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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빔 - 남자아이 멋진 옷 ㅣ 우리 문화 그림책 8
배현주 글.그림 / 사계절 / 2007년 1월
이보다 더 사랑스러울 수 없는, 우리문화를 이해하고 자부심을 갖기에 부족함 없는 그림책이다. 어릴 적 설날에나 새옷을 얻어 입었던 추억을 생각하며 이번 설에 내 설빔으로 장만한 사랑스런 그림책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 아시려나?^^
혼자서 한복을 꿰며 혀를 낼름 내민 요녀석 너무나 사랑스럽다. 장대같은 아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할수만 있다면 늦둥이라도 낳고 싶은 유혹을 느낀 장면이다. 인간의 원초적 본능으로 표현하자면 정말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다.^^
남자 아이 한복을 하나씩 입는 장면 사이 사이 개구장이 사내아이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는 컨셉이다. 옷을 입다 말고 방안에서 연을 날린다고 설치는 녀석이 사랑스럽지 않나요?^^
버선, 바지, 저고리에 이어 배자까지 챙겨 입고 단추를 여미는 것은 식은죽 먹기란다.^^ 하지만 실제로 요만한 아이가 혼자서 한복을 챙겨입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엄마들도 버선 수눅을 구별하고 바짓부리를 모아 잡아 대님을 제대로 매는 것은 만만치 않다. 오른섶은 안으로 왼섶은 밖으로 놓고 긴 고름으로 고를 내어 묶는 옷고름 매기도 헷갈릴지 모른다.
배자까지 챙겨 입은 녀석은 이번에 윷을 높이 던졌다. 온 방으로 흩뿌려진 윷가락은 설날 놀이를 알려주는 작가의 배려다. 방 안의 가구나 소품 하나도 섬세하게 표현해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까치두루마기에 금박 물린 남색 전복까지 차려 입었다. 정자관을 쓴 뒤 담뱃대를 물고 할아버지 흉내를 내는 녀석은 금세 호통이라도 칠 기세다.
"여봐라! 게 목 있느냐~."
녀석은 태사혜를 찾아 신고는 제기도 잘 찰 거 같은 자신감이 샘솟는다.
"에험, 물렀거라! 도련님이 나가신다."
바탕지의 전통 문양은 먼저 출간된 여자아이 설빔보다 한층 업그레이드 되었음을 눈치 챌 수 있다.
남자아이 한복을 다 갖추고 호건까지 쓴 녀석은 이제 복 받으러 가면 되겠다.^^
요런 사랑스런 녀석, 아들 삼고 심지 않으세요?ㅋㅋ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와 누나까지 온 가족이 함께 하는 설날 풍경이 정겹다. 어린 아이들이 있어야 한복을 입고 세배하는 모습도 보기 좋다.
우리도 아이들 어릴 때는 온 식구가 한복을 챙겨입고 세배했는데, 백수도 넘긴 시할머니 돌아가시고 시어머님마저 돌아가시니 이젠 한복도 챙겨입지 않고 평상복으로 세배를 드린다.ㅜㅜ 그
이야기 끝에는 설을 맞는 우리 풍속과 설빔에 대한 해설과, 남자아이 설빔 차림새를 알 수 있게 설명도 곁들였다. 여자아이 옷과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되겠다.
이번 설에도 설빔을 차려입고 고향을 찾아가는 민족 대이동의 경이로운 풍경이 눈앞에 그려진다. 찾아 갈 고향과 부모 형제가 있다는 건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교통대란으로 점차 역귀성이 확산되는 추세지만 불편을 감수하고도 우리 풍습을 지켜가는 것은 아름답다. 설날에만 얻을 수 있었던 설빔의 추억은 앞으로 세대를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의 가치가 더욱 더 빛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