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필사, 인생의 문장들 - 고전 명문 명언의 향기
고광윤 지음 / 길벗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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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미라클. 어쩌면 슬로우와 미라클, 참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이다.

 

그런데 사실 우리가 삶에서 만날 수 있는 기적은 대부분 슬로우미라클에 가깝다. 차근차근 이루어내는 일상의 기적. 나 역시 그런 기적들에 감사하고 감동하는 일반 사람이기에, 이 단어를 참 좋아한다는 작가의 말에 진심을 느꼈다. 고광윤 작가님의 영어 필사, 인생의 문장들은 긴 시간 수많은 사람이 만들어낸 느린 기적의 문장들, 그 문장들이 담아왔던 깊이 있는 생각들을 촘촘히 수놓은 책이다.

 

 

영어 필사, 인생의 문장들은 연세대 영어영문과 교수이자 슬로우미라클 영어 그림책 박물관 대표인 고광윤 님이 직접 고르고 엮은 책으로, 호라티우스, 니체, 릴케, 톨스토이 등의 고전 명문을 179가지나 만날 수 있다. 더욱이 소설부터 시, 희곡, 철학 아포리즘까지 다양한 영역을 담고 있어서 여러 방면에서 생각을 확장할 수 있어서 더욱 좋다. 또 영어로도 한국어로도 문장을 만날 수 있어서, 해당 문장이 지니는 진짜 의미, 또는 한국어로 번역되며 담긴 우리 색과 우리 느낌 등을 느끼기도 할 수 있어 흥미롭게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는 필사하는 시간이 가장 슬로우미라클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문장을 천천히 읽고 쓰며 마음에 깊이 새기고, 그 안의 뜻을 제대로 짚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영어 필사, 인생의 문장들과 슬로우미라클은 완벽히 어울리는 한 쌍이 아닌가 생각했다.

 

실제 영어 필사, 인생의 문장들을 읽고 쓰며, 한국어보다 상대적으로 낯선 영어라서 더욱 또박또박 글씨를 쓰게 되기도 했고, 영어와 차별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한국어도 더 또박또박 쓰게 되었는데 그 시간들이 더 나에게 집중하게 했고, 문장에 집중하게 만든 것 같았다. 만약 필사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 영어 필사, 인생의 문장들을 만난다면 정성 들여 쓰는 자세를 배울 수 있을 것 같고, 나처럼 필사고인물(?)들은 초심으로 돌아가 더 집중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책을 받아들었을 때 살짝 아쉬웠던 점은 영어 필사, 인생의 문장들가 완벽히 쫙 펼쳐지는 제본이 아니었던 점인데, 실제 필사를 해보니 책 자체가 묵직하고 두꺼워서인지 가운데 부분을 쓸 때도 그다지 불편함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또 종이의 질이 좋아 어떤 펜을 써도 번지거나 미끄러운 느낌이 들지 않아 좋았다.

 

어느새 가을,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분다. 이럴 때 당신에게 영어 필사, 인생의 문장들을 통해 느린 기적을 선물하고 싶다. 한 글자, 한 글자를 새기며 당신의 마음에도 일상에도 문장이 주는 기적이 일어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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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의뢰: 너만 아는 비밀 창비교육 성장소설 14
김성민 지음 / 창비교육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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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의뢰 :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을 가진 아이들이 많아졌데요. 엄마와 아빠의 잔소리는 늘어나고, 친구들은 종종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곤 하죠. 이런 아이들의 비밀을 공감하고, 마음을 안아줄 수 있는 책을 찾아주세요!

 

오늘의 '안' 무모한 해결 : 네, 창비의 신간 『오늘의 의뢰 : 너만 아는 비밀』을 제안합니다. 창비교육의 성장소설상 부문 대상수상작인 이 책은 네 아이들의 질투와 복수, 우정과 용기를 모두 공감하고 배울 수 있답니다. 

 

 

의아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여전히 그림책과 동화책, 그리고 청소년문학을 좋아한다. 그림책에 대해서야 수십번 이야기해서 이미 아실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림책이야말로 읽는 환경에 따라 다른 이야기들을,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는 책이라 좋아하고, 동화나 청소년문학을 좋아하는 것은 깔끔해서다. 어른들 책에서처럼 “열린결말”이라는 병나는 끝(?)을 만날 일도 거의 없고, 읽고나서 미칠 듯 찝찝한 주제를 만나지도 않는다. 그래서 마음이 복잡할 때면 청소년 문학을 읽곤한다. 사실 『오늘의 의뢰 : 너만 아는 비밀』은 아이에게도 흥미로울 것같아 시작했는데, 나 또한 무척 재미있게 읽었기에 초등고학년, 조금 넉넉히 중학생가량까지의 아이들에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해주고 싶다. 

