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닐걸? 어떤 환자는 여기서 20년을 살았는데도 어디가 아픈지도 말 못 하던데. 그냥 평생 그렇게 사는 거야. - P52
진우와 서인은 끝없이 펼쳐진 붉은 흙 위를 달리고 있었다. 옆으로 에뮤 떼가 지나가기도 하고 개를 닮은 딩고가가만히 앉아서 둘의 차를 바라보기도 했다. - P57
헤드 셰프로 일하면서 457비자를 얻어낸 것은 진우였지만 서류상에는 서인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 P67
왜 이딴 장난을 치고 그래? 나는 문을 열려고 한 거야. 안에서 문이 잠겨버렸다고. 진우는 울먹거리는 서인을 밀치고 복도로 들어섰다. 그의 등으로 바람이 몰아쳤다. - P72
그녀는 자신이 광산을 뒤흔든것처럼, 그래서 광산이 완전히 무너져내린 것처럼 일그러진 얼굴을 했다. - P79
길에 사람이 하나도 없어. 나오지마. 승수의 문자에 미연은 여러 이름과 연락처를 보내왔다. - P91
학생비자나 동반비자로는 주 20시간밖에 일할 수 없었으므로 20시간은 식당에서 주방 보조로 일하고, 그 외에는현금으로 급여를 받는 캐시잡으로 청소나 이사 용역 등의일을 닥치는 대로 했다. - P97
승수는 사진을 가만히 넘겨보았다. 붉은 대기가 떠다니는, 다른 은하계 행성을 찍은 것 같았다. 이 안에 잭이 있다고? - P101
잭이 어디서 나왔는지 거실 한중간에 서 있었다. 떡 진머리, 땀에 젖은 옷. 심지어 눈이 빨갰다. 승수는 가만히 서서 마약을 한 것 같은 아들을 바라보았다. 아들의 뺨을 때리고 싶기도, 울음을 터뜨리며 아들을 끌어안고 싶기도 했다. 그러나 선뜻 움직였다가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것만 같았다. - P106
그때 그는 뭐가 괜찮다고 생각했을까. 지금 잭은 뭐가괜찮다는 걸까. 잭의 말을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승수는한 번도 잭을 이해한 적이 없음을 깨달았다. 아빠잭은 계속 아무 말이 없는 승수를 여러 번 불렀다. 아빠, 괜찮아? 그는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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