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의 온기 - 내가 먹은 채소에 관한 40가지 기억
김영주 지음, 홍명희 그림 / 지콜론북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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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을 소재로 한 미디어가 열풍을 불고 있다. TV, 유투브, 아프리카와 같은 영상매체뿐 아니라 출판물에서도 효자 아이템으로 핫한 인기를 가져다준다. 개인적으로는 먹방을 즐겨 보는편은 아니지만 음식을 소재로한 따뜻한 영화나 책에 등장하는 한 마디를 참 좋아한다. 이 책 역시 따뜻한 추억이 담긴 채소의 이야기를 담아내 읽는 이의 마음을 온기로 가득 채워준다. 그림을 그리는 친구와 함께 의기투합하여 만들어낸 <채소의 온기>는 귀여운 일러스트와 작가의 추억이 담긴 글들로 가득하다. 하필 채소인 것도 마음에 든다. 좋고 맛있는 음식들이 도처에 널려있음에도 홀대하기 쉬운 채소가 주체인 것이 좋았다. 나는 채소를 처음부터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채소를 별볼일 없어 보인다고 생각했지만,  이 책은 그런 편견을 따뜻함으로 채워줬다.

 

  귀여운 일러스트가 빛을 발하는 때는 바로 고양이 손도 만드는 레시피 파트이다. '잊고 있던 입맛을 찾아주는 달래'란 주제로 힘들었던 시절을 위로받던 때를 떠올리는 작가는 읽는 이의 마음에도 그 '살맛'을 살려주기 위해 양념장을 만드는 비법을 알려준다. 채소에 담긴 기억들과 함께 타인의 마음을 공감해주는 느낌이다. 입맛없이 쓸쓸한 하루를 보낼 때 살맛 나는 달래 양념장으로 위안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 단순히 요리법을 알려주는 정보집이 아닌 채소에 이야기를 담아내는 특별함 덕분에 평소 좋아하지 않았던 버섯이 친근하게 다가왔다. 

 

