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은 처음이야!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107
이루리 지음, 김현성 그림 / 북극곰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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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학부모가 되는 친구가 전화가 왔다. “학부모 선배님. 학교 갈 때 이것만은 꼭! 준비해라! 뭐 있을까?” 하고 말이다. 친구는 뭔가 학구적인 대답을 원했나 모르겠지만, 나의 대답은 “젓가락질과 매운 것을 먹는 입이오”라고 대답했다. 이것은 정말 내가 뼈저리게 느낀 엄청난 “문제”였기 때문이다. 작년 이맘때 책가방도 사고, 문구도 사고, 학교생활에 대해 엄청난 교육을 했는데, 내 잔소리와 걱정이 우스울 정도로 아이는 학교생활을 척척 적응하더라. 아마 이것은 우리 집 뿐 아니라 모든 집에서 느낄 터. 정작 나의 걱정이 늘어졌던 것은 “급식”이었다. 어른용 젓가락질을 가르치지 않았던 탓에 아이는 원시인처럼 “창”권법으로 반찬을 집어 먹거나, 숟가락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했고, 유치원보다 매워진 반찬 덕에 맨밥을 먹고 오기 일쑤였던 것. 

 

그래서 작년 3월, 우리 아이는 젓가락 특훈을 시작했다. 젓가락질 잘 못 해도 밥만 잘 먹는다는 건 “뻥!”이었다. 젓가락질을 못 하면 엄마는 안주는 소시지도 못 먹고, 콩장도 못 먹고, 매운 김치도 찢을 수 없다. 그렇게 젓가락은 우리 아이에게 배고픔과 좌절과 슬픔을 다 가르쳤다. 지금은 잘하냐고? 웃픈 말이지만, 여전히 이상한 젓가락질을 하지만 이상하게도 잘 먹는다. 맞다. 지나고 보니 젓가락질을 잘 못 해도 밥만 잘 먹는다. 생각해보면 사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다. 무엇이든 처음 배울 때는 진땀을 빼고 세상이 무너질 듯 걱정하지만, 막상 익숙해지면 쉬워지지 않나.

 

이루리 작가님의 신간, 『젓가락은 처음이야』는 그런 처음의 서툴고 설레는 감정을 잘 캐치한 그림책이다. 곰은 잘하지도 못하면서도 꼭 젓가락으로 뭔가 먹고 싶어 조바심을 낸다. 혼자 젓가락을 연습하고자 토마토를 들고 달아나기도 하고, 친구에게 고민 상담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애쓰다 문득, 손으로 마구 집어 먹어도 괜찮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곰이 결국에는 젓가락질을 했는지 아닌지는 나오지 않지만, 두려움을 떨쳐낸 것만으로도 무척 기특하지 않나. 아이와 이 책을 읽으며 우리 아이가 처음 젓가락질을 하던 때가 떠올라 깔깔 웃을 수 있었다. “맞아, 젓가락질 못 해도 숟가락으로 막 퍼먹으면 돼”라는 우리 꼬마의 얼굴을 보며 실패에도 상처받지 않고 웃을 수 있는 아이라 기쁘다는 생각을 했다. 

 

『젓가락은 처음이야』는 그런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젓가락질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 고민하고 노력하는 모습에서 우리 아이들을 엿볼 수 있고, 포크로 먹어도 괜찮다는 오리의 모습에 엄마의 마음을 담아본다. 물론 살면서 어려운 것을 수시로 포기할 수는 없겠지만, 조금은 더디게 배워도 된다고, 더디게 커도 된다고 응원하며 기다리는 엄마는 해줄 수 있지 않을까?

 

꼭 젓가락이 아니라도 좋다. 매일 시작이고 도전인 아이와 이 책을 읽으며, 곰의 마음이 되어보기도 하고, 오리의 마음이 되어보기도 하자. 때론 토마토를 그럴듯하게 잡아내는 성공을 누리기도 하고, 마음만 앞서 토마토를 놓쳐버리기도 하겠지. 하지만 늘 같은 마음으로 그렇게 도전하는 아이들을 응원하고, 격려해주면 어떨까? 생각해봐라. 한때 우리 아이들은 똥만 잘 싸도 박수를 받던 아이들이었다. 그때의 마음은 똑같으니, 젓가락질만 잘해도, 책가방만 잘 싸도, 학교만 잘 가도, 응원하고 격려하다 보면 언젠간 무엇이든 자신감 있게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이 세상 모든 아이의 시작을, 처음을 응원하는 눈부신 그림책, 『젓가락은 처음이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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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내복야코 맞춤법 절대 안 틀리는 책 1
오차(이영아) 그림, 박종은 글, 샌드박스 네트워크 감수, 빨간내복야코 원작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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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다짐

