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이 갤리언선을 건조한다.
먹이를 찾아 웅덩이를 건너는 까만 개미떼 이미지가 다시 뇌리에 떠올랐다. 일본인은 멕시코와의 무역에서 이익을
얻기 위해 결국 까만 개미떼가 웅덩이를 건너 태평양을건너려 하고 있다. 하지만 선교사는 포교를 위해 이런 일본인의 탐욕을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에게는 이익을 주고 우리는 포교의 자유를 얻는다.
그 거래를 능숙하게 할 수 있는 것은 베드로회 사람들이
아니다. 도미니크회나 아우구스티누스회의 수도사들도 아니다. 디에고 같은 무능한 수도사들도 아니다. 선교사에게는 자신만이 그것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렇게하기 위해서는 일본인들의 편견을 없애야 한다. 베드로회가 범한 잘못을 두 번 다시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 P41

사무라이는 이로리 옆에 앉아 농민들을 바라보았다. 농민들의 얼굴은 그와 마찬가지로 눈이 쑥 들어가고 광대뼈가튀어나왔으며 흙냄새가 깊이 스며들어 있었다. 오랜 세월동안 눈바람과 거친 음식과 노동을 견뎌온 얼굴이었다. 인내하는 것과 포기하는 것에 익숙해진 얼굴이었다. 그는 이 농민들을 통해 큰 바다를 건너 꿈에서도 본 적 없는 멕시코로 데려갈 종자를 뽑지 않으면 안 되었다. 성 안에서 내려온지시로는 사절들은 각자 종자를 네 명까지 데려갈 수 있게허락되었다.
- P76

"남만의 나라에서는" 하고 시라이시는 대뜸 이상한 말을
했다. "그 생활도 일본과는 다를 거네. 임무를 위해서라면
일본의 관습을 끝까지 관철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거야. 
일본에서 하얀 것이 남만에서는 검은 것이라면 검다고 생각하게. 마음속으로 납득이 가지 않더라도 납득한 얼굴을 하는것이 이번 소임이네."

"버리는 돌이지요. 우리는." 마쓰키는 바다에 눈길을 준채 자조하듯이 "평정소의 버리는 돌이 된 겁니다."
"버리는 돌?"
"원래 중신 중 누군가가 이 큰 소임을 맡아야 하는데 메시다시슈인 우리가 뽑힌 것은- 신분이 낮은 메시다시슈라면 도중에 바다에 빠지고 생판 모르는 남만의 나라에서 병들어 쓰러져도 영주님께도 평정소에도 전혀 지장이 없기 때문일 겁니다."
사무라이의 안색이 변한 것을 보고 마쓰키는 그 동요를
즐기듯 말했다.
"우리는 말이 통하지 않으니 사절이라고 해도 그저 벨라스코 한 사람을 의지하고 서한을 전해야 하는 파발에 지나지 않습니다. 영주님이나 중신에게는 멕시코와의 교역을성취하고 남만의 배가 시오가마, 게센누마의 항구에 들어오기만 한다면 우리가 어느 바다. 어느 땅에서 헛되이 죽든 상관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 P111

하지만 지금 사무라이의 마음속에서는 조금씩 미묘한
변화가 시작되었다. 그것은 막막한 불안과 희미한 공포를 가져다주었다.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다. 그리고 지금까지 자신의 마음을 지탱하고 있던 것에 금이 가고, 모래가 떨어지는 것처럼 그것이 무너지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이었다.
- P135

사무라이는 이루 말할 수 없는 혐오감을 느꼈다. 그에게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한 것은 채찍이 아니었다. 형벌이 집행되는 동안 갑판에 서서 안개 속에서 채찍 소리가 울릴 때마다 태연하게 응시하고 있던 벨라스코의 입상 같은
 모습이뇌리에 남았다. 그리고 벌이 끝나자 기절하기 직전인 사내의 피를 자신의 옷으로 닦고 선실로 데려간 이 남만인의 얼굴이 마쓰키가 말한 것처럼 섬뜩했다. 사무라이에게는 그런 벨라스코와 요조에게 의복을 준 벨라스코가 
도저히 같은 인물이라고 여겨지지 않았다.
- P144

