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 일기 - 시간 죽이기 현대문학 핀 시리즈 에세이 2
송승언 지음 / 현대문학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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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란 이미지는 어느 순간 180도로 달라진 듯 하다. 한 분야에 몰두하여 전문가 이상의 지식을 갖춘 사람들로 조금은 괴짜같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놀라운 지식과 경험을 자랑하는 덕후, 나는 늘 몰입하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애정하는 아이돌 한 명쯤은 있을 청소년기에도 딱히 흥미가 없었고 꾸준히 오래 하는 취미생활도 없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몰두하는 사람이 멋있고 대단해 보인다.

저자의 ‘시간 죽이기-덕후생활’에 공감하는 것은 시간을 죽이기 위해 쓴 방법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물론 저자만큼은 아니지만, 나 역시 주로 게임과 영상물을 본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흥미를 금방 잃어서 오래 시간을 죽이지는 못한다. 이런 점은 죄책감이 작용하는 탓도 있는데 시간 떼우기용의 게임이나 영상관람이 생산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을 읽으며 쓸모없음의 관점을 조금 비틀어본다면 삶에 활력을 주고 애정을 쏟을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싶다.

약간의 우울감으로 힘든 요즘 내 마음을 앗아갈 수 있는 하나가 얼마나 소중한지 느낀다. 아주 익숙한 것이라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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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T 사피엔스 - 인공지능을 가장 잘 활용하는 신인류의 탄생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14
홍기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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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을 가장 잘 활용한 신인류의 탄생이란 부제목이 눈에 띈다. IT 문외한이라도 세상 돌아가는데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블록체인, 비트코인, 메타버스, NFT, 챗GPT 등의 인공지능 기술에 대해 들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IT처럼 직관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을 이해하기는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하나의 개념을 설명하는 문장에 모르는 단어가 또 여러 개 등장하기 때문이다. 「GPT 사피엔스」는 난해한 기술적 설명보다는 IT기술이 사회적 맥락에서 어떤 영향력을 가지며 삶의 변화를 가져다주는지를 중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결국 엄청난 기술이더라도 사회적 소용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란 글에 공감하며 신기술에 대한 접근 방법에 대해 고민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기술이 발전한다고 해서 그게 우리한테 무조건 도움이 될까? 그렇지 않다. 발전한 기술을 활용할 수 있어야 우리 삶에 도움이 된다. 전문가나 기업 혹은 투자자들은 막연히 "기술이 발전하니까 우리는 돈을 벌 거야. 이런 엄청난 기술을 갖고 있으니까."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 없이는 인류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 것이다.

처음 챗GPT가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열광했다. 그 영향으로 소액 매수한 IT주가가 상승하는 덕을 보았다. 방대한 양의 정보를 논리정연하게 요약하여 사람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인공지능이라니 짧은 시간 내 적확한 정보를 찾아내는데 유용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물론 그 이면에는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도 존재하지만 말이다. 열광 속에 출현했다 사그라든 블록체인 기술과 같이 새로운 기술의 출현을 과장하여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기술은 세상을 변화시키지만 유용한 도구로서 인간의 삶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현명함이 요구되는 것은 지금의 시대에 가장 중요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기술의 발전은 분명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지만, 동시에 기술의 발전으로 새로운 직업이 창출되기도 한다. 이런 기술의 중립성을 우리 인간이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어떻게 인간을 위한 방향으로 이끌 것인지가 언제나 중요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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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인간
알도 팔라체스키 지음, 박상진 옮김 / 문예출판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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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벼운 사람, 연기 인간의 이야기는 굴뚝 위에서 33년을 살다 인간의 삶에 들어오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어느 날 갑자기 매일 들리던 목소리의 주인공들, 페라! 레테! 라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장화 한 켤레가 놓여 있어 그것을 신고 인간이 사는 마을로 내려오게 된 연기 인간을 본 사람들의 관심은 지대했다. 잿빛 연기의 형상으로 군중 속에 놓여진 그는 속절없이 쏟아지는 질문에 간신히 답변하며 정제되지 않은 호기심이란 물살에 거세게 쓸려갔다. 그는 본인의 존재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았지만, 타인들에 의해 그의 존재는 정의내려졌다. '페렐라'란 이름을 얻었고 그의 특별함에 왕은 법전 편찬위원회의 3번째 위원이라는 직함을 내린다. 그의 영광이 계속될 것 같은 나날, 모든 국민에게 칭송받는 페렐라에게 모두가 등을 돌리는 한 사건이 벌어진다. 결국 그는 높은 탑의 감옥에 갇히는 벌을 받게 되지만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33년을 머문 굴뚝을 떠난 연기인간이 인간의 삶에 들어왔을 때, 그 특별함은 부여된 것이었다. 다름에 대한 호기심과 부러움 그 어딘가에 머무는 군중들이 연기인간에게 부여한 것! 그는 군중이란 파도에 쓸려 솟아올랐다가 바다 깊은 곳으로 내쳐졌을 뿐이다. 처음에는 환한 얼굴로 그에게 존경을 표하던 사람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욕지거리와 침, 오물을 던지며 그를 조롱한다. 문득 이 고전문학이 1911년에 쓰여졌단 사실이 떠올랐다. 100년도 전의 소설이지만 군중의 광기는 여전히 유효한 것 같다. 그 어떤 논리적 사고는 사라지고 인간의 잔혹함만 남은 이야기를 많이 접하고는 한다. 씁쓸한 기분이다.

