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사슬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9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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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왜 꽃사슬일까?

사슬이라는 어감이 둔탁하고 차가운 족쇄 느낌이다. 

그래서 딱히 끌리지 않았지만, 워낙 미나토 가나에 작가를 좋아해서 읽게 되었다.

초기작 <고백>만큼 센세이셔널하지는 않지만, 전반적으로 차분하고 절제된 스토리가 흡족스럽다.

 

 

읽고 나서 제목을 내 마음대로 재해석하자면 꽃으로 맺어진 오래된 인연이라는 느낌이다.

 차라리 책 제목을 그냥 '설월화'(雪月花)라고 했으면 더욱 좋았을 것 같다.

 

이 책의 내용은 꽃, 달, 눈을 닮은 세 여인들의 이야기다.

미나토 가나에식의 여러 화자의 이야기가 여기서 책속에서도 고스란히 재현된다.

꽃의 이야기, 달의 이야기, 눈의 이야기 등 각 화자들은 자신들이 겪은 서럽고도 찬란한 삶을 담담히 고백한다.

 마치 각자의 이야기가 시냇물처럼 조잘조잘 흐르다가 어느 순간 물줄기들이 한데 어우러져 장엄한 강물로 변화한다. 

세 여인의 운명적 이야기를,  섬세하게 엮어 아우르는 작가의 필력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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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법정에 서지 않는다 ㅣ 변호사 고진 시리즈 5
도진기 지음 / 황금가지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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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이 책을 처음 보고, 강렬한 제목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작가의 이색적인 고스펙 이력이 눈길을 끈다. 명문 대학을 졸업한 판사 출신이다. 처음에는 법정실화 에세인가 싶었는데, 알고보니 진구 시리즈부터 나름 탄탄한 추리소설 중견작가다. 작가가 판사인만큼 법정소설에서 뛰어난 강점을 발휘하리라. 소설에서 구현하는 생생하고 입체적인 현장감이 기대된다.

 

 소설은 블라디보스톡에서 발생한 의문의 살인사건으로 시작한다.  피살자 신창순은 굉장히 추하고 타락한 본성의 소유자다. 선량하고 평범한 겉모습 이면에는 활활 악의가 끓어넘친다.

그래서 제목 그대로 악마는 즉, 신창순은 법정에 설 수 없다. 이미 누군가가 그릇된 심판으로 처형을 하였으므로, 그리하여 본격적으로 남겨진 인간들의 재판이 시작된다. 과연 악마(?)를 죽인 범인은 누구일까?

 

이 살인사건에서 총 4명의 용의자가 나온다. 모두 신창순을 살해할만한 동기가 있다. 그 중 부인 김명진이 가장 유력한 용의자다. 재판은 살아있는 생물이라는 말이 반증하듯이 김명진이 과연 진범인지 판세는 계속 엎치락 뒤치락 알 수 없다.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져들어간다. 마지막까지 탄탄한 추리와, 트릭, 반전이 잘 짜여있다.

 

 작가는 굉장히 영리하고,  뛰어난 스토리텔러다. 120분짜리 잘 짜여진 각본의 영화를 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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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별에서 왔니
김현경 지음 / M&K(엠앤케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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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에니어그램을 기반으로 한 독특한 심리소설이다.

정확히 소설의 형식이지만, 에니어그램을 어느정도 숙지한 사람이라면 굉장히 유의미한 심리지식서가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에니어그램은 9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9가지 유형마다 두드러진 성격적 특징이 있고,  이에 날개형 유형군이 존재한다. 에니어그램 유형은 타고난 선천적 기질과 유년기때 부모의 양육태도에 따라 고착된다. 사실 초반에 입문할때는 어렵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라면, 매우 쉽게 접할 수 있다.  작가가 이 책을 통해, 한 가족 공동체내 9명의 캐릭터로 에니어그램을 완벽하게 재현해주기 때문이다.

