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상 체계는 다소간 그것이 발생한 문명과 그 창시자의 인격, 이전 사상 체계에 의존하면서, 당대와 그 이후 시대의 이념과 제도에 강력한 영향을 끼친다.
하나의 철학이 그 창시자의 인격과 기질을 반영하고 그것들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은, 지극히 극단적인 주지주의자들 말고는 다들 인정하는 바이다. "기질은 모든 철학 활동에서 작용하는 하나의 요소다"라는 기질주의적 입론은 윌리엄 제임스의 <실용주의> 첫 강연에서 설득력 있게 옹호된다. 제임스는 이렇게 말한다. "철학사는 상당히 인간적 기질들이 충돌한 역사다." 제임스 견해에 따라 철학적 기질의 구체적인 차이는, 합리론자 곧, ‘마음 약한 사람들’과 경험론자 곧, ‘의지 강한 사람들’ 사이에 있는 대립이다.
‘마음 약한 사람들’은 대체로 합리론적, 주지주의적, 관념론적, 낙관론적, 종교적, 자유의지 옹호적, 일원론적, 독단론적이다. ‘의지 강한 사람들’은 경험론적, 감각론적, 유물론적, 비관론적, 비종교적, 다원론적, 회의론적이다.
마음 약한 합리론자들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성 토마스 아퀴나스, 데카르트, 라이프니츠, 헤겔이 있다. 의지 강한 사람들은 데모크리토스, 홉스, 베이컨, 흄 등이 있다. 하지만 철학사의 가장 중요한 인물들 가운데 스피노자와 로크, 버클리 같은 사람들은 마음 약한 사람들과 의지 강한 사람들의 자질을 동시에 갖고 있음으로 이 구분의 양편에 다리를 걸친다.
그래서 스피노자는 주의주의적이고 종교적인 점에서는 마음 약한 사람으로서, 유물론적이고 운명론적인 점에서는 의지 강한 사람으로 특징을 갖는다. 버클리는 관념론적이고 종교적이고 자유의지 신봉적인 점에서 마음 약한 사람의 도식을 따르지만, 경험론자라는 점에서는 의지 강한 사람의 특징을 갖는다. 두 기질 유형의 대립은 시대마다 당대의 철학적 분위기를 형성해 왔다. p. 25. - P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