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 분위기가 뭔가 심상찮다. 플랫폼에 이상하게 사람이 적다. - P9
비참한 운명공동체는 열차에서 내려 터벅터벅 플랫폼을 걸어갔다. - P13
버스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인연과 세월은 기다리는게제일이라고 느긋하게 마음먹은 당신이지만, 이따금 초조함이 밀려들어 자리에서 일어나 의미 없이 어두운 창밖을 바라보곤 한다. - P14
아이들이 웃음을 뚝 그쳤다. 그 얼굴에 갑자기 존경의 빛이 떠오른다. 익혀둔 재주가 궁할 때 도움된다더니. 다시 한번 공중제비를 넘었다. 그러자 속이 후련해졌다. - P17
당신은 늘 열차 출발시각보다 훨씬 일찍 역에 도착하는 습관이 있다. 이게 해마다 심해지니, 노인이 되면 저녁에 탈 열차의 플랫폼에서아침놀에 볼을 발갛게 물들이며 서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 P21
이래서야 신발끈을 못 찾아서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는 거나 매한가지아닌가. 당신은 앞으로 남은 인생에서는 앞 열차를 보면 무조건 올라타기로 결심한다. - P25
방언은 돈보다 강하게 인간을 얽어맨다. - P28
뱃속에 칼을 품고 다니면, 그것이 눈을 꿰뚫고 드러나기 마련이다. - P37
당신은 불현듯 지난밤 발끝에 묘한 감각이 느껴졌던 것을 아주 오랜옛일처럼 떠올렸다. 발목까지가 내 몸이고, 거기서부터 끝까지는 크기가 안 맞는 신발을 대충 꿰신은 것 같은 감각이었다.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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