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소음
줄리언 반스 지음, 송은주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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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의 작곡가 쇼스타코비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줄리언 반스의 신작 <시대의 소음>은 표지에서 느낀대로 마이너스적 감정이 지배적인 느낌이었다. 스탈린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러시아의 당시 시대적 배경을 조금 더 잘 알았다면 쇼스타코비치의 입장을 좀 더 공감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시대적인 상황에 따라 자신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마음대로 펼칠 수 없었던 그의 이야기는 대기의 가라앉은 공기처럼 무겁기만 하다. 천재 작가들은 어쩜 이렇게 시대의 핍박을 받고 여성 편력이 심하며, 고통 속에서 예술의 혼을 펼치는걸까 싶다. 그것도 매우 교활하고도 천재적이게 말이다. 


  줄리언 반스의 섬세하게 쓰여진 글로 인해 시대적 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그 시대의 분위기와 쇼스타코비치가 느끼는 감정을 이해할 수 있다.  "예술은 누구의 것이지?" 비록 권력에 의해 이용당하는 음악일지라도 그 본질을 지키고자 하는 예술인에게 예술은 누구의 소유도 아닐 것이다. 장편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줄리언 반스의 역사적 바탕에 기초한 지식이 현실보다 더욱 현실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스탈린 시대를 고려하면 더욱 소설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시대의 소음>은 한 예술가의 생을 그리며 독자에게도 질문을 던지고 있다.


  시대의 소음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예전의 스탈린 시대는 아니지만 어쩌면 지금의 한국사회는 은밀한 소음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지 않을까, 보여지지 않게 가해지는 억압들이 이명처럼 우리를 조금씩 좀먹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시대의 소음 속에서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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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7-06-28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기 시작한지 제법 되었는데
아직도 못 읽고 있네요.

1936년 윤년의 이야기만 읽었네요.
줄리언 반스는 힘든 것 같습니다.
 
잃어버린 도시 Z
데이비드 그랜 지음, 박지영 옮김 / 홍익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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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잃어버린 도시 Z> 신비한 아마존의 세계, 미스터리로 이보다 적절한 소재는 없는 것 같다. 후덥지근한 기후에  언제 쏟아질 줄 모르는 빗줄기, 아직 밝혀지지도 않은 수많은 생물들이 사람의 목숨을 노리는 곳. 게다가 외부 침입자를 경계하는 원주민들까지 가세하면 상상력이 무한 자극된다. 그런탓에 수많은 탐험가들이 아마존의 밀림 속으로 들어가 황금이 가득하다는 엘도라도(El Dorado)를 찾아 나섰다. 잃어버린 도시 Z라고도 말하는 이곳을 찾기위해 수많은 탐험가들이 목숨을 잃었고 실종되었으며, 그 탐험가들 중 선봉장 영국인 탐험가 퍼시 포셋이 있었다. 

  퍼시 포셋은 아마존에 대한 자료수집을 충분히 마친 후에 1925년 1월 잃어버린 도시Z를 찾기 위해 아마존 밀림 속에 발을 내딛는다. 하지만 안탑깝게도 그는 반 년 만에 실종되었고 아직까지도 소식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이 사건이 기폭제로 작용하여 퍼시 포셋을 찾으러 갔다가 실종된 사람들의 수도 어마어마하다고 하니 그의 명성을 대충 짐작할 수 있다. 탐험의 흥미진진함보다는 해충들의 공격과 굶주림 등으로 인한 고통들이 지배하는 탐험의 실제 이야기가 펼쳐진다. 

  2017년 한국에서 개봉예정인 <잃어버린 도시Z>를 보기 전 꼭 읽어 봐야한다는 USA투데이 추천사에 따라 읽게 된 소설은 내 머릿속에 상상하던 엘도라도를  끝내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오히려 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밝혀지면 더이상 미스터리가 아니기에 많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위해 황금이 가득한 모습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책을 통해 충분히 상상력을 자극했으니 영화를 보며 비교해보면 참으로 재밌을 것 같다. 미스터리한 곳을 찾아나가는 탐험대의 이야기는 언제나 호기심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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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 드 몽블랑 - 알프스의 꽃 몽블랑 일주 트레킹 가이드북
이영철 지음 / 꿈의지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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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프스의 꽃  몽블랑 일주 트레이드 가이드북 '투르 드 몽블랑', 도보 여행자의 꿈 <투르 드 몽블랑>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만년필로 유명한 브랜드 '몽블랑'. 무지함이 폭발하던 찰나 눈에 들어온 설산과 그 아래 작은 마을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너른 초록들판에 숨이 탁 트이는 느낌이었다. 여행은 자고로 쇼핑보다는 자연, 휴양보다는 배낭이 진리라고 생각하고 있는 나에게 몽블랑 일주 트레킹은 말만 들어도 설렘 그 자체였다.

