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읽는 법 - 파리1대학 교양미술 수업
김진 지음 / 윌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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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는 작품이 스스로 말하기를 원했습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설명이 어디에 좋은 것인가? 화가는 하나의 언어만 가진다.” 

몇몇 아티스트에게 있어 언어는 작품에 이름을 붙이기 위한 도구가 아니었습니다. 그저 작품에서 직관적으로 보이는 형태, 즉 비주얼화한 것 자체가 작가가 표현한 언어라고 생각한 것이지요. 이는 그들에게 있어 모든 문화와 언어의 차이를 초월하는 하나의 공통된 커뮤니케이션입니다. (P.205)

 

 

지난 12월부터, 그림책 2권을 읽고 있다. 그중 하나는 『그림 읽는 법』이고 다른 하나는 「세상 인문학적인 미술사」이다. 「세상 인문학적인 미술사」는 서양 미술을 시대 흐름에 따라 역사, 인문학적으로 풀어내는 미술 강의라고 말한다면, 『그림 읽는 법』은 미술유학생이 자신의 노트와 견문을 곁들여 작품이 주는 아름다움에 문화와 사회, 창작자의 심리와 정신 등을 더불어 읽어내린 사유의 기록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래서 아름답고, 느리지만 집중해서 한 장 한 장 읽어지는 참으로 대단한 책이랄까! 오늘은 먼저 뒤표지를 만난, 『그림 읽는 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세상 인문학적인 미술사」는 이제 낭만주의 문턱에 서 있으니 조금 더 기다려주시길)

 

『그림 읽는 법』은 순전히 욕심에서 시작한 읽기다. 언제인가 내가 말했던가. 나는 몽매하지만 늘 예술을 탐하는 편이기에 그림에 관한 책은 언제나, 꾸준히 (그럼에도 느리게) 읽고 있다. 『그림 읽는 법』을 읽고 싶었던 까닭은 현대미술에 대해 더욱 쉬운 이해와 에피소드를 주는 책이라는 말 때문이었다. 실제 『그림 읽는 법』은 현대미술이 왜 이렇게 어려운지부터 '무제'는 왜 이렇게 많은지, 표절과 영감 그 모호한 기준 등까지 무척이나 꼼꼼하게 풀어준다. 앞서 『그림 읽는 법』을 T라고 표현했던 것은, 이런 치밀함과 꼼꼼함 때문. 구어체로 상냥하게 이어지지만, 『그림 읽는 법』의 문장에는 지식과 너른 견문이 무척이나 깔끔하게 공존한다. 물론 그 점에서 읽기 쉬운 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오히려 작가의 감정이 배제한 채 작품을 풀이하기 덕분에 독자는 도슨트처럼 작품이 담은 이야기를, 작품이 하는 말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돕는다. 

 

『그림 읽는 법』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위조가 예술인가 아닌가에 대한 부분과 '무제'라는 '제목'의 수많은 작품에 대한 이야기였다. '저작권'을 무척 귀하게 생각하는 편이지만, 작품을 위조하기 위해 염료부터 오븐에 굽는 작업까지 원작을 모사한 작가라면 위작이지만 작품은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고, 이 이야기를 이토록 재미있고 알차게 풀어낸 작가도 엄청난 예술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또 다른 리뷰에서도 종종 언급했듯, 나는 제목이 주는 상징성도 무척 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그림을 보면서도 늘 제목을 곱씹곤 했는데, 현대미술에서는 그놈의 무제가 왜 이렇게 많은지 궁금했다. 피카소가 남겼다는 문장을 읽으며, 여전히 완전한 이해는 할 수 없지만, 제목마저 독자들에게 남겨준 것으로 생각하니 오히려 작품이 더 친근하게 느껴지더라. 아마 앞으로는 무제의 작품들을 만나게 되면, 나만의 제목으로 그들에게 의미를 부여하게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 읽는 법』 뒤편의 현대미술 아티스트 25명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들의 작품을 구글링해보았다. 난해하다는 느낌을 주는 작품도 있었고,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하는 작품도 있었다. 그러면서 『그림 읽는 법』의 두 번째 이야기로, 또 어떤 작품을 만나게 될지 나도 모르게 기대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림 읽는 법』의 뒤표지를 만난 후 책을 통해 만난 90여 점의 작품들을 가만히 떠올려본다. 물론 그 모든 것이 기억에 남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적어도 앞으로 그림을 만나며, 예전보다는 조금 더 열린 마음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이 든다. 작가의 말처럼, 언제인가 나도 내 마음의 미술관을 완성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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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4-01-04 03: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위작에 그토록 많은 정성을 들이는 것은 예술창작 행위라기보다는 돈에 집착하는 모습 아닐까요. 돈이 되지 않는다면 위작에 굳이 나서겠어요. 그많은 시간과 노력을 자신의 작품 창작에 투입한는 게 올바른 예술가의 길이자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renai_jin 2024-01-04 07: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물론 맞는말씀입니다^^ 그 자체에 다른의견이 있는것은 아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