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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은 짧고 직업은 길다 ㅣ 직업에 관한 고찰 1
탁석산 지음 / 창비 / 2009년 10월
평점 :
고2 아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나 무엇이 되고 싶은지 딱히 정해진 게 없다. 성적이 특출나게 좋은 것도 아니어서 어영부영 점수 맞춰 대학가기 쉽상이다. 녀석은 문과성향이고 적성 검사를 하면 창조적인 일에 맞다고 나오는데, 어떤 길을 선택하기엔 아는 게 많지 않아서 직업에 관한 책을 빌려와 보게 했다.
저자는 고등학교 때 직업에 대한 정보도 없고, 자기 적성을 알지 못해 대학때 전과를 했고, 졸업 후 철학을 공부하면서 안정을 찾았다고 한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청소년과 대학생에게 직업과 인생, 일을 꼭 가져야 하는 이유 등, 사례를 소개하며 조곤조곤 들려준다.
직업 선택은 왜 어려울까?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스스로도 잘 모르고, 적성을 파악하는 일도 쉽지 않으며, 원하는 것과 적성에 맞는 것과 실현 사이에 괴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리 교육현실은 성적 위주의 입시교육에 치중하느라, 정작 자신이 무얼 좋아하고 잘하는지 알아볼 만큼 다양한 경험을 할 수가 없다.
적성을 파악하는 일이 왜 어려운가? 경험의 기회가 적고, 직업정보가 부족하며, 정보가 왜곡되었고 미래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한 직장에서 평균 8년을 근무하며, 입사 3년이상 되면 직장을 옮기고 싶어진다고 한다. 중3, 고3, 27세, 40세는 직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앞으로 2016년이면 노인 인구가 14세 이하 유소년을 앞지르고, 평균수명이 길어진 만큼 120세까지 일할 날이 도래한단다. 평균 여덟 번 직업을 바꾸게 되며, 살면서 몇 차례의 직업을 바꾸는 일은 다반사라고.
사람은 놀고 먹으면 안 되는가? 저자는 단호하게 '안된다'고 말한다.
자기 손으로 벌어 먹고 산다는 것은 인간 존엄의 기본이라고 한다. 직업이란 단순히 먹고 살려고 돈을 버는 방편이 아니라, 인간다운 자존심을 지키는 길이기 때문이고, 사람은 땀을 흘려야 감각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84쪽)
사람은 왜 일해야 하는가? 먹고 살기 위함이고 일하는 즐거움과 성취감을 주기 때문이란다. 백수와 부잣집 도련님과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보면 껄껄 웃으며 동의하게 된다.
백수는 시간이 많고 돈이 없고, 부잣집 도련님은 시간도 많고 돈도 많다.
백수는 돈 들이지 않고 시간을 보내고, 부잣집 도련님은 돈 신경쓰지 않고 시간을 보낸다.
백수는 지루해서 재미없고, 부잣집 도련님은 지겨워서 재미없다.
백수는 일을 찾지만 일이 없고, 부잣집 도련님은 일을 찾지도 않고 일하지도 않는다.
백수와 부잣집 도련님은 일의 고달픔을 모르기에 휴식의 달콤함도 모른다.
사람의 능력은 적성, 환경, 노력, 성격으로 구성된다는 말에 공감한다. 나도 아들에게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 한다'고 말하는데, 틀린 말은 아니다. 결국 어떤 직업을 갖고 있느냐가 아니라 그 일을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다.
저마다의 능력이 다르고 처해있는 환경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행복해지는 법들 배우기 어렵다.(128쪽)
제목은 끌리는데, 딱히 해답이 들어 있지는 않다. 원론적인 이야기라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