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페르소나
이석용 지음 / 책밥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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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조사하던 형사가 이렇게 생각합니다. " 내 이럴때가 아니지..."라고요.그럼, 우린 자동적으로 생각합니다. 드디어 사건에 아주 중요하게 관련된 단서나 증인을 찾으러 가려나보다...라고요.

 

그런데 아닙니다. 40대의 인정받는 고참 형사이자, 사건을 지휘할 정도의 추리력과 배짱에 경험, 그리고 예리한 눈썰미가 보통 경찰은  아니로구나 싶은  서효자 수사반장은  그날 저녁 동네 마트  행사 시간에 맞춰 뛰어가는 모습을 보입니다.


아줌마가 형사라서... 라기보다는  밖에서  형사로써 해야할 일과 집에서 엄마나 아내로써의 일에 조율을 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그녀는   연륜이 있는 그녀만이 할수 있는,  파트너가 된 초짜 형사의 다 보이는 수사를 밀었다 땡겼다 하는 능력까지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그런 그녀가 자신의 관할이 아닌 곳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에 투입되게 됩니다. 더군다나 사건이 벌어진지 사흘 후에 말입니다.  땡땡이 우산과 주름치마로 사건현장인 클럽 페르소나에 등장한   그녀는 죽은 이가 교산 허균이라 불리는 인물이고,  옆 방에  사는 이는 안 두희에  회원들은 나혜석,고산자 김정호, 기은 박문수 등등 어디서 들어본 이름들이라는 걸   알게됩니다.  


역사속 인물들과 이름이 같은 이들이 모인 클럽이라는 겁니다. 채플린이나 양귀비까지, 역사속  누구와도 같은 이름이라면  참여할 수 있다는 클럽 페르소나는 자신의 이름이 붙은 이에 대해서만은 남들보다 더 잘 알아야한다는 의미를 서로 부여하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순수한 모임으로  보이는데요.  그런  그들이   재산이나 과거에 묘한 얽힘이 있다는 걸 알게되면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닐꺼라는 감을 주게 됩니다.


 등장하는 이들의 이름이 눈에 익은 오래된 느낌때문인지, 총의 등장덕분인지 이야기의 마지막은 연극무대 위 조명속에 있는 인물들을 상상하게 만드는데요.    좀 빨랐다면 이라는 아쉬움은 주지만  박 문수 회원과 홍형사의 어울리는 쿵짝과 어디 내놔도 당황하지 않고 증인들에게서 생각지도 못한 진술을 받아낼것으로 보이는 서형사는 다음 사건에서도 만나보고 싶다 생각할 정도의 매력이 있습니다. 폐쇄된 공간에서의 사건이 아니라 쫓고 쫓기는 사건에서 이들의 모습은 어떨지, 다음 사건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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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겨먹은 대로 산다 - 아무것도 바꾸지 않아도 내 인생 재미있고 멋지게
레베카 니아지 샤하비 지음, 두행숙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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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아무것도 안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라는 말이 나오면   피식 웃게 된다. 내 마음 들킨거 아닐까 싶어서 말이다.  "생긴대로... 살아가는 거지."라고들 말하지만  그렇게 사는 사람들은 별로 없지 않을까 한다. 나야 부족한 게 많으니까 라고 넘어갈수 있지만 내가 보기에 충분히 잘났다 싶은 이들도 몸매, 성격,습관 바꾸기가 필요없다는 이는 아직 못 만나봤으니 말이다.  우리는 이렇게 자기계발을 위한 노력을 당연히 해야한다고 여기고 뭔가를 하게 된다.   


처음 시작하는 일에 두려워하는게 당연하지만 그럴때는 이렇게 하라던가 실패한 일에 미련이 남겠지만 그럴때는 이렇게... 라는 다 그렇다면서도 바꿔보라는  성격 개조부터 맘에 안들어 바꾸려해봐도 삼일이면 다시 돌아오는  몸에 밴 습관을 바꿀 수 있다는 행동개조에  이렇게 저렇게 살을 뺐다는 누군가처럼의  '될까싶은' 지금과는 다른 몸매까지 꿈꾸며  정보를 찾아보고 계획을 짜게 된다. 거의 모든 것을 그   누군지도 모르는 막연한 인물들과 비교해가며 지금  자신보다 더 나아진 내일을  꿈꾸며  노력을 하지만 결국 남는 건  괜히 지친 나와  그렇게 되지 못한 나에 대한 비난,그리고  그렇게 할수 없었던  이유뿐인 경우가 많게 된다.

