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뀌니좋은 것도 있다
사랑했지만 죽은 강아지가 목걸이 방울 소리 내며저승의 문턱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네가 믿고있듯이 - P19
네게서 쏟아져 나온 작별의 말도 그랬을 거야하루아침에 생겨난 마음은 아니었겠지 - P21
맞은편 복도로 햇살이 파도처럼 밀려오죠나는 밤새 책상을 부여잡고 표류한 셈이죠 그게 제 역할 같아요나는 어떤 게 명작인 줄 몰라요 맥베스 세트장에서 내게말했죠 그래도 너는 순정을 가졌잖니 대표님 순정부품 같은말씀 마세요 너무 비싸거든요 눈을 뜨면 나는 조그마한 구역의 무대 뒤에서 뜨거운 조명을 만지고 있습니다 - P24
빗소리를 재현하면 음악이 되겠지만공기 중에 뒤섞인 어둠을 복제하면 그림이 되겠지만누가 자연과 경쟁하겠는가 - P27
스마트폰이 우리의 주의를 빼앗아가는 걸로도 모자라서, 그 속의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가능성들이 인간을더 불안하게 만드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 P184
"나도 그랬다. 재(남편) 낳고 너무 무서워서 울었다. 다그런 거야. 괜찮아."놀랍게도 그 말 한마디로 산후우울증은 사라져버렸다. 나는 사실 아기가 무서운 게 아니라 내가 무서웠던 것이다. 사랑의 감정은 고사하고 아기가 무섭기만 한 내가,다 포기하고 달아나버리고 싶은 내가 무서웠던 것이다. - P161
생각하면, 그때까지 세상에서 가장 가까웠던 엄마가 나를완전히 오해하고 있다고 느낀 그 순간이야말로 진정한 독립의 순간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엄마는 나를 몰라.나에 대해서는 내가 더 잘 알아. 나는 그렇게 엄마로부터독립한 것이다. - P159
달리기는 좋다. 조깅은 더 좋다. 나는 ‘달리면서 웃을수 있어야 조깅‘이라는 말을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달리고 있는지 조깅을 하고 있는지 알기 위해서 한 번씩 웃어본다. 그렇게 쉬지 않고 천천히 열일곱바퀴를 달린다. - P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