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립과학재단이 지난 20년간 수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3분의 2 이상은 DNA가 유전을 밝히는 열쇠임을 알지 못한다. 열에 아홉은 방사선과 그것이 인체에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성인 다섯에 하나는 태양이 지구 주의를 돈다고 확신한다. 이런 응답들은 초• 중등학교의 공교육이 놀랄만큼 실패했음을 가리키고, 따라서 대중이 왜 진화론이나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자의 경고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해하려 하지 않는지를 이해하기란 어렵지 않다.


태양이 지구를 중심으로 돌지 않는다는 것, 혹은 DNA에 우리 개개인을 인간 종의 고유한 성원으로 만드는 생물학적 지시 사항이 들어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꼭 지식인이 되어야 하거나 학사 학위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런 수준의 과학 문맹이 더없는 무지에 기초한 정치적 호소가 자라기에 비옥한 토양이 된다는 것이다. 이는 지구온난화를 거짓말이라고 일축해버린 트럼프를 유권자들이 심판하지 않은 이유도 설명해준다. 전문가를 조롱할수록 트럼프는 지지자들의 사랑을 더 받을 뿐이었다. 2017년 8월 21일, 대통령으로서 일식을 관측할 때 트럼프는 눈 보호를 위해 NASA가 권장한 특수 안경을 착용해야 한다는 강권을 무시했다. 진짜 사나이는 태양으로부터 망막을 숨기지 않는다!


같은 맥락에서 트럼프가 아무렇지도 않게 ‘책‘을 무시하는 것은 그런 문화를 반영한다. 현재 읽기와 쓰기에서 미국인의 모습을 가장 잘 묘사하는 표현은 문맹이 아니라 활자를 싫어하는 사람이다. 2002년 국립예술기금이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01년 미국 성인 가운데 소설이나 시집을 한 권이라도 읽은 이는 절반이 안 되었다. 탐정소설, 로맨스소설, 요한계시록에 기초한 ‘휴거‘ 소설도 포함해서 말이다. 논픽션을 한 권이라도 읽은 미국인은 57퍼센트뿐이었는데, DNA가 무엇인지 모르는 이가 많은 이유일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인이 점점 더 활자를 싫어하면서 독서의 즐거움뿐 아니라 비판적 사고도 위기에 처해 있다. 미국인이 40년 전에 비해 사색과 판단력이 부족해진 사회에 살고 있다.



1998년 텍사스대학 연구 조사원들이 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공립학교 생물학 교사 넷 중 하나가 인간과 공룡이 동시대에 살았다고 믿었다. 이런 오인들을 통해 교사들의 종교적 믿음이 어떠한지를 확실히 알 수는 없을지라도 미국 교사들 상당수가 얼마나 형편없는 교육을 받았는지는 확인할 수 있다. 더 혼란스럽게도 미국인은 과학뿐 아니라 종교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도 그만큼 무지하고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선진국 가운데 가장 종교적이라고 하는 국가의 성인 대다수가 4대 복음서를 대지 못하거나 창세기가 성경의 첫 번째 저작이라는 것을 모른다. 그들도 한때 ‘진화’라는 말을 금기시하고 교사가 공룡과 인간이 함께 땅 위를 돌아다녔다고 시사하는 수업을 들은 수백만의 아이들 중 하나였다면, 그들이 진화의 정의를 이해하리라고 어떻게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인터넷에는 세계 각지의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을 연합시키는 명백한 잠재력이 있으며 그에 따라 소셜미디어와 결부된 문화적 편협성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현상을 알아차리는 데 특히 늘였다. 문제는 ‘생각이 비슷한’이란 수식어에 있다. 자신과 견해가 같은 이들에게만 귀를 귀울이고 편견에 더 사로잡힌다면 사람들은 거의 무엇이든 믿게 될 것이다. 편협함과 반지성주의는 늘 밀접한 관련을 맺어왔지만 소셜미디어가 서로 멀리 떨어진 지역들을 연결해 즉석에서 편협한 커뮤이티를 만들어내는 역량은 새로운 것이다.

이념 혹은 문화에서 생각이 다른 상대에게서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을 거부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악마에게 뿔이 있다면 직접 만져봐야 알겠다는 그런 종류의 호기심은 모든 사회의 지적, 정치적 건강에 필수적이다. 오늘날 미국에서는 지식인과 비지식인 모두가 똑같이, 좌파건 우파건, 자신의 주장에 공명하지 않는 목소리는 모조리 듣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이런 외고집은 게으른 정신과 반지성주의 본질을 드러내는 징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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