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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화원 ㅣ 네버랜드 클래식 11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지음, 타샤 투더 그림, 공경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4월 23일, 어머니독서회의 토론도서였다. 봄꽃으로 설레는 마음을 달래려고 동심에 노닐던 그 시절이 그리워 선택한 책이었다. 어린 시절 세계명작동화로 만났던 책을 지천명에 다시 읽는 맛은 행복했다. 더구나 타샤 튜터의 삽화가 있어 더 좋았다.^^
우리집엔 세 권의 '비밀의 화원'이 있었는데, 큰딸이 초등때 끼고 살던 세계명작 '비밀의 화원'은 동네 아이가 빌려갔다가 잊어버린지 10년 됐다.ㅜㅜ
이 책의 전반부는 가슴이 쓰리고 아프지만, 후반부는 흐뭇함과 기쁨으로 마냥 행복해도 좋다. 아마도 이런 요소가 세계의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고전으로 자리매김 된 듯하다. 더구나 타샤 튜터의 그림이 '비밀의 화원'의 아름다움을 잘 살려냈다.

인도에서 태어나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유모에게 맡겨져 자란 메리는 내 가슴을 아프게 했다. 아무리 원하지 않는 출산이라도 아이를 뒷방에 밀어놓고 파티만 즐기며 살았다는 게 이해도 용납도 되지 않았다. 하긴 모성이 준비되지 않은 엄마는 현실에서도 분명 있다. 인도를 휩쓸었던 콜레라로 졸지에 부모와 유모까지 잃은 메리는 영국 요크셔 지방에 사는 고모부, 아치벌드 크레이븐 씨의 미셀스와이트 장원으로 온다. 고모부 크레이븐 씨는 아내가 죽은 후 누구도 만나지 않고 운둔자로 산다. 하지만 메리는 크레이븐씨가 출입금지시킨 비밀의 뜰을 발견하고 활기를 찾는다.

아내를 더없이 사랑했던 크레이븐씨는, 아들을 낳고 죽은 아내의 눈을 닮은 아들을 만나는 것이 두렵다. 콜린은 아버지처럼 곱추가 되거나 곧 죽게 된다는 수군거림을 들으며 스스로 죽음의 공포에 갇혀 자란다. 사랑받지 못한 아이 콜린은 죽음이란 두려움에 히스테리를 부리지만, 한때 콜린처럼 제멋대로였던 메리는 한방에 제압한다. 그 후 그들은 친구가 되어 마사의 동생 디콘과 합류하여 비밀의 뜰을 가꾼다. 작은 동물들의 소리를 들으며 소통할 줄 아는 디콘은 진정한 자연의 친구다.

비밀의 뜰을 가꾸는 행복한 아이들이 보기 좋았다. 성장기에 사랑받지 못한 불행을 몽땅 보상받는 기분이다. 콜린은 비로소 자신도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확신한다. 10년 전 정원을 가꿔 달라는 크레이븐 부인의 부탁을 받은 벤 웨더스타프 노인은, 비밀의 뜰에서 아이들을 발견하고 그들의 비밀에 동참한다. 그는 날마다 살이 찌고 건강해지는 콜린을 보면서 감격한다. 콜린은 다른 아이들처럼 건강한 자신을, 아버지 앞에 당당하게 보일 때까지 다른 이들이 알지 못하게 연극을 한다.
디콘의 어머니는 막 짠 신선한 우유와 맛난 빵을 날마다 보내준다. 아이들은 엄청나게 먹어대고 정원을 가꾸며 마냥 행복하다. 마사와 디콘의 어머니 소어비 부인은 아이들을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아는 현명한 어머니다. 열두 명의 자녀를 바르게 키운 넉넉한 어머니는 우리가 추구할 어머니의 표상이다. 마사가 자랑하는 어머니이고, 가정부 메들록 부인이 인정하는 현명한 부인이고, 의사 크레이븐 박사가 최고의 간병인이라고 칭찬한다. 크레이븐씨도 소어비 부인의 충고는 거부하지 않고 받아 들인다.
"엄니는 이렇게 말씀하세이, '자석을 열둘이나 키우면 여자는 글자 말구두 뭔가를 배우게 되는 벱이다. 자석덜을 키우다 보면은 에이비시 만치나 여러 가지를 깨치게 되지'라고이"(115쪽)
"소어비 부인이 꼭 너를 만나봐야 한다고 하기에 오늘 널 불렀다. 너한테는 신선한 공기와 자유와 뛰어다니는 일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더군."(162쪽)
"우리 엄니가 그러는디, 어린이헌테 일어날 수 있는 질루 나쁜 일 두 가지는유, 절대로 지 마음대루 허지 못허게 혀는 거하고 은제나 지 마음대루 혀게 해 주는 거래이. 어느 짝이 더 나쁜지는 엄니두 모른대유."(249쪽)
"두 아이헌테야 많이 웃을수록 좋지! 어떤 경우에라도 건강하고 아이답게 웃는 건 약보담 훨씬 나은 벱이여. 둘 다 틀림읎이 통통혀질 거구먼."(340쪽)
"한창 쑥쑥 자라는 애덜인디다가 둘 다 튼튼혀지구 있는 중이니께 그런 겨. 그런 어린 애덜은 늑대 새깽이 같어서, 먹은 게 그대루 피가 되구 살이 되는 겨."(341쪽)
"아줌마는요, 제가..... 제가 바라던 그런 사람이에요. 난 아줌마가 우리 엄마였으면 좋겠어요...... 디콘의 엄마인 것처럼요!"(381쪽)
대사에서 알 수 있듯이 요크셔 지방의 사투리를 우리말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을 듯, 전라도와 충청도 말을 버무렸지만 소리내어 읽어보면 읽는 맛이 난다. ^^소어비 부인은 작가의 분신인 듯.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소어비 부인을 통해 말한다. 아이들은 흙과 같이 자라야 한다는 것, 황무지에서도 저절로 싹이 트고 꽃이 피듯이, 아이들도 자연과 더불어 크면서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고 건강이 회복되는 마법을 발견한다.

외국을 떠돌던 크레이븐씨가 아내의 음성에 이끌려 10년 만에 정원으로 돌아온 날, 그의 눈앞에서 튼튼한 두 다리로 달리는 아들과 아름답게 가꿔진 정원을 발견하는 장면은 짜릿하고 황홀했다. 아이들은 역시 자연속에서 뛰어 놀며 커야 한다는 걸 새기면서, 100년이 지나도록 사랑받는 고전의 힘을 다시금 느꼈다.

타샤 튜터의 아름다운 그림으로 비밀의 화원에서 들려오는 소리와 기쁨을 맛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