  나역시 나만의 추억이 담긴 음식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풍든 가을하늘 아래 엄마와 종종 먹던 호떡, 매운 것을 먹지 못해서 케찹을 넣어 만들어준 달콤한 떡볶이, 정성껏 뼈를 발라준 갈치조림 그 외에도 삶의 온기를 불어넣어준 음식들이 내게는 참 많다. 좋은 기억들을 일깨워준 따뜻한 온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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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 제155회 나오키상 수상작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김난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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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기와라 히로시의 저서인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는 아직 출간되기 이전, 운이 좋게도 3개의 단편을 먼저 읽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은은한 수채화를 담고 있는 표지가 말해주듯이 단편들은 하나같이 잔잔한 감동이 있고 울컥 감정이 솟구치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족은 짠한 존재라는 인식이 어느 순간 자리잡았다. 자식 혹은 부모를 그리며 애잔해하는 마음, 언제나 걱정을 달고 살아야하는 관계가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가족소설은 잔잔한 감동이 일기 이전에 쓰라리고 질척이는 과정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총 6개의 단편소설 중 <성인식>, <언젠가 왔던 길>,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는 세 편 모두 가족이란 이름의 애잔함을 느린 호흡으로 보여준다. 교통사고로 딸아이를 잃은 부모가 딸 대신에 성인식에 참여하는 이야기, 자신의 꿈을 둘강요하는 어머니에게 벗어나 집을 나간지 오랜세월이 흘러 약해진 어머니를 재회한 딸의 이야기,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의 주인이 손님에게 들려주는 총 3편의 사람냄새 가득한 이야기들은 아직 아이를 낳지 못한 내게 아이를 잃은 부모의 슬픔을 가져다 주었다. 옆에 있는 엄마란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끔 하는 내용에 페이지를 쉬이 넘기지 못하는 순간도 있었다. 살아가는 사람들의 수만큼 수많은 이야기가 존재한다.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에 있는 이야기는 평범한 사람들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놓은 것 같아 아련해진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천작이라 눈이 갔었는데 3편의 단편소설을 읽은 후 따뜻한 사람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은 3편의 소설도 궁금해졌다. 잠들기 전 짤막짤막한 단편을 한 편씩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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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피부 - 생각하고 맛보고 감각하는 제3의 뇌
덴다 미츠히로 지음, 김은영 옮김 / 동아엠앤비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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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부 얘기만 하면 축 쳐지는 어깨와 먹구름이 내려앉은 표정, 30년째 아토피로 고생하고 있는 내 이야기다. 유아기에 앓았던 태열이 시간이 지나면서 성인 아토피로 자리잡았다. 답답한 마음에 아토피와 관련된 공부를 하기도 했지만 피부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 구성이나 견해들은 전혀 모르기 때문에 <놀라운 피부>에 대한 내용이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다. 특히 피부가 생각하고 맛도 보고 감각하기도 한다며 제 3의 뇌라고 주장하는 작가의 논리가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되어 더 놀랍다. <놀라운 피부>의 저자 '덴다 미츠히로'는 의사가 아닌 공학 연구원이지만 피부와 관련된 저서를 지속적으로 써냄으로 피부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피부질환이 있는지라 피부 구성에 대한 기본적 이해를 가지기 위해 공부하듯 책을 읽었다. 가장 관심있는 아토피성 피부염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환경적 요인에 의한 현대병이란 것은 익히 알고 있는 것이었고 습도의 변화에 따라 피부염의 정도가 달라지는 것 또한 경험에 의해 알고 있었다. 여름보다 건조한 겨울이 상대적으로 정도가 더 심해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피부의 색이 지역에 따라 다른 이유나 피부감각이 언어를 만들었을 가능성, 피부감각이 무의식에 작용한다는 점을 논리를 들어 설득력있게 얘기한다. 그 뿐만이 아니라, 과학과 예술과의 연관성을 설명하며 피부감각을 이야기한다. 피부로 시작해 사람으로 끝을 맺는 느낌이 분명하게 있는 이 책은 인문학적 과학서적으로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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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lia 2017-05-17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피부 (질환까지는 아니지만) ‘트러블’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지라 이 책 관심이 가네요. 『놀라운 피부 - 생각하고 맛보고 감각하는 제3의 뇌』, 함 읽어봐야겠네요. 책 소개 감사합니다.
 
베를린 다이어리 - 행복을 느끼는 일상의 속도 낯선 곳에서 살아보기
이미화 지음 / 알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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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콤하고 설레는 분홍빛으로 베를린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작가의 마음을 알 수 있는 사랑스러운 책이었다. 여행을 좋아하지만 여행정보에 무지한 내게 베를린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장벽이었다. 그리고 독일 그 뿐이었다. 작가에게 베를린의 이미지는 변덕스러운 날씨를 가진 회색도시였지만 그 낯선 곳에서 생활한 기간만큼 베를린의 매력에 흠뻑 취한 것처럼 보였다. 사계절로 설명되는 베를린 생활의 시작은 아버지의 반대로 인해 순탄치 않았지만 소중한 인연을 만났고 베를린이 가진 느림은 사색을 가져다 주었다. 

도시는 잿빛이었지만 내 마음은 맑아지더라. TV는 못 알아듣고, 살 것도, 광고도 없으니 오직 글 쓰고 사색을 할 수밖에 없었어. 소비 강박관념에서 해방되니 자유로워지더라고. 그냥 그대로가 너무 평온했어. 처음엔 지루했지만, 곧 마음이 충만해졌어.

  28에 맞이한 낯선 땅, 돈과 경력 결혼도 뒤로하고 훌쩍 떠나버린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28살의 여자에게 충고하는 세상의 레파토리는 너무 뻔하다. 충동적이고 세상물정을 모르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리곤 혀를 찬다.  하지만 나를 내린 뿌리 깊은 땅에서 낯선 곳으로 간다는 것 자체로 용기있는 행위라 생각한다. 새로운 곳에서의 나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는 마음 넓은 사람, 배움의 호기심으로 가득찬 사람이 아닐까? 

