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오늘 비눗방울 되는 약 먹었어.
나는 꼿꼿한 목을 하고 텔레비전만을 응시했다. 못들은 척하면 안 들은 게 되리라고 믿는 사람처럼. - P239

불퉁거리며 유현의 손을 확 낚아채어 잡았다. 머리위로 들어올려 형광등 불빛에 비추어 보았다. 투명해졌나. - P241

그냥 생각나서 넣었다는 듯 무심히 들어 있던 그게왜 그렇게 맛있던지. 해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그택배를 기다리는 재미로 시간을 보냈어. 부담스러우실까 해서 언제 보내 주시는지 여쭤보지도 못하고말야. - P245

우리 아들도 재작년에 비눗방울 약 먹었어요. 먹은지 사나흘쯤 됐지? 그래 보이네. - P251

• 한대 때려 주고 싶은데 터질까 봐 때리지도 못하겠네.
혜령 씨가 말했고 나는 깔깔 웃었다.
아,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 주셔서 속이 시원하네요. - P253

말하면서 혜령 씨는 밭 너머 어딘가를 바라보았다. 오래 생각한 말을 하는 사람의 말투였다. - P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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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보니삼총사는 모래인간을따라오지 않았다 - P82

남편과 나는새벽 티브이를 바라보는 일을퍽 좋아한다

난 맥주 코너가꽤 안전하다고 느꼈어그래서 울어야 한다는 사실도잊어버렸지 - P85

나는 그 여자에게 말했어1 "아빠가 저를 잃어버렸어요"
뒷이야기는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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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서부로출장을 다녀온 후 마크스는 세이디와 샘에게 캘리포니아에 사무실을 내면 어떨까 슬쩍 흘려봤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로스앤젤레스 출신이라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았다. 귀향은 늘 후퇴로 느껴지는 법이다 - P237

우정이나 개인사를 들먹여봤자 샘에게는 절대 통하지 않는다는 걸 마크스는 잘 알고 있었다. "샘, 분명히 말하는데 이건 내문제이기도 해. 우린 파트너고, 네가 만약 큰 수술을 받아야 할상황이라면 세이디와 나는 사전에 알고 계획을 세워야 해." - P239

"해법은 완전 명쾌하네." 조이가 말했다. "샘과 세이디에게 우리랑 같이 캘리포니아에 가자고 해. 캘리포니아에서라면 겨울도문제가 되지 않아. 거기선 다들 운전을 하니까 샘이 여기서처럼많이 걷지 않아도 되고, 그럼 회복도 빠르겠지." - P241

"세이디는 도브를 사랑해." 마크스가 말했다.
"세이디는 도브를 증오해. 도브는 절대 이혼 안 할걸. 우리 모두 다 아는 사실이잖아." 조이가 말했다. - P242

"응. 내 생각엔 세이디도 헤어지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는 것같아. 떠날 이유가 생기면 세이디한테 도움이 될 거야."
"그래, 가자." 샘이 말했다. "세이디를 위해서." - P244

"우리 헤어지는 건가?" 도브가 물었다.
"나도 모르지." 세이디가 말했다. "그래. 헤어지는 것 같아." - P247

마지막으로 짐 속에 넣은 것은 수갑이었다. 기내에 가지고 들어가는 커다란 더플백의 지퍼 주머니에 슬쩍 집어넣었다. 도브가다른 여자한테 수갑을 쓰지 않았으면 했다. 그런 충동이 자매애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감상벽인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 P250

그리고 세이디를 꽉 끌어안고 자신의중배엽형 근육질 가슴팍에 대고 세이디의 머리를 으스러져라 눌렀다. "난 짐승이지. 하지만 존나 사랑한다, 세이디." 도브가 말했다. "좋든 싫든, 내 사랑을 네 여정에 담아가렴." -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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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아지 그 큰 눈망울 속에 친정 식구들이 보이겠지요.
송아지 앞세우고 걷다보면 불 켜진 저녁 고향집이 훤히보이겠지요. - P138