1. 새해에는 살이 좀 빠지길 바래요

2. 운동 좀 할께

3. 엄마 역활 잘하기

4. 집과 일 안밖으로 잘 챙기기

5. 얼굴에 배게 자국 안나게 탄력 관리하기 

 

 

마곰이의 새해 다짐에는 몇 개의 “틀린 맞춤법”이 있을까? 만약 몇 개가 틀렸는지 감이 오지 않는다면, 자 지금부터 『맞춤법 절대 안 틀리는 책』으로 공부를 시작해보자. 솔직히 말해 맞춤법은 참 어렵다. 아니, '한글'은 쉽고 '한국어'는 어렵다고 말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어렵다고 모르고 넘어가도 될까? 그럴 수 없지 않나. 자, 빨간내복야코와 함께 맞춤법을 신나게 배울 수 있는 책, 『맞춤법 절대 안 틀리는 책』과 함께 온 가족이 맞춤법 천재가 되어보자. 

 

사실 엄마는 몰랐지만, 우리 꼬마는 『맞춤법 절대 안 틀리는 책』을 보자마자 빨간 내복 야코를 안다고 말하더라. 초등학생 사이에서 그렇게 인기 있는 캐릭터라고. 그래서일까. 아이는 책을 보자마자 그 자리에 앉아서 책을 읽었고, 평소 자신이 잘못 사용했던 것들을 척척 눈치챘다. 기억하기 위해 종이에 써보기도 하고, 반복해서 읽으며 자연스럽게 배우기도 하는 아이를 보며, 역시 아이들 책은 일단 재미있어야 하는가? 생각했더랬다. 한참 후에야 (아이가 실컷 읽은 후에야) 겨우 손에 넣은 『맞춤법 절대 안 틀리는 책』을 읽어보니 왜 이렇게 재밌어? 엄마도 너무 재밌잖아? 맞춤법을 이렇게 재미있게 알려줄 수 있는 작가님의 재주가 탐이 난다. 

 

빨간내복야코 『맞춤법 절대 안 틀리는 책』의 첫 번째 매력!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들로 내용 자체가 무척 재미있다. 위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아이들 책은 일단 재미가 있어야 손이 간다. 그 점에서 야코는 일단 생긴 것부터 재미있고, 익살넘치는 표현들이 가득하다. 표정은 또 왜 이렇게 재밌어. 아이는 야코의 표정까지 따라 그려보며 이 책을 야무지게 즐기는 중이다. 

 

『맞춤법 절대 안 틀리는 책』의 두 번째 매력! 60여 가지의 맞춤법을 알차게도 담아놨다. 어른도 헷갈리는 '되'와 '돼'부터 '비추다'와 '비치다', '베개'와 '배게'등의 단어를 만날 수 있을 뿐 아니라 공포로 느껴졌던 '일해라절해라', '고정간염', '시험시험하다'등의 어휘도 만날 수 있다. 

 

『맞춤법 절대 안 틀리는 책』의 세번째 매력! 재미있는 카툰과 알찬 설명이 적절한 비율로 잘 구성되어 있다. 아이의 욕구대로 만화도 즐기고, 엄마의 욕구대로 이론도 즐길 수 있다는 말씀! 그뿐 아니라 누적조회 수 500만 뷰에 달하는 야코 맞춤법노래도 수록되어 있어 즐거움과 배울 거리가 공존한다. 

