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엄마한테 전화 왔어."
나른한 총무 언니 목소리에 그제야 입 밖으로 바람이비어져 나왔다. - P65

속사정을 알 리 없는 엄마는, 동네 아줌마들 앞에서 자주 재능을 입에 올렸다. 애가 재능이 있어서 미술을 하는데 돈 한 푼이 안 든다고. 그렇게 내가 내뱉었던 말을 엄마 목소리로 들을 때면 누구의 것이든, 재능을 훔쳐다가성적표처럼 수정해서 엄마에게 주고 싶었다. - P85

"진짜 좋은 연기였어. 너 재능 있어. 연기 쪽으로 가봐."
아마도 별 뜻 없이 내뱉었을 선배의 그 말은 나에게 커다란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재능의 부재는 가슴 언저리에 구멍을 만들었고 나는 선명하게 그 구멍을 느껴왔다.
바로 그곳에 선배의 말이 박혀버렸다. 어쩌면 진짜 연기에 재능이 있을지도 몰라. 공부도 미술도 아니었지만, 연기라면 가능할지도 몰라. - P88

"애 가진 거 아니면 담에 얘기하면 안 되겠니? 오늘 좀피곤하다." - P99

"경기도 지안시 금영구에 있는 금영산에서 대단지 아파트 공사를 하던 중에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입니다. 큰 공사가 전면 중단되었는데요, 현장 소식을 들어보겠습니다. 김수아 기자, 상황이 어떤가요?"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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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그는 산에만 있지 않았다. 평지에도 도시에도 얼마든지 있었다. 나를 가끔 외롭게 하고 슬프게 하고 힘들게하는 모든 것은 일종의 산이었다. - P22

그가 있는 재주를 다 내어 기른 그 사층나무 오층나무의 석류보다도 나의 눈엔 오히려 한편 구석 응달 밑에서주인의 일고지혜-顧之惠도 없이 되는 대로 성큼성큼 자라나는 봉선화 몇 떨기가 더 몇 배 아름답게 보이기 때문이다. - P25

"바다? 바다!"는 것하고 그윽이 눈을 감았다. 그 소년의 감은 눈은 세상에서넓고 크기로 제일 가는 것을 상상해 보는 듯하였다. - P36

어느 자리에서 시인 지용은 말하기를 바다도 조선말 ‘바다‘가 제일이라 하였다. ‘우미 3‘니 ‘씨Sea‘ 니보다는 ‘바다‘가 훨씬 큰 것, 넓은 것을 가리키는 맛이나는데, 그 까닭은 ‘바‘나 ‘다‘가 모두 경탄음인 ‘아‘이기 때문, 즉 ‘아아‘ 이기 때문이라 하였다. 동감이다. ‘우미‘라거나 ‘씨‘라면 바다 전체보다 바다에 뜬 섬 하나나배 하나를 가리키는 말쯤밖에 안 들리나 ‘바다‘ 라면 바다 전체뿐 아니라 바다를 덮은 하늘까지라도 총칭하는말같이 크고 둥글고 넓게 울리는 소리다. - P37

멀리 떨어지는 석양은 성머리에 닿아선 불처럼 붉다. - P42

가을꽃들은 아지랑이와 새소리를 모른다. 찬 달빛과늙은 벌레 소리에 피고 지는 것이 그들의 슬픔이요 또한명예이다. - P45

아내의 숨소리, 제일 크다. 아기들의 숨소리, 하나는들리지도 않는다. 이들의 숨소리는 모두 다르다. 지금 섬돌 위에 놓여 있을 이들의 세 신발이 모두 다른 것과 같이 이들의 숨소리는 모두 한 가지가 아니다. 모두 다른이 숨소리들을 모두 다를 이들의 발소리들과 같이 지금모두 저대로 다른 세계를 걸음 걷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꿈도 모두 그럴 것이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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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속으로 3학년 문제가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나만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테니까. - P46

복도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리둥절한채로 3학년 복도를 지나 2학년 복도로 내려가는데 날카로운 비명이 울려 퍼졌다. 나와 동력기는 서로를 마주 보다가 소리 나는 방향으로 달렸다. 우리 교실 쪽이었다. - P46

과학고 모의고사를 치른 후 며칠간은 얼떨떨한 상태로 지냈다. 내가 겪은 것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다. 내 속에서 이상한 변화들이 초단위로 발생하는 게 생생하게 느껴졌다. 무언가가 번식하는 것도 같고 소멸하는 것도 같은 기괴한 변화였다. 그변화가 미래에 커다란 차이를 만들어낼 거라는 걸, 나는직감했다.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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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부족이 각자의 토템을 강요하는 세상이 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모든 부족의 역사와 금기를 배우고 존중하는 것?
설마. - P65

분노는진보의필수 요소인가 - P115

반면 분노 섞인 의로움을 동력으로 삼아 행동하던 조연들은불행한 결말을 맞는다. 범죄자를 증오하던 경감 자베르가 그렇고, 바리케이드를 쌓고 정부군과 대치한 젊은 공화주의자들이그렇다. 예외는 마리우스 정도인데, 그도 장 발장이 구해내지않았더라면 동료들과 같은 운명을 맞았을 것이다. - P117

‘고요히 진리를 기다리며 물음표의 존재 안에서 앉아 숨쉬는 것.‘
성공회 신학자이자 104대 캔터베리 대주교인 로언 윌리엄스는 자신의 신앙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런데 이 말은 정확히 무슨 뜻일까?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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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보면 아무것도 없게지워줄게요, 전부 - P89

당신은 축복받은 새에게서시끄러운 새,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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