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실내화 노란돼지 창작동화
김나다랑 지음, 현단 옮김 / 노란돼지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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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돼지의 신간, 『비밀 실내화』를 딱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토닥토닥"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책은 단순한 동화라기보다는 아이들의 마음을 토닥이고 안아주며, 성장시켜주는 치유 동화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이 성장하며 쉬이 겪을 수 있는 갈등을 따뜻하고 지혜롭게 풀어내며 자존감과 용기, 배려 등 살면서 꼭 배워야 할 다양한 가치들을 알려주는 좋은 책이기 때문이다. 


목소리가 작고 행동이 느려 놀림을 받는 우리의 주인공은, 새 실내화를 사러 갔다가 우연히 특별한 실내화를 얻게 된다. 이 실내화를 신은 후 자신감과 용기를 얻으며 다양한 경험을 경험하게 되는데, 우리 아이 역시 자신이 불편한 것을 쉬이 말하지 못하는 아이라 『비밀 실내화』의 이야기들이 더욱 마음에 닿았던 것 같다. 사실 책을 읽으며, 초반에는 화가 좀 많이 났다. 과하게 감정이입을 한 탓도 있었겠지만 이유도 없이 친구를 괴롭히는 못된 애들과, 그것에 대해 호되게 혼내주지 않는 선생님도 좀 화가 나더라. 다행히 세아가 나서서 편을 들어주긴 하지만, 고맙다는 말을 못하는 주오의 모습이 더 속상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우리 아이 역시 친구들이 큰 소리로 괴롭히면 마음이 작아져서 더 대답하지 못할 것 같다는 말을 하며 주오를 안쓰러워했고, 세아처럼 나서서 친구를 도와주는 성격이면 좋겠다고 말을 했다. 아이에게 사람은 모두 다른 모습으로 태어나며, 억지로 힘들게 타고난 성격을 바꿀 필요는 없다고 말해주었다. 너만의 방식으로 친구들을 도와주면 그것도 세아만큼 멋진거라고 말을 해주며, 이 책이야말로 다양한 성향의 아이들이 여러 방면에서 생각을 할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주오처럼 쉽게 움츠러드는 아이들에게는 힘을 낼 용기를, 세아처럼 자신의 생각을 펼칠 수 있는 아이들에게는 그것이 옳은 방향이란 확신을, 장난이라는 단어로 타인을 괴롭히는 아이들은 그것이 얼마나 큰 상처를 남길 수있는지 깨달음을 줄 것이란 생각이 들더라. 


주오를 도와주다 벌레장난감 공격을 받은 세아와 그것을 뒤집어쓴 주오를 보면서도 나도 아이도 속이 잔뜩 상했지만, 세아처럼 오해하지 않는 친구도 있음에 기뻤고, 주오대신 용기를 내준 실내화가 기특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현실에서는 그런 실내화는 없겠지만, 아이들이 세상을 살며 단 한명쯤은 "이백칠십아저씨"같은 사람을 갖고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점점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고 용기를 내며 "불편하다고 할 땐 그만 해. 그게 예의고 배려야"라고 말하는 주오의 모습에서 마음에 불을 켠듯 기쁨이 켜졌다. "난 한심하지 않아. 누구나 실패하면서 배우는 거라고 선생님이 그랬어. 난 아직 배우는 중이니까 여러 가지를 겪어보면 더 좋겠지? 아주 잘하고 있어. 내 마음이 내게 힘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어. (P.65)"라며 깨달음을 얻는 주오의 모습에서 아이도 나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하루하루 성장해가는 우리 아이의 마음에도, 주오처럼 용기와 깨달음이 번져나가도록 더 응원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비밀 실내화』는 아이들이 학교 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고민과 감정을 따듯하게 풀어내며, 아이들에게 자존감을 키워주고, 용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성장동화라는 생각이 들고, 특히 친구관계나 사과, 친절 등 우리가 살며 꼭 필요한 여러 지혜들을 배울 수 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꼭 주오같은 성격의 아이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성향의 아이들에게 깨달음을 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도 우리 아이에게 더 든든한 "이백칠십아저씨"가 되어주어야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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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든 통하는 문 : 요물 상점 1
신태훈 지음, 콩자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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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치 마 과학』, 『놓지 마 정신줄』 신태훈 작가님.

