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기억엔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이 있다.

우리가 접하는 정보의 대부분은 단기기억으로 사라지며

중요한 정보로 판단되는 극히 일부의 기억만 수면이라는 과정을 통해

장기기억으로 저장된다.

이것은 한정된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진화의 산물이며

꼭 필요한 정보만 저장하려는 우리 뇌의 불가피한 선택이다.

 

장기기억의 조건은 반복과 강렬한 감정이다.

자주 반복하거나 정보가 입력될 때 강력한 감정을 동반한다면

우리의 뇌는 계속 저장해야 하는 중요한 정보로 인식하고 장기기억에 저장한다. 평생 기억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모든 기억은 당연히 장기기억이다.

말을 하는 건 영원히 기억해야 하기에 당연히 장기기억이다.


장기기억을 다시 나누면 외현기억과 암묵기억으로 나눌 수 있다.

간단히 말하면 외현기억은 머리로 기억하는 것이고

암묵기억은 몸으로 기억하는 것이다.

 

피아노를 치기 위해 배우는 음악이론은 외현기억이고

실제 손가락으로 건반을 쳐서 몸으로 익히는 것은 암묵기억이다.

우리가 피아노 치는 법을 아무리 글로 배워도

실제로 건반을 치는 연습을 하지 않는다면

피아노 연주는 불가능하다.

 

우리는 그동안 언어를 글로 배웠다.

문법을 배우고 독해 방법을 배우고, 다 외현기억이다.

그런데 말은 외현기억이 아닌 암묵기억을 사용한다.

그렇다면 암묵기억은 어떻게 습득하는가?

 

쉬운 것부터 단순 반복하면서 몸으로 익히면 된다.

피아노 건반을 도레미파솔라시도부터 쳐야 한다는 것이다.

언어도 마찬가지다

쉽고 간단한 문장을 반복적으로 듣고 말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아이들은 언어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도 이렇게 암묵기억으로 말을 배운다.

 

암묵기억은 의식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나오는 것이다.

우리가 몸으로 하는 모든 것들이 암묵기억이다.

우리가 운전을 처음 배울 땐 의식하며 운전한다. 외현기억이다.

멈추기 위해서는 왼쪽의 브레이크를 밟고 

가기 위해서는 오른쪽의 악셀을 밟는다.

왼쪽 차선으로 변경하기 위해 왼쪽 깝박이를 켜고...

그렇게 머릿속으로 의식하며 땀을 뻘뻘 흘리며 운전하는 게 

얼마나 힘들었던가?

 

그러다 초보운전 딱지를 떼면 운전기술이 외현기억에서 

암묵기억으로 전환된다.

우리 몸이 기억하는 것이다. 이젠 운전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

자동으로 몸이 알아서 움직인다.

옆 사람과 이야기하고 전화 통화하며 심지어 졸면서도 운전을 한다.

갑자기 차가 나타나면 일부러 명령하지 않아도 발이 알아서 급제동을 건다.

바로 암묵기억이다.

 

말도 이렇게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운전은 간단한 기능이기에 짧은 시간에 암묵기억이 형성되지만

언어는 복잡하기에 암묵기억에 도달하는 기간이 길 뿐이다.

 

다시 말하면 영어를 공부하면 처음엔 단기기억으로 저장되었다가

반복 학습하면 장기기억의 외현기억으로 옮겨졌다가

상당한 기간 동안 완전히 몸에 밸 정도로 숙달되면 암묵기억으로 저장된다.

 

결국 언어를 습득한다는 것은 장기기억에, 암묵기억으로 저장한다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정리한다면 언어를 배우는 것도 시간문제일 뿐이다.

다만 좀 더 효과적인 방법을 통하여 암묵기억이 될 수 있는 기간을 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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