*직장 대선배가 어린 딸을 먼저 저세상으로 보낸 뒤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에 쓴 표현이다. 그 편지의 첫 문장이 다음과 같았다. "사랑하는 딸을 놓쳤습니다." - P140

지금 여기가 맨 끝이다.
나무 땅 물 바람 햇빛도저마다 모두 맨 끝이어서 맨 앞이다. - P142

지금 여기 내가 정면이다. - P142

금줄을 베란다 입구에 쳐놓는다.
당분간 출입 제한구역이다. - P145

한밤중에홀로 떨어지는 꽃잎들이 있다. - P147

모래의 남자는 밤새 모래들이 한쪽으로 쏠리며 우는 소리를 들었다.
백설탕 같은 별빛이 섞인 여름밤의 냄새를 하나하나 가려낼 수 있었다. - P149

*이 시는 중국 네이멍구 모래 구릉에 나무를 심어, 10여 년 만에 사막 속에 초원을 일궈낸 인위쩐 부부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인위쩐 부부는 21세기 중국 사회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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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고>에 제일 좋은 오퍼를 낸 두 곳은 셀러도어 게임과 오퍼스인터랙티브였다. 셀러도어는 세이디가 신통치 않은 인턴으로 근무했던 곳이고, 오퍼스는 텍사스 오스틴에 본사를 둔 PC회사 오퍼스컴퓨터의 게임 부문이었다. - P211

"도브, 왜 이치고가 꼭 남자애여야 하죠? 여자애면 안 되나?"
세이디가 말했다.
"여자가 주인공인 게임은 덜 팔린다는 사실을 잘 알잖아." 도브가 말했다. - P210

"저는 일개 프로그래머이고, 여기 세이디가 책임 프로그래머입니다." 샘이 말했다.
"저희 둘이 함께 게임을 디자인하고 개발했습니다." 세이디가말했다. - P213

"난 무조건 네가 하자는 대로 할 거야." 샘이 말했다.
"알았어, 샘." 세이디가 말했다. "오퍼스로 하자." - P216

당시엔 이름 있는 여성 게임 디자이너가 거의 없었고, 여성개발자가 자신을 어떻게 내보여야 하는지에 대한 전략도 딱히 없었다. 그리고 사실은, 오퍼스의 어느 누구도 세이디에게 전면에나서라고 얘기하지 않았다. 오퍼스의 남자들은 샘이 <이치고>의얼굴이기를 원했고, 따라서 샘이 게임의 얼굴이 되었다. 산업계가원래 그렇듯 게임업계도 천재 소년을 유난히 편애했다. - P217

샘 옆에서 세이디는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 P219

하지만 부르주아였기 때문에 세이디는 부르주아적이지 않은일을 할 수 있었다. 만약 세이디가 자신의 인생에 철저했다면, 일에 있어 그런 희생과 양보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 P225

"세이디, 여기 추워 죽을 것 같아. 또 눈이 와. 너의 가장 오랜 베프를제발 들여보내줘." - P225

샘은 세이디의 표정을 살폈다. 샘은 세이디의 기분과 상태에관해서는 전문가였다. "아직도 사랑하니?" - P227

가끔은 샘이 좋기는커녕 꼴 보기 싫을 때도 있지만,
사실을 말하자면, 세이디는 자신의 아이디어가 실행에 옮길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샘의 두뇌를 한번 거치기 전까지는 알 수 없었다. 샘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다시 들려줄 때에만 약간 수정해서, 개선해서, 종합해서, 재구성해서 그게 좋은지 나쁜지 확신할 수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샘에게 말하는 순간 그것은 또한 샘의 아이디어가 되는 것이었다. - P228

샘이 최고로 좋아하는 건, 세이디와 단둘이 원대한 아이디어로빈 칠판을 가득 채우는 일이었다. 샘은 세이디와 함께 세계를 설계하는 게 너무나도 좋았다. 두 사람은 저녁에 다시 모이기로 했고, 샘은 일을 시작할 생각에 들뜨고 설렜다. - 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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