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대가족의 종부(宗)로서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을 저지르셨다. 먼저 오빠를 데리고 무작정 상경한 어머니는 어느 날 나까지 데리러 와 집안 어른들을 놀라게 했다. 어머니는 할머니가 공들여 빗겨 준 내 종종머리를 싹둑 잘라내고 뒤통수를 허옇게 밀어붙이는 단발머리로 만들어 놓았다. 해괴한 머리 모양에 울상이 된 나를 어머니는 서울 아이들은 다 그런 머리를 하고 있다고 윽박질렀다. 그 머리로 사랑에 들어가 할아버지한테 하직 인사를 올리니 할아버지는 "허어, 해피한지고, 뒤통수에도 또 얼굴이 달리다니" 큰소리로 일하시고 나서50전짜리 은화를 한 닢 먼저 주셨다. 은화가 데구르르 구르는 소리와 할아버지의 일갈은 최초로 모욕당한 기억으로 내 자존심에서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았다.

나는 내 마지막 몇 달을철없고 앳된 시절의 감동과 사랑으로장식하고 싶다. 아름다운 것에이해관계 없는 순수한 찬탄을 보내고 싶다.
내 둘레에서 소리 없이 일어나는계절의 변화, 내 창이 허락해 주는한 조각의 하늘, 한 폭의 저녁놀, 먼 산빛,
이런 것들을 순수한 기쁨으로 바라보며영혼 깊숙이 새겨 두고 싶다.
그때가 가을이었으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잭이 연락이 안 돼. - P87

전날 밤에도 미연은 같은 말을 했다. 승수는 놀러 간 애한테 그만 전화하라며 타박하고 먼저 잠자리에 들었다. - P87

잭이랑 골드코스트에 같이 간다고 한 애들이랑 부모 연락처야. 다 전화해봐. - P91

학생비자나 동반비자로는 주 20시간밖에 일할 수 없었으므로 20시간은 식당에서 주방 보조로 일하고, 그 외에는현금으로 급여를 받는 캐시잡으로 청소나 이사 용역 등의일을 닥치는 대로 했다. - P9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시를 내려놓을 곳 없는 이 밤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먹고사는 데 아무 도움도 안 되기 때문에 우리가 먹고사는것 이상의 존재라는 걸 실감시켜 주는 게 사치다, 이를테면 그런 얘긴가? - P270

나는 하진을 안으며 말했다. 참 다른 거 같아. 거의, 전혀 다른거 같아.
뭐가. 아이지금 이런 시간이. 너도, 특별해, 모두. - P271

특별하지 않아도 사랑할 수 있는 게 우리의 능력이야. 위 - P272

나 하고 싶은 걸 할 거야. 내가 잘하고 싶은 걸 잘할 수 있을 때까지, 잘될 때까지. 그걸로 내 시간과 인생을 끝까지 다 써먹을거야. 마지막 한 방울까지 아주 쪽쪽 빨아먹어 줄 거야. - P279

나는 피식 웃었다. 정면 승부 같은 건가? 싱글 몰트 위스키하면 떠오르는, 일반적인 조합이었고 그만큼 남다르기가 쉽지않았다. - P286

두 손 묵직하게 비닐봉지를 들고 차 앞에 섰을 때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 새벽에 대체 무슨 짓인가 싶은 허무감과 자괴감만 들었다. 다이어트 때문에 공복으로 자려다 홧김에 다 먹지도 못할 야식을 시켜 버린 사람처럼. 하지만 그 허무감, 자괴감이 기쁘고 반가운 것도 사실이었다. 이제는 하진에게 가야 하니까, 가서 주고 오면 다 털어 버릴 수 있으니까. - P304

지금 그말, 우리냐 준연이냐 그거야? 하진의 목소리가 차갑게 식었다.
그 말이었지만 인정하고 싶진 않았다. 그게 아니라, 준연의의사를 존중해 줘야 하지 않냔, 그 얘기야. - P31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버티어야 할 것은버틸 수 없는 것들의 등에 기대어살기도 한다 - P21

징그럽고다정한 인사 - P19

나에게 도착한 미래가어제 아프다고 전화를 했다 - P14

. 나뭇잎 한장만이라도 당신 쪽으로 나부끼게 해주십시오. - P13

고요에서 한계단 낮은 곳으로 내려가 - P11

또 바람에 쓸쓸히 질 것이라고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이라고 - P40

당신은 무얼 먹고 지내는지궁금합니다이 싱거운 궁금증이 오래 가슴 가장자리를 맴돌았어요 - P46

이제 더는배고프다 말하지 않기로 해요 허기란 얼마나 촌스러운 일인지 - P47

병에게 정중히 병문안이라도 청하고 싶지만무슨 인연으로 날 찾아왔나 찬찬히 살펴보고 싶지만독감예방주사를 맞고 멀쩡하게 겨울이 지나갈 때 - P65

그 마지막 얼었던 꽃씨들만 소란한 꽃을 피운답니다돌아온다는데 꽃이 소란하지 않고 어쩌겠습니까 - P7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