 

맞춤법은 헷갈리기 쉽고, 표준어는 변하기에 우리가 한국어를 잘 이해하려면 결국 부지런히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이렇게 재미있는 맞춤법 책은 언제나 반가울 수밖에! 아이들에게 즐거움과 지식을 동시에 줄 수 있는 책, 『맞춤법 절대 안 틀리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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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하루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106
박밀 지음 / 북극곰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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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인가 여수로 가족여행을 간 일이 있다. 숙소도 너무 좋고 가는 곳마다 너무 아름다워 몸과 눈이 호강했다. 하지만 어른들이 식당을 제대로 고르지 못한 탓에 어른들은 수십 가지의 젓갈과 회 등으로 배 불리 먹고, 꼬마는 가는 곳마다 맨밥에 김을 싸 먹어야 했다. 그래서 나는 여수여행이 늘 아이에게 미안함으로 남아있었다. 그런데 우리 아이는 여행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여수에 또 가고 싶다”라고 하더라. 꼬마 기차들도 너무 재미있었고, 반찬도 맛있었고, 숙소도 너무 좋았다고. 그럴 때마다 “행복”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고, 마음먹기에 달렸음을 깨닫곤 했다. 

 

북극곰의 신간, 『완벽한 하루』를 읽으며 그 깨달음이 떠올라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완벽한 하루』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인지 생각하게 만든 깊은 그림책, 박 밀 작가님의 『완벽한 하루』를 소개한다. 

 

우리의 주인공 그렁이는 오늘의 할 일을 계획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나도 일정표와 TO DO LIST를 무척이나 부지런히 챙기는 사람이라 그렁이의 모습에서 웃음이 피식 났다. 『완벽한 하루』를 보내기 위해 꼼꼼히 하루 계획을 세우지만, “가는 날이 장날”인 것일까. 그렁이의 계획과는 달리 계획과 달리 버스를 놓치고, 우산을 챙긴 것과는 전혀 다르게 햇살이 쨍쨍했다. 그뿐인가. 케이크는 품절에 떡볶이집은 정기휴일까지! 우리 그렁이의 하루는 온통 “뜻하지 않게”, “생각과 달리”로 가득한 날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 책은 『완벽한 하루』 아닌가! 마음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뜻하지 않은 하루만 보여줄 리 없지. 우리의 그렁이는 버스를 놓친 덕분에 운동 삼아 걸으며 건강을 챙겼고, 우산 덕분에 뜨거운 햇빛을 가릴 수 있었다. 케이크 대신 구매한 모자는 너무 멋졌고, 떡볶이 대신 먹게 된 김치전은 왜 이렇게 맛있는 거야. 김치전이 더욱 맛있어지라고 비까지 내려주니, 뭐야 이거야말로 진정한 『완벽한 하루』 아닌가! 이 책을 읽는 내내 계획한 대로 되지 않는 하루도 마음먹기에 따라 행복할 수 있음을, 때로는 뜻하지 않은 것 사이에서 새로운 행복과 기쁨을 발견하게 됨을 배울 수 있었다. 『완벽한 하루』를 읽으며 아이도 나도 온 마음이 따끈따끈해졌다. 

 

아이와 뜻하지는 않았지만, 행복했던 기억을 더듬어보며, 우리가 지나온 많은 날이 모두 눈부시게 소중함을 깨달았고, 앞으로도 생각지 못한 변수를 만날 때에 짜증이나 슬픔이 아닌 설렘과 행복으로 바라볼 눈을 가지길 바라게 되었다. 

 

『완벽한 하루』는 내용만으로도 깨달음과 생각이 많아지지만, 일러스트 역시 “완벽한 하모니”를 이룬다. 표지에서부터 마치 문구점에서 산 장난감처럼 플라스틱판을 벗어난 그렁이가 우리를 향해 웃고 있는데, 표지를 포함한 거의 모든 페이지가 심플한 일러스트와 단조로운 색 사용으로 책이 전하는 메시지를 더욱 강렬하게 만들어주는 듯하다. 그러면서도 표정은 무척 다채로이 변화기 때문에 그렁이의 심리에 대해, 상황에 대처하는 그렁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 

 

『완벽한 하루』를 읽으며 그렁이가 이럴 때 어떤 기분일지, 만약 우리가 이런 상황을 만난다면 어떤 마음일지에 대해 이야기해보았다.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의 하루가 더욱 소중하게 반짝임을 깨달았는데, 아이의 나이나 성장에 따라 대화의 내용도 달라지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완벽한 하루』는 아마 오래오래 우리의 대화 고리가 되고, 마음을 다독이는 위로라 되리라 생각했다. 또 행복한 하루는 완벽하지만, 완벽한 하루는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기억하고, 『행복한 하루』를 만들도록 노력하리라 다짐했다. 

