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ㅇ공원 '2009 최고의 책' 시상식에 참여했다가, 행사 끝날 시간에 맞춰 그랜드 힐튼 호텔 정문까지 와 준 마노아님을 만났다. 둘이 홍제역으로 걸어 와 한 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고 포옹과 사진촬영으로 작별했다. 우린 만나면 열심히 이야기 나누느라 사진 찍을 생각도 못하고 꼭 헤어지면서 기념사진을 남긴다. 올해는 6월, 10월, 12월까지 세 번의 만남을 가졌다. 이 정도 만남이면 공식애인임을 증명하지 않을까?^^ 

홍제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고속터미널에 와서, 11시 30분에 출발하는 광주고속에 올랐다. 내 뒤에 표를 산 분은 마지막 번호였고 나는 1번 좌석을 받았다. 옆자리엔 나보다 위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앉아있었다. 올라갈 때도 정신없이 자느라 마노아님의 애타는 전화와 문자를 받을 수 없었지만, 돌아오는 차 속에서도 정신없이 잤다. 요즘 거실을 바꾸느라 육체적인 무리와 간만에 온 큰딸과 동침하느라 깊은 잠을 못 잤기 때문이다. 잠들기 전에 마노아님께 받은 책 네 권과 ㅇㅇ공원에서 준 기념품 쇼핑백을 발끝이 아닌 옆자리 사이에 두면서 '내릴 때 이거 두고 내리는 거 아닐까?' 걱정을 했었다. 고속버스를 타면 항상 통로쪽이 아니고 창쪽에 앉았기 때문에 발치에 물건을 두었는데, 이번엔 통로쪽에 앉아 발치에 놓지 못하고 옆에 두니까 그런 불안이 들었던거다. 

그런데.......
새벽 2시 40분에 광주에 도착해 잠을 깬 순오기, 아무 생각없이 그냥 내렸다. 그리곤 줄줄이 대기한 택시에 올라 10분만에 집 현관에 들어서면서 '아뿔사~ 짐을 놔두고 내렸구나!' 깨달았다.ㅜㅜ그야말로 잠이 퍼뜩 깨는거다. 114에서 고속터미널 전화번호를 확인하고 통화를 시도, 내가 타고 온 금호고속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3시 10분, 당직하던 직원은 졸린 목소리로 기사님이 들어오면 확인해서 연락주겠다더니 감감무소식이다. 10분을 기다렸다 다시 전화했더니 기사님이 안 들어왔다고 들어오면 연락준다고... 30분을 기다려 다시 확인하니 자기가 나가서 찾아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전화가 왔는데, 기사님이 사무실에 들르지 않고 분실물을 맡기고 차를 고치러 갔다면서 내용물을 확인해주었다. 그 시간이 4시 22분, 내가 전화를 걸고 한 시간 이상 기다린 것이다. 그래도 물건이 잘 있다니 내일 수업마치고 찾으러 가면 되겠다. 참~내 살다 살다 별짓을 다하고 산다. 이래서 어른들이 '늙으면 죽어야 해!'라고 하셨을까?ㅋㅋ  

아이를 셋 낳아 키워보니 남의 자식한테 무슨 말이든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걸 배웠는데, 건망증에 대해서도 이제는 뭐라고 할 자격을 상실했음을 확연히 깨달은 사건이었다.ㅜㅜ

마노아님, 귀한 선물을 품어보지도 못하고 잃을 뻔했는데 찾게 됐으니 이제 잠자리에 들어요.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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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12-23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고생 많으셨어요. 그 새벽에 얼마나 발을 동동 구르셨을까요ㅠ.ㅠ 무사히 찾아서 다행이에요. 여독이 다 풀리게 푸욱 주무셔요~

순오기 2009-12-23 20:32   좋아요 0 | URL
차에 두고 내렸으니 없어지기야 했겠나 싶어서 발을 구르지는 않았어요.
답변이 안오니까 잠을 못 자기 했지만요. 오후에 찾아왔어요.^^

