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이모에게 내가 느낀 상실감을 말하고 싶어졌다. 그동안 내게 ‘시간이 흐르면‘으로 시작되는 말을 해준 사람들이많았다. 그런 말은 하지 않는 사람보다 기어이 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나도 그 말에 의지했지만 그 말은 진실이 아니었다.
시간은 그냥 흘러갈 뿐이고 마음은 여전했다. 뜨개바늘을 든채 머뭇거리자 나주 이모가 하다보면 나아진다고 웃으며 말해주었다.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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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사람 숨소리에 색과 음을 입혀 만든 게 노래라고생각한 적이 있다. 우리가 숨을 보다 진지하고 아름답게 쉬는 방식이 노래 같다고. 그러니 누군가의 노래를 듣는 건그 사람의 숨소리를 공들여 듣는 일인지 모른다. 나를 에워싼 사람들의 숨소리를 열심히 듣다 적절한 순간에 자기 숨소리를 얹는 일이 합창인 것처럼 말이다.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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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삶의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나는 문학의 언어에자주 기댔다. 그리고 그게 도움이 됐다. 아주 천천히 이뤄지는데다 거의 표도 안 나서 정작 도움받은 사람은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도움. 그리고 배움. 행정 언어로도 법률 언어로도 해결 못 하는, 그렇지만 우리 삶에 엄연히 존재하는문제들을 문학은 늘 ‘쉬운 답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내가건널 수 있게 해줬다. 앞으로도 곤경에 처할 때마다 문학은결코 생색내지 않는 형태로 우릴 도울 것이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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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아니야. 여자가 듣지도 않은 말을부정하는 동안 호아가 상체를 세워 앉았다. 그러고는 고개를살짝 기울였는데 그 모습이 무척이나 거짓되게 느껴져서 여자의 양팔에 오소소 닭살이 돋아났다. 호아는 그 상태로 말을 쏟아 냈다.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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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어두울 때 우리는 일단 가슴을 칩니다그건 그 속에 분명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지요 - P95

제게 도서관은 양립하기 매우 어려운 두 가지 소망을 시도하는 장소로 이해됩니다. 인간의 정신과 마음을 보존하는 것. 그리고 이 정신과 마음을 활성화하는 것. ‘보존‘과‘보급‘이 동시에 시도됩니다. 사료화와 현재화가 이루어지지요. 그래서 도서관은 역설적입니다.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공간을 만들고 차곡차곡 자료들을 집적하지만, 동시에보존이라는 목적에만 매몰되지 않고 언제나 문을 열고 개방하지요. 심지어 집으로 가져갈 수도 있어요. 박물관이나미술관이라면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들이 도서관에서는 일상적으로 일어납니다.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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