 

당신의 오늘은 『완벽한 하루』였는가. 아니, 『행복한 하루』 였는가. 부디 당신의 매일매일이 『행복한 하루』이길 바라며- 지혜와 여유가 가득한 힐링그림책, 『완벽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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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섬에서 생긴 일
홍미령 지음, 최서경 그림 / 고래책빵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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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 글자로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까? 물론 가능은 하겠지만 무척이나 어려운 일일 것이다. 일기나 독서감상문도 '쓰기'로 쳐준다면, 어느새 30년째 무엇인가를 쓰며 생각하는 것은 “짧고 굵은 한 줄”이 한 페이지 쓰기보다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어려운 것을 그림책 『모자 섬에서 생긴 일』이 해냈다. 한 페이지에 한 글자. 심지어 “아야어여오요우유~”, “가나다라마바사~”로. 

 

그 재주에 질투가 나는 완벽한 그림책, 『모자 섬에서 생긴 일』을 소개한다. 

 

『모자 섬에서 생긴 일』은 한글의 기본구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책이기에, 이제 막 말을 시작하고 한글놀이를 하는 꼬꼬마부터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림의 숨은 '뉘앙스'를 찾는 묘미를 아는 어른까지 두루두루 즐길 수 있는 그림책이란 생각이 든다.

 

먼저 『모자 섬에서 생긴 일』은 일러스트가 무척이나 사랑스럽다. 오동통 볼살에 덥수룩한 머리, 곰돌이 푸 옷을 뺏은 듯한 착장을 한 돼지와 보기만 해도 장난기 넘치는 청록색 원숭이가 나란히 독자를 맞이한다. 그들을 따라 그림책 속으로 들어가면 속표지에서부터 등장하는 “아야어여오요우유~”를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안에 어떤 내용이 들어있을지 생각해보기도 하고, 진짜 모자처럼 생긴 모자 섬의 약도(?)를 통해 어떤 모험이 펼쳐질지를 상상하는 재미도 있다. 아이와 이 책을 읽으신다면 아이가 다음 이야기를 상상해볼 수 있도록 속표지도 충분히 바라보시면 좋겠다. 

 

『모자 섬에서 생긴 일』이 더욱 완성도 높게 느껴지는 것은 정말 군더더기가 없다는 것. 배경도 크게 없고, 글씨도 없다. 조연이 군데군데 등장하기는 하나, 텅빈 배경에 주인공들만 등장하는 페이지도 무척 많다. 그런데 그것이 허전함으로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완전한 몰입을 위한 비움처럼 느껴진다. 한 페이지에 한 글자, 어떤 페이지는 아예 아무 글씨도 없지만, 『모자섬에서 생긴 일』은 한 페이지페이지 많은 이야기를 가득 담은 느낌이다. 배경이 없는 대신, 주인동들의 표정변화나 시선의 이동을 통해 독자들을 더욱 책속으로 끌어당긴다. 그래서 이 책은 할 수 있는 한 느리게, 천천히 감상하셨으면 좋겠다. 

 

장점이 너무 많지만, 그래도 『모자섬에서 생긴 일』의 가장 큰 매력은 “읽는 사람마다 달리지는 한글자의 매력”이다. 딱 한개의 글자로 이렇게 이야기를 이어가는 자체가 너무 재미있는데, 이것을 읽는 사람의 환경이나 배경에 따라 그 글씨가 주는 느낌이 다르다. 그래서 이 책은 이제 막 한글을 배우기 시작하는 아이들에게도, 그림책 속의 숨은 이야기를 찾아낼 수 있는 어른에게도 보석같은 그림책이라 되리라 확신한다.  

 

읽은 내내, 아니 덮고나서도 그 익살스러운 캐릭터와 기발한 문장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자꾸만 『모자섬에서 생긴 일』을 꺼내보았다. 첫번째 읽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재미를 반복해읽으며 느끼기도 하고, 조금 더 맛있게 읽어보고자 노력하게 되기도 했다. 

