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넬로페의 엄마,
엄마와는 같이 산 세월과
떨어져 사는 세월이 거의 맞먹는다.
자주 보지 못하기에 엄마랑 거의 매일 전화를 하는 편이다.
평생을 자식 먹이는 것에 과잉집착을 보이시는
엄마이기에 전화통화의 내용은 먹는 얘기뿐이다.
건강이 최고이니 잘 먹어야 한다.
건강을 잃으면 아무 소용이 없으니 잘 먹어야 한다.
고기도 먹고, 생선도 먹고, 과일도 먹고......
먹고 먹고 먹고 계속 먹어야 한다.
그렇게 먹는 얘기만을 하다가 오래간만에
엄마를 만나면 공유할 얘깃거리가 많지 않다.
그럴땐 고향에 살고 있는 사람들 소식을 전해달라 한다.
그분은??
당숙모는?
사촌 오빠는?
엄마는 차근차근 그들의 근황을 나에게 말씀해주신다.
미처 챙기지 못했던 죽은 이들의 얘기와 함께.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내 이름은 루시 바턴‘도
엄마가 들려주는 고향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9주동안 병원에 입원해야했던 루시 바턴에게
엄마가 찾아 온다.
자발적인건 아니고 남편이 부탁해서이다.
엄마는 꼬박 5일을 의자에 앉은 채로만 있다.
결코 눕지 않는다.
어린 시절 지독히도 가난하고 부모에게 학대받은
루시 바턴.
그리고 가족을 떠나 삶을 살아나가는 루시 바턴.

그 시절 어려운 삶을 살아야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루시 바턴은 엄마로 부터
어린 시절에 대한 해명을 듣고 싶고
엄마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하지만
끝내 그녀의 부모님의 태도는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이 자식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닐 것이다.
환경에 의해서, 그저 그렇게 살아왔기에
넘을 수 없는 한계일뿐이다.

루시 바턴은
자신이 견뎌 온 힘들었던 삶을 담담하게 얘기한다.
그 담담함으로 오히려 치유할 수 없는 상처와
마음 한구석에 있는 슬픔을 더 잘 보여주는 것 같다.
이 소설을 읽으며 순간순간 울컥하는 느낌이 있었다.
내 아픔과 고통을 담담하게 표현할 수 있는건
거기에 그만큼의
성숙과 따뜻함이 있어야 가능해지는 것이다.
끊임없이 되돌아보고, 느끼며
루시 바턴은 자신의 삶을 다독여간다.
그런 그녀로 부터 인생의 소중함이 뭔지를 배운다.

그 따뜻함과 이해로
변하지 않는 엄마가
전화로 잘 먹어야한다고 말씀하실 때마다
알겠다고, 그러겠다고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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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9-09-23 07: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부모님과 비교적 근처에 살아서 전화를 자주 안드리지만, 그래도 한동안 전화를 못 드리면 서운해 하시는게 부모 마음인 듯 합니다. 막상 전화를 드려도 특별한 이야기는 오가지 않지만, 그저 목소리만이라도 듣길 원하는 것이 부모 마음임을 아이를 키우면서 비로소 느끼게 됩니다^^:)

페넬로페 2019-09-23 08:55   좋아요 2 | URL
겨울호랑이님처럼 저도 엄마가 가까이 계시면 좋겠어요. 전화만으론 한계가 있어요^^
약간 추운 월요일 아침이네요 감기 조심 하시고 이번주도 화이팅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