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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치는 곰 ㅣ 김영진 그림책 5
김영진 글.그림 / 길벗어린이 / 201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피아노 치는 곰>
-누군가의 딸, 아내, 엄마가 아닌 '나"-
항상 관심갖고 기다리는 김영진 작가의 신간 그림책이 나왔어요.
지원이 병관이 시리즈에서 나온 귀여운 동물친구 시그니처가 여기 그림책에서도 반갑게 등장합니다.
타조, 돼지, 날치, 코끼리 등등 ^^ 그림책을 보며 찾아보는 숨은 재미가 있습니다.
이번 신간에는 미르네 가족의 "엄마' 이야기가 나옵니다.
전작 "엄마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에서는 워킹맘의 육아와 직장일을 병행해야하는 고단함과
아이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담았는데요.
이번 편은 전업주부인 엄마에 관한 이야기에요.
엄마의 하루는 매우 바쁘고 고단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엄마에게 끊임없이 조르고, 화풀이를 해댑니다.
마치 감정의 쓰레기통마냥 편하고 만만한 엄마에게 일방적으로 쏟아냅니다.
남편은 회사일에 바뻐 많은 시간을 할애못해요.

깨끗한 거실, 건조대위에 가지런하게 널린 옷가지, 반듯하게 갠 빨래.....
모두 엄마의 시간과 노력이 담긴 일상의 흔적입니다.
하지만 그 옆에 앉은 엄마의 뒷모습은 이와 대조적으로 헝클어지고 무기력하게 어지러진 마음이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앤소니 브라운의 <돼지책>에서 가장 마음이 아픈 장면이 바로 엄마의 설거지하는 뒷모습이었어요.
그 어떤 서사와 대사보다 더 많은 이야기와 감정이 느껴졌습니다.
엄마가 얼마나 외로웠을지 고단했을지 그대로 전해집니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엄마는 곰이 되어버렸습니다.
집안은 엉망이 되었고, 아이들도 곰이 되어버린 엄마 때문에 힘들어합니다.
매번 일방적으로 엄마에게 자기 말만 쏟아붓던 아이들은
이제 엄마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것을 좋아하는지.. 스스로 찾고 질문하기 시작합니다.
엄마가 대답을 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기 시작합니다.
아이들은 이제 오롯이 엄마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엄마가 하고 싶은 것을 고민합니다.
그 어떤 대화나 말보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알고자 하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어느날 갑자기 곰이 되어버린 엄마....
진짜 엄마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요?
엄마가 누군가의 딸이었을 때, 그림이 그리고 싶어 토끼가 되어버렸었습니다.
또, 엄마가 누군가의 아내, 엄마였을 때 곰이 되어버렸어요.
엄마에게 항상 진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은 우선순위가 아니었을 겁니다.
마음이 아픈 것을 참고 꾹 참다가 결국 곰이 되어버린게 아닐까요?
엄마가 초반에 운동을 하던 이유는, 주변 사람의 시선과 따끔한 조언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가사일도 자신보다 가족의 평온과 행복을 위해 열심히 해야하는 이유였습니다.
엄마가 하는 모든 행동의 이유에는 엄마 자신이 아니라 타인과 가족들이 있습니다.
삶의 이유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행복과 평온만을 위해 존재하게 되면서,
가장 소중하고 아껴야할 자신 내면의 목소리를 듣지 않게 되었어요.
결국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노력하는 것만이 최고의 미덕이라고 여기는 순간.
자신의 '자아'는 무너지고 흔들립니다.
인간(자아찾기)으로 되돌아오는 구성은 단순하고, 결말이 예상가능하지만.
읽고 나서 많은 생각이 들게 해줍니다.
엄마는 엄마라서 과연 행복할까요?
어떤 책에서 "엄마도 엄마가 필요해'란 표현이 있었는데..
세상에 태어날때부터 헌신적이고 자애로운 온전한 '엄마'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자아는 없습니다.
살아가면서 후천적으로 얻는 지식과 경험, 더 큰 사랑으로 자신을 변화하는 과정을 겪게 되는거지요.
엄마 역시 상처받고, 나약하고, 평범한 사람입니다.
엄마라는 말에 얼마나 많은 부당함과 책임으로 아파했을지...
곰엄마를 보면서 많이 보듬고 껴안아 싶었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마지막장에 미르네 가족들이 행복하게 모여 앉아 식탁위에서 하는 식사 장면입니다.
-엄마는 미안한 마음에 가족을 돌보고, 아빠와 미르 그린이는 고마운 마음에 엄마를 도왔어요. -
미르네 엄마가 그동안 아파서 가족에게 못해줬던 미안한 마음보다,
행복하고 당당하게 가족의 일을 돌보았으면 합니다.
나머지 가족은 엄마의 일을 도와주는 개념이 아니라 함께 했으면 좋겠어요.
언제든지 마음이 아파지면, 엄마는 다시 동물로 도피하거나 변신할 수 있습니다.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똑바로 이해하고, 자아를 사랑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엄마가 행복해야 가족이 행복하다는 사실이 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