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바람이 분다.
사방에서 바람이 분다. 연보랏빛 저녁 바람, 분홍빛 아침 산들바람, 으르렁대는 시커먼 돌풍.
오늘의 책들은 종이로 되어 있다. 어제의 책들은 가죽이었다. 성서는 공기로 이루어진 유일한 책, 잉크와바람의 범람이다. 의미를 종잡을 수 없는 이상한 책이다. - P11

아이는 천사와 함께 떠났고, 개가 그 뒤를 따라갔다.
이 문장은 아시시의 프란체스코에게 딱 들어맞는다. 우린 그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지만, 그것이 오히려 다행이다. 누군가에 대해 안다고 하는 것이 그 사람을 알 수 없게 만들어 버리니까.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안다고 믿으며 그 사람에 대해 말함으로써 그의 참모습을 놓치기 일쑤니까.  - P12

가난한 사람들의 계층이다. 13세기뿐 아니라 20세기에도 존재하는 그들은 시대를 막론하고 언제나 존재한다. 하느님만큼이나 늙고 말이 없는 계층. 하느님만큼이나 노쇠와 침묵 속에 길을 잃은 자들. 이 계층이 아시시의 프란체스코에게 진정한 얼굴을 부여하게 된다.
교회 목재 조각상들의 얼굴보다 훨씬 아름다우며, 위대한 화가들이 그린 얼굴보다 훨씬 순결한 얼굴이다.
가난한 사람의 단순한 얼굴. 가난한 사람, 바보, 거지의초라한 얼굴.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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