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여정의 목적지에 지쳐 서 있다. 지친 머리는 월계관을 쓰고 있기도 힘들구나. 그래도 내가 했던 일을 기쁘게 돌아보는 것은 누가 뭐라 하든 흔들리지 않았기때문이리라."
만약 쇼펜하우어가 자부심이 떨어져 40대에 포기했다면 이후의 인생도 어떻게 됐을지 모르고, 당연히 행복도 만끽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에게 40대는 위기를 넘은 때이자 인생의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다른 하나는 ‘진짜 행복‘을 좇는 고통이다. 진짜 행복은 허상과 같아서 찾기가 어렵다. 자기 자신에 대한 깊은 통찰이 필요하며, 계속해서 스스로를 무너뜨리고 새롭게거듭나야 한다. 무게 중심을 자기 밖에서 자기 안으로 옮겨야 하며 자신이 무너지고깨지고 부서지기 때문에 괴로울 것이다. 그런데 진짜 행복을 좇으면 우리는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자기 자신을 긍정하는 마음, 타인에게 비굴하지 않고 기죽지않는 당당함, 스스로의 힘으로 살 수 있는 품격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준연을 봤다. 하진이나 준연 씨랑은 다른 사람이죠. 예전부터 신기했어요, 6년이나 해 왔다는 거보다 6년 동안질리지 않았다는 게요. 연애도 6년이면 질리잖아요. 15년 넘게회사 다니면서 하고 싶은 게 있다고 나간 사람들도 여럿 봤는데 다들 1, 2년 지나니 두 손 두 발 다 들더라고요. 정말 좋아하는 건 취미로 해야 하는 거라면서요. - P217

자기 삶은 영영 혼자일 거고, 자기 생활은 영영 불안할 거라고. 하지만 그 두 가지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사람이란 뭐든 할수 있다고요. - P219

준연은 씁쓸히 웃었다. 우리 다 사랑을 잃어버린 거죠. 하진은 학교에서, 저는 가난에서, 해원 씨는 가정에서 - P221

증류소로 내려가는 날 아침은 가을의 첫날 같았다. 하늘은박물관 돔처럼 높았고 드문드문 떠 있는 뭉게구름은 천장화 속그려진 것처럼 선명하고 입체적이었다. 고속도로를 타자 단풍이 물감 방울처럼 점점이 떨어진 산들이 보였다. 산등성이를 비추는 햇살은 환하면서도 와인 잔처럼 얇은, 가을 햇살이었다.
이렇게 또 한 해가 가는구나 싶었지만 나는 하진을 떠올렸다.
가을이 깊어지고 겨울이 다가오는 게 기다려졌다. 같이 있으면바람은 차가울수록 좋고 밤은 길수록 좋을 테니까. - P229

힘들어도 마음은 편해. 아빠가 해 놓은 게 있으니까. 뭘 무리하거나 위험하게 하도록 내버려 두질 않았거든. 최대한 편하게,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보조해 놓거나 보강해 뒀어. 그래서 여기가 아름다운 거야. 정말 계속해서 할 수 있게, 지칠 수는 있어도 질리지는 않게 안배해 놨거든. 나도 아직 다 몰라. 하면서,
계속 하다 보면서 하나씩 발견하지. 아빠가 해 놓은 걸, 아빠가정말 이 일을 사랑했고 끝까지 할 생각이었다는 걸. 하진은 뿌듯하게 주변을 둘러봤다. - P233

대단하다 싶어서. 그동안 얼마나 해 왔는지, 또 혼자 그래 왔는지 말을 막 쏟아 내는 데서 느껴져서. 종종 준연과 대화하다보면 느끼는 것이기도 했다. - P23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발로 걸으며 생각하거나손으로 메모하면서 생각함으로써사고를 확장하라. 뇌로만 생각하지 마라. - P42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의상황은 무엇인가?"라고 스스로 질문하여할 일을 줄여나가라.
대참사가 되지 않을 일들은 전부 없애라. - P43

정직한 사람을 속이기는 어렵다.
이는 진실이다. - P4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무도 아닌, 을사람들은 자꾸 아무것도 아닌, 으로 읽는다.

