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과 불운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나무도 그것을피할 수는 없다. 불운을 짊어지는 나무도 생겨나기마련이다. 불운의 형태는 다양하다. - P207

. [교수는 어떤 마음으로 강산이 피폐해진 조국과 이탈리아를 비교하게 되었을까. 이것이 이후1980년대까지 이어지던 포플러 식재 열기의 발단이다. 포플러는 그전에 벌써 일본에 전해진 상태였다 - P210

그러나 포플러 식재 사업은 성공하지 못했다.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지만, 예로부터 전해지는 일본고유의 식재 관념과 작업 방법이 이탈리아의 재배법과 육성법하고는 전혀 달랐기 때문인 듯싶다. - P211

올해는 이상기후로 초목이 늦게 싹트고 있는데 버들개지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그 어디에서도 정보가 들리지 않는다. 모르는 사이에 다 떨어진 걸까,
아니면 아직 피지 않은 걸까. 오직 떠오르는 생각은,
포플러는 격조와 절도 있는 춤을 춘다는 것이다. - P217

1990년 10월 31일 저자가 86세의 일기로 별세한후, 1992년에 유작으로 출간된 이 단행본을 읽고 나는 잘 쓴 글을 읽었다는 큰 기쁨에 잠겼다. - P218

좋은 문장이란 좋은 환경에서 성장한 사람의 좌담과 비슷해야 한다고들 한다. ·예의를 존중하고 자신의 용모에 주의를 기울이되 (좋은 문장이란 적당하고 게다가 수수하게 맵시를 살린 사람의 옷과 비슷해야 한다고들 하지 않는가) 너무 고지식하지도 않고 항상 적당한 정도를 지키며
‘열광‘을 비난하는 눈으로 봐야만 한다. 그것이 산문에는더없이 걸맞은 토양이다. - P218

어쨌든 나무와 접할 때도 "1년은 겪어봐야 확실하다", "적어도 계절마다 한 번은 봐두어야 무슨 말을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태도다. 그 태도는 ‘젊었을 때 몸에 밴, 음식도 옷도 집도 최소한 1년 동안은경험해봐야 무슨 말을 할 수 있다‘는 가사 경험에서비롯된다고 저자 자신은 생각한다. - P220

즉 자신의 생명을 끝마침으로써 새로운 것을 내놓는다. 벌목된 나무가 목재로 되듯이 말이다. 이 책은그렇게 해서 태어난 것이다.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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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ㅇ씨는 미련을 털어냈다. 포플러에게는 미안하지만, 제 몸 돌보지 않고 오로지 일만 했던 젊은날에는 후회가 없으며 돌이켜 생각해봐도 쾌감이 있다고 말한다. 나는 바람에 흔들리는 포플러 잎사귀를 마음속에 그려보며 상쾌한 실패도 있는 법이라고감탄한다. - P186

벚꽃 이야기를 듣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곧바로 노트를 챙겨 외출했다. 어쨌든 실물 앞에서 이야기를 듣는 터라 나는 분주했다. 걷는다, 듣는다, 꽃을보고 가지를 보고 줄기를 보고 뿌리를 보며 이 나무와 저 나무의 차이를 구별한다. 그사이 메모를 한다. - P190

"오늘 이야기는 모두 잊어도 됩니다. 필요할 때는또 이야기할게요. 다만 지금부터 보여줄 나무는 절대로 잊지 말아요." - P191

"이 나무는 저절로 몸이 불었다 줄었다 하는데 절묘하게 균형을 잡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 P194

관리인은 덧붙이기를, 폭포벚나무는 신기한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한다. 나무는 선대를비롯한 모두가 함께 모여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단다. - P195

. 나무와 사귈 수 있는 사람은 모두 상냥함을 지니고 있다. - P196

보고 다닌 나무는 세 그루로 도쿄 에도가와의 절에 있는 소나무, 미에현 스즈카의 전원 속에 있는 녹나무, 후쿠시마현의 도로 옆 밭에 있는 삼나무다. 세그루 모두 홀로 우뚝 솟은 거목이었다. - P198

바다는 가깝다. 녹나무는 논 가운데 있는데 동쪽으로 논이 끝나는 곳에 기차가 달리는 풍경이 보이고 그 철길을 넘어가면 바로 바다가 나온다고 한다. - P201