사실 이 한 줄이면 충분하다. 솔직히 이 두 시리즈 안 좋아하는 초딩이 본 적 있나? 우리 아이도 한동안 풍덩 빠져있던 책이기에, 신태훈 작가님의 신간, 『어디로든 통하는 문 요물상점』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기대하고 있었던 터였다. 그런데, 심지어 "생기"를 대가로 거래하는 한국적 분위기 물씬의 판타지동화라니.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가 있나!


수백년을 살아온 요괴 "불이"는 인간의 간절한 소원을 이루어주는 조건으로 인간의 "생기"를 받는다. 마흔즈음이 되면 "생기"를 주는 거래 따위는 하지 않겠지만(ㅋㅋㅋ) 우리의 꼬마 주인공들은 넘치는 생기 때문에 그런 고민을 하지 않고 덥썩 거래를 해버리곤 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계약서를 꼼꼼히 읽지 않고 급히 물건을 받아든다. 이런 사람들의 결말은 대부분 비슷하다. 처음엔 이득같겠지만, 나중엔 꼭 무언가를 빼앗긴다 (p. 11)"는 말처럼 말이다. 잔소리차단 귀마개, 아이돌 금발 샴푸, 안개 축제, 축구천재의 양말, 궁극의 패션 아이템 등 아이들이 한번쯤 탐낼 법한 다양한 물건들로 거래를 하는 불이. 각 이야기의 흐름이 짧고, 전환이 빨라 읽기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도 읽기 좋고 하루에 몇 단락씩 나누어 읽기도 좋은 분량이다. 


우리 아이 역시 『어디로든 통하는 문 요물상점』에 풍덩 빠져 책을 읽었다. 각 이야기마다 아이가 느끼는 바가 있었던지 종알종알 이야기를 해주어, 아이와 나눌 이야기가 참 많았다. 아이가 가장 갸웃거린 이야기는 첫번째, "잔소리 귀마개". 

자신을 괴롭히는 불량청소년들이 아닌 엄마의 잔소리를 막는 귀마개를 사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던 듯. 그런 아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야기 속 재훈이는 엄마가 잔소리를 할 때에 "엄마 목소리 차단"을 해버린다. 엄마의 잔소리가 들리지 않고, 재훈이는 그저 엄마의 입모양을 읽으며 게임처럼 느껴버리고 만다. 그러나 무엇이든 과하면 부족한 것보다 못한 법. 재훈이는 귀를 막아버린 탓에 엄마의 소리 뿐 아니라 물소리도, 강아지 소리도 다 듣지 못한다. 결국 몸에서 에너지가 빠져나가 쓰러져버리고 만다. 우리 아이는 이 이야길 읽으며 "잔소리 들을 일을 안할 생각을 해야지"하고 안타까워했다. (물론 우리 아이도 잔소리들을 일을 꽤 하지만) 그런 아이를 보며 역시 거울치료가 최고인가 생각이 들어 피식 웃음이 났다. 


두번째 이야기 역시 외모에 신경쓰기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교훈을 줄 이야기였다. "아이돌 금발샴푸"는 과한 욕심으로 일을 그르치는 민지의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욕심을 부리다 머리가 홀랑! 빠져버리는 이야기가 아이가 깜짝 놀랐다. 아무래도 요물이다보니, 아이 눈에는 좀 자극적으로 느껴졌던 듯한데, 사실은 그렇기에 아이들이 더 좋아할 이야기가 아닌가 싶었다. 물론 공포스러움까지는 아니고, 긴장감이 느껴지는 정도랄까. 대신 그 긴장감 뒤로 아이들이 느끼는 바는 더욱 많은 것 같고.


이렇듯 『어디로든 통하는 문 요물상점』은 단순한 판타지라기 보다는 욕심과 댓가를 아이들 시선으로 배울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 무엇이든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잃을 수 있음을 배우기도 하는 책이고. 아이와 『어디로든 통하는 문 요물상점』을 읽은 후 아이의 소원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며, 우리 아이가 꽤 많이 자라있고, 또 바른 방향으로 잘 자라고 있음을 깨닫기도 했다. 점점 바라는 것이 많아지는 초등학생들에게 추천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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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나무의 파수꾼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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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는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이름만 들어도 서늘한 미스터리를 떠올리지도 모르겠다. 나역시도 그의 작품을 “거의 다”읽었지만 (여기서 거의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 것은, '히토미', '가토', '시노' 등의 7명의 작가들을 합쳐놓은 가상의 인물(?)이 아닐까 의심할 만큼 다작하시기 때문. 부지런히 읽어도 금방 신간을 만날 수 있다), 역시 그의 이름을 듣자마자 떠올리게 되는 건 아무래도 미스터리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잊지 않았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그 찡한 감동을.