 

 어쩌면 사람들은 모두 지구라는 별에 불시착한 외계인들이 아닐까? 이 외계인들은 각 유형 특질에 따라 잘 맞는 성향군이 있고, 때로 심각한 갈등 관계를 야기하기도 한다. 이 책을 읽고, 좀더 에니어그램에 관심이 생겼다. 팟캐스트도 들을 생각이다.

인간관계에서 나만 그런게 아니라, 누군가도 나처럼 생각하고 공감한다는 것에 새삼 위로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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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와 앨리스 살인사건
오츠이치 지음, 이연승 옮김, 이와이 슌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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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하나'와 '앨리스' 두 소녀가 '살인사건'을 매개로 겪는 짧은 이야기다.

 

하나는 앨리스의 이웃집에 살고 있는 비밀을 간직한 소녀다. 하나는 첫사랑 유다를 죽였을지도 모르는 공포에 시달려 등교거부 즉, 은둔형 외토리의 삶을 살고 있다. 하나에게 유다의 죽음은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과 같다. 상자를 열기전까지 과연 고양이는 죽었을까. 살았을까. 하나는 상상속 극단적 불안과 자책감으로 평범한 일상을 무너뜨린다. 

 

앨리스는 용감하고 씩씩한 발레전공 학생이다. 엄마아빠의 이혼으로 전학을 오게 되었는데,  첫날부터 영문도 모른 체 학교에서 이지메를 당한다. 우연히 자신의 책상밑 의문의 마법진을 보게 된후 이지메 원인에 대한 실마리를 찾게 된다. 모든 일은 바로 유다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

 

결국 앨리스는 하나와 함께 모든 사건의 시초인 유다의 살인사건을 조사하게 된다. 과연 유다는 죽은 것일까? 두 소녀의 아슬아슬 유다 찾기가 시작된다.

 

이 책은 이와이 순지의 에니메이션 원안이라, 굉장히 스토리 얼개가 단순하다. 하지만 이 텍스트가 청춘물 영상으로 재현된다면? 벚꽃같은 청춘이 주는 친밀감과 학교라는 공간의 폐쇄성, 그리고 여리고 불안한 감성의 캐릭터들이 입체적 시각적으로 잘 드러날 것 같다. 영상을 접하지는 못했지만, 스토리 원안이 주는 무채색의 상상력이 어떻게 구현되었을지 실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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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링의 13소녀
옌거링 지음, 김이경 옮김 / 뿔(웅진)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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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링은 난징의 옛지명이다. 이 소설은 난징대학살 그 참혹한 살육의 역사가 바로 배경이다.

 실제 선교사들의 증언과 서양 언론의 사진 자료를 보면, 난징대학살은 민간인을 잔혹하게 학살하였고, 특히 강간당한 여성의 시체들이 끔찍하였다고 한다.

 이 소설은 가장 잔혹한 전쟁터에서 고립된 어린 소녀들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기 13명의 순수하고 약한 소녀들은 천주교 성당에서 보살핌을 받고, 가장 천하고 낮은 직업적 여성들에 의해 지켜지고 보호받는다. 가장 순결한 아이들이, 당시 가장 천하다고 하대받는 기녀들에 의해 구원받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누군가의 엄마가 될 소녀들은 종교적 숭고함과 누군가의 가혹한 희생으로 그렇게 끔찍한 전쟁터에서 온전히 살아남았다. 마치 전쟁의 역사에서 전세대들의 뼈아픈 고통과 헌신을 통해 중국의 미래가 지켜지는 것 같다.

사실 이 소설은 단순한 구성과 다소 신파적 내용임에도 술술 읽히며 재미있다. 작가는 굉장히 영리하게, 독자들이 응당 반일 정서와 울분에 공감이 가도록 하면서 소설적 미학도 놓치지 않는다. 특히 이 소설의 백미는, 마지막 부분 비장감이 감도는 13명 기녀들의 행렬이다. 아름다운 그녀들의 비통하되, 용기있는 모습은 오랫동안 여운으로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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