마을 사람들의 태도는 가벼운 연기 인간과 비교하여 한없이 가볍다. '가볍다'라는 정의를 다시 하고 싶다. '진정으로 가벼운 이는 누구인가?' 그들 하나하나의 언행은 눈쌀이 찌푸려질 정도지만 군중이란 이름으로 존중받으며 힘을 얻는다. 가벼움에 하나를 더 보탠다면 폭력이다. 다름을 이유로 가해지는 숱한 폭력, 모든 문제가 피해자로 귀결되는 잔혹함에 인간 사회에 무력함을 느끼기도 한다. 잣대와 고통이 없는 드넓은 하늘로 연기인간이 날아올랐기를.

*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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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플롯 - 문학에서 발견하는 무한한 좌표들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16
황모과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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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이야기가 나를 구한다는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가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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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약국 현대문학 핀 시리즈 에세이 1
김희선 지음 / 현대문학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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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약국」을 읽으며 '약사인 동시에 작가라니 역시 재능은 몰빵인가?'란 질투어린 선망을 해보았다. 얼마 남지 않은 장작을 화로에 태우듯이 매일 밤 조금씩 아껴가며 읽었다. 그렇게 읽는 동안 따뜻한 온기로 밤을 보낼 수 있었다. 따스한 시선과 특별한 상상력이 만난 문장에 피식 웃다가도 목이 메이며 눈물이 차올라 한 동안 고개를 숙이지 못하는 순간들이 반복되었다.

어린 아이들에게만 주어진다고 생각했던 상상력이 어른이 되어서는 한없이 집요하고 확장되며 유쾌하게 작용할 수 있단 것은 참 다행이다. 우리에게는 이런 시간이 필요하다. 어떤 상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짐에도 현실성 운운하지 않고 느슨하게 끈을 풀어보는 시간 말이다. 글을 읽다보면 저자가 마치 '너는 어떠니? 그런 적 없었어?' 물어주는 것 같다. 그리고 생각해본다. 내게 잘 말린 호프는 무엇인지. 16년을 함께한 나의 강아지에게서 내가 받은 무수한 사랑을. 마지막으로 나의 이야기는 어디까지 이어질까 고민하며 생각에 잠긴다.

세상엔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불가능한 작별 인사"가 있다고. 만약 진정한 작별 인사가 가능하다면 우리의 삶은 지금보다 삼천 배쯤은 가벼워질 거다.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하고,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이루지 못한 인사들은 점점 더 쌓여만 간다. 그리고 어느 날, 난 발밑을 보고 알았어. 내가 밟고 선 땅이 바로 그 인사들의 무게라는 것을. 그 무게가 나를 지탱해주고 나는 거기에 기대어 심연같은 지상을 날아오르며 건너가는 거지. 무거워질수록 자꾸만 가벼워지며.

책과 동물, 사람에게는 역시 따뜻한 힘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그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김희선 에세이는 그 따뜻함의 결정체이다. 밤이란 단어가 주는 서정적인 느낌도 한 몫을 한다. 빛을 밝히는 밤의 약국 그 이야기를 통해 아직 잠들지 못한 모든 이들이 행복하기를 진정 바란다.


*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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