 

그런데! 이번에는 그 감동과 미스터리의 쫀득함을 묘하게 맛볼 수 있다면? 맞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녹나무의 파수꾼』에서는 소원을 드어주는 전설의 녹나무와 그 나무를 지키는 파수꾼을 통해 삶과 죽음, 누군가를 위한 마음 등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녹나무는 그저 신비하기만 한 나무가 아니라, 기억들이 연결되는 매개이기도 하고, 단절되어버린 관계에 대한 미련, 회복하고 싶은 후회 등을 면밀히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또 삶의 욕심이나 의미를 가지지 않지만, 타인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레이토의 모습은 요즈음의 우리들같지 않나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실 우리 모두는 단절되어버린 관계, 후회로 마음 한 곳에 넣어둔 관계 하나쯤은 있지 않나. 그렇다보니 『녹나무의 파수꾼』을 읽는 내내, 사람이 죽더라도 결국에는 마음이나 기억들이 남아 오래오래 연결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내가 죽는다고 하여 나와 연결된 모든 것들이 뚝 끊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기도 했다. 

 

아무래도 『녹나무의 파수꾼』은 주인공 레이토가 파수꾼으로서 녹나무를 지키며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성장해가는 에피소드들의 연결이다보니,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한방이나 긴장감은 없다는 느낌이 들기는 한다. 그러나 비밀을 파헤치는 긴장만이 우리의 도파민을 자극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녹나무의 파수꾼』에서는 타인의 이야기에서 얻는 깨달음, 삶과 죽음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성장 등을 배우게 된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서 느꼈던 것처럼, 결국 진정한 마음은 누군가 주는 게 아니라, 인간이 서로 기대고 나눌 때 생겨나는 것임을 깨닫게 되더라. 그렇다보니 어떤 면에서는 『녹나무의 파수꾼』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잡화점과 녹나무, 편지와 소원, 친절과 기억 등. 

 

그러나 『녹나무의 파수꾼』이 조금 더 깊고, 내면에 맞닿았다는 느낌이 든다. 짧고 강력한 오락거리에 빠져있는 현대인들이 잊고사는 것들, 사람과의 관계, 사람이라는 존재, 인간끼리 나눌 수 있는 진정한 연결 등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어 좋았다. 

 

한편, 『녹나무의 파수꾼』은 바로 오늘, 2026년 3월 18일, 히가시노 게이고의 첫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날 수 있다. 판타지적인 요소나 음악 등이 이야기를 얼마나 풍성하게 만들지 너무 기대가 되지만, 개인적으로는 꼭 책을 먼저 만나시길 추천드린다. 내가 상상했던 모습과 애니메이션에서 표현하는 모습의 차별점을 찾는 재미가 무척 쏠쏠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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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거리 내게 말을 건다
박성주 지음 / 담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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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만 한 곳에 머물러도 그곳의 풍경에 익숙해진다. 숙소의 문손잡이나 창박의 모습이나 욕실 수전의 모양같은 것이 그렇다. 아침마다 커피를 마시던 동네 가게도 그렇고. 차 한 잔 놓고 편안하게 책을 읽을 만큼 새로운 곳의 풍경은 짧은 시간에 그렇게 익숙해진다. 

(...) 제법 긴 일정이라도 찰나처럼 어느새 그곳에 서 있게 된다. (p.191)

 

 

주말 저녁, 박성주 작가의 『낯선 거리 내게 말을 건다』를 읽고 있는데, 소파에 기대 책을 읽던 아이가 말을 건다. “엄마, 얼음이 녹으면 물이 되잖아. 그럼 눈이 녹으면 뭐가 되게?” 답을 몰라 갸우뚱하는 내게 아이는 스스로 답한다. “봄”하고. 아이의 시덥잖은 농담이 분명한데, 나는 나도 모르게 『낯선 거리 내게 말을 건다』가 그렇게 마음의 눈을 녹여내 마음의 봄을 향해가는 책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그래, 어쩌면 이 책은, 작가는 지금 그 어떤 여행지의 낯선 위에서 있을지라도,  마음만큼은 있어야 할 곳으로, 제자리로 돌아가는 책이 아닌가 싶다. 

