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의 월든 - 부족하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태도에 대하여
박혜윤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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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데이빗 소로의 월든을

재해석한 현대판 월든을 만난다면

바로 이 책이 아닐까?

숲속의 자본주의자로 만난 박혜윤을 또다시 만났습니다. 

[도시인의 월든]으로 말입니다. 




숲속의 자본주의자를 읽으면서 독특하다는 말이 바로 떠올랐던 박혜윤. 그녀의 책을 읽으며 월든을 떠올린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녀도 소로의 월든을 이야기했으니까요. 이번엔 작심하고 월든을 이야기합니다. 역설적인 것은 그녀가 소로의 월든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 이 반전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소로의 월든을 읽어야겠다고 생각만 하고 아직 읽지 않고 있습니다. 언제든 책장에서 꺼내볼 수 있음에도 이상하게 월든에겐 쉽게 손이 가지 않습니다.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동경과 불편함을 동시에 맛볼 수밖에 없기도 하거니와, 소로의 삶을 동경하게 될 것이 뻔하고, 그러면서 그런 삶은 아무나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나는 그렇게 살 수 없다고 말할 것이 자명해서입니다. 언젠간 소로의 월든을 읽을 수밖에 없을 텐데 점점 그때가 가까워 오는 듯한 기분입니다. 특히 도시인의 월든을 읽으면서 더더욱 그랬습니다. 






박혜윤은 소로처럼 숲속으로 들어간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도심에서 자본주의 정신을 따라 사는 것도 아닙니다. 조금은 시골스러운 곳에서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미니멀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도심 속에서 월든의 삶을 산다고나 할까요. 이런 삶을 가능하게 한 이유가 무엇인지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월든을 좋아하지 않지만 월든을 엄청나게 인용하고, 월든을 마르고 닳도록 읽은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왜 그녀가 이 책을 쓸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소로의 월든을 읽었을 뿐 아니라 월든을 살아내고 있다고 해도 아주 지나친 표현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일단 나와 같은 사람은 박혜윤처럼 살지 못할 것 같습니다. 특별한 생산활동을 하지도 않으면서 한껏 무용하게 사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다고 아무 생각도 없이 사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만의 뚜렷한(지나칠 정도로 선명한) 삶의 방향과 철학을 가진 사람입니다. 



엄마로부터 받은 상처와 아픔을 끌어안았습니다. 그 아픔을 이젠 책에서 이야기할 만큼 극복한 것처럼 보입니다. 극복이라는 말보다는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였다고 해야 좀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게다가 스스로도 자신의 한계와 문제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습니다. 자신을 이기적인 엄마라고 말하고 인정할 정도니까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것을 이상하게 받아들이거나 부끄럽게 여기지도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자녀를 대하는 방식도 지극히 단순합니다. 자녀가 스스로의 삶을 탐색하고 알아가고 살아내길 응원합니다.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하지만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는 규정이나 잣대는 한순간도 들이대지 않습니다. 이 지점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텐데 그렇게 합니다. 남편은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부창부수라고 이 지점에서는 서로 같은 방향과 뜻을 품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우리나라에 사는 것이 아니라 미국 땅에서 살기 때문에 이런 삶이 그래도 가능한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미국에서 살아본 경험을 토대로 생각하고 해석한 박혜윤의 삶입니다. 미국 사람은 누가 어떻게 살아가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존중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다른 사람 눈치 1도 안 본다고 할까요. 우리나라에서는 그게 불가능하잖아요. 이래저래 사람들과 사람들 사이에 엮이고, 이상하게 쳐다보고, 꼭 한마디씩 입을 대기도 하고, 명절이 되면 어쩔 수 없이 들볶이는 일도 있고 말이에요. 미국에서는 그런 일이 전혀 없으니까. 한국 사람 눈치만 보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자유롭게 살 수 있으니까. 



아마도 영어에 상당히 자유롭다는 점도 이런 삶을 살아내는 데 크게 기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어가 짧으면 어쩔 수 없이 한인 커뮤니티 안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고,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지요. 



한편은 부럽기도 하고, 한편은 독특하기도 하고, 한편은 불편해 보이기도 한 삶이지만 8년이 넘는 시간을 이렇게 살아내고 있으니 그 삶이 독특할 뿐 아니라 아름답다는 생각도 하게 됐습니다. 미니멀한 삶을 동경하는 분이라면 충분히 시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물론 삶의 철학과 생각이 분명해야 하고, 적어도 가족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겠지만....





책장을 덮으면서 이젠 헨리 데이빗 소로의 월든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월든을 읽고 이 책을 다시 읽는다면 어떤 감정과 마음을 느낄지 자못 궁금하기도 합니다. 박혜윤만큼은 아니라도 미니멀한 삶에 대한 생각도 조금 더 깊게 오래 해보고 싶단 생각도 했습니다. 지구에서 가장 바쁘게 살고 가장 격렬하게 산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한국인에게 이 책이 어떻게 읽힐지 궁금합니다. 공감과 동의와 제청을 이끌어 낼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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