많은 유대인을 학살한 비극이 불과 70년 전에 일어났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기도 했고, 그 아픔이 피부로 느껴지기보다는 단어 그대로 '추모' 정도의 의미로만 다가왔었다. 하지만 직접 걸어 들어가서 본 홀로코스트의 깊이는 밖에서 보던 것과는 달랐다. 단순히 사건 밖에서 추모하는 마음만으로는 알 수 없는 깊이가 있었다.

  베를린 속 일상생활을 통해 알게 된 깨알 정보도 담겨있기 때문에 베를린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형광펜을 그으며 자료로 사용해도 좋을만하다. 책을 읽는 시간동안 싱그러운 베를린의 사진과 작가의 성향이 묻어나오는 글을 보며 나른함을 느꼈다. 이 순간만큼은 나도 베를린의 시간과 함께하며 그늘진 나무아래 낮잠을 청하는 기분이 들기도하고 변덕스런 날씨에 울상을 짓다가도 쉬이 지지 않는 벚꽃길을 걷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장기여행의 장점은 어쩌면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짐을 덜어낼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쓸데없는 집착일 수도, 각자가 짊어진 인생의 무게일 수도 있지만 짐을 덜어내면서 비로소 채워지는 것들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장기여행의 매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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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꾸 그녀에게 시선이 갈까? - 알게 모르게 마음을 사로잡는 몸짓의 비밀
나카이 노부유키 지음, 정은희 옮김 / 레드박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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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위기 있는 사람, 외모가 특출나게 아름답지는 않지만 매력적인 자태에 눈이 가는 사람이 있다. 친구들에게 여배우 김남주가 태도나 몸짓, 말투에 대한 공부를 통해 고혹적인 분위기를 내는 거라는 얘기를 들었던 때가 떠올랐다. 사소한 각도의 차이가 아름다움을 만들어 낸다는 이야기는 일리가 있다. 사람의 몸에는 아름다운 선이 있는데 특히 여성의 몸이 가진 선은 예술작품에서도 많이 등장하는 것처럼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몸이 가진 아름다움을 잘 활용하면 분위기 있는 여성이 될 수 있음을 <왜 자꾸 그녀에게 시선이 갈까?>에서는 설명한다. 나카이 노부유키 작가는 5천명의 모델과 배우를 양성한 이미지 컨설턴트로 여성의 몸짓과 행동에 대한 깊은 연구를 통해 '미인의 몸짓'의 법칙을 알아냈다.

 

 

  '미인의 몸짓'의 법칙은 비틀기, 포개기, 기울이기다. '비틀기'는 수줍은 매력을 '포개기'는 다가가기 어려운 기품있는 느낌을 '기울이기'는 부드러운 매력을 어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몸짓에 따라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분위기가 표현되기도 하고 사진촬영 때는 이런 몸짓이 만드는 효과가 크다. 처음 어떤 각도가 아름다움을 결정하는지 어떤 분위기를 자아내는지 알려주고 직장과 사랑하고 싶을 때에 맞는 몸짓을 그림과 함께 상세히 설명해준다.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걸음걸이와 사진 미인이 되는 법까지 그간 연구했던 매력적인 자세를 총망라하여 이해하기 쉽게 서술한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해서 더욱 자세히 보았던 자세, 책을 읽으면서 실천할 수 있는 자세(의자에 앉는 법, 스마트폰을 보는 자세 등)는 바로바로 해보았는데 자세에 따라 마음가짐도 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나의 경우에는 자유분방한 자세를 추구하기 때문에 고혹적이고 신비로운 몸짓과는 사실상 거리가 먼 편이라 두 세개의 자세만 익숙해져도 성공일 것 같다. 굳이 평소가 아니더라도 필요한 때 자유자재로 몸짓을 달리해 다른 변화를 주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매력적인 자세를 일반적으로 설명하기는 하지만 개개인마다의 특징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캐릭터를 분석해주는 테스트지가 책 후반부에 삽입되어 있다. 나의 캐릭터가 내추럴한지 소녀같은지 섹시한 스타일인지 파악한 후 내 캐릭터를 최대한 드러낼 수 있는 몸짓을 익히면 자연스런 모습의 연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몸짓이 다양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이 재미있는 것 같다. 선을 돋보이게 하는 아름다운 자세를 익혀두어서 시기적절하게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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