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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유명한 소설을 이제서야 읽었다. 왠지 선뜻 다가서지 못했는데 생각보다 잘 읽혔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건강이 악화되어 요양을 가게 된 이 소설의 주인공인 '홀든 콜필드'가 그 전 며칠 동안 자신의 행적을 얘기해주는 것으로 이 소설은 시작된다. 명문 고등학교 펜시에서 퇴학당한 홀든은 반항아의 대명사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홀든은 사실 그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외로운 아이이다. 영어나 글쓰기외에는 관심이 없어서 공부 못하는 학생으로 여겨지고 엉뚱한 생각과 질문으로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며, 그게 서러워 펑펑 우는 순수한 아이이다. 담배를 많이 피우고 허세를 부리며 사람들에게 인정받고자 거짓말을 늘어놓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솔직함이 드러나 미움을 받는다. 결국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익명의 삶을 살고자 서부로 떠나기로 마음먹은 홀든은 마지막으로 동생 피비를 찾아간다. 그런 그에게 피비는 묻는다. 앞으로 뭐가 되고 싶냐고? 홀든은 '호밀밭의 파수꾼' 이 되고 싶다고 한다.
번역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원작엔 욕이 많이 나온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내내 마음이 아퍘다. 홀든이 너무 안되보였기 때문이다. 홀든이 공부를 못하고 좀 엉뚱한건 맞지만 아무도 홀든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고 그의 말에 귀를 기울어주지 않기에 많이 안타까웠다. 홀든은 센트럴 파크의 연못이 얼면 거기에 살던 오리들이 어디로 갈까를 궁금해한다. 그런 질문을 받으면 황당할 수도 있겠지만 확실한 대답을 못해도 '글쎄, 어디로 갈까요?' 라고 같이 고민이라도 했으면 그 아이가 그렇게 외롭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엉뚱하고 순수하며 나와 생각이 다른것에 우리는 알게 모르게 나쁘다는 판단을 많이 한다. 그런 것을 인정해버리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내 삶이 불편하고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내가 편해지고 고통받지 않기 위해 애써 그런 것을 외면하고 보편타당성이 있는 규범을 내세우기에 급급하다. 그래서 홀든을 이해하지 않으려하고 그를 반항아로만 치부하는지도 모른다.
사실을 사실대로 말해주기 보다 허구의 얘기로 더 진실되고 이해가능한 것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소설이기에-J.D.샐린저의 - 난 소설을 좋아한다. 내가 더 넓은 곳으로 독서의 지평을 넓히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홀든은 동생 피비를 통해 아마 일상으로 돌아올 것 같다.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이 하나라도 있다면 우리는 언제라도 돌아올 수 있다. 홀든이 지키려는 호밀밭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호밀밭을 지키며 어른이 되고 더 단단해 질거라 믿는다.
-'집에서 잠자고 있는 책' 읽기 2
때때로 이런 것들은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처음 말했을 때 인정했는데도 똑같은 말을 두 번씩 하는 것 말이다. 그걸로도 모자라는지 선생은 같은 말을 세 번이나 했다.-p22
정말로 나를 황홀하게 만드는 책은, 그 책을 다 읽었을 때 작가와 친한 친구가 되어 언제라도 전화를 걸어, 자기가 받은 느낌을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느낌을 주는 책이다.-p32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주는 거야. 애들이란 앞뒤 생각 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이야. 그럴 때 어딘가에서 내가 나타나서는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거지. 온종일 그 일만 하는 거야.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p229-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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