 

『오늘의 의뢰 : 너만 아는 비밀』은 한 온라인커뮤니티에서 상호간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이트가 열리며 시작된다. 문제를 올린 사람도, 의뢰를 해결하겠다는 사람도 서로를 모른 채 시작되기에 어른의 눈으로는 걱정과 우려가 가득한 시작. 실제 용기가 없어 고백하지 못하는 여학생의 신상털이나, 누군가의 시험을 망치게 해달라는 요청 등이 올라오는 게시판은 실제 생길까봐 겁부터 났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 아이들의 본심에 가까운 마음이라 생각하니 안타까움이 들기도 했고. 아무튼, 『오늘의 의뢰 : 너만 아는 비밀』은 이성에 대해 눈뜨기 시작하는 청소년들의 마음, 인정욕구, 열등감, 군중심리 등을 무척이나 상세히 다루고 있어 아이들의 심리상태나 상황을 여실히 만날 수 있다. 더욱이 익명에 기대어 평소보다 더 강하거나 더 못되게 말하는 인터넷의 폐단이나, 집단성에 숨어 타인에게 상처를 입히고도 죄책감을 가지지 않는 요즈음의 문제들을 자세히 살필 수 있어 더욱 큰 의미라는 생각이 든다. 

 

청소년들이 『오늘의 의뢰 : 너만 아는 비밀』을 읽는다면, 분명 깊이 공감하고 자신이 가졌던 고민이나 생각을 잘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또 등장인물들의 판단오류 등을 보며 무엇이든 깨닫고 배우기도 할테고. 

 

나 역시 『오늘의 의뢰 : 너만 아는 비밀』을 읽는 내내 우리 아이들이 처한 현실, 우리 아이들이 겪는 세상에 대해 깊은 고민이 들었다. 또 아이들의 속마음을 알려고 노력하지 않는 어른들의 모습에서 회의를 느끼기도 했다. 그래서 『오늘의 의뢰 : 너만 아는 비밀』은 청소년기의 아이들도, 어른들도 꼭 한번 만나보길 추천드린다. 아이들의 마음을, 우리 아이들이 사는 세상을 더욱 가까이 만나게 하는 책, 『오늘의 의뢰 : 너만 아는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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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티, 어쩌다 생긴 거야? - 세상을 놀라게 한 17가지 음식의 숨겨진 탄생 이야기 노란돼지 교양학교
우카시 모델스키 지음, 야첵 암브로제프스키 그림, 김영화 옮김 / 노란돼지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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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알아? 꾸덕꾸덕 달콤하고 맛있는 브라우니는 사실 실수로 베이킹 파우더를 빼먹는 바람에 생긴 디저트야. 그러면 나초는 어떻게 태어났게? 국경경비대의 아내들을 빈 상으로 대접할 수 없던 한 요리사의 기지로 토르티아 몇 장에서 태어난 바삭한 간식이야. 놀랍지? 그 외에도 나폴리를 방문한 왕비 마르게리타 때문에 생긴 마르게리타 피자, 하루종일 카드 게임을 하는 백작을 위해 만들어졌던 샌드위치 등, 여러 음식들의 탄생배경은 그 음식을 더 맛있게 느껴지게 만들기도 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더해져 더욱 풍성한 식탁을 만들기도 해. 

 

최근 만난 책, 『버블티, 어쩌다 생긴거야?』는 바로 그런 이야기들이 가득해. 세상을 놀라게 한 17가지 음식의 숨은 탄생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첫 페이지부터 끝까지 엄청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어. 일러스트는 또 얼마나 풍성한지! 일러스트에 풍덩 빠져 이런저런 모습이나 표정을 관찰하다보면 음식과 관련한 여러 이미지들이 더욱 입체적으로 느껴지고, 더 많은 호기심이 쑥쑥 자라는 기분이 들기도 해. 

 

우리집에서도 평소 즐겨먹으면서도 전혀 몰랐던 음식의 역사들을 직접 읽으며, 음식에 숨겨진 문화를 배우기도 하고, 미처 몰랐던 상식이나 역사를 배울 수 있어서 무척 재미있는 읽기라는 생각이 들었어. 또 다양한 레시피도 포함되어 있어서 아이와 독후활동 하기에도 더 없이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 더욱이 이 이야기들은 3학년 2학기 사회의 다양한 문화 영역이나 4학년 2학기 다양한 환경과 삶, 2학년 때의 세계 여러나라 알기 등과 연결하여 생각할 수 있는 책이기 때문에 아이와 읽기 무척 좋은 책이란 생각이 들었어. 

