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슈 에밀 졸라!
역시 대단한 자연주의 문학의 대가이다.




















그녀는 어깨에 둘러멘, 여전히 물이 줄줄 흐르는 빨랫감의 무게 때문에 다리를심하게 절었다. 팔꿈치에는 멍이 시퍼렇게 들고, 뺨에는 피가 흐르는채 양손에 에티엔과 클로드를 잡고 발을 질질 끌면서 걸어가야 했다.
얼굴이 눈물범벅이 된 아이들은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 P56

"난 말이죠, 욕심이 많은 여자가 아니랍니다. 별로 바라는 게 없어요…… 내 꿈은 별 탈 없이 일하면서 언제나 배불리 빵을 먹고, 지친몸을 누일 깨끗한 방 한 칸을 갖는 게 전부랍니다. 침대, 식탁 그리고 의자 두 개, 그거면 충분해요......내 아이들을 제대로 키울 수만 있다면, 그래서 좋은 시민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말이죠.......또 하나 더 바라는 게 있다면, 그건 맞지 않고 사는 거예요. 내가 만약 다시 결혼을 한다면 말이죠. 그래요, 다시는 맞으면서 살고 싶지 않아요......그게 다 예요. 정말 그게 다라고요......" - P71

그녀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건 올바른 사회에서 사는것이었다. 그렇지 못한 사회는 몽둥이로 머리를 박살 내듯 순식간에 여자를 망가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 P81

제르베즈는 아침나절의 온화하고 평온한 모습을 여전히 간직하고있었다. 하지만 산책을 나선 후로는 생각에 잠긴 듯 차분한 표정으로남편과 로리외 부부를 번갈아 바라보면서 때로 슬픈 표정을 지었다.
누이 앞에서 비겁해지곤 하는 쿠포의 모습을 새삼 확인했기 때문이다. 바로 전날까지만 해도 그는 독설을 퍼부으며 앞으로 그들이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것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겠다고 맹세를 하다시피했다. 하지만 그들 앞에 서면 그들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를 살피는 아첨꾼 같은 모습을 보이곤 했다. 그들이 언짢아하는 기미라도 보이면 어쩔 줄을 몰라 전전긍긍했다. 그 사실만으로도 그녀는 자신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 P136

"그런다고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라오, 아름다운 부인… 그대도언젠가는 죽는 걸 다행으로 여기게 될 거요… 아무렴, 난 죽음이데려간다면 오히려 고맙다고 할 여인네들을 아주 많이 알고 있거든."
로리외가 그를 데려가려고 하자 바주즈 영감은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딸꾹질을 하며 웅얼거리듯 마지막 한마디를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죽는다는 건 말이지.…… 내 말을 명심하시오.... 죽으면 모든 게끝이라오."
- P156

그녀는 굵은 눈물방울로 흐릿해진 눈으로화덕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면서 그레이비소스를 저었다. 아이를 낳는 것이 쿠포를 굶길 이유는 아니지 않은가? 마침내 재로 덮인 불 위에서 스튜가 뭉근하게 끓기 시작했다. 
이제 방으로 간 제르베즈는 간신히 식탁 한쪽 끝에 식기를 준비해놓을 수 있었다. 포도주병도 재빨리 꺼내놓아야 했다. 그러고 나자 더 이상 침대까지 갈 기운조차 남아 있지 않아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은 채 부엌의 깔개 위에서 해산을했다. 그로부터 십오 분 후에 도착한 산파는 그 자리에서 뒤처리를했다.
그러는 동안 함석공은 병원에서 일하고 있었다. 제르베즈는 남편이신경 쓰지 않도록 출산 사실을 알리지 못하게 했다.  - P164

그런데 당신 많이 아프진 않았지. 재채기 한 번 하는 
사이에 쑥 하고 아일 낳은 거겠지." - P164

영악한 부르주아들은 기피하는 일이었다! 사다리 위에서 목숨 걸고 일하기엔 너무나 비겁한 그들은 노동자들에게 그 일을 떠맡긴 채 벽난로 기어아 편안하게 지내면 그만이었다. 가난한 사람들이야 어찌 되건 안중에도 없이, 심지어 그는 자기 집 지붕의 함석은 각자 알아서 씌우면그만이라는 말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당연한 얘기가 아닌가! 진정 공평해지려면 그렇게 해야 할 터였다. 빗물에 젖기 싫으면 지붕을 씌우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좀 더 근사하고 덜 위험한 일, 예를 들면 고급 가구 세공 같은 일을 배우지 못한 것을 몹시 아쉬워했다. 그것 역시 그의 아버지의 잘못이었다. 아버지들은 대개 자식들에게 자신들처럼 살도록 강요하는 고질적인 습성이 있다. - P198

구제는 특별히 나쁜 마음을 품고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때로는 피핀을 집어 들고 이 거대한 쇳덩어리를 부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자신의 것보다 더 강한 팔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그를분노케 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육체가 쇠로 된 기계와 싸워 이길 수없음을 이성적으로 받아들이고자 애쓸 때조차 그의 우울함은 커져만갔다. 물론 언젠가는 기계가 노동자들을 모두 죽이고 말 터였다. 그때문에 이미 그들의 하루 일당은 12프랑에서 9프랑으로 떨어진 상황이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었다. 어쨌거나 소시지를 만들듯 리벳과 볼트를 찍어내는 이 커다란 짐승들은 전혀 유쾌하지가 않았다.  - P277

이제 비자르는 허공에 헛손질을했다. 계속해서 미친 듯이 아무 데나 주먹을 마구 휘둘러대다가는 허공을 향해 날린 주먹에 자신이 맞기도 했다. 이 광란의 살육 행위가이어지는 동안 제르베즈는 네 살짜리 소녀 랄리가 구석에서 아비가어미를 때려죽이는 광경을 지켜보고 있음을 알았다. 소녀는 겨우 젖을 뗀 어린 여동생 앙리에트를 보호하려는 듯 아이를 품에 꼭 안고 있었다. 사라사 천으로 된 머리쓰개로 머리를 꽁꽁 동여맨 어린 소녀의핏기 없는 창백한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그러면서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채 깊은 생각에 잠긴 듯 커다란 검은 눈으로 어딘가를뚫어지게 응시했다.
- P309

쿠포는 막 길을 건너오는 중이었다. 그러다가 문 앞에서 비틀거리는 바람에 어깨로 유리창을 깰 뻔했다. 그는 시체처럼 창백한 얼굴에코끝이 발개진 채 이를 앙다물고 있었다. 제르베즈는 핏기 없는 남편의 얼굴에서 콜롱브 영감 주점의 싸구려 독주의 흔적이 그의 핏속에남아 있음을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가 무해한 포도주를 마셨을때처럼 웃어넘기면서 그를 자리에 눕히고자 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입술을 앙다문 채 제르베즈를 떠밀었다. 그러고는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스스로 침대로 걸어가면서 그녀를 향해 주먹을 치켜들었다.
그런 쿠포의 모습은 저 위쪽에서 여자를 두들겨 패다가 지쳐 코를 골며 자고 있는 주정뱅이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러자 제르베즈는 온몸을 훑고 지나가는 얼음장 같은 전율과 함께 이 세상 남자들과자신의 남편, 구제 그리고 랑티에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자신은 결코행복해질 수 없으리라는 절망감을 느끼며 비탄에 빠져들었다.
- P310


댓글(2)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니데이 2022-02-09 23: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편안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02-10 00:16   좋아요 3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계속 조심하고 있는데 이 시기가 잘 지났으면 합니다^^
서니데이님, 좋은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