타국을 정복하는 것과도 비슷하다. 포교도 외교처럼 술책을부리고 흥정을 하고 위협을 하고 때로는 타협도 해야 한다.
나는 하느님의 가르침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라면 그러는 것이 꼭 꺼림칙하고 지저분한 행위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포교를 위해서라면 눈을 감아야 하는 일도 있다. 이곳 멕시코에서도 1519년에 정복자 코르테스가 상륙하여 소수의 병사로 무수한 인디오를 잡아 죽였다. 그 행위가 하느님의 가르침에서 볼 때 옳은 행위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하지만 그런 희생이 있었기에 수많은 인디오가 우리 주님의가르침을 접하고 그 야만스러운 풍습에서 구원받아 새로운길을 걷게 된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악마의 풍습에 빠져사는 인디오들을 그대로 내버려 둘지, 다소의 악에 눈을 감고 하느님의 가르침을 그들에게 전할지는 아무도 경솔하게판단할 수 없는 문제다.
- P176

물론 다나카의 그런 말을 나는 총독에게 통역하지 않았다. 나는 재빨리 생각했다. 이 여행의 목적은 일본에서의 포교 권리를 베드로회가 아니라 우리 회가 독점하는 것과 내가 그 주교로 임명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나는 스페인까지 갈 필요가 있다. 나를 주교로 임명할 수 있는 사람은 스페인 추기경뿐이기 때문이다.
- P188

"신부님들의 진정한행복이란게 일본에는 지나치게 
독합니다. 
강한 약은 어떤 사람의 몸에는 독으로 변합니다. 신부님이 말하는 더없는 행복은 일본에 그런 독입니다. 멕시코로 와서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이곳 멕시코도 스페인 배가 찾아오지 않았다면 조용히 살았을 텐데 말이지요. 신부님들의 더없는 행복이 이 나라를 흐트러트렸습니다."
- P208

 사무라이는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이 여행이 자신의 운명에 도전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골짜기밖에 몰랐을 때는 거기서 살아가는 것밖에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는 이제
자신이 변한 것을 깨달았다. 작은 골짜기, 숙부, 이로리 옆에서 되풀이되는 숙부의 말, 평정소의 지시, 그는 멕시코시티에서 출발한 후 처음으로 움직일 수 없는 것으로서 주어진 그런 운명에 거역하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
- P229

벨라스코의 귓가에 한 목소리가 들렸다. ‘네가 지금 하려는 것은, 주님을 믿지 않는 자에게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세례를 받게 하는 신성 모독이 아닐까. 세례 성사로 믿지 않는 자의 죄까지 주님에게 짊어지게 하는 오만한 행위가 아닐까..
벨라스코는 귓가에 들려오는 그 목소리를 지우려고 했다. 그는 성서에 쓰인 주 예수의 한가지 말을 그 방패로 삼았다. 그것은 아무것도 믿지 않는 자가 예수의 이름을 이용하여 병자를 낫게 하는 것을 본 요한이 화를 냈을 때 주님이한 말이었다. "너희를 반대하지 않는 사람은 너희를 지지하는 사람이니 막지 마라."
- P276

