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5월 18일, 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31주년이다.
내가 사는 지역, 구보 표지에 윤상원 열사의 사진이 실렸다.
윤상원(1950. 8. 19~ 1980. 5. 27)
80년 5월 27일 새벽, 옛 전남도청에서 복부에 계엄군의 총을 맞고 세상을 떠났다. 당시 나이 만 30세.
생전에 윤상원은 노동자 야학인 들불야학의 교사로 활동했다. 광주민중항쟁 당시에는 투사회보 제작에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고, 항쟁 지도부를 규합하면서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계엄군의 진압이 있기 하루 전날 윤상원은 도청에 함께 있던 중고생들과 여대생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면서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은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았다. 이제 너희들은 집으로 돌아가라. 우리들이 지금까지 한 항쟁을 잊지 말고, 후세에도 이어가길 바란다. 오늘 우리는 패배할 것이다. 그러나 내일의 역사는 우리를 승리자로 만들 것이다."
죽음의 길을 향해 당당하게 걸어가야만 5.18이 '사건'을 넘어 '역사'가 되고, 마침내 승리할 수 있다는 명확한 전망을 가졌던 인물이다. (구보에서 인용)
1980년 5월16일부터 27일까지
광주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증언하는 임철우의 소설 <봄날>의 시민군 대변인 '윤상현'은 실존인물 '윤상원'열사다.
소설 봄날에서,무기를 반납하고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되지 않겠는가 권면하는 수습위원들에게 윤상현은 말한다.
"저희들은 이 현실을, 정의가 뒤집혀 불의가 되어버린 이 현실을 차마 용서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 이름없는 수많은 사람들을 통해 저희는 배웠습니다. 죽음보다도 더 소중한 그 어떤 것이 세상엔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어차피 이 싸움을 마무리할 누군가가 필요합니다. 어느 누군가 지금 이 자리를 지켜야 한다면, 누군가 여기 남아서 이 싸움의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면, 그렇다면 기꺼이 저희들이 남겠습니다......"(봄날 5권 363~364쪽)
........ 필시 이 순간에 우리의 싸움이 패배한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결코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일 뿐이야. 훗날 다른 누군가가 이 싸움을 다시 시작하겠지, 그래 아무것도 헛된 것은 없어 우리가 꿈꾸었던 것, 사랑하고 소망하고 투쟁했던 것. 진정 그 어떤 것도 헛된 것은 없어......."(401쪽)
내가 사는 지역구에 그의 생가가 있다는 소식은 놀랍다. 아~~~~ 찾아가 봐야 겠다.
구청장의 치적이나 구정을 홍보하던 차원의 기존 구보와 차별화된 윤상원 열사의 사진과 5.18 특집 기사는, 신임 구청장의 마인드가 다르다는 걸 실감케 한다. 지도자의 마인드에 따라 어떻게 다른지 우린 충분히 체감하며 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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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5.18의 영혼'을 숨겨 놓았나
누가 '5.18의 영혼'을 숨겨 놓았나.
그들인가, 아니다. 우리다. 광주사람들이다.
윤상원 열사의 생가는 꼭꼭 숨어 있다.
광산구 신룡동 천동마을570-1번지. 평범한 시골 마을이다. 광주시청에서 자동차로 30분이면 닿는 거리다. 하지만 어렵다. 열사에게로 가는 길은 '안내'되지 않는다. 인터넷 지도에도, 자동차 네비게이션에도 '윤상원' '윤상원 열사' '윤상원 생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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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과 역사의 차이를 명확히 인식했던 인물. 5.18 이후의 5.18을 준비했던 그해 5월 27일 새벽의 열사 윤상원은, 지금, 유배되어 있다.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땅과 그 땅의 사람들에게서 격리되어 있다. 누가 그를 숨겨 놓았나. 그들인가?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인가?...... 그렇다. (구보에서 발췌 인용)
위 사진에 나온 두 사람은 민형배 광산구청장과 강위원 운남노인복지관장이다.
3월부터 운남노인복지관으로 한문공부를 하러 다니는데, 신임 복지관장은 매월 2회 노인들과 근린공원을 산책하고 '막걸리 토크'로 소통하는 모습에 반했더랬다. 지도자의 마인드에 따라 복지관 분위기도 바뀌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에 깜짝 놀란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한 봉사단에 들어오라는 복지사의 권유로 신청하고 기다리는 중이다. 난 이렇게 멋진 마인드를 가진 지도자가 있는 괜찮은 동네에 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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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원 열사를 추모하며
임을 위한 행진곡 / 황석영 작사 / 백기완 原詩 / 김종률 곡
임을 위한 행진곡 (<--클릭하면 음악 무한반복)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라(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깨어나서) 소리치는(외치는) 끝없는(뜨거운) 함성
앞서서 가나니(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앞서서 가나니(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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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는 윤상원 열사와 박기순씨의 영혼 결혼식에서 발표된 노래극 '넋풀이'에 삽입된 15곡 중 마지막 노래로,
노랫말은 백기완 선생의 시 '묏비나리-젊은 남녘의 춤꾼에게 띄우는'에서 황석영씨가 따서 개작했고, 김종률씨가 곡을 붙였다.
방울새는 울지 않는다 / 박윤규 / 푸른책들
따끈따끈한 신간이다.
80년 5월 광주민주화 운동을 정면으로 다룬 청소년소설로
윤상원 열사와 박기순 씨의 영혼결혼식으로 시작돼 '임을 향한 행진곡'이 나온다.
책 속에도 '서른 살쯤 되어보이는 곱슬머리 청년'으로 묘사돼 사진 속 얼굴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