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ㅇ씨는 미련을 털어냈다. 포플러에게는 미안하지만, 제 몸 돌보지 않고 오로지 일만 했던 젊은날에는 후회가 없으며 돌이켜 생각해봐도 쾌감이 있다고 말한다. 나는 바람에 흔들리는 포플러 잎사귀를 마음속에 그려보며 상쾌한 실패도 있는 법이라고감탄한다. - P186

벚꽃 이야기를 듣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곧바로 노트를 챙겨 외출했다. 어쨌든 실물 앞에서 이야기를 듣는 터라 나는 분주했다. 걷는다, 듣는다, 꽃을보고 가지를 보고 줄기를 보고 뿌리를 보며 이 나무와 저 나무의 차이를 구별한다. 그사이 메모를 한다. - P190

"오늘 이야기는 모두 잊어도 됩니다. 필요할 때는또 이야기할게요. 다만 지금부터 보여줄 나무는 절대로 잊지 말아요." - P191

"이 나무는 저절로 몸이 불었다 줄었다 하는데 절묘하게 균형을 잡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 P194

관리인은 덧붙이기를, 폭포벚나무는 신기한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한다. 나무는 선대를비롯한 모두가 함께 모여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단다. - P195

. 나무와 사귈 수 있는 사람은 모두 상냥함을 지니고 있다. - P196

보고 다닌 나무는 세 그루로 도쿄 에도가와의 절에 있는 소나무, 미에현 스즈카의 전원 속에 있는 녹나무, 후쿠시마현의 도로 옆 밭에 있는 삼나무다. 세그루 모두 홀로 우뚝 솟은 거목이었다. - P198

바다는 가깝다. 녹나무는 논 가운데 있는데 동쪽으로 논이 끝나는 곳에 기차가 달리는 풍경이 보이고 그 철길을 넘어가면 바로 바다가 나온다고 한다. - P201

야산에 혼자 남은 나무에 대한 평가가 절로 명확해진다 할 수 있다. 인간의 처지에서 보면 쓸모없고 가치 없는 나무이지만, 나무의 입장에서는 불운과 고난 끝에 겨우 얻은 노후의 평안이라는 것이다. 부디혼자 남은 나무를 보고 멋지다 하는 말로 끝내지 말고좀 더 세심하게 봐주길 바란다고 했다. 몸에 사무치는, 홀로 서 있는 노목에 관한 이야기였다. - P203

퍼붓는 빗속에서 삼나무는 가지도 잎사귀도 한 점 흔들림 없고 움직임 없이 오래도록 태연한 모습으로 안정된 상태를 보였다. 대단했다. 관록이란 이런 것일까. -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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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유리병 가득 꿀이 담겨 있다 - P59

협소한 내 마음에 옮겨 담으려던 것은당신이 만들지 않은 당신의 것 - P60

사랑하는 이가 치매에 걸리고 나서 알츠하이머가 독일의정신과 의사 이름이란 걸 알게 된 것처럼 - P64

생은 지금과 죽음 사이의 망설임 같다라고 더듬거리며에밀리가 말할 때 - P66

너는 내게 올 수 없으니까 북극한파처럼 그곳의 공기를내게 보내 주는 거지오지 말라는 그 말이 불러일으키는 섭섭한 눈보라 - P69

나보다 더 가난한 이의마음속 노트를 훔치면서도 숨죽이지 않는다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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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혼자 해도 아슬아슬하다. 나는 두 사람 중 과연 누구의목소리가 흘러나올지 너무나 궁금해서 목소리가 다 갈라질 지경이었다. - P67

김장우였다. 운명은 두 사람한테 오분 간의 시차를 두었다. 나는 이 운명을 확인하기 위해 지하철역으로 달려가지 않았다. - P69

"영화는 6시 40분 시작입니다. 표는 어제 구해놨지요. 때문에저녁은 9시입니다. 종로에 아주 맛있게 하는 집을 알고 있으니 그건걱정 마시구요. 오늘 드라이브는 문산에서 임진강으로, 그런 다음 장흥으로 해서 돌아오는 것입니다. 차 한잔의 대화는 아마도 장흥쯤이 되리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만." - P71

"아녜요. 정확해요. 주차하는 데 적어도 10분은 소요되고, 약간걸어서 극장 도착하는 데 5분, 매점에서 마실 것 사고 화장실 다녀오면 또 5분, 좌석 찾아 앉는데 2분, 도합 22분, 8분 정도 숨 돌리고 나면 편안하게 영화를 볼 수 있어요. 빠르지도 늦지도 않아요. 딱 좋아요." - P77

그래서 나는 그 말을 이렇게 해석해보았다. 김장웁니다. 안진진과 일요일을 함께 보내고 싶었으나 여의치 않아서 쓸쓸하게 남도로 떠납니다. 쓸쓸함이 가시면 돌아오겠습니다……………. - P79

해질녘에는절대 낯선 길에서 헤매면 안돼.
그러다 하늘 저켠에서부터푸른색으로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가슴이 아프거든...………. - P82

음식물 찌꺼기로 도배를 해버린 벽, 접시 파편들로 난장판이 되어버린 방, 어머니는 너무 놀라 방문 앞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 순간 정확히 어머니를 겨냥하며 날아오는 잡채 접시. - P85

그때까지만 해도 어머니는 이모와 닮은 데가 많았던 모양이었다. 그런 대사는 전형적인 이모의 것이었으니까.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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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가 꽃무늬 바지 네벌을 비닐봉지에 담았다. 아저씨에게 비닐봉지를 건네받으며 나는 생각했다. 한여름이되면 아빠랑 엄마랑 똑같은 꽃무늬 잠옷 바지를 입고수박을 먹어야지,라고, - P101

오늘 급식은 돈가스와 미역국과 깍두기였다. 다 내가좋아하는 거라 밥을 가득 펐다. 성규가 알면 또 잔소리를하겠지. 점심을 먹고 이를 닦은 다음 운동장에 가보니 성규가 먼저 걷고 있었다. 성규 옆으로 가서 따라 걸었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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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운명이라고 부르는 커플을 만났어요. 둘은 종교가 달라서 멀리 떨어진 다른 나라에서 결혼을 하기 위해 도망 중이래요. - P165

나는 바람을 따라나서던 흰 개의 모습을 떠올려요. - P125

잊고 있었다. 우리는 대체로 그 무엇도 어찌하지 못하지만,
작은 보조바퀴 정도는 만들 수 있다는 것을. - P93

그 집은 내가 유일하게 즐거운 마음으로 비누를 만들었던곳이에요. 그때 나는 웃으며 비누를 만들던 언니의 마음을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어요. - P95

우리는 이렇게 시커먼 슬픔 속에서 아슬아슬하게 줄지어 헤엄을 치고 있어요. 나를 위해서, 그리고 서로를 위해서요.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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