하지만 주 예수는 정말 나를 내버린 것일까. 회색으로 펼쳐진 하늘을 보며 나는 주님 또한 아버지인 하느님에게 버림받은 것 같은 고독을 맛보았다는 사실을 생각했다. 그렇다. 주 예수는 평생 결코 영광과 축복에 가득 찬 여행을 해온 것이 아니었다. 주님은 사람들의 오해와 비난 속에서 쫓기는 자로 트란스요르단을 걷고, 티레와 시돈을 돌아다닌적도 있었다. "오늘도 내일도 그다음 날도 계속해서 내 길을 가야 한다." 슬프게도 그때 주님은 이렇게 중얼거렸다.
옛날에 나는 주님의 그 비참한 말에 그리 깊은 인상을 받지못했다. 하지만 지금 일본인들과 함께 바르셀로나로 가면서그때 주님의 괴로웠을 마음을 생각했다.
오늘도 내일도 그다음 날도 계속해서 내 길을 가야 한다.
하지만 일본인들은 어떻게 그런 절망을 견디는 걸까. 한순간의 기쁨은 송두리째 무너졌고 그들은 다시 긴 여행을 계속하여 낯선 나라를 방문해야 한다. 일본인들이 내게 환멸을 느끼고 원한과 증오를 지닌다고 해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것을 결코 입 밖에 내지 않았다. - P354

지금의 나는 하느님이 무엇을 바라셨는지 알 수가 없다.
오랫동안 내게는 하느님이 일본에 주님의 복음을 전하기를 바라셨고, 그런 이유로 내게 인생을 주었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랬기에 어떤 괴로움도 견딜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자신이 없을 뿐 아니라 끔찍한 일이지만 하느님에게
농락당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인간의 역사는 하느님이 계획한 역사로 이어진다고 나는 늘 생각해왔다. 그러나 하느님의 역사는 내 생각이나 의지와는 별도로 존재했음이 틀림없다.
- P394

언젠가 이곳 베라크루스에서 가까운 바나나 숲의 움푹 팬 곳에서 나는 상처 입은 인디오의 손을 잡고 똑같은 기도를 했다. 그러나 그 인디오와 달리 다니카는 자살이라는 교회에 결코 용서받지 못하는 큰 죄를 범하고 죽은 것이다. 교회는 자살한 자에게 장례식을 허릭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때 내게는 교회의 그런 규칙 같은 건 아무래도 좋았다. 나는
다나카가 겪은 여행의 고통을, 다나카나 하세쿠라나 니시가지금까지 어떤 마음으로 방랑해왔는지를 너무나 잘 알았다.
다나카가 왜 이 작은 칼로 배를 갈라야 했는지도 알고 있었다. 나는 젊은 인디오 청년의 죽음을 내버려 둘 수 없었던
것처럼 다나카의 죽음을 내버려 둘 수 없었다.
"죽은 자에게 평안한 안식을 주시옵소서."
나는 인생의 마지막 문을 닫는 것처럼 크게 뜬 다나카의
눈을 감겨주었다. 그러는 동안 종자들과 출입구에 선 
하세쿠라와 니시는 내 기도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구석에 모여 움직이지 않았다. - P407

이 황야를 일본인들과 묵묵히 나아가며 나는 죽음을 결의하고 예루살렘을 향해 역시 이런 황야를 걸어가신 주님을 생각했다. 주님은 그때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내가 받아야 할 세례가 있다.
이 일을 다 겪어낼 때까지는 내 마음이 얼마나 괴로울지 모른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이 세상에는 죽음으로 완성하는사명이 있다. 다나카 다로자에몬의 자결은 내게 그것을 가르쳐준 것 같다. 하지만 다나카의 죽음과 주님의 죽음은 한가지 점에서 확실히 다르다. 그 일본인은 사절로서의 사명을 완수하지 못한 것을 속죄하기 위해 자살했다. 하지만 주님은 많은 사람을 섬기기‘ 위해 죽음을 받아들인 것이다. - P411

"저도… 옛날에 같은 의문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분이 이 세상에서 누구보다도 초라하게 살았기 때문에 믿을 수 있습니다. 그분이 추하고 말라빠진 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이 세상의 슬픔을 너무나도 잘 알았습니다. 사람의 비탄이나 괴로움에 눈을 감을 수 없었지요. 그래서 그분은 그렇게 마르고 추해졌습니다. 만약 그분이 저희 손에 닿지 않을 만큼 고상하고 강하게 사셨다면 이런 마음이 들지않았겠지요."
사무라이는 전 수도사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분은 평생 비참하게 계셨기 때문에 비참한 자의 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분은 초라하게 돌아가셨기 때문에
초라하게 죽은 자의 슬픔도 알고 계십니다. 그분은 결코 강하지 않았습니다. 아름답지도 않았습니다." - P421