 

『낯선 거리 내게 말을 건다』를 두고 '재미있는 여행기'라고 묻는다면 솔직히 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할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이 책은 '여행기'라는 단어자체가 어울리지 않는다. 유행처럼 출간되곤 하는 젊은 작가들의 해외여행기나, 순례길체험 등의 이야기가 전혀 아니니 말이다. 오히려 이 책은 잔잔하고 조용하게, 길 위에서 자신의 감상을 기록해가는 일기같다. 여행지에서 마주하는 낯선거리와 찰나의 감정들을 익숙한 내면의 생각들과 연결하여 성실히 탐구하고 기록함으로써, 자신의 마음을 더욱 깊이 들여다보고, 생각으로 이어가는 과정들을 곳곳에서 느끼게 한다. 그래서 그것을 읽는 독자에게도 깊은 공감과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게 하는 느낌이랄까.

 

타 여행기처럼 시간의 흐름, 장소의 변화 등이 아닌, 이 여행이 내게 남긴 것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도 그럴 것이 낯설었던 거리가 꽤나 익숙해졌다는 이야기로 물꼬를 트터니 “여행 중에든 돌아와서든 짧은 여행이 끝없이 이어지지만, 지나고 보면 한 줄로 정리되는 인생을 우리는 살고 있다. (p.193)는 자기발견을 툭 꺼내놓는다. 

 

그런데 그 문장이 몹시나 소박하고 진솔한 편이라 부담스럽기는 커녕, “그러니까 말이야”하고 대답해주고 싶어진다. 어쩌면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여행 중인 친구에게 받는 편지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 그렇다고 이 책이 여행기가 아니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그가 남긴 감성가득한 사진에서, 문장에서, 낯선 곳을 함께 걷는 감상도 분명 얻을 수 있다. (자극적이지 않다는 말을 부디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 

 

특히 “모든 순간이 여행이었다”는 여러번 곱씹어읽어야 했는데, 마흔을 넘어선 어느 시점에서야 배울 수 있는 이야기를 너무 잘 정리해놓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오르막 길도, 깜깜한 터널도, 악천후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소중한 순간만 남는다는 말을 읽으며 나도 더욱 나답게, 더욱 나에 집중하며 살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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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폭풍 속에서 춤을 - 흔들리는 삶 속에서 나만의 길을 찾는 인생 수업
이정민(데비 리) 지음 / 나무사이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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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폭풍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빗속에서 춤추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미국의 유명한 예술가, 비비안 그린의 명언이다. 물론 이미 여러 번 읽은 문장이지만, 이정민 작가의 『인생의 폭풍 속에서 춤을』의 표지에서 이 문장을 만나니, 괜히 울컥했다. 힘들었던 하루, “아, 오늘도 신나게 춤을 춘 하루였구나” 생각하며 이 책을 펼쳤는데, 책 중반을 채 읽기 전에, 내 마음속은 불평이 아닌 “또 하루 잘 살아냈다”는 안도가 들었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나의 오늘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꼭 기억하기로 했다. 

 

 

항해 :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바다를 건너고 있다.

프롤로그에서 그는 “인생이 무거운 숙제인 것만 같았지만, 알고 보니 공짜로 온 선물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라고 한다. 지혜로운 이들은 이 문장을 큰 곤경 없이도 깨달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좀 아파서야 느꼈던 것 같다. 버거웠던 하루하루가 얼마나 귀한지를 배워놓고도, 조금 살만해지면 그것을 잃어버린다. 그래서 끝내 감사와 기쁨을 놓지 말라는 그의 말은 약간의 '찔림'도 주긴 하지만, “아, 그래! 나 오늘이 얼마나 귀하고 행복한지 알고 있었지!”하고 깨닫게 하더라. 우리가 삶을 항해할 때, 참고할 다섯 가지 항해법을 배우며 나의 바다는 내 것임을 기억하려 애썼다. 

