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거창한 선교 보고서가 아닙니다. 화려한 성과를 나열하는 간증집도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없는 것 안에서 찾아낸 기쁨, 불편함 속에서 마주한 위로, 계획이 틀어질 때마다 주어진 또 다른 길. 그 길 위에서 다시 걸어낸 이야기들입니다.
읽으면서 자꾸만 멈추게 됩니다. 이분들이 겪은 불편함과 두려움, 외로움이 낯설지 않기 때문입니다. 장소만 다를 뿐, 우리 모두가 한 번쯤은 서 보았던 그 막막한 자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 번도 쉽지 않은 유학을 두 번이나 떠난 경험도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미국 유학이어서 아프리카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여러 가지로 어렵고 힘든 일을 많이 경험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유학 경험과 더불어 필리핀 단기선교를 통해 선교사님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실지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습니다. 존경할 수밖에 없습니다.
선교지의 현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날 것 그 자체입니다. 수도가 끊기고, 아이가 아픈데 병원은 멀고, 언어의 장벽은 생각보다 높고, 혼자서는 도무지 해결이 안 되는 상황들이 일상처럼 찾아옵니다.
그 상황 속에서 이분들이 선택한 것은 포기가 아니라 '그래도'였습니다. 그래도 감사하고, 그래도 웃고, 그래도 다시 일어서는 것. 그 '그래도'의 무게가 책 곳곳에 조용하게 쌓여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