이따금 이 인디오들 안에서 예수의 모습을 봅니다."
그는 쑥스러운 듯 웃었다.
이 일본인의 수명이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은 부은 얼굴이나 거무칙칙한 안색만으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는 아마 숨 막힐 듯 더운 늪 주위에서 숨을 거둘 것이다.
그리고 옥수수밭 구석에 묻힐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무래도 자네처럼 그 사내를 생각할 수가없네."
사무라이는 미안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당신이 그분을 마음에 둘 수 없어도… 그분은 당신을 늘
마음에 두고 계십니다."
"그 사내를 생각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네."
"정말 그럴까요?" - P423

주여, 주님이 제게 무엇을 바라시는지 알려주시옵소서.
주여, 주님의 뜻이었으면 좋겠나이다.
주여, 지금 제 마음에 싹트기 시작한 것이 주님의 의지라면그것을 알려주시옵소서.
- P428

사무라이는 무릎이 떨리는 것을 감췄다. 분노의 목소리와
신음이 목구멍으로 나오는 것을 억눌렀다. 분함과 슬픔이
복받쳐 오르는 것을 손을 꽉 쥐고 참았다. 쓰무라는 자신들의 그 여행이 아무 의미가 없고 도움이 되지도 않았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태연히 말한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자신들은 멕시코의 한없는 황야를 가로지르고 스페인을 돌아다니고 로마에까지 갔던 것일까. 베라크루스의 숲속에서 쓸쓸하게 묻힌 다나카 다로자에몬, 다나카의 죽음. 그것은 대체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
- P442

"그리고 우리는 살아 있는 한 이 어둠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이 어둠 속에서 중신은 중신, 고이치몬슈는 고이치몬슈, 주군은 주군, 저 같은 메시다시슈는 평생 메시다시슈로 살아가겠지요."
"우리는 봐서는 안 되는 것을… 보고 만 것이겠지."
그렇다. 이것이 일본이었다. 총구멍처럼 작은 창밖에 없는 벽, 창은 오는 자를 감시하기 위해 있는 것일 뿐 넓은 세상을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 P446

골짜기의 밤은 깊었다. 골짜기의 밤을 모르는 사람은
진정한 어둠과 어둠의 침묵을 모른다. 정적이란 소리가 
나지않는 것이 아니다. 정적이란 뒤쪽 숲의 초목이 스치는 소리,때때로 들려오는 새의 날카로운 울음소리, 그리고 가만히 이로리의 작은 불꽃을 향하고 있는 사내의 모습이다.
세계는 넓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 사람을 믿을 수없게 되었습니다." 사무라이는 이로리의 불꽃을 응시하며 니시 규스케의 말을 음미하고 있다. "앞으로는 죽은 듯이
눈에 띄지 않게 살아가야 한다. 그는 이시다의 말도 생각한다. 오늘 밤 니시와 이시다가 지금 자신과 마찬가지로 잠자코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도 떠올렸다.
- P463

사무라이는 테칼리의 움막 안에서 변발을 한 그 사내가
이 종이에 글을 쓰는 모습을 상상했다. 테칼리 늪의 밤은 이곳 골짜기의 밤과 마찬가지로 칠흑같이 어두울 것이다. 변발한 그 사내가 왜 이런 것을 쓰지 않으면 안 되었는지 이제 사무라이는 막연하게 알 것 같았다. 그 사내는 자신만의
‘그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멕시코의 교회에서 풍요로운사제들이 말하는 그리스도가 아니라 버림받은 자신과 인디오들 옆에 있어 주는 ‘그 사람‘ 을 원했던 것이다. "그 사람은우리 옆에 계십니다. 그 사람은 우리의 괴로운 탄식에 귀 기울이고, 그 사람은 우리와 함께 눈물짓고.…"  사무라이에게는 이 변변찮은 글자를 적어나간 그 사내의 얼굴이 보이는것 같았다 - P465

