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없던 세상 - 당신이 만날 미래의 業
이민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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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상은 눈이 휙 휙 돌아가도록 급변하고 있다. 이 시간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세계는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따라가야 하는지 아니면 버텨야 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도록 요동치고 있다. 인터넷시대에 겨우 적응하자마자 스마트폰시대는 도래하고 말았다.

 

‘소셜미디어’라는 새로운 세상을 만든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 난 장난감 취급했다. 아이들이나 갖고 놀 물건으로 생각했다. 다 큰 어른들이 그 조그만 물건을 쥐락펴락하며 시선을 쳐 박고 있는 모습이 보편화된 일상이 될 줄 몰랐다. 지금 이순간 우리는 카톡으로 이야기하고 인터넷에 접속하여 뉴스를 보고, 게임과 금융거래를 하며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소통하는 실시간 정보 공유의 전 지구적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인류가 천지창조 후 문명이란 것을 세운 이래 이처럼 어마어마한 사건이 일어난 적이 있었던가?

 

이 물건이 단순히 편리한 기계로 끝나지 않는 것은 그 것이 갖고 있는 변화의 힘 때문이다. 휴대폰에 인터넷을 단 단순한 기계로만 알았던 스마트폰은 거대한 흐름이 되어 우리 사회 아니 전 세계의 패러다임을 바꿔 버린 것이다.

 

2007년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내놓은‘아이폰’이외에도 진보든 퇴보든, 일부가 아닌 전 지구적인 변화를 일으키며 인류의 역사를 뒤바꾼 신기술이 2가지 더 있으니,

바로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과 헨리 포드의 포디즘이다.

 

제임스와트의 증기기관은 모든 도구의 동력화를 야기하며 현대산업사회의 포문을 열었다. 헨리포드는 테일러의 표준화, 분업화와 컨베이어 시스템을 묶은‘포디즘’이라는 생산방식을 만들어 공장 대량생산의 선구자가 되었다.

 

불과 100여년 전인 19C 말까지 인간은 지금과 같은 개념의‘직업과 직장’이 없었다. 자신의 끼니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일을 할 뿐이었다. 그것도 소수의 상인, 장인을 빼고 나면 대부분 농민이었다. 자영농이냐 소작농이냐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그러나, 20C가 되고 헨리포드가 포디즘으로 무장한 공장을 세우면서 최초로 대규모 고용이 발생했고 자동차에 연관된 철강, 석유, 금융 산업이 동반 성장하면서 현재와 같은‘고용사회’가 나타난 것이다. 우리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있었던 것처럼 보였던 월급쟁이 생활이 사실은 불과 100여년의 역사 밖에 안 되는 것이니, 인류의 기나긴 역사에 비추어 볼 때 찰나의 순간인 것이다.

 

미국은 20세기 내내 고용사회의 안정된 풍요로움을 누렸다. 독과점의 대기업은 국가의 조력을 받으며 성장했고, 노동자는‘정년퇴직’을 보장받으며 안정적인 생활을 누렸다. 회사와 노동자의 꿈같은 생활은 21C 말부터 삐걱대기 시작했으니, 새로운 사회의 변화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풍요로운 시대의 막을 내린 것은 다음 3가지다.

 

첫 번째, 신기술의 발명

두 번째, 개도국의 약진

세 번째, 월마트 같은 대형할인유통회사의 출현

 

자동화나 무인화의 동의어인 신기술은 당연히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게 만들었고, 한국, 일본과 같은 신생 개도국의 값싼 물건은 당연히 원가절감의 요인이 되었으며, 대형할인유통회사의 제조업 장악은 마찬가지로 원가절감의 유혹을 일으켰다.

결국, 회사는 오랜 동지적 관계를 깨고 경영합리화란 이름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수많은 노동자는 거리로 내몰렸다.

 

우리나라 역시 똑 같은 전철을 밟았으니, 기간만 짧을 뿐이다. 해방이후 박정희에 의해 농업국가에서 산업국가로 변신해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룩했지만 똑 같은 이유로 똑 같은 결과가 이어졌다. 우리 사회가 오늘날처럼 고용불안에 시달린 이유가 단지 IMF외환위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너무 순진한 생각인 것이다. 이미 그전부터 우리 역시 그러한 길을 갈 준비가 된 상태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는 고용사회의 종말에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가?

이 책은 이 지점에서 멈추고 만다. 전반부의 세계 분석이 신선했기에 나름 후반부의 대책에 잔뜩 기대를 했는데 특별한 것이 없어 실망했다.

 

스티브 잡스 같은 CEO들의 특별한 이야기들이 계속 나온다. 하지만 우리 모두 그런 사람들처럼 생각하고 행동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런 출중한 인물들은 고용사회가 유지되든지 말든지 상관없이 성공할 수 있으니까.

 

중요한 건 우리 같은 보통사람들이 급변하는 세상의 흐름을 어떻게 타야 되는 가다. 사실 나는 그다지 상관없다. 어차피 고용사회의 단물을 빨아 먹을 만큼 먹었으니까. 문제는 내 자식들의 생계다.

 

용두사미로 끝나 버린 책을 덮고 미래의 사회를 떠올려 보지만 저자의 말처럼 너무 오랫동안 고용사회의 그늘에서 안온한 삶을 살아온지라 뼛속 깊이 새겨진 샐러리맨의 껍질을 벗을 길이 없다. 공부하고 직장에 들어가 결혼하고 퇴직금이나 연금 계산하고.......

 

이런 저런 미래 예측서들을 보노라면 분명 내가 죽기 전에 산업자본주의의 종말을 보게 될 것 같은데 우리 애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걱정이 된다. 취직이 되고 안 되고의 문제를 훨씬 뛰어 넘는 중요한 기류가 우리 주위를 세차게 흐르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눈치 채지 못하고 지엽적인 문제에만 매달려 있다.

 

새롭고도 두려운 세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누군가에는 엄청난 기회가 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과거의 역사가 말하듯이 고통스러운 시간이 될 것 같은 불길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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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5-10-22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으로 디스토피아는 안 되길 막연하게 기도합니다.

책을베고자는남자 2015-10-22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어릴적부터 가끔식 들었던 말이 생각나네요. ˝좋은 시절 다 갔다.˝ 그래도 살다 보면 또 좋은 시절이 오곤했죠. 앞으로도 그러길 바랄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