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어머니독서회 모임 날이었다.
해마다 5월이면 토론도서를 5월문학으로 정한다.
공선옥의 <내가 가장 예뻤을 때>를 읽고 토론했으며, 그 외에 5월 문학 관련 책도 소개했다.
그해 5월, 고등학생이었던 해금이를 비롯한 '아홉 송이 수선화' 멤버들의 이야기다.
5.18이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여실히 드러나는 그네들의 삶은 아픔이었다.
가장 예뻤을 나이에, 울고 웃고 떠들며 밥 먹는 일상조차도 죄의식을 가져야 했던 그들은,
우리와 다른 딴 나라에서 살았던 것일까?
"세상 사람들은 왜 아무렇지 않지? 아무렇지 않은 것이 나는 너무 이상해.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게 아닐까? 혹시 말이야 우리나라 사람들이 먹는 물에 뭐든지 빨리 잊어먹게 하는 약이 섞여 있는 게 아닐까? 아니면 누군가 공기 중에 누가 죽었든지 말든지 상관하지 않고 살아가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 약품을 살포한 것은 아닐까? 나는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밥먹고 웃고 결혼하고 사랑하고 애 낳고 그러는 게 이상해..... "(76쪽)
"미안해. 수경아. 미안해. 화내서 미안하고, 웃어서 미안하고, 밥 잘 먹고, 잠 잘 자서 미안해....."
"왜, 왜. 니가 미안한 건데? 미안해하지 않아도 될 사람이 미안하다고 하는 건데? 진짜 미안해야 할 사람들은 가만있는데에. 왜, 왜 그러는 건데에. 내가 말했잖아, 난 단지 이상할 뿐이라고. 이상하고 이상해서 숨쉬기가 힘들 뿐이야. 나도 숨을 크게 쉬며 살고 싶은데 그게 잘 되지 않아. 숨을 크게 쉬려면 가슴이 너무 아파. 여기 이 가슴 한가운데가 터져버릴 것만 같단 말야."(77쪽)
그해 5월, 광주 기독병원으로 수혈하러 가다 총에 맞아 벌컥벌컥 쏟아지는 경애의 피를 온 몸으로 받아냈던 수경이는, 수많은 사람이 죽었는데도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아무렇지 않은 세상이 견딜 수없어 손목을 긋고, 끝내 저수지에 몸을 던져 가장 예뻤을 나이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독서회원 중에 가장 나이 많은 예순 여섯 살 왕언니는 스무 살에 결혼해 사남매를 낳아 키우며, 그해 오월엔 신역(광주역) 앞 광주고속 옆에서 공구점을 운영했단다. 그해 오월, 공수부대의 방망이에 맞아 머리가 깨지고 온몸에 피범벅이 된 학생들이 도망쳐오면 샷터를 내리고 그들을 감춰야 했다며 진저리를 쳤다. 세상 사람들은 얼마나 참혹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지금은 다들 잊은 듯이 살고 있다고 말하는 왕언니의 눈가는 촉촉히 물기가 배어나왔다. 우리도 울컥 눈시울이 뜨거워졌던 시간...
5월 23일, 오늘은 또 한 사람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날~ 각자의 가슴에 새겨진 노짱을 얘기하며 울컥하고 뜨거운 시간이었다.
따끈한 신간 <방울새는 울지 않는다: 리뷰보기 >에 등장한 명창 임방울과 윤상원 열사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두 분 다 공교롭게 우리가 사는 지역구 출신이라 생가와 기념비를 둘러볼 수 있는 역사 기행에 동참키로 하고, 광산구에서 운영하는 생생프로그램 중 7월 23일 역사기행에 독서회원과 자녀들이 함께 하게 됐다.
차량과 여행자 보험 및 생수와 문화유산 해설사도 지원하는 무료프로그램인데, 4월 2부터 9월까지 2,4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진행된다. 광주시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데, 이미 예약이 끝나서 총 10회 중 8/13. 8/17, 9/10 세 번만 남았다. 답사코스는 용아 박용철 생가 - 어등산 한말의병전적비 - 양씨 삼강문 - 윤상원 열사 생가 - 귀후재 - 월봉서원으로 마무리 된다.
신청은 전화 062) 432-1318이나
http://wolbong.org/bbs/board.php?bo_table=0501
<오월에도 눈이 올까요?: 리뷰보기>와 <아빠의 봄날: 리뷰보기>을 소개하고,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오월문학상 수상한 세 편의 동화를 묶은 <아빠의 선물>과
2008년 동화부분 공동수상작인 <외할머니의 분홍 원피스>도 챙겨보기로 했다.
어머니독서회 6월 토론도서는 요즘 알라디더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멋지기 때문에 놀러왔지>를 선정했다.
나는 가급적 같은 책이면, 값이 조금 낮은 반양장본으로 사는데,
항상 양장본이 판매량을 앞서는 걸 보면 이해가 안되더라.^^
6/13 이 책을 읽고 토론하면
정조의 문체반정의 희생양이라는 이옥과 우정을 나눈 김려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될 것 같아 기대된다.
6/10 아들 고등학교 학부모 독서회는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를
6/21 막내 고등학교 학부모 독서회는 <사람 사이에 삶의 길이 있고>를 선정했다.
6/27 어머니독서회는 최유정 작가 초청강연회도 있어 최유정 읽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