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그녀가 이렇게 쉬지 않고 한 번에 말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거의 이렇게 말했다. 그녀는 마치 그 말들을 오랫동안 참아왔던 것처럼, 누구에게든 쏟아내지 않고는 견딜 수 없다는 듯이내가 끼어들 틈도 없이 계속해서 그와 같은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 P69

저장되지 않은 번호로 걸려온 전화에서 어떤 남자가 자신을 변호사라고 소개했을 때, 나는 이 여자가 이번에는 정말로 해볼 생각인가보군, 하고 생각했다. 여기서 이 여자란 내 아내인 해원을말하는 것인데, 나는 전화 속 남자가 그녀가 고용한 이혼 전문 변호사일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 P75

"유산은 죽은 사람이 남기는 것 아닌가요?"
전화기 너머에서 그가 대답했다.
"그렇죠." - P77

"얘들아, 이모는 스위스에 갈 거란다. 그리고 거기서 죽을 거고." - P86

"그렇다면 대체 왜요? 그리고 왜 지금이냐고요."
"왜냐하면 내가 그러고 싶기 때문이다. 지금 그렇게 하고 싶기때문이야."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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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같은 사람들 때문에! - P49

아닐걸? 어떤 환자는 여기서 20년을 살았는데도 어디가 아픈지도 말 못 하던데. 그냥 평생 그렇게 사는 거야. - P52

그는 조약돌을 쥐고 눈을 감았다. - P53

진우와 서인은 끝없이 펼쳐진 붉은 흙 위를 달리고 있었다. 옆으로 에뮤 떼가 지나가기도 하고 개를 닮은 딩고가가만히 앉아서 둘의 차를 바라보기도 했다. - P57

골드러시 체험 상품이라고 했다. - P59

헤드 셰프로 일하면서 457비자를 얻어낸 것은 진우였지만 서류상에는 서인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 P67

왜 이딴 장난을 치고 그래?
나는 문을 열려고 한 거야. 안에서 문이 잠겨버렸다고.
진우는 울먹거리는 서인을 밀치고 복도로 들어섰다. 그의 등으로 바람이 몰아쳤다. - P72

그녀는 자신이 광산을 뒤흔든것처럼, 그래서 광산이 완전히 무너져내린 것처럼 일그러진 얼굴을 했다. - P79

길에 사람이 하나도 없어. 나오지마.
승수의 문자에 미연은 여러 이름과 연락처를 보내왔다. - P91

학생비자나 동반비자로는 주 20시간밖에 일할 수 없었으므로 20시간은 식당에서 주방 보조로 일하고, 그 외에는현금으로 급여를 받는 캐시잡으로 청소나 이사 용역 등의일을 닥치는 대로 했다. - P97

승수는 사진을 가만히 넘겨보았다. 붉은 대기가 떠다니는, 다른 은하계 행성을 찍은 것 같았다. 이 안에 잭이 있다고? - P101

잭이 어디서 나왔는지 거실 한중간에 서 있었다. 떡 진머리, 땀에 젖은 옷. 심지어 눈이 빨갰다. 승수는 가만히 서서 마약을 한 것 같은 아들을 바라보았다. 아들의 뺨을 때리고 싶기도, 울음을 터뜨리며 아들을 끌어안고 싶기도 했다. 그러나 선뜻 움직였다가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것만 같았다. - P106

그때 그는 뭐가 괜찮다고 생각했을까. 지금 잭은 뭐가괜찮다는 걸까. 잭의 말을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승수는한 번도 잭을 이해한 적이 없음을 깨달았다.
아빠잭은 계속 아무 말이 없는 승수를 여러 번 불렀다.
아빠, 괜찮아?
그는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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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면 성실이라는 단어도 퇴색했다 - P91

냉소적으로 말하자면, 인간은 사실 갖가지 미덕들에 대해 마음속으로 은밀하게 값을 매기는 존재다. - P91

도박장에서는 평상심을 유지하기 어렵다. - P92

이제 사람들은 개인 차원에서 시나리오 경영을 내면화한 것같다. 마음의 안정을 위해 일단 계획을 세우고, 상황이 바뀌면그때마다 수정하자.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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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에 빠진 골목들을 스카치테이프처럼 서랍에 가득쌓아두었습니다 - P119

죄송하지만 다 보내드리고 퇴근하겠습니다 - P121

이별의 미래야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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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는 직원의 남미 억양이 매우 거슬렸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짜증과 긴장이 뒤섞여 피부가 어두운 그녀를 증오하는 마음이 일었지만, 휴대폰을 건네는 수밖에 없었다. - P13

휴대폰을 주세요, 잠금을 풀어서. - P12

머리가 짧고 근육을 잔뜩 키운 백인 남자가 펍에서 말을 걸어왔을 때 유미가 고개를 끄덕거린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편견 때문이었다. 그의 모습이 취향에 완벽하게 들어맞았음에도 거부감을 느끼는 자신이 마음에 들지않았다. 유미는 뭔지도 모르는 대상과 싸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일종의 투쟁처럼 미군의 데이트 신청을 받아들여그의 손을 잡고 대로변을 걸었다. 대놓고 적의에 찬 시선을받을 때마다 다짐을 더 굳건히 했다. 어디 봐라, 나는 너의수준 낮은 편견과 싸우고 있다. - P15

약속할 수 있나요?
뭘요?
결혼하지 않겠다는 거요. - P19

그들은 여전히 자신들이 진짜 부부라는 사실을 아주자세히, 반복해서,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 P23

이곳은 임대주택, 그것도 악명 높은 캠벨타운의 임대주택이었다. 임차인 누구와도 얽히고 싶지 않았다. - P29

도망치듯 부엌에서 나와 ‘한국인 배관공 연락이라고썼다가 지우고 ‘배관공 추가 금액 제시‘라고 썼다. - P33

당신은 나를 못 믿겠다고 말하지만 이건 믿음의 문제가아니에요. - P35

No Social Issue요.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없다는 뜻이죠. - P37

청소 업계를 평정하던 시절은 다 지나갔다. 이민자는 넘쳐났고, 언어가 안 되는 이들에게 청소만큼 시작하기 쉬운일도 없었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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