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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2 ㅣ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평점 :
베르나르 베르베르 행성 2번째 이야기
쥐가 세상을 장악했습니다. 쥐는 압도적인 숫자와 남다른 진화로 인류를 무력화시켰을 뿐 아니라 세상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제 쥐는 티무르의 지도 아래 전 세계를 발 아래 넣으려고 합니다. 제 3의 눈을 가진 티무르는 인간의 지혜와 지식을 바탕으로 인간을 완전히 축출하고 세계 정복 야망의 방점을 찍으려고 합니다. 누가 과연 막을 수 있을까요?
쥐를 물리치려는 많은 시도와 노력을 했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쥐들의 최후 공격을 앞두고 모두가 자포자기합니다. 더 이상의 노력과 수고가 아무 의미가 없어 보였으니까요. 바스테트는 마지막 순간에도 지혜를 짜내어 인류와 다른 종의 생명을 구하려고 합니다. 바스테트의 아이디어는 정확하게 들어맞았고 소수의 인류와 다른 종은 살 수 있는 길을 얻었습니다. 보기엔 고작 생존하는 것이 전부처럼 보입니다. 2보 전진을 향한 1보 후퇴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어렵게 얻은 평화는 그리 오래가지 않습니다. 또다시 티무르의 총공세가 시작되었고, 내부 분열도 심각하게 일어났으니까요.
절체절명의 순간 바스테드는 원대한 비전을 제시합니다. 사람 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와 소통하며 연대를 이루어 중과부적 쥐에 대항하면 승산이 있다는 아이디어입니다. 이 생각은 나중 더 확장됩니다.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가 서로 소통하고 연대를 이룬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비전입니다.
이 비전에는 식물까지도 포함합니다. 그야말로 모든 생명체가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세상,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는 세상에 대한 비전입니다. 아쉽게도 이 의견은 묵살되지만 궁극적으로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생각하는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스케치라고 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닌 것 같습니다.
책 후반부에는 지금 인류의 모습에 대한 진단이 나옵니다. 먼 미래에서 지금 우리 시대를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했는지 비추어 보는 방식입니다. 바스테트의 입을 빌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다른 생명체에 고통을 가하면 반드시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점을 모두가 깨닫게 할 것입니다... 닭을 대량 사육하는 양계장은 조류 독감의 온상이 되어 그 피해는 결국 인간에게 돌아오죠. 공장식 축산 방식으로 사육하는 소는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높고, 중국에서 이루어지는 박쥐와 천산갑, 뱀 같은 야생 동물의 도축과 거래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어요. 단일 경작 충심의 농사 방식은 메뚜기 떼의 창궐을 불러오죠. 어류의 남획으로 바다에서는 해파리가 무서운 속도로 번식하고 있어요. 지나친 벌목은 공기 중 탄소의 비율을 증가시켜 기후 이변을 심화하고 과도한 석유 채굴은 지진 발생의 원인이 된다고 하죠. 이렇듯 모든 것은 상호 연결돼 있습니다. 우리가 하는 행동에는 반드시 결과가 따라오게 되어 있어요. 우리가 지금의 삶의 방식을 바꾸지 못하는 한, 쥐가 아니더라도 다른 동물이 분명히 우리를 공격해 올 것입니다. 바퀴벌레일 수도 있고, 비둘기일 수도 있고, 심지어는 식물일 수도 있어요. 가령 가죽나무 말입니다. 이 식물은 무서운 번식력을 가졌죠."
소설 행성은 인류의 미래에 대한 예언과도 같은 책이며 인류의 고질적인 문제를 꼬집은 다큐같은 책이기도 합니다. 인류가 직면한 환경문제(지구온난화)는 인류가 얼마나 탐욕적인지 보여줄 뿐 아니라 어리석은지 고발합니다. 이런 식으로 가면 우리에겐 미래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돌이키려는 태도는 고사하고 오히려 가속 페달을 밟는 기분입니다.
쥐라는 다소 혐오스러운 생명체가 사람을 죽이고 세상을 멸망시키려 하고 고양이와 인간, 개와 말과 돼지 등 다른 생명체들이 맞서 싸운다는 개념이 생소해 보이지만 지금 우리 사는 현실을 보면 현실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삶의 방식을 바꾸고, 서로를 존중하는 길을 찾아내고 걸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공멸이 아닌 공존의 세상을 꿈꾸고 인간이 주도적으로 그 일에 앞장 서고 헌신해야 할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행성을 읽으며 오늘 우리의 어리석음을 직면하고 우리가 걸어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상상해 보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실천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고 하나씩 실천해 나가면 좋겠습니다. 생명을 존중하는 태도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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