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게 왜 누웠어." 반이 말했다.
"어서 바다에 몸을 담그고 와." 백이 말했다. - P101

그리고 순례를 시작했다. - P101

어쩌면 생의 모든 행위는 수평적 움직임과수직적 움직임을 내포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 P107

「방랑, 파도」의 ‘선물‘은 ‘유산(遺産)‘과 같은 의미인 것 같습니다. 유산은 기쁘기도 하지만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물려준 그 마음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담감을 주니까요. - P109

소설의 문장 호흡과 문단 호흡이 잔물결 같다가, 크고 든든한 파도 같다가 하면서 소설 전체가 내내 "일렁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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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은 나중에 들어야겠네요. 어머님 잘 뵙고 좋은 휴가 보내세요." - P158

참나무가 우거진 산 중턱에 위치한 은총원은 재활치료와 신경계질환 관리 전문병원이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환자의 생명 유지와 격리를 목적으로 하고있다. 유희진은 휑하게 빈 야외 주차장에 주차했다. - P159

회복 불가라고 선고받은 가망 없는 삶이 가라앉을 때 그 옆에서 함께 잠기며 서서히 젖어가는 어둡고 불행한 삶. - P162

"잘 있었어? 너무 오랜만이지. 미안해. 일이 많아서 정신이 없었어. 무슨 생각하고 있어? 말해봐. 자주 안 온다고 딸 욕하고 있었어?" - P163

하지만 묻지 않았다. 어떻게 답할지 알 것 같았다. 아니,
이미 대답을 들은 것 같았다. - P167

"맞아요. 그런데 그건 어떻게 아셨어요?"
"제가 전에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작가님께 관심이 많다고요." - P176

꼬박 사흘 하고 반나절을 침대에 누워 있었다. 휴대전화를 무음으로 설정하고 뒤집어놓았다. 어디냐 묻는 문자엔 휴가 중이고 여행지에 있다고 했다. 암막커튼으로 창과 빛과 시간을 가렸다. 약통을 열었다. 한 알을 삼켰다.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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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혐오가 해로운 것은 그것이 우리 자신을 똑바로사랑하고 존중하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 P153

그런 의미에서 차별금지법은 특정한 수혜자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며 우리 모두를 안전하게 지켜 준다. 약자의 지위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면 누구든지 존중하고 보호하는 법안이다. - P154

언제나 자신처럼 갑자기 혼자가 되었을지 모를 어린이들의 삶을 걱정한다. 어린 친구들이 집에 놀러 오면 반드시 따뜻한 식사를 대접하는데, 거인답게손이 커서 달걀 1,728개를 넣어 만든 초대형 푸딩을 내놓기도 한다. - P157

심리학에 ‘부모화‘(parentification)라는 용어가 있다.
자녀가 오히려 부모처럼 행동하도록 강요받는, 서로의 역할이 뒤바뀌는 상황을 말한다. 방치된 가운데 상상의 거인이라도 되어서 살아남으려고 애쓰는 어린이들은 동화 속에도있고 가까운 이웃집의 모진 사정 속에도 있다. - P159

글쓰기는 가장 용맹한 연대다. - P164

우리가 더 널리 분양해야 하는 것은 어린이의 안전을 생각하는 마음이다. - P169

이익을 주는 현장에서는 어김없이 약삭빠른 돈의 말들이 떠다닌다. 돈의 발화에 짓눌려 약자의 삶은 종종 거래의 대상이 된다. 이걸 줄 테니 저걸 달라는 탁한 목소리에휘둘리기 쉽다. 어린이는 경제적 권리도 정치적 투표권도없는 약자다. 그러나 어린이를 놓고서는 어떤 거래도 벌이지 말기 바란다. - P169

어린이는 모험으로 기존 권력을 무너뜨리는 전복적인순간을 사랑한다. 어린이는 ‘내가 다른 존재라면 어떨까 상상하기‘ 부문의 최강 실력자일 것이다. -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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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은 죽으면 안 되죠. 나쁜 놈을 죽여야죠."
"나 나쁜 년이야." - P116

상처는 벌어져 있고 핏물이 고여 있다. 딱지가 앉지않도록 계속 손으로 만진다. 언제든 어떤 상황에서든 단번에 피해자와 상처투성이로 되돌아가야 하니까. - P120

"안인수는 말했어요. 하나님의 약속에 참여할 수 없는이들이 있다고 예정되지 않은 존재. 처음부터 천하게 쓰다 버리기 위해 만들어진 그릇. 그래서 결국엔 깨뜨릴 수밖에 없는 인생들도 있다고. 그리고 뻔뻔하게 이렇게 말했죠." - P129

아직도 우는 벌레가 있다니. 맞은편 빌라 4층 창가에 앉은 하얀 집고양이가 밤거리를 걷는 검은 고양이를 내려보고 있었다. 고요히 보는 것. 고요히 걷는 것. 고요히 생각하는 것. 무엇이 더 고요한가. - P140

둘은 강을 내려다볼 수 있는 벤치에 앉았다. 정오의 빛이 잔잔한 물결을 따라 산란하게 흩어졌다. 등이 굽은 노인이 보조보행기 손잡이를 붙잡고 느리게 걸었고 한 무리의 자전거 동호회가 노인을 추월해 일렬로 지나갔다. - P145

유희진은 그 모습이 재밌으면서도 위화감이 느껴졌다.
그가 무엇인가를 완력으로 움켜쥔 것처럼 위협적이었다.
한없이 약하게만 보였던 장선기의 오른팔은 주먹을 쥐는순간 잘 발달된 전완근이 도드라졌다. 유희진은 화제를살짝 틀었다. - P149

장선기는 웃었다. 눈동자가 사라지며 초승달 모양으로접히는 눈. 앞니가 살짝 보이며 팔자 주름이 깊게 새겨지는 얼굴. 재밌지도 않은 이상한 순간에 웃네. 의아했지만웃음에 전염되어 유희진도 따라 웃었다. -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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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방의 죽음에 대한,‘ 굴욕에 대한‘ 후버 댐에 대한, 그리고 글 쓰는 법에 대한 글이 있다. 어느 저자의 책상 위물건들을 적은 일람표‘가 있고, 안경을 쓰지 않는 그 저자의 안경 착용 설명서‘가 있다. - P11

이런 글을 정의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하면, 글이름이 무려 에세이다. 노력하고, 시도하고, 시험하는 글.40 - P15

다시 말해, 에세이는 무엇보다도 스스로를 시험하는 글이 아니라 대상을 측정하는 글이다. 글 자체의 힘, 글을 쓰는 저자의 힘을 재는 글이 아니라 자기 밖에 있는 어떤 것을 재는 글이다. 에세이쓰기essaying는 가늠하기assaying이다. - P13

몽테뉴의 에세이들이 어떤 종류의 자아를 수용하고 표현하는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에세이의 주체, 써보는주체가 어떤 존재인가 하면, 몽롱하고 산만하고 정신을잃을 위험이 있는 존재, 그렇게 자기를 잃어버렸다가 여긴 어딘가 나는 누군가 하면서 정신을 차리는 존재다. 의식의 자리를 떠난 ‘나‘는 의식의 반대편 끝에서 사방으로흩어진다.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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