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기다렸어요? 늦어서 미안‘ - P137

"조금 실망스럽네."
"
"예?" - P139

아까는 조금 긴가민가했는데, 오언의 얼굴에 다시 한번 떠오른 미소는 이번에야말로 뒷골목에서 우연히 입수한 도자기나 유화의 제작 시기며 기법이니 보존 상태에 따른 가치를 포함하여 진품 여부를 감정하는 것처럼 보였어.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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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이 그랬지요? 지나가던 조그만 아이가 예뻐서 머리를쓰다듬어줬더니 갑자기 애가 미쳐서 손을 물고 화장실로 도망갔다고." - P113

내가 본, 그러니까 총체적으로는 읽었다고 표현할 수 있는것들에 대해 묘사하려면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부터 말해야 했어. 능력인지 증상인지 이변인지 하여간 뭔가가 나한테 있다는 걸 알게 된 마당이라 충격, 공포, 전율,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같은 걱정, 언제부터 나는 이렇게 됐나, - P113

"이를테면 그렇다는 건데, 나에 한해서는 그게 정상참작의요건이 되지 않을 것은 염두에 두고 있어요. 다만 그 아이는당사자고, 미쳐서가 아니라 그럴 만해서 그랬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어서." - P115

"농담이 얼마나 홍하는지는 말하는 사람의 혓바닥이 아니라 듣는 사람의 귀에 달려 있지." - P117

그래서 이듬해 시설에서의 마지막날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었고, 그뒤로는 오언을 잊어버렸어. 그의 이름은 네 귀퉁이가닮은 채, 작은 지갑 안에서 몇 개 되지 않는 동전들과 함께 오래도록 뒹굴었지. 비탈을 따라 굴러온 불운의 바위가 내게로곤두박질해서, 뽑아내지는 못하고 깔끄럽기만 한 모래 파편이일상 곳곳에 박혀버린 어느 날에 이르기까지. - P119

이제 아가씨가 동전 지갑에서 네 모서리가 구겨진 보스의명함을 다시 꺼낼 수밖에 없었던 이유까지 생략하지는 못하겠네요. 아비가 추레한 몰골과 병든 몸으로 뒤늦게 나타난 것 정도는 웬만큼 예상 범위 내의 일이었는데, 그 아비라는 자가 그동안 번 돈을 모두 해먹으리라는 건 생각 못했답니다. - P129

아가씨에게 존속 상해치사의 죄를 추가하고 싶지는 않으니나는 첫번째를 고르고 다음으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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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에 필요한 것은 일차로 청자의 존재이고요. 말하기와 듣기, 쓰기와 읽기란 비록 그것으로 인해 변하는 실재가 없음은 물론 그것이 거쳐가는 길이 모순의 흙과 불화의 초목으로 닦이고 마침내 도달하는 자리에 결핍과 공허만남아 영원한 교착상태를 이룬다 한들, 그 행위가 한때 존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누군가의 영혼이 완전히 부서져버리지 않도록 거드는 법입니다. 언어의 본질과 역할을 두고 명멸하는무수한 스펙트럼 가운데 그것만큼 괜찮은 구실이 또 있는지,
나는 아직 알지 못합니다. - P41

포커스가 아가씨한테로 쏠려 있었기에, 아가씨가 주문처럼읊은 휴지심이니 화장대 따위의 말들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당장은 알고 싶지 않았고, 알고 싶더라도 캐내려 들어선 안 되는영역이라는 본능이 어둠 속에서 천적을 앞둔 곤충의 더듬이처럼 작동했습니다. - P41

나는 뭔가 내게 예정된 자리에 도착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안도감과는 확연히 다른. - P42

이만한 저택이 극소수 정예로 굴러간다는 건, 그들의 고용주가 온전히 믿는 사람이 꼭 그만큼이라는 뜻이었습니다. - P47

-달콤한 물을 마시려면 설탕이 녹기를 기다리라는 것 말인가요. 베르그송의 『창조적 진화』 제1장일 겁니다. 내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은 수학적 시간이 아닌 나의 조바심이다.……………그런 얘기를 할 때 예시로 나왔다고 기억합니다. 2장도 다 못넘기고 그만둬서 확신은 없네요. - P59

-그애는 나의・・・・・・ 질문입니다. - P64

"선생님이 한실장이랑 올라오기 전에 내가 그 사람한테 했던 마지막 말? ‘때려죽여도 너만은 절대로 안 읽어‘였어." - P75

그는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성한 쪽 손으로 내 머리채를잡아당기며 소리쳤어. 여기! 누가 좀! 이 학생이 미쳤나, 이거놔! 나는 머리카락이 한줌 뜯어져나가게 내버려두고 그자의무릎을 걷어차서 바닥에 눕혀버렸어.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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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 당신에게 구애하고상처 입혀서 사랑을 얻어냈지-윌리엄 셰익스피어, 「한여름밤의 꿈」

