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이 없는 글이 존재할 수 있는가? - P153
처음으로 돌아가 내가 엄마의 언어를 익히면서 누렸을기쁨 혹은 슬픔을 되찾고 싶었다. 나의 모어를 다시 알고싶었다. - P155
진실은 어떤 모양이든 가치가 있다. 하지만 담는 그릇에 따라 넘쳐흐르기도 하고 몇 프로 부족한 진실이 되기도 한다. 넘치거나 부족한 진실은 진실을 놓친다. 그것이진실을 담는 그릇, 언어를 정련해야 하는 이유다. - P157
주는 일을 생각한다. 나의 새로운 숙제다. 이전에는 글쓰기가 무언가를 주기 위한 행위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없다. 준다는 것 자체가 우월감을 표현하는 것 같아 거부감도 느껴졌다. 지금은 아니다. 어떤 어머니가 우월하기때문에 주겠는가. 그것은 육체적, 정신적 본능이다. 사랑의 본능. 반드시 행위로 이어져야만 하는 여성 안의 주체성, 용기. - P158
엄마. 기억하자. 내게도 당신에게도 그 환한 말이 있다는 것을. - P159
"나라면 이런 이야기를 절대 쓰지 않았을 것이다. 썼다고 해도 절대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을 것이다." - P162
엄마에게는 상인의 언어가 있다. 엄마에게 처음부터그런 언어가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다만 내가 자란 시장에서는, 특히 시장의 여자들은 다들 그런 말을 쓴다. - P165
그 남자애는 슈만을 좋아했다. 아홉 살에 슈만을 좋아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내게는 조금 놀라운 일이었지만, 그 아이에게는 자연스러워 보였다.. - P166
집에 돌아와 《한 여자》를 펼쳤다. 아니 에르노는 어머니가 사망한 후에 쓴 그 글이 ‘말들을 통해서 가닿을 수있는 어머니에 대한 진실을 찾아 나서는 일‘이라고 했다." - P171
엄마는 다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진짜만 준다. 그것이 엄마의 언어이고, 자존심이다. - P117373
"야성이요. 여성이 가진 야성이요." - P177
어쩌면 엄마는 내가 쓸 수 없는 글을 쓰지 않았을까. 종이 위에 얌전히 누운 글자가 아닌, 야생마처럼 거침없이 달라는 글, 야성이 깨어 있는 여성의 글. 그러나 쓰레기통으로 사라진 그 말들은 이제 이곳에없다. 나는 더 이상 조력자나 목격자나 추적자가 될 수 없다. 이제 내게 남은 기회는 딱 하나다. 복원사가 되는 것. - P179
"안 다쳐. 나는 춤추는 사람이라 발이 나무토막처럼 단단해. 너희들도 벗어봐. 함몰과 융기를 반복한 땅의 기운을 오롯이 느끼려면 맨발이어야지." - P187
"여기가 내 인생의 순례길이야. 5분 순례길. 처음에는왜 이러고 살아야 하나, 그런 마음이었는데 이 길을 지나다니면서 다 없어졌어. 그냥 최선을 다해 사는 거야. 무엇을 하든 어디를 가든. 산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대단하고중요한 일이니!" - P191
오래 응시한 것을 말할 때, 나는 그것을 에둘러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한 번은 꿰뚫어야 한다. 온몸으로 통과해야 한다. 핵심으로 향해 갈 수밖에 없다. 비비언 고닉은 브롱크스 다세대주택에 사는 여성들을 창가에 놓인 예쁜 화분처럼 말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 P197
"그래도 어느 정도 시간을 채워야 가능한 것들이 있어" - P200
"매일 똑같은 길을 걸으면 그 길을 잘 아는 것 같지? 절대 아니야. 잘 봐야지. 뭐가 있는지, 구석구석 봐야지, 누가 있는지, 매일 뭐가 달라졌는지, 잘 봐야 알지. 마당도똑같아."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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