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가. 광장의 섬뜩한 구호들, 포털 사이트의 적개심어린 댓글에서 나는 가끔 진한 외로움을 읽는다. 자기 존재의 의미를 의심하는 이들이 무리에, 거대서사에 소속되고 싶은 마음을 그런 식으로 드러내는 것 아닌가 싶어서다. 외로움을 넘어선 그 공허함이 가엾다. - P19
적어놓고 보니 이는 곧 현대를 살아가는 일에 대한 비유 아닌가. 현대인은 참으로 정교하고 복잡하며 자체적인 작동 원리를 지닌 시스템들에 의존해서 살아간다. 정치, 경제, 행정, 사법, 산업, 금융, 복지, 교육, 조세, 교통...... 이중 어느 것 하나라도내 앞에서 고장이 난다면 내 삶은 치명상을 입는다. - P23
전국 도시 곳곳에서 재활용 쓰레기 분리배출을 맡아 하는 사회적기업을 만들고 지원하면 아파트 주민과 경비원들이 한숨돌리지 않을까. 아침에 아이들을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데려다주고 오후에 집으로 데려오는 사회적기업이 많아지면 젊은 부부의 삶이 얼마나 더 여유로워질까. 일자리도 창출되고 말이다. - P27
만약 후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다면, 같은 맥락에서 대만 폭스콘 공장의 비인간적인 노동 실태가 폭로됐을 때 우리는애플 제품도 거부해야 하는 걸까? 내가 잠시라도 어떤 사회 시스템에 간여한다면, 그 시스템 전반이 공정하고 정의로운지, 누군가를 착취하고 있지는 않는지 살펴야 할 의무가 내게 있는걸까? - P31
자기 계발서 열기가 가라앉은 뒤 ‘힐링‘과 ‘독설‘ 서적이 인기를 끌다가 웰빙, 휘게, 욜로를 말하는 책들이 나왔다. ‘사회는 모르겠고 나 하나만이라도 성공해보자!‘ 하고 결심했다가, 악을쓰다 상처받고, 다독이고, ‘이젠 그냥 편히 살고 싶어‘ 하고 꺾이는 마음 같은 것이 느껴지는 듯하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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