그러므로 저는 말로도 하고글로도 써내려가겠지만 가능한 한 저의 해석과 감정이 그 일들을 덜 변색시키기를 바라는 마음에 몇 겹의 문장으로 감싸게 될 것 같습니다. 어떤 진실은 은닉과 착란 속에서 뒹굴 때비로소 한 점의 희미한 빛을 얻기도 합니다. - P9

무언가를 읽을 때는, 읽음의 행위 끝에 도출한 결론이 틀렸을 가능성을 언제나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하물며 무언가가아닌 누군가를 읽을 때는 더욱 그러합니다. - P14

나는 풀과 나무의 생태니 종류에 대해 무지하지만 세상에는・・・・・・ 처음 돋아날 때부터 검붉은 잔디도 존재하겠지요. 지구상 모든 잔디가 초록이라는 법은 없겠지요. 신이시여. 관리인이 옆으로 한 발 비켜서자 비로소 그 모습이 드러난 대표라는 이가 나를 보고 말하기를, - P21

"그런데 읽는 게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아서 어쩌나. 최대한정확하게 읽어내려고 든다면 몇 가지 조건이 있어서."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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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진보로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메카다. 그 거리 한국에 ‘버거리‘라는 이름의 한국 책 전문이 있다. 지금은 그런가 하며 실드링하게 지나칠지 모르겠지만 내가 제보에 갔을 때는 상상조차못한 일이다.

김승복 대표님을 두고 ‘토네이도‘라고 부른 적이 있다. 어마어마한 힘으로 사람들을 휘말리게 하기 때문이다. 나는 10년 넘게 휩쓸리고 또휩쓸리며,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대표님께 탄복해왔다.

그로부터 4년이 흘렀다. 이것저것 탈이 많았으나 다행히 한국과 일본의 많은 친구들, 여러 신들의 도움으로 나는 죽음으로부터 벗어나 컴퓨터 속에 있던 ‘오늘의 손님‘
들을 다시 꺼낼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누군가를 기억에서 꺼내보는 것은 기쁜 일이고 신나는 일이다. - P13

지금 와서 생각하면 책장에 책등이 보이게 꽂지 않고,
횡으로 두어 표지를 보여주며 공간을 채울 수 있었을 텐테, 그때는 요령이 없어서 그 방법을 몰랐다. - P29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시간을 들여 검토하는 편이 아니다. 직관에 따라 그 자리에서 할지 말지를 정하고, 하기로 결정했다면 언제 어떤 식으로 할 것인가 또한 그 자리에서 바로 결정해나간다. 이것이 연 100회가까이 서점 이벤트를 개최하는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 P34

세상에는 시간을 들여 결정해야 할 일도 있지만 바로 결정해서 진행하면 되는 일도 있다. 모든 일에 시간을 들일 ‘시간‘이 없지 않은가? 게다가 고민하는 티를 내면 귀신같이 다른 고민거리가 나타나 기획이 무산될 가능성도 높고. - P35

언젠가 ‘금요일 점장‘인 시미즈씨가 아즈마씨의 성가신주문을 메일로 대응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이번에도 저자나 책 제목 없이 주제나 소재만 주어져, 숲속에서 비스킷을 찾아가는 느낌의 메일이 며칠에 걸쳐 이어지고 있었다. - P49

"시간대비 퍼포먼스가 안 좋네요.
하지만 곧이은 시미즈씨의 대꾸에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말았다.
"이런 분이야말로 오래도록 우리 책거리를 응원해주실분입니다. 매출 금액에 너무 일희일비하지 마세요." - P50

상황을 파악하면서 다음 일을 계획할 수 있다는 것은얼마나 쾌적한 삶인가…………. 우리에게 알라딘은 정말이지,
그들의 로고대로 소원을 들어주는 램프였다. - P55

하지만 내가 여기서 결심했어야 하는 것은 출장 책거리가 아니라 장애인들도 문턱 없이 드나들 수 있는 환경을만들겠다는 각오가 아니었을까. - P61

"구미상, 이렇게 많은 책을 언제 다 읽어요?"
"다 읽을 날이 있겠지. 언젠가는." - P66

실은 자신이 지금 하는 일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를 배웠다. - P71

책거리의 실질 운영자는 나 한 명이지만, 책거리의 지난날을 설명할 때 늘 ‘우리‘라는 표현을 쓴다. ‘내가 이렇게 했다‘가 아니라 ‘우리가 이렇게 했다‘고 의식적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그리 나온다. 그만큼 책거리는누구 하나의 힘으로 굴러가는 곳이 아님을 절감한다.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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