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약국 현대문학 핀 시리즈 에세이 1
김희선 지음 / 현대문학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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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약국」을 읽으며 '약사인 동시에 작가라니 역시 재능은 몰빵인가?'란 질투어린 선망을 해보았다. 얼마 남지 않은 장작을 화로에 태우듯이 매일 밤 조금씩 아껴가며 읽었다. 그렇게 읽는 동안 따뜻한 온기로 밤을 보낼 수 있었다. 따스한 시선과 특별한 상상력이 만난 문장에 피식 웃다가도 목이 메이며 눈물이 차올라 한 동안 고개를 숙이지 못하는 순간들이 반복되었다.

어린 아이들에게만 주어진다고 생각했던 상상력이 어른이 되어서는 한없이 집요하고 확장되며 유쾌하게 작용할 수 있단 것은 참 다행이다. 우리에게는 이런 시간이 필요하다. 어떤 상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짐에도 현실성 운운하지 않고 느슨하게 끈을 풀어보는 시간 말이다. 글을 읽다보면 저자가 마치 '너는 어떠니? 그런 적 없었어?' 물어주는 것 같다. 그리고 생각해본다. 내게 잘 말린 호프는 무엇인지. 16년을 함께한 나의 강아지에게서 내가 받은 무수한 사랑을. 마지막으로 나의 이야기는 어디까지 이어질까 고민하며 생각에 잠긴다.

세상엔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불가능한 작별 인사"가 있다고. 만약 진정한 작별 인사가 가능하다면 우리의 삶은 지금보다 삼천 배쯤은 가벼워질 거다.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하고,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이루지 못한 인사들은 점점 더 쌓여만 간다. 그리고 어느 날, 난 발밑을 보고 알았어. 내가 밟고 선 땅이 바로 그 인사들의 무게라는 것을. 그 무게가 나를 지탱해주고 나는 거기에 기대어 심연같은 지상을 날아오르며 건너가는 거지. 무거워질수록 자꾸만 가벼워지며.

책과 동물, 사람에게는 역시 따뜻한 힘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그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김희선 에세이는 그 따뜻함의 결정체이다. 밤이란 단어가 주는 서정적인 느낌도 한 몫을 한다. 빛을 밝히는 밤의 약국 그 이야기를 통해 아직 잠들지 못한 모든 이들이 행복하기를 진정 바란다.


*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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