 

 그 이유라는 것 또한 어찌나 구체적인지   그 일만 없었더라면 더 많이 했을텐데, 용기를 더 냈을텐데..그래서 지금보다는    하나 정도는 덜 노력해도 되는 조건을 가진 내가 되있을텐데 하게 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다보면 못한 것들에 어울리는 이유들도  점점  많아지게 된다.  완벽해지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이라는  '나는 생겨먹은대로 산다'에서는,  자신마저 속게되는   변명에서  평생 벗어나지 못하고 후회하고 변명하는 삶이 반복될수도 있음을 조심하라 하고 있다.  노력했음에도 바뀌지 않은 건, 분명  계획을 쭉 밀고나가기보다는  원래의 내 삶이  편해 본인이 선택한 것이니  게으름이나 결단부족으로 비난하거나  그럴싸한 변명으로 자기 자신을 포장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런 악순환이 반복되지않기위해서, 그리고  만족스런 자신이 되기 위해서는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어."라고 말할 배짱과 자신에 대한 그대로의 인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변명보다 나은 여러  방법도 알려주고 있다.)자기가 약점이라 생각한 걸 인정하는 순간 더 이상 약점도 아니고 그제서야 자신에게 중요한 것들에게 신경쓸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좋지않은 강인함보다는 좋은 나약함이 더 낫다."-찰스 아즈나부어(p.124)

 남들처럼, 남들보다 라고 힘들게 자신을 몰아가는 삶에  여유가 찾아지지 않을까 싶다.  '움직이고, 바꿔야된다' 의  반대되는 곳에도 충분한  장점이 있다는 이야기가 내 생긴대로의 인정뿐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서의 내 처세술은  어땠는지, 그리고 내가 진정 원하는 건 뭔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지않나 싶다. 하지도 않으면서 괴로워만하는 나같은 이에게,  시작된 일이 꼭 계획된 끝을 볼 필요는 없다는 걸 알려주지 않나 싶다.


"진정으로 자기다운 인생을 사는 사람은 어떤 '의도'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다."-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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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에게 고한다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10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이연승 옮김 / 레드박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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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에 있는데, 보이지 않는다."-52

유괴사건을  담당하게 된 마키시마는 아이의 엄마에게 돈 건넬 장소를  바꿔 말하는 범인 뒤를 거리를 두고 쫓게 됩니다. 사람 통행이 많은 곳으로 자꾸만 장소를 바꾸는 범인, 귀신같이 그는 아이 엄마에게 바뀐 장소가 적힌  쪽지를 건네게 되는데요. 쫓기는 자가 주도권을 쥐고 흔드는 사건이기에   마키시마를 비롯한   수사팀은 주변에 있는 이들을 티안나게 훑어내려가지만  의심스러운 그 혹은 그들을, 대충만으로는  도저히 알아낼수가 없게 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마키시마는 자신을 보고 있는 눈길을 느끼게 됩니다.


현장에 있는 수사 책임자가 누군가의 눈길을 느끼다. 그렇다면...이란 희망은  금세 절망이 되고 맙니다.  사건은 혼란에 빠지게 되고 실패가 된 겁니다. 그 미묘한 순간을 생사를 오가는 딸과 연결시켜 죄책감을 갖는 마키시마는 해서는 안 될 말을 자신도 모르게 기자회견에서 하게되고 한직으로 물러나게 됩니다. 그러다 6년이 흘러 유괴사건이 다시 연쇄적으로 발생하자  뒷선에서 사건 해결에 힘쓰던  마키사마가 사건을 맡게 됩니다.


