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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호의 밥 땅으로부터
임지호 지음 / 궁편책 / 2020년 10월
평점 :
오래 전 읽었던 책인 심복의 ‘부생육기(浮生六記)’에는, 《사랑》이란 ‘애지욕기생(愛之慾基生)’, 즉 ‘사람을 살게 하는 것’이라고 나와 있다. 《사랑》이란 단어의 해석은 다양하지만, 난 그때부터 이 ‘애지욕기생’ 말고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사람을 살게 해주는 것!
이 고귀하고 눈물겨운 말은 나를 숙연하게하며, 내 몸과 마음을 사랑으로 이끈다. 사람을 살게 하는 방법과 종류는 각자 다를 것이고, 그렇게 우리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행(行)』하며 살고 있다.
《셰프 임지호》가 사랑을 행하는 방식은 당연히 요리하는 것이다. 자연에서 나오는 모든 것을 건강하게 살려, 자신이 만나는 사람들에게 맛있게 먹이는 것이다. 요리를 하며 두런두런 그들의 사연도 들어주고 위로도 해준다.
‘임지호의 밥-땅으로부터’는 《임지호》가 만든 요리책답게 산과 들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뿌리, 잎, 꽃이 요리의 재료가 된다.
비트, 알토란, 나문재, 청보리순, 원추리, 부지깽이, 개망초, 사자발쑥, 함초, 엉겅퀴, 명아주, 진달래, 송화, 괭이밥, 작약, 아까시나무 꽃, 꽃 양귀비, 찔레꽃.....
이런 재료들로 카나페, 차 샐러드, 국수, 떡을 만든다. 그저 보기만해도 건강함이 느껴진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평생을 방랑 식객으로 산 그의 열정과 노력이 이 요리들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바쁜 현대인들은 이런 재료들로 요리를 할 수가 없다. 나 역시 이 요리책에 소개된 요리중 할 수 있는게 몇 가지 밖에 안된다. 하지만 임지호 셰프가 추구하는 것을 잘 알기에 이 책에 들어있는 그의 요리를 예술 작품이라 이해했다. 그가 하는 요리 스케치와 장식 또한 예술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태어나 요리로써 삶을 노래했다. 때에 맞춰 변화하는 자연, 그 순환의 법칙 속에서 지고 살아나기를 반복하는 땅의 생명들에 언제나 도움을 청하듯 손을 내밀었다. 자연의 진솔한 흔적이 녹아든 음식은 땅에 발붙인 또 다른 생명, 사람을 살리기에.
너와 내가 아닌 나와 나 밖의 내가 존재할 뿐인 세상에서, 살아있음에 대한 찬사와 같은 한 끼를 나눌 수 있음에 감사하다.-p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