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하루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106
박밀 지음 / 북극곰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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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인가 여수로 가족여행을 간 일이 있다. 숙소도 너무 좋고 가는 곳마다 너무 아름다워 몸과 눈이 호강했다. 하지만 어른들이 식당을 제대로 고르지 못한 탓에 어른들은 수십 가지의 젓갈과 회 등으로 배 불리 먹고, 꼬마는 가는 곳마다 맨밥에 김을 싸 먹어야 했다. 그래서 나는 여수여행이 늘 아이에게 미안함으로 남아있었다. 그런데 우리 아이는 여행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여수에 또 가고 싶다”라고 하더라. 꼬마 기차들도 너무 재미있었고, 반찬도 맛있었고, 숙소도 너무 좋았다고. 그럴 때마다 “행복”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고, 마음먹기에 달렸음을 깨닫곤 했다. 

 

북극곰의 신간, 『완벽한 하루』를 읽으며 그 깨달음이 떠올라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완벽한 하루』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인지 생각하게 만든 깊은 그림책, 박 밀 작가님의 『완벽한 하루』를 소개한다. 

 

우리의 주인공 그렁이는 오늘의 할 일을 계획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나도 일정표와 TO DO LIST를 무척이나 부지런히 챙기는 사람이라 그렁이의 모습에서 웃음이 피식 났다. 『완벽한 하루』를 보내기 위해 꼼꼼히 하루 계획을 세우지만, “가는 날이 장날”인 것일까. 그렁이의 계획과는 달리 계획과 달리 버스를 놓치고, 우산을 챙긴 것과는 전혀 다르게 햇살이 쨍쨍했다. 그뿐인가. 케이크는 품절에 떡볶이집은 정기휴일까지! 우리 그렁이의 하루는 온통 “뜻하지 않게”, “생각과 달리”로 가득한 날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 책은 『완벽한 하루』 아닌가! 마음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뜻하지 않은 하루만 보여줄 리 없지. 우리의 그렁이는 버스를 놓친 덕분에 운동 삼아 걸으며 건강을 챙겼고, 우산 덕분에 뜨거운 햇빛을 가릴 수 있었다. 케이크 대신 구매한 모자는 너무 멋졌고, 떡볶이 대신 먹게 된 김치전은 왜 이렇게 맛있는 거야. 김치전이 더욱 맛있어지라고 비까지 내려주니, 뭐야 이거야말로 진정한 『완벽한 하루』 아닌가! 이 책을 읽는 내내 계획한 대로 되지 않는 하루도 마음먹기에 따라 행복할 수 있음을, 때로는 뜻하지 않은 것 사이에서 새로운 행복과 기쁨을 발견하게 됨을 배울 수 있었다. 『완벽한 하루』를 읽으며 아이도 나도 온 마음이 따끈따끈해졌다. 

 

아이와 뜻하지는 않았지만, 행복했던 기억을 더듬어보며, 우리가 지나온 많은 날이 모두 눈부시게 소중함을 깨달았고, 앞으로도 생각지 못한 변수를 만날 때에 짜증이나 슬픔이 아닌 설렘과 행복으로 바라볼 눈을 가지길 바라게 되었다. 

 

『완벽한 하루』는 내용만으로도 깨달음과 생각이 많아지지만, 일러스트 역시 “완벽한 하모니”를 이룬다. 표지에서부터 마치 문구점에서 산 장난감처럼 플라스틱판을 벗어난 그렁이가 우리를 향해 웃고 있는데, 표지를 포함한 거의 모든 페이지가 심플한 일러스트와 단조로운 색 사용으로 책이 전하는 메시지를 더욱 강렬하게 만들어주는 듯하다. 그러면서도 표정은 무척 다채로이 변화기 때문에 그렁이의 심리에 대해, 상황에 대처하는 그렁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 

 

『완벽한 하루』를 읽으며 그렁이가 이럴 때 어떤 기분일지, 만약 우리가 이런 상황을 만난다면 어떤 마음일지에 대해 이야기해보았다.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의 하루가 더욱 소중하게 반짝임을 깨달았는데, 아이의 나이나 성장에 따라 대화의 내용도 달라지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완벽한 하루』는 아마 오래오래 우리의 대화 고리가 되고, 마음을 다독이는 위로라 되리라 생각했다. 또 행복한 하루는 완벽하지만, 완벽한 하루는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기억하고, 『행복한 하루』를 만들도록 노력하리라 다짐했다. 

 

당신의 오늘은 『완벽한 하루』였는가. 아니, 『행복한 하루』 였는가. 부디 당신의 매일매일이 『행복한 하루』이길 바라며- 지혜와 여유가 가득한 힐링그림책, 『완벽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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