마키시마를 통해 유괴사건이 경찰에게 주는 압박감을 좀 더 사실적으로 느끼게 됩니다. 부모로써, 할아버지로써 가족을 만들고 있는 사람인지라  경찰들 역시  아이들에게 일어나는 사건에 더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그리고 실패가 주는 아픔이 어떤 것인지를 알기에 더 두려워지게 된다는 걸 말입니다.  정의로운 자신과 실패가 주는  불안에 떠는 자신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유괴범을 끌어내려는 계획을 짜야하는 경찰관들의 어려움, 공을 빼앗기지 않기위해, 그리고 정보를 가졌다는 잠깐의 힘이 주는 솔깃함에 흔들리는 경찰, 그리고 아주 작지만 사건에 결정적일수 있는 실수가 경찰이나 범인 모두에게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이번 사건은 어떻게 진행될지, 마키시마에게 또 어떤 일이 생기는 건 아닌지하는 걱정으로  우리를  끌고가게 됩니다.


"그야말로 어떤 '수'를 써도 좋다는 뜻이야."-567

방송에 대고 범인과의 전쟁, 혹은 범인과의 게임을 시작한 마키시마는 이번에도 증거가 없다는 어려움에 처하게되지만 이번만큼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려 하게됩니다. 그러나  드러나지 않은 범인뿐 아니고 방송을 보고 그를 판단하는 사람들, 그리고 계획대로 되지않는 사건처리에 몸을 사리는 윗선으로  이번 사건 역시 만만치 않은 부담으로 그에게 다가오게  됩니다.


이렇게 '범인에게 고한다'는  사건의 해결보다는 범인을 잡아내기 위한 경찰들의 심리적 육체적 어려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만일 그 때 그 사람을 조사했더라면..하는 작은 후회가 사건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 건지, 심증이 가던 자신들의 조사로 인생이 달라진건지 끝까지 알 수없는 한 젊은이의 이야기 역시, 경찰들의 수사가 왜 은밀하고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하는 지를 보여줍니다. 


 범인에게 경찰들이 하고 싶었던 말은 "얼마만큼 조심하든 이제 넌 잡힐것이다."라는 말보다는 "자신의 추악함을 아직 눈치채지 못한 녀석들이 발버둥을 치는 것뿐입니다. 그들도 다 어머니의 뱃속에서 태어난 인간의 자식입니다."라는 말이 아닐까 합니다. 자신이 축생도에 떨어졌음을 깨닫고 정신을 놓아버렸다는 한 사람의 모습을 보며 마키시마와 동료 형사 쓰다가 나누던 이야기속에서처럼 비록 잡히지 않았더라도, 혹은 자신의 잘못인지 모른 척하다가도 어느 날 문득 자신이 어떤 짓을 했으며 그 결과로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밀려올때 그 무게를 감당할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걸 말입니다.


시주쿠이 슈스케는  "검창측 죄인"에서도 느꼈지만 10년전 이야기라는 "범인에게 고한다."에서도 등장하는 인물들의 심리를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게 그려가는 작가가 아닐까 합니다.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무엇이든 해도 좋다는 게 있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한 그의 이야기이기에  다음은 누구의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우리를 찾아올지 기대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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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 세븐틴 -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 작가들 소설집 사계절 1318 문고 100
이옥수 외 지음 / 사계절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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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인 팔색의 작가라는 말이 어울리는 이들이 청소년, 그것도 17살인 아이들의 이야기를 써냈습니다. 1997년 시작한 사계절1318 문고가  2015년 7월로  백 권이 되었다는데요. 사계절 문학상 대상 수상자이기도 한 이 옥수,신 여랑,김 해원등의 작가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절망하지 않으려는 주인공을 그려내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라고요. 주변을 돌아보고 관심을 가질때 우리가 사람다워지는 거라고요.


열하고 일곱이라는 나이가 어떤 나이일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지금 내 나이가 되고나니, 참 좋은 시절이다 싶은데 막상 아이에게 물어보면 재미있는게 뭐가 있겠냐는 퉁명한 대답을 듣게됩니다. 주가 되야하는 공부부터  그 나이만큼 져야하는  책임이 주는 무거움이나  투명하지 않은 미래, 그리고 계획대로 따라가지 않는 자신등 여러 가지 생각들이 아이를 힘들게 하고 있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아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지만 나이때문인지  벌어져있는 서로의 차이를 느끼게되는 일도 많고 말입니다. 이와 비슷한 이유때문이겠죠. 8편의 단편에서 혼란스러운 아이들을 만나게 됩니다.


