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란 이미지는 어느 순간 180도로 달라진 듯 하다. 한 분야에 몰두하여 전문가 이상의 지식을 갖춘 사람들로 조금은 괴짜같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놀라운 지식과 경험을 자랑하는 덕후, 나는 늘 몰입하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애정하는 아이돌 한 명쯤은 있을 청소년기에도 딱히 흥미가 없었고 꾸준히 오래 하는 취미생활도 없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몰두하는 사람이 멋있고 대단해 보인다. 저자의 ‘시간 죽이기-덕후생활’에 공감하는 것은 시간을 죽이기 위해 쓴 방법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물론 저자만큼은 아니지만, 나 역시 주로 게임과 영상물을 본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흥미를 금방 잃어서 오래 시간을 죽이지는 못한다. 이런 점은 죄책감이 작용하는 탓도 있는데 시간 떼우기용의 게임이나 영상관람이 생산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을 읽으며 쓸모없음의 관점을 조금 비틀어본다면 삶에 활력을 주고 애정을 쏟을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싶다.약간의 우울감으로 힘든 요즘 내 마음을 앗아갈 수 있는 하나가 얼마나 소중한지 느낀다. 아주 익숙한 것이라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