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건우네 축구클럽을 지도하시는 코치선생님이 다른 학교클럽이랑 화요일 저녁에 그쪽 학교에서 축구시합을 할 예정이라고 통보해왔다.
다른학교와의 시합이라니 건우는 진작부터 흥분을 해가며 친구들을 불러모아 작전을 짜고 연습을 했고 지난주말엔 축구양말과 무릎보호대까지 새로이 마련을 해주어야 했다.
축구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녀석이 한주를 얼마나 들떠 기다리던지...
급기야 월요일 아침에는 제 아빠와 나 연우에게도 각각 메일을 보내 열심히 운동장에 나와 응원을 해 달란다.
하는 기세로 봐서는 월드컵이 따로 없다.
결국 매일 가던 택견을 건우와 연우 둘다 빼먹고 온 가족이 인연도 별로 없는 남의 동네 초등학교에 초저녁부터 부리나케 달려갔다.
시합을 하는 아이들이 먹을 간식과 물, 물수건을 좀 챙기고 연우가 심심하면 읽을 책이랑 후래쉬등을 챙기니 가방이 불룩했다.
건우를 아이들끼리 먼저보내고 뒤이어 연우와 애들아빠와 내가 학교에 도착하니 곧이어 막 시합이 시작된다.
역시 홈그라운드인지라 부모들이 대부분 응원을 나오고 선후배들에 후보군까지 있는 그쪽은 벌써 소리부터 달라보였다.
부모들 대여섯에 제멋대로 흙장난에 열중인 두세명의 꼬마들이 전부인 우리쪽은 좀 기가 죽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저쪽편의 한둘 제법 공을 잘 차는 아이가 우리쪽 골문으로 치고 들어오자 주눅들어 있던 우리팀의 엄마들이 엄마 특유의 괴력으로 응원을 펼쳤다.
왠지 소심해 보이는 우리 아이들이 엄마들 목소리에 어둑해지는 운동장에서 쑥스럽게 웃었다.
대부분 실력이 고만고만해보였지만 저쪽의 한둘은 제법 실력이 돋보였다.
그러나 웬걸 건우가 친구의 어시스트를 받아 첫골을 넣었고, 우리쪽 아이들은 보기에도 흐믓하게 서로 얼마나 호흡을 잘 맞추며 서로를 북돋아 주던지...
결국 시합은 실력은 좀더 나아보였지만 개인적인 욕심을 조절하지 못한 저쪽팀을 일방적인 스코어인 5대1로 마무리 지었다.
그쪽의 에이스로 보였던 아이는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아이들은 많이 어두워져서 시합을 끝맺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양쪽 부모들에게 모두 깍듯이 인사를 하고 간식을 나누어 먹은후 헤어졌다.
밤새 건우는 자기팀의 아이들이 나누어 맡았던 역할을 침을 튀기며 설명을 하고,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지면 지는대로 배울것이 많았겠지만, 이기니 기분이 하늘을 나는 모양이었다.
아이들은 이렇게 게임을 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