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을 올라 60층까지 오면서 이마치와 노아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마치는 몇 번이나 발을 헛디뎌 넘어질 뻔했지만그때마다 재빨리 노아가 붙잡는 덕에 바로 설 수 있었다. 노아는 이제 그만 쉬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 P134

"노아라는 이름은 누가 지었지?"
이마치는 문득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 P135

자신에게 기회가 있었다면 바로 그 순간이었을 거라고 이마치는 종종 생각했다. 과거에서 벗어날 기회, 완전히 새로워질기회. 그때 분명히 그녀 앞에 문이 열렸었다. 하지만 그녀는못 빠져나갔고, 문은 금세 닫혀버렸다. - P137

"그가 지금도 여기 있나요?"
그가 속삭이듯 물었다.
"아니, 지금은 없어." - P139

"이 건물은 끊임없이 학습해요. 살아 있는 생물처럼, 당신이새로운 정보를 습득하거나 알아차리면 그걸 반영해서 다시 구성되죠." - P141

그녀는 힘없이 말했다.
"이해할 수 있어요. 이해하는 중이에요. - P147

"VR 치료는 알츠하이머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가상현실체험이에요. 선생님은 연도별로 생애의 기억이 저장되어 있는가상의 건물에 들어가서 출구를 찾는, 일종의 사이버 게임을하게 되죠." - P149

•마치는 라파트명의 로고를 내려다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진짜 내 길은 어디죠? - P152

뭘 기다리나? 그녀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아무것도. 유령마저그녀를 영영 떠난 듯싶었다. 전에는 하루라는 거대한 공백을어떻게 채웠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 P156

남편은 그녀에게 물었다.
"아이 발톱이 살을 파고들어서 걸을 때 피 나는 거 몰랐어?"
"몰랐어." - P159

지린내 나는 타일 바닥에 웅크려 눕자 더할 수 없이편안했다. 아이들이 밖에서 문을 두드렸다. 울면서 그녀를 불렀다. 이마치는 문을 열지 않았다. 곧 물에 잠기는 것처럼 졸음이 밀려왔다. - P161

그녀는 자멸하지 않았다. 그 사실이 신기했다. 이만큼의 절망으로는 사람이 죽지 않는다는 사실. - P169

너 같은 건 제대로 혼이 나봐야 돼. 아무 쓸모도 없는 년. 그때 네가 죽었어야 했는데, 그애 대신 네가. 너는 맞아 죽어도할말 없어. 개 같은 년. 쥐새끼 같은 년. 도둑년.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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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추위가 무서운 어느 초봄이었다. 감기에 걸려 고생중인 주위 사람들을 보며 외출을 망설이게 되는 나날.
그러나 모두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 P19

그렇다면 나는 과거의 고선경과 미래의 고선경이 원하는 걸 들어주느라 이중으로 고통받고 있었단 말인가?
그래서 내 인생이 슈게임 못지않게 스릴 넘치는 거였군. - P22

복통이 있어 내과에 방문했다가 사이좋게 독감 예방주사를 맞으러 온 할머니 두 분을 봤다. 자매나 친구처럼 보였다. 나도 늙어서 동생이나 친구 손 꼭 잡고 독감예방주사나 건강검진을 위해 내원하는 씩씩한 할머니가 되고 싶어졌다. - P24

나는 왜 나인가요?
아나는 왜 나를 관두지 못하나요?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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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초인종소리에 놀라 인터폰을 확인하니 모니터화면으로 웬 젊은 남녀가 웃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두 사람다 마스크를 써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눈가에 분명 웃음이 서려 있었다. - P99

-이거 세계과자점에서 이천 얼마면 사는 거네. 다 합쳐도스물몇 가구인데, 자기들 집값에 비해 너무 약소한 거 아니야? - P103

-・・・・・・ 좋은 이웃이 되겠습니다. - P105

인테리어 공사가 시작되고 첫 수요일이 다가왔을 때 아침부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위층에서 천장이 무너질 것 같은 진동과 굉음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공사 소음은 하루종일 이어지다 독서 수업이 시작되는 오후 네시에 이르러 더 커졌다. 거실 형광등이 조각나 사방에 튀지 않을까 싶은 강도였다. - P108