무스탕 2009-12-23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바쁘게 다니셨네요 @_@
그래도 짐을 찾으실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시간상으로도 많이 주무시지 못하셨을것 같은데 오늘 피곤하시겠어요.
따끈한 차 드시고 족욕도 하고 그러면서 여독을 푸셔야 겠습니다 ^^

순오기 2009-12-23 20:38   좋아요 0 | URL
아침에 아들 밥차려 주곤 그대로 잠들어서 민경이랑 남편은 스스로 밥을 퍼서 먹었어요. 뭐 한두번 그런 것도 아니지만.ㅜㅜ
오늘부터 오전수업이라 어쩔 수 없이 8시 40분에 일어나서 부랴부랴 갔지요.ㅋㅋ

하늘바람 2009-12-23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식 애인. 암것도 안하며 왜이리 부러울까?
와 순오기님 서울 오셨는데 인사도 못 드리고
그래도 마노아님 만나 잘 다녀가셔서 마음이 놓임니다.
아무리 짐을 놓고 내리셨다해도
에너지 여사 맞아요

순오기 2009-12-23 20:39   좋아요 0 | URL
흐흐~ 50년 인생에 이젠 안해본 짓 없이 다 해봅니다.ㅋㅋ

비로그인 2009-12-23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 댓글 다는 건 남의 연애편지에 밑줄 긋는 짓이라 생각합니다.
만... 어쨌거나 한 줄 긋고 갑니다. 씨익 웃으면서요.^^

순오기 2009-12-23 20:39   좋아요 0 | URL
하하하~ 연애편지에 밑줄긋기도 환영해요.^^

메르헨 2009-12-23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고생하셨어요. 그렇지만 잘 찾으셨다니 다행이어요.^^
오늘은 좀 푹 쉬셔야겠어요. 새벽까지 동동거리셨으니....^^
곧 크리스마스네요. 즐건 성탄절 되시기 바래요.

순오기 2009-12-23 20:41   좋아요 0 | URL
클스마스를 위해 미니트리에 불 밝혔더니, 애들이 전기세 나간다고 꺼놔요.ㅜㅜ 애들이 크니까 그런 재미도 없지만 내일은 케익을 사오려고. 우리가족은 2월부터 6월까지 생일이 달달이 있어 수반기엔 케익 먹을 일이 없으니 예수님 생일 덕에 먹어야지요.^^

같은하늘 2009-12-23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휴~~ 책을 못 찾는줄 알고 제가 다 놀랐네요.^^
먼길 다녀가시느라 힘드셨을텐데 오늘 푸~~욱 쉬셨나요?


순오기 2009-12-23 20:42   좋아요 0 | URL
헤헤~ 책 찾아왔으니 인증샷 할게요.^^

꿈꾸는섬 2009-12-24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려가셔서 고생하셨어요. 저도 건망증이 심해놔서 늘 걱정이에요.

순오기 2009-12-24 01:38   좋아요 0 | URL
못 말리는 건망증이 아니고, 잠결에 그랬을 거라고 스스로 위안을 삼는 중입니다.ㅋㅋ

루체오페르 2009-12-24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 순오기님 하핫
정말 다행이네요. 찾으러 가야하는 수고를 이 추운 날 해야하나 ^^;
그래도 다행입니다!
대중교통-지하철,택시,버스 를 탈때는 정말 내 손에 쥐고있지 않으면 깜빡하면 놓쳐버리죠; 고가일수록 ㅎㄷㄷ한 타격!

순오기 2009-12-24 01:46   좋아요 0 | URL
광주는 오늘 춥지 않았어요~ 버스비도 환승이라 추가되지 않았고요.^^
아줌마는 이런 사소한 푼돈에도 연연합니다.ㅋㅋㅋ
맞아요~ 고가일수록 내 손에 꼭 쥐고 있어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