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많으나 동하지 않고
말은 많으나 몸과 같지 않으니
너하고 나는 인연이 아닌게지
삶을 관통하는 지혜를 찾으나
넘쳐나는 말과 생각뿐
두 손에 쥔 건 한 줌의 허위
끝없이 떠도는 갈망의 몸부림은
피고 지는 영겁의 윤회를
기어이 이고 갈 요량인가 보오
삶과 죽음은 종이 한 장
바람 한 점에도 넘어가네.
불현듯 찾아오는 바람 부는 순간
그것이 무엇의 손짓이든
그저 겸손하게 받아들일 뿐.
어느날 문득,
당신이 내게 와 한 송이 꽃이 된다면
난 사뿐히
날아가 그대 주위를 날겠소.
당신이 아득한 광야에 홀로 선 나무가 된다면
난 묵묵히
걸어가 그대 곁에 서겠소.
당신이 쏟아지는 빗줄기로 내려온다면
난 하늘을
우러러 온몸으로 맞이하겠소
당신이 아무런 이유 없이 나를 떠난다면
난 울면서
그대 오기를 한없이 빌겠소.
그러던 어느날 문득,
당신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나타난다면
난 달려가
그대의 다리를 붙잡으리다.
그러다 문득,
그 모든 것이 끝나는 그 날이 된다면
어느날 문득 그러했듯이
그대와 함께 끝나는 날이 되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