 

일러스트의 익살스러움과 음식에 대한 상세한 상식을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었던 책, 『버블티, 어쩌다 생긴거야?』. 한꺼번에 많은 분량을 읽지 않아도 되고, 아이들과 음식을 만들며 이야기하기 더없이 좋은 책이니 꼭 한번 만나보시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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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 컬러링 필사 노트 - 손으로 따라 쓰고, 색으로 물들이는 컬러링 필사 노트 필사 예찬 1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박혜원 옮김 / 서사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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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나는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던 거예요! 

꽃의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판단해야 했어요. 

꽃은 내게 향기를 주고, 빛을 비춰주었어요. 

그렇게 도망쳐서는 안 됐어요. 

꽃의 어설픈 잔꾀 뒤에 숨은 연약함을 알아챘어야 했는데. 

꽃은 앞뒤가 전혀 맞지 않았어요. 

하지만 나는 너무 어려서 꽃을 사랑하는 법을 몰랐던 거에요. 

 

 

여러 번 읽은 책이 꽤 많지만, 그래도 가장 많이 다시 읽은 책을 고르라면 아마도 단번에 『어린왕자』를 고르지 않으려나 싶다. 소장한 『어린왕자』만 해도 열 권가량, 필사만 세번째이니 말이다. 사실 6개월간 가톨릭 성경 쓰기를 했던 터라 필사를 살짝 쉬어볼까 고민도 했지만, 서사원에서 출간된 “손으로 따라 쓰고 색으로 물들이는 컬러링 필사 노트” 『어린왕자』를 보는 순간 그 고민은 쑥 들어갔다. 어린왕자를 쓰고, 색칠까지 할 수 있다고?! 아마 나 말고도 수많은 덕후들이 눈이 휘둥그레질 소식이다. 

 

시작되는 가을, 모두의 책상에 감성을 한스푼 더해줄 책, “손으로 따라 쓰고 색으로 물들이는 컬러링 필사 노트” 『어린왕자』를 소개한다. 

 

“손으로 따라 쓰고 색으로 물들이는 컬러링 필사 노트” 『어린왕자』는 서사원의 필사 예찬시리즈의 첫 권으로, 어린왕자 원작 그대로의 그림과 문장을 만날 수 있다. 또 필사하기 좋도록 만들어진 제본이라 첫 장부터 끝장까지 불편함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 더욱이 색연필로 쓱쓱 그려놓은 일러스트를 그대로 옮겨두었기 때문에, 그것을 보며 따라 색칠하는 재미가 엄청나다. 수없이 읽은 어린왕자임에도, 직접 손으로 쓰고 삽화를 색칠하며 얻는 위안은 말로 다 표현할 길이 없다. 혹 마음이 소란스러운 사람이 있다면, 부디 필사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새벽이든 밤이든 혼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대에 인센스 등과 함께 필사를 하다 보면 문장이 마음에 깊이 닿을 뿐 아니라 내 내면에 더 깊이 집중할 수 있어서 수면시간을 좀 줄여도, 오히려 명쾌한 상태가 되곤 하는 것. 또 여러 색을 사용해 색칠하는 것은 집중력과 치유를 동시에 선사하기 때문에 나 스스로에게 주는 안식을 맛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손으로 따라 쓰고 색으로 물들이는 컬러링 필사 노트” 『어린왕자』의 좋았던 점을 몇 가지 꼽자면, 가장 먼저 종이의 질! 사실 필사책이 볼펜이 걸리거나 번지는 종이를 사용하면 글씨도 예쁘게 써지지 않고, 끝까지 쓸 마음이 들지 않는데, “손으로 따라 쓰고 색으로 물들이는 컬러링 필사 노트” 『어린왕자』는 종이 자체가 무척 부드럽고 번짐도 적어서 글씨를 더욱 예뻐 보이게 만들어준다. 또 완전히 펼쳐지는 제본도 큰 매력! (부디 세상의 모든 필사책은 이렇게 쫙~ 펼쳐지게 해주시면 좋겠다!) 하지만 “손으로 따라 쓰고 색으로 물들이는 컬러링 필사 노트” 『어린왕자』의 가장 좋았던 점은 삽화의 온도. 내가 어린시절 어린왕자를 처음 접하던 때의 그 온도가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은 질감과 온도를 고스란히 담아두어 마음이 무척이나 편안하게 느껴졌다. 바쁘게 변하는 세상에서, 내가 좋아하는 무엇인가가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어 준 고마움이랄까, 그런 알 수 없는 감동이 느껴졌다. 