  트레킹 가이드북이라 그런지 기존 여행에세이와는 다르게 구간이나 풍경, 마을이나 산장 등 숙소에 대한 이야기들이 구체적으로 담겨있다. 저자는 열흘동안 투르 드 몽블랑에서의 트레킹을 일정으로 계획하여 실제로 알프스의 하이디에 꿈을 품어왔던 많은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운송수단을 이용하지 않고 직접 발로 걷는 것은 그만큼의 어려움이 따른다. 마음이 요동치고 고요해지는 거대한 풍경을 기대하는 것과 실제로 그곳을 걷는 것은 그 간극이 클 수도 있다. 그래서 이 첫 가이드북이 더욱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직접 다닌 코스를 경유지와 지도, 해발까지 이미지로 표시되어 있다. 그 뿐 아니라 이쁜 사진들이 사반간에 있으니 책을 보는 재미가 한 층 더해진다. 나도 언젠가 부모님과 함께 대자연을 느껴보고 말것이다. 어린시절 엄마는 스위스를 꼭 가보고 싶다며 그 자연을 경험해보고 싶다고 하셨다. 느릿느릿 함께 걷기, 생각만해도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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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여행이 되다 : 작가가 내게 말을 걸 때 소설, 여행이 되다
이시목 외 9인 지음 / 글누림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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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들과 함께하는 여행은 어떤 모습일까? 생각만해도 매우 설레이는 질문이다. 왠지 나와는 다른 생각, 다른 고민들을 해내는 멋진 모습들을 볼 것만 같다. 이런 감성을 느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은 여행지에서 작가를 만나는 것이다. 여행에는 이야기가 담겨있고 그 이야기는 사람을 끄는 힘이 있다. 문학여행에는 특별히 그런 이야기가 짙고 섬세하게 담겨있다. 좋은 작품을 읽다보면 작가가 궁금해진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 이런 작품을 쓰는거지?' , '또 다른 작품은 뭐가 있지?' 언제부터 글을 썼고 어떤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하며 찾아보게 된다. 


  길을 걸으면서 작가의 숨결을 상상하게 되는 여행, 모두가 알만한 유명한 작가들도 있었고 생전 들어보지 못한 작가의 이름도 있었다. 하지만 작가들이 담겨있는 장소에 대한 이야기들은 나에게도 슬며시 말을 건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공동 저자가 10명이라서 다른 사람들의 여행 스타일과 작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문학여행의 끝 꼭지에는 '문학을 거닐다', '다른 작가를 엿보다', '여행을 맛보다' 섹션이 구성되어 있다. 작가의 발걸음을 느낄 수 있는 공간에 더해 그 장소에서 다른 작가의 추억도 엿볼 수 있다. 문학여행을 하면서 맛 좋은 음식까지 먹을 수 있도록 맛집 정보도 알차게 준비되어있다. 이번 편은 작가를 중점으로 여행지를 소개하고 있으며, 여행지의 작품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써내려간 작품편이 한 권 더 있다. 

  여행을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해보는 좋은 순간이었다. 꼭 직접 가지 않아도 책을 읽는 것만으로 그 곳에 도달해있는 느낌, 더 나아가 그 여행지를 상상하며 함께 여행하는 그런 멋진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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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의 온기 - 내가 먹은 채소에 관한 40가지 기억
김영주 지음, 홍명희 그림 / 지콜론북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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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을 소재로 한 미디어가 열풍을 불고 있다. TV, 유투브, 아프리카와 같은 영상매체뿐 아니라 출판물에서도 효자 아이템으로 핫한 인기를 가져다준다. 개인적으로는 먹방을 즐겨 보는편은 아니지만 음식을 소재로한 따뜻한 영화나 책에 등장하는 한 마디를 참 좋아한다. 이 책 역시 따뜻한 추억이 담긴 채소의 이야기를 담아내 읽는 이의 마음을 온기로 가득 채워준다. 그림을 그리는 친구와 함께 의기투합하여 만들어낸 <채소의 온기>는 귀여운 일러스트와 작가의 추억이 담긴 글들로 가득하다. 하필 채소인 것도 마음에 든다. 좋고 맛있는 음식들이 도처에 널려있음에도 홀대하기 쉬운 채소가 주체인 것이 좋았다. 나는 채소를 처음부터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채소를 별볼일 없어 보인다고 생각했지만,  이 책은 그런 편견을 따뜻함으로 채워줬다.

 

  귀여운 일러스트가 빛을 발하는 때는 바로 고양이 손도 만드는 레시피 파트이다. '잊고 있던 입맛을 찾아주는 달래'란 주제로 힘들었던 시절을 위로받던 때를 떠올리는 작가는 읽는 이의 마음에도 그 '살맛'을 살려주기 위해 양념장을 만드는 비법을 알려준다. 채소에 담긴 기억들과 함께 타인의 마음을 공감해주는 느낌이다. 입맛없이 쓸쓸한 하루를 보낼 때 살맛 나는 달래 양념장으로 위안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 단순히 요리법을 알려주는 정보집이 아닌 채소에 이야기를 담아내는 특별함 덕분에 평소 좋아하지 않았던 버섯이 친근하게 다가왔다. 

 

  나역시 나만의 추억이 담긴 음식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풍든 가을하늘 아래 엄마와 종종 먹던 호떡, 매운 것을 먹지 못해서 케찹을 넣어 만들어준 달콤한 떡볶이, 정성껏 뼈를 발라준 갈치조림 그 외에도 삶의 온기를 불어넣어준 음식들이 내게는 참 많다. 좋은 기억들을 일깨워준 따뜻한 온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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