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약속의 이행 여부보다 중요한 건 그러한약속이 이루어지게 된 배경과 맥락, 그리고 믿음의 수행으로써 약속의 면면이다. 이를 살피는 작업은 백온유가 약속이란이름 아래 매듭지어둔 소설적 관심의 근원을 파악하는 과정과다르지 않을 것이다. - P329

『약속의 세대의 수록작들은 대체로 ‘가족‘을 그리고 있다.
소설 속 인물들은 태어나 처음 만나는 일차집단인 가족으로부터 비롯된 문제 상황에 놓여 있다. 성인이 된 지는 한참이지만유년의 경험이 해소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환기되어 인물들의 현재에 영향을 끼치는 셈인데, 이는 동화와 청소년소설로작가활동을 시작했으나 이제는 장르적 경계 구분이 필요치 않은 활발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백온유의 작품세계 안에서도자연스러운 흐름이다. - P329

그 누구도 아쉬워하지 않고 애틋해하지 않는 삶"(152쪽)을 살다 간 한 사람에 대한 어렴풋한 연민이다. 누구도 바라지않았으나 조금 더 생을 이어나가기를 원했던, 그러나 끝까지그 욕망을 입 밖으로 내뱉지는 못했던 할머니의 갈망의 흔적을 연수만이 이제야 조금 이해한다. - P331

이는 고통과 슬픔을 회피하거나 외면하는 것은 절대 정답이 될 수 없으며, 슬픔을 오롯한 슬픔으로 감내하는 것에는 용기가 필요한 일임을 알고 있는 이들의 선택이다. 소설의 말미에서 두 사람이 오래전 화재 참사 현장을 찾아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큰 울림을 주는 건 그러한 이유에서다. - P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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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 벽장 안에 들어가 잠들기를 좋아하는 하나의 습관이 떠올랐다. - P298

행자스스로 행복한 사람.
감히 내가 행복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려도 되는 것일까. - P300

어쩌면 나는 여전히, 오래전 불길 속에 던져버렸다고 믿었던 지푸라기 왕관의 잔해를 머리 위에 얹어놓은 채 살아가는것일지도 모르겠다. 다 타버려 모양조차 제대로 남아 있지 않지만, 그 흔적만은 그림자처럼 따라붙어 나를 놓아주지 않고있는 것일지도. - P301

그 모든 죄와 사랑의 한중간에 함께했던 그 이름을, 지금도 어딘가에서 숨 쉬고 있을 당신의 이름을 조용히,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게 불러본다. - P302

언제나 윤동주의 옆에 서 있던 남자, 비가 오면 우산을 들어주고 날이 맑으면 양산을 들어주던 남자, 변희숙의 차에 호작질하던 남자, 남편이 실종된 날, 요코하마에서 죽음을 맞이했다던 그 남자. - P319

요코하마를 드나들다 타국에서 세상을 떠난 신주. 요코하마를 찾아갔다 행방불명이 된 필주, 그 둘의 부재로 가장 큰이득을 본 사람은・・・・・・ 윤동주였다. - P323

광자는 흥신소에서 전달한 사진 속 중년 여자의 눈을 오래도록 노려보았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고난이덕지덕지 껴 있고 불길하기 짝이 없는 그 눈빛만은 여전했다. - P325

사는게 원래 이상한 일로 가득 찬 것 아니겠는가. 때로는 그예상할 수 없음이 빛나는 환희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고. - P329

하나가 들고 온 사치코의 일기를 읽고 난 후, 동주는 비로소 깨달았다. 이제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는사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속죄해야할 때가 왔다는 사실을 말이다. - P334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을 만큼 간절하고 애달픈, 더 잘살고싶은 사람들의 마음이 모이고 엮여서 만들어진 왕관이라고.
아주 가볍고 초라해 보일 수도 있지만 실은 매우 질기고 단단한, 그런 왕관." - P345

그때의 나는 내가 좀 지겨웠다. 변하고 싶었고, 좁디좁은나를 벗어나 세상의 그림자를 담은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할 수 있는 한 가장 먼 곳으로 가, 완전히 낯선 곳에 깃발을꽂고 싶었다. - P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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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알로하, 이것은 생일 이야기 물같이 살다 어깨가 녹는 지붕 이야기 - P73

그 흙에는 옥수수를 심어두었지 아슬아슬 스치며 자랄 운명의 너라서 이왕이면 제대로일어서길 바라서 그 옥수수 먹고 새가 머리를 들고 땅을 박차고 날아가도록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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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는 건가요?"
"공항으로" - P197

알려달라고.
알고 있는 모든 걸 알려달라고.
이대로는 억울하고 답답해 살 수가 없다고. - P199

그러다 해 질 녘, 붉은 노을을 보고 있다. 문득 깨닫는다.
내가 누리고 있는 이 평화가 얼마나 온당치 않은 것인지. 그리고 자연히 떠올린다. 타오르는 불길 앞에 서 있던 당신의얼굴을. 그 옆에 서 있던 나의 떨리는 손끝까지도. - P220

"나는 화려한 삶은 약속해줄 수 없어."
"그럼 뭘 약속해줄 수 있는데요?"
"다만, 내 곁에서 살게 해줄 수 있어, 평생 " - P225

그날이 ‘요코하마 프로젝트‘의 멤버가 처음으로 모인 날이라는 사실을, 우리의 무자비한 역사가 시작된 순간이었다는사실을, 나는 한참 뒤에야 알게 되었다. - P232

"인간이 가장 무방비해지는 장소가 어딘지 아십니까? 침대, 화장실 그리고 술자립니다." - P235

"돌아갈 곳이 없더라고. 당신 말고는 붙잡을 데가 하나도없더라" - P237

"그렇게 소중한 걸 여기 왜 여기에 둬"
"소중하니까, 너한테 주려고." - P241

"내가 품어본 것 중 가장 아름다운 것."
그 순간 가슴 한쪽이 저릿하게 떨렸다. 그것은 감동이나 행복이라기보다는 공포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작은 행복이 어딘가 모르게 불안해서. 손을 뻗는 순간 금방이라도 깨져버릴 것만 같아서 고개를 저으며 그런 생각을 떨치려 했다. 충분히 노력하면 내 손에 쥐고 있는 이 한줌의 행복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당신과 나, 우리가 함께하는 이 삶을 영원히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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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광자가 하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덧붙였다.
"그 사람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당신도 아셔야 할 것같네요." - P181

"네가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 아름답고 화려한 화초 하나가 들어온 것 같았어. 양지바른 곳에서 잘 자라 한 번도 고개를 숙여본 적이 없는, 곱고 아름다운 꽃. 지충건설의 고명딸. 필주 같은 아이에게 너무 과분할 지경인 여자." - P183

"광자야, 입을 다물자 예쁜 꽃처럼."
* - P184

"사치코가 왜 자신의 비밀을 평생 숨겨왔는지 아직도 그이유를 모르겠나요? 송하나 씨, 도망쳐요. 할 수 있는 한 가장 멀리 도망쳐서 자신의 삶을 사세요. 그게 내가 당신을 위해 말해줄 수 있는 전부입니다." - P188

그런데 지금 하나가 마주한 돈은 달랐다. 생활의 수단이아니라 자존심의 증거였다. 인간이 인간에게 휘두를 수 있는가장 강력한 무언가였다. -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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