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제럴드는 루바이야트]를 번역하면서 코웰과 계속편지를 주고받으며 페르시아어 문구를 어떻게 해석할지 상의했다. 이 원고는 코웰과 피츠제럴드를 이어주는 끈이었고, 코웰과 협업으로 탄생한 두 사람 사이의 (적어도 피츠제럴드 입장에서는) 사랑의 결실이었다.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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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예술은 공동체를 제 마음과 대면하게 함으로써 의식의 부패를 막는 ‘약‘이라고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의 안녕을 위해 김애란의 안녕을 기원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 P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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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툭툭-투두둑- - P276

지수는 침묵하다 고개 저었다.
-아니야. 여기 물 찰 텐데 계속 비워내야지. - P277

물소리는 며칠 동안 계속됐다. 급기야 더 커진 듯했다. 지수는 종종 자신이 물방울이 되어 어디론가 낙하하는 꿈을 꿨다. - P280

여자의 팔자주름 위로 작은 미소가 어렸다.
카메룬 속담입니다. 내 친구가 알려줬어요. 한글학교 친구입니다. - P286

지수는 교재 한 귀퉁이에 연필로 무의미한 선을 그렸다. 문득 수호를 화장할 때 수호의 어머니가 화구로 들어가는 아들을 보며 "안 돼, 안 돼" 하고 오열한 기억이 났다. 장례 기간내내 끝내 자기 손을 한 번도 잡아주지 않았던 것도. - P288

툭-살아 - P293

그러자 어디선가 방금 전 낙숫물에섞인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마치 누군가 이 집에 일부러 흘리고 간 단어마냥 툭툭. 안 된다고, 그러지 말라고, 부디 살라고 얘기하는 물소리가 지수의 두 뺨 위로 빗방울 같은 눈물이뚝뚝 흘러내렸다. - P294

아니 그래선 안 되는데, 언제나 ‘경제적 인간‘으로만 살아가게되어버린 우리가 이 책에 있다. 그들은 제 이웃을 제 돈과 같이 사랑하거나 그보다 덜 사랑한다. - P299

그걸 김애란은 "언젠가 내가 상대에게 준무언가를, 아니 오랜 시간 상대가 내게 주었다 생각한 무언가를" (86쪽) 빼앗고 또 빼앗기는 기분이라고, 도려내듯 적었다. - P303

물론 파티 참석자들은 나쁜 사람들이 아니다. 대체로 우리는 나빠서 틀리는 게 아니라 몰라서 틀린다. - P305

이것은 SNS라는 전장에서 펼쳐지는 중산층 내 계급투쟁의 수줍은 ‘현피‘인데, 기태는 전투에선 이겨도 전쟁에선결코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 P307

좋은 예술은 공동체를 제 마음과 대면하게 함으로써 의식의 부패를 막는 ‘약‘이라고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의 안녕을 위해 김애란의 안녕을 기원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 P313

마지막으로 점점 말과 기억을 잃어가는 와중에도 마치 세상에 아는 말이 그것뿐인 양 가족의 이름만은 이따금 또렷이 발음하시는 아버지께, 딸이 새 책을 내고 신문에 날 때마다 누구보다 기뻐하셨던 아버지께, 이제는 그가 읽을 수 없는 책의 한면을 빌려 사랑의 마음을 전합니다. - P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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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처럼요?
지수는 그 표현이 좀 어색하게 다가왔지만 순순히 고개를끄덕였다. 며칠째 잠을 설친데다 오늘도 새벽에 겨우 눈을 붙여 몇 시간 못 잔 상태였다. - P263

그러곤 지수 눈에 어린 불신을 의식한 듯 한마디 덧붙였다.
-저 이거 오년했습니다. 걱정 마세요. - P264

지수는 그곳이 어디든 자신이 머물다 떠난 자리가 늘 단정하고 깨끗하길 바랐다. - P269

-확정일자는 자정 이후 효력이 생기는 반면 근저당권 설정은 등기를 접수한 순간 바로 적용돼서요. 아무래도 임대인이 그걸 알고 두 분 입주일에 대출을 받은 것 같습니다. - P269

-세탁물 넣기 전에 주머니 꼭 확인하라고 내가 몇 번을 말해. 그게 그렇게 어려워? 나한테 겨우 그 정도도 못해줘?
그러곤 그대로 거실 바닥에 주저앉아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 P271

지수는 천장 속 어둠을 응시했다. 십자 철골이 마치 ‘땀 흘리는 십자가, 온몸에 고름이 맺힌 십자가‘처럼 보였다. 준오가지수를 걱정스레 쳐다봤다. - 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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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나 이거 어디서 들어봤는데. - P219

-응. 평소 자기 고통을 남한테 잘 표현 안 하는 사람이 부른 이별 노래 같아. - P220

그것참 흥미롭다. - P222

그러면 너희는 그 두 ‘안녕‘을 어떻게 구분해? 억양이나발음이 달라? - P222

-네가 외국어를 배우는 목적은 뭐야?
나는 고민하다 비교적 솔직하게 답했다.
- 언젠가 이곳을 떠나고 싶어서? - P226

장례를 마치고 집에 머물며 구직 사이트를 들락거렸다. 경력이 단절된 사십대 중반 여성을 찾는 곳은 많지 않았다. 있더라도 업계에서 소문이 안 좋거나 환경이 열악한 곳뿐이었다. - P228

-당신에게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합니다. 나는 당신의 아버지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어요. 그렇지만 당신을 보면 그가얼마나 좋은 사람이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모두의 안식과 평안을 빕니다. - P231

일말의 더듬거림과 망설임, 지연과 기쁨, 찰나의 교감, 수치심과 답답함, 긴장과 해소, 갑자기 터져나오는 웃음, 실수와용서 등이 그랬다. 나는 애써 태연함을 가장했다. - P234

-공감 능력, 유머, 야망이에요.
나는 ‘음, 나쁘지 않은 대답이네‘ 하고 국을 떴다.
-하지만 결국에 가서는 거시기가 정말 중요해지죠. - P237

그 어떤 세련도 첨단도 아닌 그런 말들인 듯하다‘고 했다.
‘쉽고 오래된 말, 다 안다 여긴 말, 그래서 자주 무시하고 싫증냈던 말들이 몸에 붙는 것 같다‘고. 아직 ‘인생‘을 얘기하기엔좀 젊다 싶은 세 살 연하 애인에게 나는 장난스레 물었다. -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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