콩 봐라.
어느 틈에 깼는지 오제의 어머니가 뒷좌석에서 말했다.
저 아까운 콩 봐라. - P13

오는길에 보니 배추 썩히는 밭이 많더라고 오제의 어머니가 말했다.
배춧값이 너무 싸다고 아주머니가 대답했다.
우리도 우리 먹을 것만 뽑고 다 내버려뒀어.
아까워라.
배추랑콩이랑 사람 사서 수확하는데 값이 그래서 올해는 어려워. - P17

계단 아래쪽에서 멍멍이가 소리를 냈다. 짖는 것은 아니었고 툴툴거리는 소리에 가까웠는데 옥상에 오른 낯선 사람들을 제대로 지켜보지 못해 애가 타는 모양이었다. 오제는 더는 말이 없었다. 오제의 어머니도 말없이 천평 밭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외투 주머니에 손을은 채로 계단을 내려간 뒤 나는 오제를 향해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었다. 오제는 가타부타 말은 않고 손바닥으로 얼굴을 비비고 있었다. - P19

콩밭과 배추밭을 향한 창엔 불빛 한 점 떠 있지 않았다. 그저 막막하게 닫혀 있을 뿐이었다. 거대한 무언가가 말할 수 없도록 검은 눈을유리창에 찰싹 붙이고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듯했다. 무게로도 밀도로도 도시의 밤과는 다르게 닥쳐온 밤 속에서 개들이 짖었다. 신통한개들이라고 고추밭 주인이 말했다. 불행한 소식이 들려오기 전에 반드시 운다는 것이었다. 동생이 죽을 때도 개들이 울었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녀의 수줍은 동생은 한겨울에 갑자기 쓰러져서 일주일을 의식이 불명한 상태로 입원해 있었는데 그가 죽은 날, 새벽부터 두 마리가 허공을 향해 길게 울었다는 것이었다. 추운 게 싫었나보죠, 오제가퉁명스럽게 말했고 오제의 어머니와 고추밭 주인은 그 말을 못 들은척했다. 노부인이 김을 사각사각 잘라서 접시에 올렸다. - P31

그 서점은 낡은 아파트 단지에 있었다. - P39

맑은 날도 우중충한 날도 여섯 폭짜리 유리 너머에 있었다. 나쁘지 않은 환경이었다. 나는 서점에서 일하는 게 좋았다. 당시엔 그걸 깨닫지 못했지만 그랬다. 지상을 향해 부채꼴로 퍼진 계단을 올라가면 벚나무가 있었고 공중전화 부스가 있었고 그것에 조명을 비추듯가로등이 서 있었다. 봄이 되면 가로등 곁의 벚나무가 가장 먼저 개화했다. 꽃이 질 무렵의 밤엔 떨어지는 꽃잎들이 은백색으로 빛났다. 계산대에서 그 광경이 다 보였다. 한 장 한 장이 공중에서 수십 번 뒤집어지며 떨어져내렸다. 그 시기엔 서점으로 내려오는 계단 곳곳에 점을 찍은 것처럼 꽃잎이 흩어져 있었다. 꽃잎은 돌풍이 불면 구석진 곳에서 소용돌이치며 날아올랐다. 진주라는 여자아이가 서점 부근에서실종되었던 것도 그럴 무렵이었다. - P40

그런 부끄러움은 겪고 나면 잊었다. 잊을 수 있었다. - P4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글쓰기는 그저 글쓰기 기와 다향은 글로평가될 수 없다. - P130

이건 사소하거나 아무것도 아닌 일 : 달팽이 한 마리가격자 모양 잎들을푸른 나팔 모양 꽃들을 기어오른다. - P119

다만 감히 내 의견을 말하자면, 그런 교감은 푸른 하늘의 축복 아래 햇살 가득한 세상이 평온을 구가하고 바람의 신이 잠들었을 때, 그 조용한 순간에 몰입하는 사람에게 일어나기 쉽지 않을까 한다. 그런 때 우리는 모든 겉모습과 부분성의 베일을 들추고 그 속에 숨겨진 걸 엿볼 수 있을 것이다. - P6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