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첫인상은 대부분 외모로 판가름납니다. 전체로서 그 사람이 풍기는 분위기가 크게 작용하고, 몸매도 작용합니다. 하지만 첫인상의 대표주자는 얼굴입니다. 그러다보니 순간의 이미지로 판도를 바꾸는 일도 자주 일어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케네디가 닉슨을 압도한 결정적인 분깃점이 TV 토론이었고, 케네디는 첫인상으로 대권의 판도를 바꾸었습니다.

눈썹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안경을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알 수 있었습니다. 나는 비교적 눈썹이 진한 편에 속합니다. 그러다보니 얼굴이 주는 분위기가 강렬한 편입니다. 동남아 사람으로, 멕시칸 아메리칸으로 오해 받는 일에 일등 공신이 눈썹이라 생각했습니다(물론 얼굴 색깔과 전체적인 분위기도 한몫합니다). 눈썹 문신하시는 분이 많아지는 이유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좋은 인상을 위해서라면 그 정도의 고통은 감수할 수 있겠지요.

일반적으로 왼쪽 얼굴이 오른쪽 얼굴보다 훨씬 멋있고 예쁘다는 것도 알게되었습니다. 문제는 매력을 담당하는 시선이 왼쪽이라는 것, 그래서 상대는 나의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 얼굴을 먼저 본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당연히 상대에게 매력 어필하려면 오른쪽 얼굴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미팅이나 소개팅 면접에 나갈 때 오른쪽 얼굴에 신경을 쓰면 결과가 조금이라도 더 좋아지지 않을까요? 이 책이 알려준 꿀팁 하나 더. 혼자 찍은 사진보다 여럿이 함께 찍은 사진이 더 매력적이라고 합니다. 다른 사람과 함께 사진을 찍을 땐 망설이지 마시고 활짝 웃으며 찍어보세요. 평소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사람으로 보일 수 있을 겁니다.

[왜 얼굴에 혹할까]를 읽으면서 얼굴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얼굴은 중요합니다. 얼굴에 신경을 써야한다는 것도 다시금 생각해 보았습니다. 무엇보다 얼굴은 마음을 담아내는 그릇입니다. 저자 최훈은 얼굴은 거짓말을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역시 과학으로 밝혀낸 사실이라는 것도 제시합니다. 링컨은 나이 40이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얼굴은 사람 됨됨이를 드러내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잘 웃고, 진심을 담아 웃는 사람이 되어야 할 필요 충분 조건입니다. 진정한 웃음(뒤센 미소)을 가진 사람, 평소 잘 웃는 사람이 잘 웃지 않는 사람에 비해 건강할 뿐 아니라 더 행복하고 심지어 수입도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해맑게 웃고, 진심 담은 미소가 얼마나 중요한지, 해맑게 활짝 웃는 일이 여러 가지 의미로 중요하다는 것도 알려주었습니다. 웃어서 손해 볼 일 없다는 말이 그냥 있는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긴 활짝 웃는 사람,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 내 곁에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똑같겠지요.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가 얼굴에 혹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얼굴로 알아봅니다. 물론 몸짓으로 행동으로 말투로 목소리로도 이해하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이 얼굴입니다. 나는 사람의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름과 얼굴을 매칭하는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부단히 노력해야 할 부분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왜 얼굴에 혹할까]가 이 모든 내용을 다 담고 있습니다. 과학과 심리학을 넘나들며, 뇌 과학까지 뻗어가며 얼굴에 담긴 신비(?)를 추적합니다. 얼굴은 단순히 누군가를 드러낼 뿐 아니라 현대에는 일종의 상품, 경쟁력이라고까지 말합니다. 얼굴에 투자하는 이유가 있다는 뜻입니다. 코로나로 마스크를 쓰고 생활한지 벌써 1년 6개월이 지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는 사람을 알아봅니다(물론 나와 같은 사람은 큰 어려움을 겪습니다). 우리의 뇌는 빠르게 적응하고, 마스크로 가린 얼굴마저 제대로 인식합니다. 반대의 문제도 있어 보입니다. 언젠가 마스크를 벗는 날이 오면 벗은 얼굴을 또 다시 기억해야 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럼에도 뇌는 그 일을 멋지게 수행하리라 생각합니다.


얼굴 하나로 사람의 심리를 이렇게나 담아내고 읽어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얼굴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이해하게 됐습니다. 얼굴 때문에 얼마나 많은 오해가 일어나는지도 알 수 있었습니다. 얼굴만 보고 순간적인 판단을 내리거나, 첫인상을 끝인상으로까지 가져가서는 안 된다는 것도 이해하게 됐습니다. 웃는 얼굴을 연습하고, 정직하게 행동하고, 진정성 있는 언어와 행동과 표정으로 살아간다면 비록 멋지고 아름다운 얼굴이 아니어도 결국 멋지고 아름다운 사람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직업병으로 외모에 관한 성경 말씀을 깊이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얼굴 때문에 고민하시는 분, 이렇게나 다양한 얼굴이 존재한다는 것이 신기하신 분, 얼굴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는지 궁금하신 분들에게 진심담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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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함마 2021-07-31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이 명품이네요

Hisway 2021-08-24 11:19   좋아요 0 | URL
이제야 봤습니다
좋게 봐 주시고 칭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