 

배 : 모든 인생은 '나'라는 배에서 출발한다..

『인생의 폭풍 속에서 춤을』의 첫 장에서는 '나'에게 집중하게 만든다. 첫 번째 단계는 나를 이해하는 시간. 내가 가장 아껴야 할 것이 누구인지, 내 속도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한다. 무엇이든 잘하고자, 열심히 하고자 스스로를 채찍질하곤 하는 나에게 “그 지점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해서 우리의 인생이 가치가 없는 것인가? 내 부족함이 보이고, 실패가 쌓이면 위축되는 것이 당연하지만, 사실 그것은 나에게 더 알맞은 방향으로 나를 인도하는 신호거나 나를 조금 더 성장시키는 기폭제다. (...) 완벽한 나는 이 세상에 없지만, 여기까지 왔다. 놀라운 일이다. (P.54)”는 문장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이 책이 더 좋았던 것은 각 단락의 끝에 두어줄 더해진 작가의 문장들 때문이었는데, 그것을 통해 나는 나를 위로하기도 하고, 나를 격려하기도 했다. 

 

목적지 : 내 안의 나침반이 향하는 곳은 어디인가?

두 번째 장은 올바른 목적지를 설정하는 것으로 “나다운 일, 나다운 성품, 나다운 삶의 방식, 나다운 철학과 유산은 무엇이고 또 그런 나와 함께 인생을 살아갈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지(P.103)”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늘 생계와 자아 사이에서 흔들리겠지만 그럼에도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잊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게 하는 문장이 많았다. 여전히 수없이 흔들리지만, 그럼에도 내가 충분하다 여기는 지점,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향해, 올바르게 갈 수 있도록 말이다. 

 

항로 : 내가 찍은 점들이 지도된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은 생각을 안겨준 장이다. 앞의 장들이 내가 누구인지, 내 목표는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했다면 “어떻게”를 생각하게 했기 때문. 즉, 가야 할 “과정”을 그릴 때 도움 될 이야기들이 많았다. 내가 나에게 준 응원과 격려가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오는지, 나에게 어울리는 키워드는 무엇이며, 또 나는 “나”라는 지도에 어떤 키워드를 달아주고 싶은지 생각해보았다. “지나온 길이 내가 누구인지 알려준다. 지금 하는 일도 언젠가 미래에 돌아보면 내게 어떤 목적으로 쓰였는지 알게 될 것이다. (P.165)”는 문장은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살아야겠다고 나를 응원하게 했다. 

 

선원 :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

네 번째는 “내 배의 선원명단”을 적게 하는 장으로, 인생의 동반자를 현명하게 고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섬세히 이야기한다. “함께”의 가치를 떠올려보았는데, 고마운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러면서 동시에 상처 줄 자격조차 없는 사람들도 떠올리게 되더라. 내 인생에 폭풍이 칠 때, 함께 춤춰줄 사람, 아니 그저 기다려줄 사람들만 있어도 충분하다고. 나 역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폭풍에 있을 때, 함께 춤춰주며 멀리 함께 가야지, 하고 다짐했다. 

 

항구 : 새로운 향해를 위한 새로운 시간

마지막 장도 나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사실 많은 자기계발서에서는 이 부분을 잘 다루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이 책은 “멈추고 쉬는 것도 항해의 일부”임을 이야기한다. “인격은 고요함과 평화로움 속에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태풍과 파도가 거세게 긁고 간 자리에 분노, 무례, 미움, 원망 같은 부정적인 퇴적물을 쌓지 않고 인내, 용기, 회복과 사랑을 비축할 때 비로소 온유한 인격을 가진 사람이 된다(P.239).”는 말이 큰 힘이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결국에는 “나를 이해하는 것”이 나를 만든다는 것을 또 생각하게 되었다. 나다운 것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보기도 했고. 그래, 어느새 마흔. 더이상은 남을 신경 쓰면서 흔들릴 시간조차 없지 않나. 타인의 기준과 속도에서 휘청이기보다는 나 스스로를 만드는 것에 전념해야지. 지칠 때면 멈추는 용기를, 또다시 살아낼 힘을 축적할 수 있도록 마음에 구멍을 내지 말아야지. 

 

내가 맞이할 오늘은, 나의 마음에서 시작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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