야산에 혼자 남은 나무에 대한 평가가 절로 명확해진다 할 수 있다. 인간의 처지에서 보면 쓸모없고 가치 없는 나무이지만, 나무의 입장에서는 불운과 고난 끝에 겨우 얻은 노후의 평안이라는 것이다. 부디혼자 남은 나무를 보고 멋지다 하는 말로 끝내지 말고좀 더 세심하게 봐주길 바란다고 했다. 몸에 사무치는, 홀로 서 있는 노목에 관한 이야기였다. - P203

퍼붓는 빗속에서 삼나무는 가지도 잎사귀도 한 점 흔들림 없고 움직임 없이 오래도록 태연한 모습으로 안정된 상태를 보였다. 대단했다. 관록이란 이런 것일까. -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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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유리병 가득 꿀이 담겨 있다 - P59

협소한 내 마음에 옮겨 담으려던 것은당신이 만들지 않은 당신의 것 - P60

사랑하는 이가 치매에 걸리고 나서 알츠하이머가 독일의정신과 의사 이름이란 걸 알게 된 것처럼 - P64

생은 지금과 죽음 사이의 망설임 같다라고 더듬거리며에밀리가 말할 때 - P66

너는 내게 올 수 없으니까 북극한파처럼 그곳의 공기를내게 보내 주는 거지오지 말라는 그 말이 불러일으키는 섭섭한 눈보라 - P69

나보다 더 가난한 이의마음속 노트를 훔치면서도 숨죽이지 않는다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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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혼자 해도 아슬아슬하다. 나는 두 사람 중 과연 누구의목소리가 흘러나올지 너무나 궁금해서 목소리가 다 갈라질 지경이었다. - P67

김장우였다. 운명은 두 사람한테 오분 간의 시차를 두었다. 나는 이 운명을 확인하기 위해 지하철역으로 달려가지 않았다. - P69

"영화는 6시 40분 시작입니다. 표는 어제 구해놨지요. 때문에저녁은 9시입니다. 종로에 아주 맛있게 하는 집을 알고 있으니 그건걱정 마시구요. 오늘 드라이브는 문산에서 임진강으로, 그런 다음 장흥으로 해서 돌아오는 것입니다. 차 한잔의 대화는 아마도 장흥쯤이 되리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만." - P71

"아녜요. 정확해요. 주차하는 데 적어도 10분은 소요되고, 약간걸어서 극장 도착하는 데 5분, 매점에서 마실 것 사고 화장실 다녀오면 또 5분, 좌석 찾아 앉는데 2분, 도합 22분, 8분 정도 숨 돌리고 나면 편안하게 영화를 볼 수 있어요. 빠르지도 늦지도 않아요. 딱 좋아요." - P77

그래서 나는 그 말을 이렇게 해석해보았다. 김장웁니다. 안진진과 일요일을 함께 보내고 싶었으나 여의치 않아서 쓸쓸하게 남도로 떠납니다. 쓸쓸함이 가시면 돌아오겠습니다……………. - P79

해질녘에는절대 낯선 길에서 헤매면 안돼.
그러다 하늘 저켠에서부터푸른색으로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가슴이 아프거든...………. - P82

음식물 찌꺼기로 도배를 해버린 벽, 접시 파편들로 난장판이 되어버린 방, 어머니는 너무 놀라 방문 앞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 순간 정확히 어머니를 겨냥하며 날아오는 잡채 접시. - P85

그때까지만 해도 어머니는 이모와 닮은 데가 많았던 모양이었다. 그런 대사는 전형적인 이모의 것이었으니까.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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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가 꽃무늬 바지 네벌을 비닐봉지에 담았다. 아저씨에게 비닐봉지를 건네받으며 나는 생각했다. 한여름이되면 아빠랑 엄마랑 똑같은 꽃무늬 잠옷 바지를 입고수박을 먹어야지,라고, - P101

오늘 급식은 돈가스와 미역국과 깍두기였다. 다 내가좋아하는 거라 밥을 가득 펐다. 성규가 알면 또 잔소리를하겠지. 점심을 먹고 이를 닦은 다음 운동장에 가보니 성규가 먼저 걷고 있었다. 성규 옆으로 가서 따라 걸었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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