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장군? 꼬마 장군 말하는 건가?"
나는 혼잣말인 양 중얼거렸다.
"꼬마는 무슨. 고려 때 무관이야."
한오가 퉁명스럽게 굴었다. 제 말이 끊겨서였다.
"애들 영양제 파는 장군 아니야?" - P79

근무조가 같은 날이면 수영과 점심을 서둘러 먹고 백화점건너편의 아파트 단지 후미진 곳으로 가서 몰래 담배를 피웠다. 짧은 시간 안에 가급적 많이 피우려고 서로 말도 거의 하지않았지만 그 시간마저 오래가지 못했다.  - P8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신도를 다시 만난 곳도 경찰서였다. 그때 나는 주취자나 피의자가 머무는 기다란 갈색 나무의자에 앉아 있었다. 의자는 맨들맨들했다. 여러 사람이 쉴새없이 앉았다 일어난 흔적이 남아 있었다. 처량한 기분이었지만 거기에 앉았던 사람중 내가 가장 멀쩡하고 억울하리라는 생각으로 허리를 꼿꼿이펴려고 애썼다. 실은 겁이 나서 엎드려 울게 될까봐 몸에 잔뜩힘을 주었다. - P49

마케팅팀에는 인턴이 다섯 명 있었다. 팀장은 사십대 초반의 남자였는데, 인턴들 이름을 자주 헛갈려 부르더니 어느 날은 키 순서에 따라 1, 2, 3, 4, 5로 부르겠다고 통보했다. - P51

"남은 기간 동안 좀비처럼 지내. 아니면 사람답게 지금 당당히 나가거나."
팀장의 말을 전해주자 신도는 미친듯이 웃었다. 뭐가 그렇게 웃기냐고 화를 내자 간신히 웃음을 그치고 물었다. - P67

신도가 작게 속삭였다. 철새들이 커다란 브이자 형태로 늘어서서 하늘을 날고 있었다. 와, 나는 낮게 감탄하는 말을 내뱉었다. 남자가 우리 쪽을 힐끔 돌아보고 웃으며 말했다.
"약하니까요. 약한 것들은 저렇게 몰려다녀야 그나마 목숨을 부지하죠." - P68

"저 새는 이제 네 거야."
보이지 않는 걸 내 것이라고 말하며 선심 쓰는 건 둘째 치고그건 좀 곤란했다. 펄럭이는 새를 가지면 마음이 너무 부푸니까. 그런 마음으로는 도무지 뭘 할 수가 없으니까. 하지만 그런 생각을 말하지는 않고 신도를 따라 다시 인적 없는 둑방길을 걸었다. 신도가 잠깐 멈춰 서서 어둠에 잠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여전히 새는 보이지 않았다. - P7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런 얘기를 들은 적 있다. 한 사업가가 출장으로 대도시 호텔을 찾았다 일어난 이야기. 호텔 방문을 열자 죽은 채로 누워있는 사람이 눈에 띈다. 사업가는 놀란 나머지 헐레벌떡 로비로 내려가 방에 시체가 있다고 소리친다. 안내 직원은 열쇠 함으로 손을 뻗으며 차분하게 대꾸한다. - P9

"성실하신 건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오후가 되면 냄새가너무 심하네요.
- P11

여자는 어깨를 동그랗게 말고 낮은 테이블에 놓인 서류를채워나갔다. 한때는 의뢰인이 저렇게 움츠린 모양새로 있는게 내키지 않아 높은 테이블로 바꾸려다 관두었다. 일을 하는데 연민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되어서다. 남는 게 없는 일이다보니 경우에 따라 애틋하기라도 해야 시작할 수 있다. - P17

두 사건으로 나는 큰 교훈을 얻었다. 사라지는 일이야말로조용히 처리해야 한다는 것. 특히 부모가 살아 있거나 자식을둔 사람의 증발일수록 그렇다는 것. 부모는 좀처럼 자식을 찾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반대로 증발을 선택한 사람이 누군가의 부모라면 본인이 참지 못하고 자식을 보러 가다가 아는사람 눈에 띄기도 한다. - P21

어쩐지 들떠 보이는 오영지에게서 등을 돌리고 나는 눈을 감았다. 내일 우리는 어디로 가게 될까. 그게 어디인지 아직은 알수 없지만 이제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삶이 시작되는 곳일 것이다. 동시에 이제까지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곳이겠지. 하지만어디든 도착할 것이다. 오늘밤 중요한 것은 그것뿐이었다. - P3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자도 다른 사랑에 대해 알고는 있었다.  - P45

#솔중유치원 #새출발 #배우권호아 - P47

"그럼 하나 낳으세요." - P55

여자는 서둘러 주방으로 갔다. 에프킬라를 챙겨 와서 다시방문 앞에 섰을 때 벌레는 그대로 있었다. 솔직히 여자는 벌레를 죽이고 싶지 않았다. 죽인 적도 없고. 모기 몇 마리를 죽인 적은 있겠으나 이 정도로 큰 벌레를 작심하고 죽인 기억은없다. 하지만 지금은 해내야만 했다. 딸을 위해 딸의 성공을위해. - P63

"저기, 호아가 좀 다쳤어요."
"어디를요? 얼마나요, 선생님?"
"그게, 연필로 자기 손등을 찍었어요, 어머님." - P67

"엄마가 나 쓰레기 비닐에 넣었잖아." - P71

얼마나 더 아파요? 지금보다 얼마나 더 아파요?
- P7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엄마, 있지. 그렇게 긴 눈을 만들려면 뒤트임을 해야 한대.
나도 뒤트임 할까?" - P37

"아파트 계약 1년 남았잖아. 잊었어? 채우고 나가는 게 낫지않아?"
"오빠, 호아가 솔중유치원에 붙었다니까? 그냥 유치원이 아니라 솔중유치원이라고." - P4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