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마치 내가 아직 만나지 못한 노년의 얼굴들을 하나씩 전해주려는 다정한 제보자들 같았다. - P167
"야, 하늘 봐. 별이 진짜 많아." - P171
거기가면 다 할머니들이니까 못 불러도 덜 부끄럽겠지싶고. 또 나이 들어서 목을 너무 안 쓰면 안 좋대요. 고함이라도 질러야 한대요. 그래서 용기를 내서 간 거예요. - P175
이시가키 섬에 갔을 때 현지의 헬퍼에게 ‘이 주변에 배회 노인은 없다. 산책하는 노인이 있을 뿐이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시가키 섬의 주민은 노인이 산책하는 모습을 주위에서 따뜻하게 지켜보는 것만으로 배회하는 노인을 없앴다. - P186
"잘 알지. 그런데 이름도 모르고 나이도 몰라. 그냥 인사하다가 정든 사이야." - P189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선명해진다. 동네를 걸을 때혼자 있는 노인의 모습을 눈여겨보기. 자주 마주친 얼굴을 기억하기. 그렇게 ‘아는 노인‘을 하나둘 늘려가기.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격언처럼, 한 노인을 지키는 데필요한 여러 눈길 중 하나가 되기. - P189
★ 국내 대부분의 복지관에서 ‘독거노인 안부 묻기‘ 봉사활동을 진행하고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가까운 복지관으로 문의해보자. - P203
"이참에 머리도 같이 벌초하셨네요? 잘생긴 얼굴 보여주려고 오셨구나." 그 말에 두 사람은 함께 웃었다. 서로를 기억하고, 반가워하는 사이에서만 나눌 수 있는 농담. 그 짧은 환대의 순간이 깊은인상을 남겼다. - P206
되짚어보는 일이 지금의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도 조용히 헤아려보는 중이다. 돌이킬 수 없다는 선명한 자책도, 나아가고 싶다는 희미한 희망도 모두 내 안에 있다. 이제 나는, 나와 함께 나이 들어갈 이들에게 더 나은 선택지를 보여주는사람이 되고 싶다. 가장 보여주고 싶은 사람들은 이미 내 곁을떠났다고 하더라도. - P213
‘노인이 된 나에게는 어떤 자리가 필요할까‘ 아직은 먼일처럼 느껴진다 해도, 사실 이 질문은 시의적절하다. 결국 그것은 언젠가 나와 당신이 머무르게 될 자리를 그려보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바라는 그 자리에, 크기와 색깔, 모양과 높낮이가 제각각인 다양한 의자들이 놓여 있는 풍경을떠올려본다. 언젠가 그곳에서 외롭고 심심한 우리가 만난다면좋겠다. - P238
나와 함께살아가는 노년을 궁금해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기억하기. 그건내가 가장 잘하는 일이었다. - P249
어느 순간부터는 질문지를 따로 준비하지 않게 되었다. ‘이 이야기를 꼭 듣고 싶다‘라는 목표보다, 당신이 들려주는 어떤 이야기는 듣고 싶다는 마음으로 다가섰다. 그들을 만나기위해 내가 준비한 건 오직 궁금해하는 마음뿐이었다. 인터뷰를하러 가는 길엔 이런 생각이 따라붙곤 했다. 오늘은 어떤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될까. 그 이야기로 내 안의 무엇이 달라질까. 그 기대감이 나에겐 희망이었다. - P253
약속 장소에 먼저 도착해 이곳으로 오기로 한 친구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한 걸음씩 분명하게 오고 있을 나의 노년을 그려본다. 지금 여기에서 내가 쓴 이야기가 나보다 먼저 멀리가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든다. 그곳으로 가보고 싶다. - P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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