'세븐틴 생일을 축하받지 못한 사람은 평생 엉망이 될 수 밖에 없어.'라는 말로 반장에게 생일축하해주고 싶었던 그녀. 그녀에게 자신의 지금은  불행이 아니라 '변신중'일거라는 말로 오히려 그녀를 위로해주고 싶었던 반장이 나오는'세븐틴 세븐틴'. 그녀가 그리 생일에 집착할수 밖에 없었던 건 그날조차 자신에게 관심없는 부모들에 대한 원망은 아니였을까 싶고, 사회봉사명령때문에 만난 노인과 이구아나와의 색다른 정을 쌓아가는 소년이 아버지의 몰랐던 과거를 추측해보게되는 '이구아나', 친구의 죽음뒤에 자신이 걱정했던게 뭔지를 알게되는 소년의 '그 여름의 전설', 친척들의 집을 전전해야하는 현수의 외로운 집 찾기 과정을 그린 '현수의 집', 성형만이 해결책이 될꺼라 믿는 언니와 그녀를 위해서라면 이란 생각에 괴로워하는 여동생의 이야기를 그린 '턱', 친구와의 갈등속에 집으로 들어가는 진모의 마음을 보여준 '집으로 가는 길',부모의 갈등이 세상이 무너져내리는 것같았던 아이였지만  세월이 지나다보니  어느 정도 무감각해진 아이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기대지 말고', 엄마들의 자식에 대한 사랑을 넘어선 집착이 아이에게 얼마나 무겁게 쏟아지는지를 보여주는 '더 가이드', 이렇게 8개의 단편은 상처받은 아이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러 이유로 가족과 친구에게 상처받은 아이들, 그리고 그 상처를 다른 약한 이들에게 풀수밖에 없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 이야기는 부모인 우리들이 아이들이 커갈수록 바라던게 뭐였을까를 다시 생각해보게 합니다.  하나만 보라는 어른들의 강요가 지금 아이들을  남의 감정도, 내 감정도 무시한채 살아가는  단순하고 세상 재미 모르는 아이로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 싶어지기때문입니다. 밝지 않아서, 하지만 그게 아이들의 진짜 모습인거 같아서 마음이 무거워지는 이야기라 오히려  어른들이 보고  자신들이 바라는 '지금을 즐길줄 아는 아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생각할게  더 많아지지않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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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측 죄인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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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과 그에게 살려달라고 날아든 비둘기, 그리고 매의 이야기가 기억나게된다. 비둘기를 먹겠다는 매에게 부처님은 그만큼의 내 허벅지살을 줄터이니 살려달라고 할수밖에 없었고  결국 매가  저울을 내밀었는데, 그 저울은 처음 생각처럼  허벅지살이 아니라 부처님 전부가 올라가야 균형이 맞다고 하더라 하는 얘기말이다. 나 역시 비둘기 크기만큼을 생각했다가 하나의 목숨과 바꿀 수 있는 건 또 다른 하나의 목숨이라는 말에 그럴지도 라는 생각과 함께, 우리가 생각한 크기와 무게의 다름을 생각해본 적이 있었다.


"공소시효"는 늘 우리에게 안타까움을 준다. 우리가 기억하는 많은 사건들이 공소시효에 걸려 미제사건으로 범인없이, 피해자만 남은채로 종결되어야했기때문이다. 때로는 울분에, 때로는 끔찍하고 억울한 마음에  잊어버리려  하다 진짜로 잊은 채로 살게되기도 하는데, 그러다 만일 진범을 만나게 된다면 어떤 일이 생기게 될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범인이다 라는 생각과 함께 "그러나 그 사건에 대한 시효가 이미 끝났다."라는 것까지 알게된다면 말이다.