 

어느새 세상에 태어난 지 100년이 다 되어가는 어린왕자(1943년 출판). 사실 어린왕자야말로 느리게 변하는 것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하는 존재가 아닐까 생각한다. 내 나이가 변해가며 마음에 닿는 문장이 이렇게도 다를 수 있을까 생각하게 하는 책이기도 하고. 그때는 너무 어려, 꽃을 사랑하는 방법을 제대로 몰랐다는 그의 말이 이토록 마음에 닿는 길었던 여름의 끝자락. 부디 당신에게도 또 한 줄의 어린왕자가 남아주길 바라며, 다시 돌아온 가을을 “손으로 따라 쓰고 색으로 물들이는 컬러링 필사 노트” 『어린왕자』로 열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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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말 2 - 나를 떠난 글이 당신 안에서 거듭나기를 이어령의 말 2
이어령 지음 / 세계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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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한 것은 사라지지만 긁는 것은 흔적으로 남습니다. 그리움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것은 사라지지만 그리움은 마치 책에 글자처럼 여러 의미로 가슴 속에 긁혀져 있죠.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글은 말과 달리 흔적을 남깁니다. (p.48, 흔적)

 

우리가 무엇을 깊이 생각한다는 것은 바로 마음 깊숙이 숨어있는 생각을 캐낸다는 뜻이다. 깊이 생각한다는 뜻의 사자성어인 심사숙고라는 말에도 깊을 심자가 들어있다. (p.40, 심사숙고) 

 

문화는 현실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고, 받아들이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넘어서려 할 때 꽃핀다. (p.126, 넘어서다) 

 

 

 

언제인가 이어령의 책,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를 읽다가 한 문장에서 울컥 메어 한참이나 멈추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일까. 『이어령의 말2』이 출시된다는 말에 괜히 설렘과 시큰함이 동시에 들더라. 당신의 말을 이내 지워버리고 자기 생각으로 가슴을 채우라는 그의 말 앞에서 나는 괜히 울상이 되어 책장을 펼쳤다. 아무래도 내 이야기로 나를 채우기엔 나는 여전히 작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나를 떠난 글이 당신 안에서 거듭나기를” 바란다는 그의 말이 마법이라도 건 걸까. 그의 문장을 읽으며 나는 자꾸만 나를 곱씹었다. 그가 청춘을 이야기할 때는 나의 청춘을 떠올리고, 주저앉고 싶을 땐 그가 선물해준다는 바람개비를 떠올렸다. 

 

『이어령의 말2』는 그렇게 수많은 단어와 문장들을 통해 독자에게 자기 생각을, 경험을 꺼내어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어떤 문장은 두어줄, 어떤 문장은 한 장을 꽉 채웠다. 또 사이사이 그의 글씨나 그의 손길이 닿았던 물건들을 만나며, 그가 말하지 않는 것들을 읽게 되기도 했다. 또 그의 사유를 따라가며, '기다림'이라 불리는 사람의 생을 더듬어보기도 했다. 세상도 마음도 시끄러웠던 한여름의 끝자락에 이 책을 읽으며 마음에 위안을 얻기도 하고, 쉼을 얻기도 했다. 감히 질투도 내지 못할 만큼 강한 울림을 주는 그의 문장 앞에 절로 고개가 숙어진다. 길게 진동하는 커다란 종처럼, 오래도록 내 마음을 둥둥 울린 문장들을 천천히 옮겨적으며 음미했다. 그래, 이 책은 꼭 그렇게 읽어야 할 책이다. 구하기 힘든 쿠키 상자를 열듯, 사랑하는 이가 선물한 사탕 상자를 열듯- 천천히 곱씹으며, 천천히 거듭나며. 

 

불확실한 바다로 뛰어드는 것이 청춘이라는 그의 말이 비로소 끄덕여지는 것은 아마, 내가 이제 그 불확실성에서 조금은 벗어나 땅이 되었든 부표가 되었든 어디든 발을 디뎠단 이야기겠지. 나의 시간들이,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인 덕분에 그의 말들이 더 깊이 닿을 수 있었다 느끼는 나를 보며 그래도 헛살지는 않았다고, 별 것 없는 삶이라도 별 것 없는 하루하루는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그렇게 그의 문장들은 나를 긁어 흔적을 남긴다. 자, 이제 당신들에게 그의 말을 흘려보낸다. 부디, 그의 문장이 당신 안에서 거듭날 수 있기를. 당신의 이야기들로 다시 태어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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