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연적으로 우리는 어린이와 헤어진다. 우리가 마중나갈 수 없는 그곳에서 어린이들은 어느새 어른이 된 친구들과 함께 뒤따라 올 어린이들을 지키며, 그들의 등을 두드리고 밀어 주면서 살아갈 것이다. "잘 다녀올게요."라는 약속은 오랜 세월 동안 꾸준히 지켜진 약속이면서, 지켜진 적이없는 약속이기도 하다. 그들은 마침내 우리가 도달하지 못하는 먼 나라의 멋진 영웅이 되었을 테니까. - P7
위의 사례를 읽고 어린 친구가 참 대견하다고 느낀다면 아마도 그 마음 뒤에는 나이 서열주의가 있을 것이다. 아동과 청소년이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면 어른들은 기특하다고 칭찬하고서는 그 판단이 문제라는 걸 잘 깨닫지 못한다. - P16
그런데 대도시에는 누가 살까? 사람의 목말을 탄 ‘돈들이 살고 있다. 몇 번이고 환생하면서 수백 년 넘게 일해서 받은 돈을 모조리 저금해도 모자란 어마어마한 가격의집들이 살고 있다
그리고 소멸될 수도 있는 위험 속으로 달려가 세계를 구해 내고 상실했던 삶의 의미를 되찾는다. 어린이들의 책을 벽장에 가두면 사유의 성장도 감금된다. 책을빼앗는 이와 찾아 주려는 이 중에서 누가 어린이를 지키는가 묻고 싶다. - P33
김동수의 그림책 『잘 가, 안녕』(보림 2016)은 길에서 무고하게 차에 치여 죽은 동물의 장례 절차를 재현한다. 어린이가 감당할 수 있는 방식으로 아픔을 쓰고 그린다. - P35
그리고 동화가 아니라 현실 속에 있는 우리가 끝까지 해야 할 몫을 생각한다. - P37
법원은 그에게 벌금과 징역을 선고하면서 교도소 안에서 애니메이션 밤비」를 보라는 명령을 내렸다. 생명의 존엄함을 모르면 징역을 마쳐도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을 것이다. - P39
. 청소년의 노동을 더해야만삐걱삐걱 돌아가는 가정과 사회는 그들의 고통을 빼기로 바꾸고도 모른 척한다. 산업 재해로 인한 억울한 죽음마저도기억에서 쉽게 지워 버린다. - P43
나는 무늬의 문희처럼 2인 조손 가정도 늘어나는 추세다. 가정 경제가 파탄에 이르면 조부모와아이를 남겨 두고 부모 세대가 집을 떠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어린 나이부터 조부모와 지내다가 연로한 조부모의 돌봄과 부양을 떠안아 이른바 ‘영 케어러‘(young carer), 즉가족 돌봄 아동이 되는 청소년이 늘고 있다.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부양노동 청소년 문제를 가시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 P45
. 겨울 산길을 헤매던 연이를 도운 것은 연이 자신의 내면에서 솟아난 의지였을지도 모른다. 우리는종종 스스로 자신을 수렁에서 구한다.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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