"방심은 하지말것. 자네들이 의지하는 그 검이 만능이라는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아. 극악한 괴물을 상대하면 어찌해야 좋을지 모를 때도 있을 거야. 그렇지만 두려워만 해서는 아무 결과도 나오지 않지. 검을 든 자는 용자여야 해. 싸워야 하지..."  -7

이렇게 법조계 연수생들에게  법과 그 법이라는 힘을 휘둘려야 하는 자의 마음가짐을 차갑게 이야기하는 모가미 검사 교관은 이 곳에서 오키노와의 인연을 맺게 된다. 올곧은 정의감과 두려움없는 적극성을 지닌 오키노를 눈 여겨 본 모가미는 5년 후 형사부에서 베테랑 검사와 일반 검사로 만나 일을 하게 되고, 자신의  과거속 사건을 그에게 맡기게 된다.


그가 대학교때  과외해주던 유키라는 소녀가 살해된 것이다. 그 소녀 사건에 범인으로 의심받던 용의자가 노부부 살인사건 용의자로도 올라있는 것을 확인한 모가미는 그가 이번 사건 진범이기를 바라게 되는 마음을 갖게 된다.  그가 범인이라면, 비록 유키 사건이 공소시효로 손쓸수없는 지경이 되었지만 이번 사건으로 그에게 합당한 벌을 줄수 있을것이란 생각을 하게된 것이다. 사건을 은밀히 몰아간  모가미는 예상밖으로 너무 쉽게 유키사건에 대한 자백은 받게되지만   이번 사건에서만큼은 무죄라는 주장을 듣게된다.


"어떤 사건이든 범인이 특정 인물이기를 바라며 수사에 임한 적은 없었다. 이 녀석은 결백할지도 모른다, 이 녀석은 범인이 틀림없다.... 뭔가에 근거한 판단 말고, 이를테면 희망이 포함된 사심을 검찰 수사에 개입시킨 적은 없었다."-116

 

"그들의 원통함을 씻어주고 싶었다. 운명의 장난으로 자신이 맡은 일이다. 그 누구도 못하는 일이다. 남에게 부탁받은 것은 아니지만 역시 완수해야 하는 일이라고 믿었다. "-273

그가 생각한 정의는 어떻게 실현될까 라는 생각으로 갑자기 두려워지게되는 건, 말 그대로의 옳다 여겨지는 정의와 그것과 반대로 분리되는 내 감정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된 일들이 분명 나에게도   있었기때문일것이다.   법을 집행해야할 사람이라면 어때야하는지를 알기에, 그렇다고 어린 소녀의 죽음을 태연히 고백하는 남자가 시간이 지났다고해서 죄가 없다고 할 수 없기에 우리도 같이 고민에 빠지게된다.


"하지만 모르는 사이에 마쓰쿠라의 목이 또 조금 조여졌다."-360

죄가 있다지만, 자신도 모르게 다른 이도 아니고, 검착측에 의해 조금씩 만들어져간다는 증거가 우리를 숨가쁘게 하는 건 '명백한 증거','법에서의 정의'란 말을 나와는 다르게 공정하겠지라고 막연하게만, 그리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왔기때문일것이다.


"수라도(교만()심과 시기심()이 많은 사람이 죽은 뒤에 가서 싸움만 하는, 아수라()가 사는 세계)에서 돌아와! 네가 가려는 길에 인간은 없어!"-547

수사에 사심이 들어가기 시작하는 모가미,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끼게된 오키노. 한 사건에 반대 의견에 서게 된 그들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정의를 주장하기 시작한다. 모가미도 이해할수 있고, 오키노 역시 이해가 되기에 끝나는 순간까지 나 스스로에게 여러 질문을 던지게 된다. 공소 시효뒤라면  범죄자이지만 그에게 그 죄에 대한 것을  물을 수 없는 것일까?, 구제 불능이라지만 그에게 다른 죄를 뒤집어씌워도 되는 것일까, 죄와 처벌. 지금의 기준은 과연 옳다고 볼 수 있을까.



죄와 벌, 그 사이에 감정을 가지고 흔들리는 인간들의 존재가 나약하게만 보이기에 모가미,오키노 모두에게 위로를 건네주고 싶다. 죄를 지었지만 웃는 마쓰쿠라, 자네에게 미안했다는 사과를 건네게 된 모가미, 목메어 우는 오키노. 그들 사이에 진짜 울어야 되는 사람은 누구인지. 정의로운 인간이 누굴지 마음이 무겁게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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