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오니? 사계절 그림책
정순희 그림, 김하늘 글 / 사계절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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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주 어렸을 때,
산 너머 돌밭에 있는 할머니한테 갔던 일들이 생각난다.

그 길은 아주 길고도 멀었다. 
긴 지루함에 앞서가는 언니와 노래를 부르곤 하였다.

어디만큼 왔냐

그러면 언니가 대답한다.

당당 멀었다.

반복적인 어구로, 주거니 받거니 흥얼거린다.

 


가도 가도 끝없이 펼쳐진  오솔길과 꼬부랑 고개,
야트막한 풀밭에 쉬어가다 보면 소꼽놀이 하기 안성맞춤이다.
지천에는 이름 모를 풀꽃이 한가득이고, 곳곳 곤충들이 숨어있다. 
자연은 생생한 놀이터 그 자체였다.



하지만 혼자걷는 그 길의 경우, 익숙한 풍광은 낯설어진다.

새삼 이렇게 길고 지루한 길었나 싶을 정도다.

이 책의 아이가 느꼈을 혼란과 두려움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아이가 혼자 걷는 그 길은, 낯선 세계와의 조우다.

이야기의 시작은 동구밖 아이가 혼자 놀다가, 어느 순간의 고요한 적막을 인식하면서부터다.
형이 사라져버렸다.
분명 근처에서 동네 형들과 나무 막대로 칼싸움을 하였는데...
문득 고개를 들어 찾아보니, 자기만 쏙 남겨놓고 모두가 사라졌다.

이때부터 형 없이 집을 찾아가는 대모험이 시작된다

아이는 기억을 더듬어 늘상 형과 함께 하던 일들을 혼자서 요리조리 해본다.
형이 없어서, 더욱 형이 생각나고, 보고 싶지 않을까.
아이는 형을 생각하고 기다리고 찾아가는 법을 배운다.

아마, 책의 처음과 끝에 등장하는 형도 마찬가지리라.
서로가 떨어져 있어도, 간절히 생각하는 마음으로 닿아져 있다.
형제가 서로를 위하는 순수하고 예쁜 마음이 느껴져, 읽다보면 저절로 흐뭇해진다.

이 책을 보면, 자연 숲에서 퐁당 하루를 보내며 놀던 그 시간들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두 손에 보드라운 검은 흙을 쥐고, 풀꽃 엮어 소꿉놀이도 하고, 
찔레순 입에 물다 놀다놀다 오는 그 그리움과 정겨움에 잠긴다



 파랗고 투명한 햇살 아래, 마른 풀내음 높은 날,
야트막한  숲길을 산책해 보자.

어디만큼 왔냐.
당당 멀었다.

혼자 걷는 그 길에, 벌레소리, 바람결에 책속 그림에 동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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