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부쩍 건우는 제 동생을 샘낸다.

주위 어른들이 연우에 대해 칭찬하는 것이라도 들을라치면 기어이 토를 달며 연우흉을 보려고 한다.

학교에선 선생님들사이에선 너그럽고 어른스럽다고, 친구들사이에선 믿음직한 친구로 통하는 아이인데 어찌 제동생일이라면 그리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리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고 연우가 이기적이거나 오빠에게 대드는 아이도 아니고 제나이에 비해 유난히 조숙하고 남에 대해 배려가 많은 아이인데 말이다.

 

요즘들어 건우의 연우에 대한 잔소리가 지나치다 싶어 몇번을 나무랐는데도 도통 줄어드는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어제아침에는 이른아침부터 사소한 말다툼을 벌이는 두녀석을 앉혀놓고 살살 얘기를 나누었다.

나: 건우야, 방학동안에는 너와 연우 둘만 있는 시간이 제법되는데 동생과 너만 있을땐 네가 연우의 보호자가 되는거거든. 그럼 연우에게 어떻게 해야 연우가 네말을 잘 받아들이게 될까?

건우: 연우는 왜 엄마아빠말은 잘 들으면서 내말은 안들어요? 전 그게 굉장히 속상해요..

나: 엄마가 네게 잘못을 지적할때 화를 내며 말하면 네가 잘못했어도 계속 화가 나지 않든? 엄마도 너희를 혼낼때 화내면서 혼내고 나면 너희가 말을 안들어서 참 속상했어... 근데 내가 건우하고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니 엄마가 다정하게 말해줘도 다 알텐데 싶더구나...연우도 네가 혼낼때 네말이 맞아도 자존심이 상하지 않을까?...

건우: 그렇긴 하지만...

나: 그리고 연우야, 너랑 오빠랑 둘만 있을땐 오빠가 보호자야. 오빠말 잘 듣고, 오빠가 너보다 더 아는게 많을테니 오빠생각을 한번씩 더 물어보구...

연우: 네...

오빠에 대한 기대반 우려반의 표정이 연우의 조숙한 표정위에 떠올랐다.

 

그리고 택견을 마치고 밤늦게 돌아온 건우가 연우목욕을 제가 시켜주겠다는 것이다.

아침에 들은 말도 있고 오빠노릇을 해보겠다는 표정인데 둘이 똑같은 사내녀석도 아니고 조금은 난감하였다. 그래도 차마 뭐라 할수 없어 그러라고 하였더니 연우가 영 떨떠름한 표정으로 목욕탕으로 들어갔다.

씻겨준다고 잔소리를 하는 건우와 가끔씩 대꾸를 하는 연우의 목소리가 영불안했는지 애들아빠도 자꾸 내게 눈치를 주었다.

좀 있으니 건우가 제 동생머리에 샴푸를 잔뜩 묻혀놓고 등판에 비누칠을 해놓은채 불렀다.

건우: 엄마, 제가 비누칠은 마쳤거든요..마무리는 엄마가 해주세요...

나: 우리 아들 이마에 땀났네...고생했다..

그러고는 서둘러 씻기다만 연우를 씻기는데 연우가 새침한 표정으로 말했다.

연우: 저에게도 고생했다 연우야 하고 말해주세요. 나도 오빠가 씻어주는거 불평안하고 참았단 말이예요...

두녀석 키우는게 만만치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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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7 2006-07-27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성이다른 두아이 키우시기 힘들지요? 저두 그렇답니다..어찌 그리 성향도 다른지..그래도 연우가 조숙해 오빠를 좀 이해해주나봐요..남자아이들이 커가며서 점점 자신의 감정을 다른사람이 알아채주길 원하는것 같아요.괜히 시비붙어보고 싶고 자신이 우쭐해보고싶고 울아이가 요즘 그렇거든요..좀 너그러워지면 좋으련만...그래도 건우는 멋진대요.노력해보려구 하잖아요..엄마의 충고를 잘 새겨듣는 아이들이네요..이뻐요^^

또또유스또 2006-07-27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모두 다 고생했습니다 ㅋㅋㅋ 아이구 이거 웃으면 안되는데 아이구..웃음을 참을수가 없네요..
저도 웃음 참느라 고생했다 칭찬해 주세요... 흡~~

물만두 2006-07-27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남매가 정말 예뻐요^^

아영엄마 2006-07-27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쿡쿡.. 그럼요. 칭찬은 같이 해주셔야죠~~(샴푸칠 한 채로 참고 있었는디~ ^^) 전에 둘이 씻기고 나면 녹초되고 그랬는데 요즘은 좀 컸다고 둘이 씼어서-행구는 건 하직 해줘야 안심이 되지만요- 훨씬 편해졌어요. 후후~

전호인 2006-07-27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아이들이라 샘이 나게 마련이겠지여. 칭찬은 서로 같이 꾸중은 혼자 있을 때.....

