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살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야심 차게 도전했지만
실망과 좌절로 끝난 것들이 있을 것이다.
내게 그중 하나가 영어, 구체적으로 영어회화다.
평생 내 삶에 어른거린 애증의 그림자.
중·고등학교에서는 성적 부진으로
대학에서는 말을 못해 취직에 제한을 받아서
취직하고는 자기 계발 차원에서 시도했지만
늘 작심 3일로 끝나 안타까웠다.
그렇게 영어 회화는 자연스럽게 내 삶에서 멀어졌다.
그런데 새삼스럽게 다시 영어를 시작하려 한다.
이젠 영어가 아무런 필요가 없는데 말이다.
나이 들어 뭔가를 새로 시작하는 건
당연히 자기만족이며 자아 성취를 위해서다.
실용성과 기능성이 아닌 그냥 재미다. 한마디로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다.
희한하게도 공부라는 것이 꼭 해야 할 목적이 명확할 때는
그렇게 하기 싫다가도 막상 공부 자체를 즐길 땐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
삶에 도움이 되고 필요할 때는 안 하다가
정작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으니까 하고 싶어진다. 아이러니다.
그래서 의미심장한 목표나 그럴싸한 동기 같은 것은 없다.
하지만 당장 시작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따져봐야 할 게 몇 가지 있다.
과거에 영어 회화 공부를 실패한 이유를 보자.
그때나 지금이나 받아쓰기, 미드, 스크린영어, AFKN, CNN 뉴스 청취, 문장 암송하기 등 공부 소재는 비슷한 것 같다. 목적지는 하난 데 가는 길이 여러 개다.
그땐 어떤 방법이 가장 효율적인지 따지며 우왕좌왕하기 일쑤였다.
무슨 비법인 양 이렇게 했다가 또 저렇게 했다가..
그러다 제풀에 지쳐 포기하기를 반복하고.
언어를 습득한다는 게 하루 이틀에 되는 게 아니다 보니
자기가 선택한 학습 방법에 대한 의심은
그렇지 않아도 힘든 공부를 더욱 힘들게 했다.
확신이 없는 데다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하기 전까진
내가 한 노력에 대한 성과나 결과가 보이는 것도 아니다 보니
조금만 지쳐도 쉽게 포기하기 일쑤였다.
내가 가는 길이 목적지가 확실하다는 믿음이 없다면
그 길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불안하겠는가?
결국 아주 현명하거나 독하게 끈질긴 사람들만이 그 문턱을 넘어갔다.
지금 생각하면 난 너무 의심이 많았고 끈기도 부족했다.
이제는 안다. 문제는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황농문 박사님의 몰입영어에 보면
말은 1,000번 정도 반복을 해야 필요한 순간에
바로 튀어나올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어린아이가 말을 배우듯 듣고 그대로 따라 말하며
생각하지 않아도 바로 나올 수 있도록 반복하는 방법으로 할 생각이다.
받아쓰기나 스크린영어 같은 것은 너무 공부 냄새가 나 싫다.
난 지금 공부하는 게 아니고 취미로 언어를 배우는 것이니까.
다음으로 학습환경의 변화를 따져 보자.
옛날엔 영어공부방법이 다양하지 못했다.
회화를 잘하기 위해서 돈이 있는 사람은 어학연수를 가고
없는 사람은 회화학원엘 다녔다.
그것도 여의치 않은 사람은 유일한 시청각 도구인
회화테이프(테이프라는 걸 요새 친구들은 모를 수도 있다. 본적이 없으니까)를
열심히 듣는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학습자가 사용했던 카세트플레이어(소위 워크맨)는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는 구조상 되풀이해서 듣기가 힘들었다.
플레이했다가 안 들리면 다시 리와인드(되감기)하는 과정을
일일이 버튼을 눌러서 수동으로 조작해야 했으니 말이다.
PLAY→STOP→REWIND→STOP→PLAY(1번 듣기)의 무한반복이다.
이렇게 듣다 보면 얼마 가지 않아 테이프의 필름이 늘어지거나
플레이어가 결딴나고 만다.
그래서 외국어 좀 했다는 사람들은 영어하느라
카세트플레이어 몇 개가 작살 났다라는 말을 자랑스럽게 하곤 했다.
그래서 구간반복기능을 특화한 닥터위콤이라는
어학전용플레이어가 나왔을 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다 꼰대의 옛날이야기다.
이젠 플레이스토어에서 어플을 내려 받아 사용하면 끝이다.
설정만 하면 무한반복부터 10, 20번 등 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
텍스트도 음성 파일로 얼마든지 다운을 받아 사용할 수 있다.
뿐만이 아니다. 유튜브에 들어가면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알려주지 못해
안달복달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수많은 유튜버들이
제각기 비법을 전수해주지 못해 난리다.
과거와 비교하면 외국어 공부에 대한 에너지와 시간을 절반 이하로 줄이고
반대로 성공 확률을 두·세배로 올릴만한 편의성이다.
의미 없지만 그때 이런 학습환경이었다면 난 어쩌면 성공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각설하고,
지금 내 주위는 외국어를 공부할 최적의 환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래도 못한다면 이 세상을 떠날 때 후회할 것 같다.
때가 왔다. 마지막 기회다. 이번 생애에 영어 하나는 끝내고 가자. 그 뿐이다.
열심히 하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