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저녁, 퇴근한 남편이 현관에 토끼가 있다며 깜짝 놀란다.
무슨 일인지 나가보니 신발 벗어논 곳에 토끼 한 마리가 있었다.
어어~ 이거 우리 업둥이 아니야?
이제 쉰둥이 낳을 순 없고, 얘라도 키워 볼까? ㅋㅋㅋ
어려서 시골살 때 토끼를 키워봤던 향수도 몽글거리고 ^^
목숨 있는 것이 들어왔으니 일단 무얼 멕여야 돼서 당근을 주었더니 잘 먹었다.

우리 막내는 인터넷 검색해서 토끼 먹이와 돌보는 법도 찾아보았다.
남편이나 나는 어려서 키워봤으니 그냥 아는 일인데
요새 애들은 이런 것도 지식으로 배워야 하는 일이 되었다.
식구들이 다 나가고, 점심때쯤 학교에 가려면 녀석을 혼자 두고 가는 맘이 어째 짠하다~
화단에 나가 씀바귀와 질경이도 뜯어주니 오물오물 잘도 먹었다.
어제는 중학교 독서모임에 가야 해서 일찍 풀을 뜯어 주곤 당부까지 하고 나갔다.
"토끼야, 집 잘보고 있어~ "

누가 키우던 토끼가 집을 나왔는지 아니면 유기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웃의 와일드 보이에게 준다 했더니, 아들녀석 심야에 돌아와 하는 말,
"왜, 아직도 안 줬어? 정들면 떼기 힘든데... "
애들 어려서 물고기, 달팽이, 햄스터, 병아리, 강아지까지 키워봤는데,
무릇 생명 있는 것들은 정들면 떼기 힘들다는 걸 체득한 듯하다.
어제 낮에 귀가했던 남편이 화단에서 풀을 뜯고 있는 토끼가 있었다며
둘이 같이 키우던 녀석들인거 같다고 말했다.
밤이라 찾을 수 없었는데, 방금 나가보니 한 녀석이 풀을 뜯고 있어 잡아들였다.
학교 갈 때 혼자 두고 가려면 맘이 안 좋았는데, 이왕이면 둘이 같이 있으라고...^^

어때요? 혼자 있는 것보다 훨씬 낫죠?
아침에 갓김치 담그면서 누렁잎들을 떼어서 줬더니 정말 잘도 먹네요.
오물오물 오물오물~ 쉴새없이 먹어대는 게 돼지가 따로 없어요.ㅋㅋㅋ
토끼는 습기가 있으면 안 되는 동물이잖아요.
내가 주는 먹이에 물기가 있으면 안 먹고, 나중에 물기가 마르면 먹더라고요.
다 제 알아서 목숨을 보존하는 법을 아는가 봐요.
요 며칠 준 먹이는 사과껍질, 딸기와 꼭지, 고구마, 당근... 하지만 풀을 제일 좋아해요.^^


우리 화단에 있는 풀 다 먹이고 나면 동네로 토끼풀 뜯으러 다녀야겠어요.ㅋㅋㅋ
금세 먹이를 다 먹고 한쪽에서 이러고 있네요. "둘이라서 행복해요!"^^
어제 수학여행 간 우리 막내,
오늘 낮에 전화왔기에 토끼가 두 마리 됐다고 했더니 빨리 집에 오고 싶대요.
말은 엄마가 보고 싶다고 했지만, 속 마음은 토끼가 보고 싶은 거 아닌가 몰라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