건우와 연우 2006-07-27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터님/ 포터님도 남매시지요... 장난이 아니지요....특히 위로 오빠면 더 힘들다고 하더라구요 저희집처럼요...ㅠ.ㅠ
또또님/ 이제 다 웃으셨나요...^^ 뭐 저도 열두번은 화냈다 웃었다 하는걸요 뭐 흥~
물만두님/ 그래도 싸울땐 쥐어박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걸요. 애둘키우다 홧병날것 같다구요..ㅠ.ㅠ
아영엄마님/ 아영이랑 혜영이랑은 그래도 참 다정할것 같더만요...
전호인님/그러게요...그래야하는데 잘 못참고 한번씩 애나 어른이나 똑같아진답니다...^^
나침반님/ 장학금기념 파티장소는 정해지셨나요..^^
나침반님은 마음이 다정해서 나중에 좋은 어른이 되실꺼야요...^^

춤추는인생. 2006-07-27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너무 귀여워요. ^^
실은 저도 하나있는 남동생 부모님이 칭찬할때 있는 손톱만큼의 흉이라도 잡으려고 노력한 기억이 있네요.
때로는 질투도 하고. 싸우기도 하고. 그러면서 크는것 같아요.^^
너무 보기 좋습니다.^^ 연우어머니의 다정한 목소리도 제게는 들려와요ㅎㅎ

치유 2006-07-27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큭큭큭..큰소리로 못 웃고 숨죽이며 웃어요..너무 귀여워요..건우도 그렇고 연우도 그렇고..못미더워도 몸을 맡기고 있는 연우도 귀엽고..동생 씻기겠다고 거품 샴푸하는 건우도 그렇고..ㅋㅋ참아준 연우도 땀흘려가며 샴푸해준 건우도 칭찬합니다..저도 칭찬하고 싶어요..ㅋㅋㅋ웃음 참느라고 배 아파..ㅋㅋ목욕탕의 풍경에 결국엔 폭소..하하하~~!
아참..아이들은 서로를 샘내하며 크던걸요..뭐..저도 크면서 그랬구요..^^&그러면서 또 둘이서만 있어봐요..얼마나 잘 챙긴다구요..연우와 건우도 누구보다 다정한 남매잖아요..염려마세요..^^&
저는 요..님의 글을 보면 참 다정하게 잘 다독거리며 키우신다는 생각을 늘 해요..부럽사와요..^^&
님의 그 차근 차근 조리 있는 말 재주가요..그리고 곧바로수긍하며 이해잘 하는 님의 아들 딸들의 지혜로움도..

또또유스또 2006-07-28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1378

ㅎㅎㅎㅎㅎ

자꾸만 웃음이...

오늘 기분 우울한 일도 있었는데 님 덕분에 많이 웃어요...

님도 즐거운 하루 보내셨지요?

저 물러가며  밤인사 올려요....


2006-07-28 0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우와 연우 2006-07-28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님/ 싸우면서 정도 들고 그러겠지만 기다리기가 조마조마하다니까요..^^
배꽃님/ 가끔은 둘이 개와 고양이 같다니까요...사실 생각해보면 저도 웃기긴해요..^^
또또님/ 아직도 웃고 계신가요? 님이 자꾸 웃으시니 저까지 숨어서 몰래 웃잖아요...^^
속삭이신님/ 제가 어찌 님을 따라가겠어요... 님서재에 여기저기 배어있는 다정다감함이 님을 그대로 보여주는걸요...

2006-07-28 2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7-29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 연우 남매 얼굴이 보고싶어요. 님의 글을 읽으면...^^

건우와 연우 2006-07-31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조만간 사진올리는법을 익히면 올려볼께요..^^
속삭이신님 별말씀을...^^

씩씩하니 2006-07-31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여운 녀석들의 목욕탕 추억만들기가 웃음을 선물하네요..
저희 첫째도 은근 잔소리 많이 하는대 둘째에게...ㅋㅋ
너무나 이쁘게 엄마 말을 수용해주는 연우와 건우땜에 제 맘이 방실방실 흐뭇해졌어요...
이래서 자식 키우는거죠,뭐 그쵸???

건우와 연우 2006-08-01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씩씩하니님 그 분위기있는 딸도 잔소리를 한단 말입니까...@.@
님은 아이들과 친구같이 너무 잘어울려보여요...^^

내이름은김삼순 2006-08-02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하시는 건우와 연우님~^^ 그래도 두 남매 바라보면 흐믓하시죠?^^
밤이 깊었는데도,,이넘의 더위는 식을 줄 몰라요,,ㅠ 님 더위 먹지 마세요,,절대로^^

건우와 연우 2006-08-02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위에 조카들하고 놀아주느라 많이 힘들지 않으신가요?
삼순님이 알라딘에 돌아와 서재가 한결 상큼해진것 같아요..^^
님도 건강조심하세요...^^

반딧불,, 2006-08-07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딱 우리집 풍경입니다. 정겹네요...
이제사 알은척합니다. 어찌하다보니 놓쳐서..^^;

건우와 연우 2006-08-08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 별말씀을요...^^
님의 서재를 살금살금 드나들며 책소개도 보고 다른 글도 보면서 제가 얼마나 즐거웠는데요. 이렇게 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