-선생님...... 그렇게 가신 뒤로 시우가 자기 방에서 잘 나오지 않아요. 좀 도와주세요. - P113

-가게 평점 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P119

이윽고 "땡" 소리와 함께 승강기 문이 열렸다. 나는 그 순간을놓치지 않고, 밖으로 걸어나가며 손바닥에 묻은 알코올을 게시물 위로 스치듯 쓰윽 문질렀다. 알코올에 젖은 종이가 울고 글씨가 번지는 게 상상됐지만 고개 돌려 굳이 확인하지 않았다. - P123

-그럼 혹시 저희 새로 이사하는 집으로 계속 와주실 수 있나요? 여기서 약간 더 멀어져 말씀 여쭈기 죄송한데, 그래도꼭 부탁드리고 싶어요. - P130

-자가래?
남편 말에 나도 모르게 볼이 살짝 달아올랐다. 별말 아닌데왜 수치심이 드는지 알 수 없었다. - P136

"아저씨."
신애는 낮게 말했다.
"저희들도 난장이랍니다. 서로 몰라서 그렇지, 우리는 한편이에요." - P140

-너 왜 되새김질을 하니?
저녁 식탁에서 미주가 기태에게 물었다.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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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는 끝나지 않는, 누구도 답을 알아낸 적 없는질문.
A - P286

당신은 왜 그런 짓을 하는가. - P286

바로 어제 일이나 되는 것처럼, 보자마자 기억해내버렸기때문이야.
선생님의 얼굴을 - P288

이 지경이 되기까지 외면했잖습니까, 당신들이 내 고통을. - P296

. 마찬가지로 무언가를, 또는 누군가를 비로소 이해하는 것은 그가 행하거나 그를 둘러싼 모든 사태가 끝장나기 시작할 때지. - P301

-책이 이상해요뭐가 어떻게 이상할까. - P307

책 사이에 책 아닌 것이 끼어 있었습니다. - P308

. 괜히 전문가가 아니었습니다 - P312

결국 그런 믿음을 저버렸다는 가책이 조금 드는 것은, 내가지금 이상한 게 맞지요? - P315

"어, 괜찮아, 나야말로 무심코 실수했어. 이런 건 내가 신경써야 하는데.‘ - P322

아가씨는 어디로 간 걸까요. - P338

관계라는 게 일찍이 존재나 하는 것인지 나는 모르겠다. 상처는 사랑의 누룩이며, 이제 나는 상처를 원경으로 삼지 않은 사랑이라는 걸 더는 알지 못하게 되었다. 상처는 필연이고 용서는 선택이지만, 어쩌면 상처를 가만히 들여다봄으로 인해, 상처를 만짐으로 인해, 상처를 통해서만 다가갈 수 있는 대상이세상에는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 P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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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쓰레기는 잘 버렸어야지." - P264

"떠나려고 수작 부렸단 거고. 여기를."
여기를. - P265

"내용은 줄줄 읊지 않아도 되니까, 나를 읽어. - P266

"무슨 말을 하겠어, 난 이제 더는 당신하고 뭐든 개선할 여지도 의지도 없다는 것만 알겠어, 시키는 일은 할게, 난 어차피 그런 일을 위해 고용된 노비니까, 당신한텐 그거면 됐지?" - P267

나는 고개 들어서 오언의 얼굴에 드리워진 패착의 그늘과길 잃어 흔들리는 눈동자를 올려다보며, 마지막 한마디의 선언으로 그를 힘주어 밀어냈지.
"하지만 당신만은 절대로 안 읽어." - P268

"좋아, 각자의 사연팔이는 집어치우고, 이런 꼴 보고 사는건 어때. 마음에 들어?" - P272

그래도 사람의 머릿속을 읽을 때보다는 책을 읽는 편이,
그냥 눈앞의 글자를 읽는 행위에 불과하더라도 한결 살 것 같았어, 사용되는 동사는 같은데도. - P274

이를테면 우물만큼 깊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대문짝만큼넓지도 않게, 다만 이만큼이면 충분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이제는 읽을 수 있는 상처의 역치가 높아져서 이대로 가다간죽음을 담보로 잡은 상처가 아니면 어떤 것도 읽어낼 수 없을지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어. - P280

"신이라는 건 있잖아, 그냥 하나의 오래된 질문이라고 생각해." - P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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