"나는 형식적으로만 기리시탄이 되었다고 생각해왔네.
지금도 그런 마음에는 변함이 없어. 하지만 정치가 뭔지를알고 나서 이따금 그 사내를 생각해. 왜 그 나라들에는 어느집에나 그 사내의 가련한 상이 놓여 있는지 알 것 같은 기분도 들어, 사람의 마음 어딘가에는 평생 함께해줄 사람, 배신하지 않을 사람, 떠나지 않을 사람을 ㅡ 설령 그것이 병들어 쇠약한 개라도 좋아 ㅡ찾고 싶은 바람이 있는 거겠지. 그 사내는 사람에게 그런 가련한 개가 되어주는 거야."
사무라이는 자신을 타이르듯 되풀이했다.
- P469

넓은 세계, 수많은 나라, 드넓은 바다, 하지만 사람은 어디서나 다르지 않았다.
어디에도 전쟁이 있고 흥정이나 술책이 작동하고 있었다. 
그것은 영주의 성 안에서도, 벨라스코 등이 살아가는 종파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사무라이는 자신이 본 것이 수많은 땅, 수많은 나라, 수많은 도시가 아니라 결국 인간이 어떻게 해볼도리가 없는 업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인간의 그 업 위에 말라빠진 추한 사내가 손발이 못 박히고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우리는 슬픔의 계곡에서 눈물을 흘리며 
당신에게 매달립니다." 테칼리의 수도사는 그 책자의 마지막에 이런 말을 썼다. 이 가련한 골짜기와 넓은 세계는 어디가 다를까.
골짜기는 세계이고 우리 자신이라고 사무라이는 요조에게말하고 싶었으나 제대로 말할 수 없었다.
- P471

이제 와 생각하면 나의 모든 좌절은 주님이 내게 이 현실을 직시하게 하려고 주신 것 같다. 나의 자만, 나의 자존심,
나의 오만, 나의 정복욕이 어느새 미화했던 것을 분쇄하고지상의 진정한 모습을 보게 하기 위해서였던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주님의 죽음이 그 현실을 빛으로 관통한것처럼 나의 죽음이 머지않아 일본을 관통하기 위해….
바스케스 신부는 불에 타 재가 되고 그 재는 바다에 버려질 것이다. 선교사 몇 명도 일본인에 의해 모두 똑같이 되었으니까. - P488

"지금, 시시각각 최후의 시간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 있네, 일본 - 바위투성이의 이 불모의 땅에 사랑의 비를 퍼붓는 하느님에게 축복 있으라. 그리고 당신들도 내 죄를 용서해주기를, 나는 평생에 걸쳐 너무 많은 죄를 범했네, 효과를충분히 말할 수 없는 사람이 한꺼번에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처럼 나는 지금 순교를 기다리고 있네. 하늘에서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것처럼 일본의 길 없는 땅에도 뜻이
이루어지기를, 사제로서 하느님이 주신 소임을 충분히 완수하지 못했던 것을 용서해주었으면 하네. 나의 허영심, 나의오만함 때문에 자네들에게 여러 번 상처를 준 일도 잊어주기를 바라네. 자네들이 주님의 밀밭 일꾼으로서 성과를 올리고 우리 모두를 천주의 영광 안에서 하나로 묶어주기를.."
- P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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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1-09-05 13: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엔도 슈사쿠, 나쓰메 소세키....요즘 페넬로페님..제 마음을 설레게 하시기로 작정하신듯 ....ㅠㅠ

페넬로페 2021-09-05 17:39   좋아요 0 | URL
가을이라 그런것 같아요 ㅎㅎ

레삭매냐 2021-09-08 21: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싸무라이 짱 !@

페넬로페 2021-09-08 22:06   좋아요 0 | URL
다 읽었는데 너무 많은 의미가 담겨 있어 리뷰쓰기 너무 어려워요^^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