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섬에서 생긴 일
홍미령 지음, 최서경 그림 / 고래책빵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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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 글자로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까? 물론 가능은 하겠지만 무척이나 어려운 일일 것이다. 일기나 독서감상문도 '쓰기'로 쳐준다면, 어느새 30년째 무엇인가를 쓰며 생각하는 것은 “짧고 굵은 한 줄”이 한 페이지 쓰기보다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어려운 것을 그림책 『모자 섬에서 생긴 일』이 해냈다. 한 페이지에 한 글자. 심지어 “아야어여오요우유~”, “가나다라마바사~”로. 

 

그 재주에 질투가 나는 완벽한 그림책, 『모자 섬에서 생긴 일』을 소개한다. 

 

『모자 섬에서 생긴 일』은 한글의 기본구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책이기에, 이제 막 말을 시작하고 한글놀이를 하는 꼬꼬마부터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림의 숨은 '뉘앙스'를 찾는 묘미를 아는 어른까지 두루두루 즐길 수 있는 그림책이란 생각이 든다.

 

먼저 『모자 섬에서 생긴 일』은 일러스트가 무척이나 사랑스럽다. 오동통 볼살에 덥수룩한 머리, 곰돌이 푸 옷을 뺏은 듯한 착장을 한 돼지와 보기만 해도 장난기 넘치는 청록색 원숭이가 나란히 독자를 맞이한다. 그들을 따라 그림책 속으로 들어가면 속표지에서부터 등장하는 “아야어여오요우유~”를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안에 어떤 내용이 들어있을지 생각해보기도 하고, 진짜 모자처럼 생긴 모자 섬의 약도(?)를 통해 어떤 모험이 펼쳐질지를 상상하는 재미도 있다. 아이와 이 책을 읽으신다면 아이가 다음 이야기를 상상해볼 수 있도록 속표지도 충분히 바라보시면 좋겠다. 

 

『모자 섬에서 생긴 일』이 더욱 완성도 높게 느껴지는 것은 정말 군더더기가 없다는 것. 배경도 크게 없고, 글씨도 없다. 조연이 군데군데 등장하기는 하나, 텅빈 배경에 주인공들만 등장하는 페이지도 무척 많다. 그런데 그것이 허전함으로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완전한 몰입을 위한 비움처럼 느껴진다. 한 페이지에 한 글자, 어떤 페이지는 아예 아무 글씨도 없지만, 『모자섬에서 생긴 일』은 한 페이지페이지 많은 이야기를 가득 담은 느낌이다. 배경이 없는 대신, 주인동들의 표정변화나 시선의 이동을 통해 독자들을 더욱 책속으로 끌어당긴다. 그래서 이 책은 할 수 있는 한 느리게, 천천히 감상하셨으면 좋겠다. 

 

장점이 너무 많지만, 그래도 『모자섬에서 생긴 일』의 가장 큰 매력은 “읽는 사람마다 달리지는 한글자의 매력”이다. 딱 한개의 글자로 이렇게 이야기를 이어가는 자체가 너무 재미있는데, 이것을 읽는 사람의 환경이나 배경에 따라 그 글씨가 주는 느낌이 다르다. 그래서 이 책은 이제 막 한글을 배우기 시작하는 아이들에게도, 그림책 속의 숨은 이야기를 찾아낼 수 있는 어른에게도 보석같은 그림책이라 되리라 확신한다.  

 

읽은 내내, 아니 덮고나서도 그 익살스러운 캐릭터와 기발한 문장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자꾸만 『모자섬에서 생긴 일』을 꺼내보았다. 첫번째 읽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재미를 반복해읽으며 느끼기도 하고, 조금 더 맛있게 읽어보고자 노력하게 되기도 했다. 

 

일러스트부터 내용, 참신함까지 고루 갖춘 완벽한 그림책, 『모자섬에서 생긴 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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