 

일러스트부터 내용, 참신함까지 고루 갖춘 완벽한 그림책, 『모자섬에서 생긴 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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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의 어린이 민담집 5 : 지하 마왕과 한량 황석영의 어린이 민담집 5
황석영 지음, 홍원표 그림 / 아이휴먼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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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노총각 로망 모음”이었던 황석영 선생님의 『황석영의 어린이민담집』 4권 우렁각시 편에 이어 『황석영의 어린이민담집』 5권 '지하 마왕과 한량'을 다 읽었다. 벌써 5권째 읽는 『황석영의 어린이민담집』인데, 평소보다 더디 읽은 이유는 우리 아이에게 이 민담은 다소 낯선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민담의 매력은 더욱 진하게 느끼게 된 터라, 이번에는 리뷰도 리뷰지만 민담의 매력을 소문내보고자 한다. 

 

1. 다정한 말투로 들려주는 이야기는 아이에게 상상력과 교감, 친밀감 등 수많은 감정을 느끼게 한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아이들이 하는 말, “재미있는 이야기 해주세요”는 변하지 않는다. 우리집에서도 예외는 아니기에, 유치원과 학교를 오가는 길은 늘 아이와 “한 문장 이야기”를 만들며 걸어 다녔다. 그뿐인가, 잠들기 전에는 “엄마의 잠자리 동화”를 무려 7년째 연재 중! 탄탄하지도 않은 엄마표 이야기를 이렇게 좋아하는 것을 보면 이야기에서 느끼는 감정이 얼마나 긍정적인지를 깨닫게 한다. 이 친밀감 넘치는 '우리 집 표 이야기'에 가장 가까운 맥락이 민담이 아닐까 생각한다. (많은 집에서 수없이 복사하고 재창조하는 문학이기도 하고) 그래서일까, 민담 자체가 주는 푸근함과 친밀감을 느끼고 여러 장면을 상상하며 창의력을 향상하기도 한다. 『황석영의 어린이민담집』 5권을 읽으면서도 한량을 응원하고, 지혜를 내보기도 하며 아이는 또 한 뼘 자라났다. 

 

2. 타고난 이야기꾼의 나라, 대한민국! 

사실 우리 선조들은 대부분이 이야기꾼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책과 활자가 그렇게 발달할 수 있었을까? 그 피를 이어받은 황석영 선생님께서 무척이나 흥미진진하고 유기적인 이야기로 재미를 가득 준다. 우리 아이들 역시 이야기꾼의 핏줄을 타고 태어났는데, '기록으로 남기기'를 좋아하는 교육의 현실 탓에 원고지에 적히지 못한 이야기는 인정받지 못해왔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 갔다고 뚝딱 글을 쓰라고 하면 쓸 수 있을까? 어릴 때부터 민담 등을 듣고, 스스로 이야기해보기도 하며 이야기꾼의 면모를 키워다가 보면 가르치지 않아도 문장력을 가진 아이로 성장할 것이다. 

 

3. 우리의 정서와 문화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사실 이게 내가 생각하는 민담의 가장 큰 매력! 물론 허구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모든 배경을 현실을 반영했다고 말할 수 없지만, 그래도 그 기저에는 우리의 정서와 문화가 담겨있다. 이 역시 위와 같은 맥락으로, 학교에서 시험 볼 나이에 딱딱하게 배우기보다는 편안하게 듣고, 보다 보면 거부감없이 느끼고 익힐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황석영의 어린이민담집』 5권에서도 과거의 복식, 집 모양, 말투 등을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어 좋았다. 

 

4. 선조들의 지혜에서 삶의 태도를 배우다.  

우리 민담의 바탕에는 권선징악 등의 교훈이 깔려있다. 물론 그래서 때때로 극단적이라는 혹평을 받기도 하나, 세상은 권선징악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나. 어릴 때부터 선조들의 지혜를 배운다면 우리 아이들이 배울 거리가 무척 많다. 또 혹평을 받는 부분들은 “현대에서는 이렇게 하면 안 되는 것”으로 교육할 수도 있으니 조금만 시각을 바꾸면 다양한 학습이 가능해진다. 

 

오늘은 민담의 매력에 관해 이야기했지만, 여기에 덧붙여 『황석영의 어린이민담집』은 황석영 선생님 특유의 따뜻함과 흥미진진함을 포함하고 있어, 한층 깊은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처녀들을 가두는 무시무시한 마왕은 좀 무서웠지만, 용기와 지혜로 마왕을 물리친 통쾌함은 아이도 속 시원해 하더라. 매 권을 읽으며 아이의 지혜도 쌓여간다. 새로 첫 장을 연, 『황석영의 어린이민담집』 6권에서는 목 도령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 더욱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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