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은 자본주의 시스템이 비록 여러 문제를 야기하지만, 그나마 자본주의 덕분에 이만큼 경제가 발전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자본주의 최대 미덕은 경제 발전이다. 하지만 정치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은 이러한 의견에 반대되는 시각을 갖고 있다. 우리 경제는 훨씬 더 빠르게 발전할 수 있는데, 자본주의 체제가 이를 방해하고 있다고 한다. 베블런은 이러한 일을 ‘기업의 고의적인 방해 행위(business sabotage)’라고 명명한다. ‘영리 기업 이득은 생산성이 아니라, 영리 기업이 사회에 끼칠 수 있는 총체적 ‘피해’에 비례하여 증가한다. 영리 기업이 산업 발전을 제한하는 이유는 자신 이윤 소멸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거의 모든 현대 산업은 최대의 기술 능력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에서 가동되고 있다. 영리 기업 목표는 사회에 물질적인 기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에 비해 얻을 차등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생산 활동을 전략적으로 제한한다. 물론 모든 영리 기업이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제품을 도입하지만, 차등적 우위를 얻을 것으로 예측할 때만 그렇다. 예를 들어 석유 회사는 새로운 착암 기술을 발전시키겠지만 대체 에너지 개발에는 반대하며, 자동차 제조회사는 생산 로봇 개발에는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겠지만 대중교통을 효율적으로 촉진시키는 혁신은 소홀이 한다.‘ 
















특허권이나 지적재산권은 현대 산업이 더욱 빠르게 발전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는 비싼 가격으로 시장을 지배하는 독점의 또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특허권 제도로 발명가는 일정 기간 독점을 유지하는 반면, 소비자는 ‘새로운’ 제품을 비싸게 구매한다. 특허권은, 예컨대 증기기관을 발명한 제임스 와트 같은 발명가가 자신 창작물을 보호받아 계속 발명하고픈 동기가 된다고 알려져 있다. 발명가에게 자신 창작물을 일정 기간 단독으로 활용하여 돈을 벌 수 있는 독점 권리가 부여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와트가 증기기관을 1770년대 시장에 내놓지 않았더라도 여러 경쟁자 중 한 명이 틀림없이 곧 내놓았을 것이다. 역사학자들은 거의 똑같은 순간에 여러 사람이 유사한 아이디어로 똑같은 발명이나 발견하는 일이 흔한 사실에 놀란다. 1876년 2월 14일 엘리샤 그레이가 자신이 발명한 전화기에 특허 신청을 낸 바로 그 날,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 또한 자신이 발명한 전화기에 특허신청을 했다. 마찬가지로 스웨덴의 한 화학자가 산소를 발견한 1년 뒤, 1774년에 조지프 프리스틀리는 산소를 발견했다. 우리가 누리는 위대한 발명품은 토머스 에디슨 같은 탁월한 발명가 덕택이 아니다. 동일한 질문과 해결 방법을 공유하는 그 시대 많은 사상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허권과 지적소유권은 특정 기간에 특정 지식을 다른 이들이 써먹지 못하도록 막아서 차등 이윤을 얻게 한다. 하지만 사회 전체 관점에서 보면 그 회사나 개인이 특허권이나 지적소유권에 기여한 바는 몹시 적다. 무릇 발명이란 인간 사유가 발전해 온 장구한 역사에서 살짝 한발자국만 더 내디딘 일에 불과하다. 특허권이나 지적재산권은 터무니없는 폭력이다. 그런 폭력을 폭력이라고 느끼지 못하도록 만드는 우리 사회가 더 폭력적이긴 하다. 특허 상품이 우리에게 준 혜택과 편의는 특정 개인이나 회사, 인종, 민족만의 것이 아니라 인류 모두의 공동 유산이다. 제 아무리 천재일지라도 과거에서 배우지 않았다면 애초 모든 일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을 것이다. 특허권은 차선책일 뿐이다. 경제학자들이 바라는 이상적인 세상은 모든 사람이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여 생산 비용 이상의 혜택을 얻는 일이다. 그런데 특허권은 소비자가 자유롭게 접근하는 것을 막는다. 
















요즘은 전구나 나일론 스타킹 사례처럼 기업이 혁신하지 않아야만 더 큰 이익을 얻는 시대다. 변리사가 새로운 특허권을 인정하는 정도까지만 기존 제품을 아주 조금 개선할 뿐이기에 인류는 정말 더 큰 발전을 놓치고 있을지 모른다. 기업은 이미 존재하는 부를 이리저리 옮기는데 힘쓰지 말고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데 더 많은 재능을 쏟아야 한다. 특허권에는 또 다른 어두운 면이 숨어 있다. 예컨대, 신약에 너무 비싼 가격을 책정하여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많은 환자를 죽게 하거나 불구자로 만든다. 발명자가 돈을 버는 일과 환자 생명을 구하는 일 가운데 무엇이 더 중요할까. 신약 개발 사업을 하지 않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인도, 그외 개발도상국은 최근까지도 의약품 특허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1970년 시행된 인도 특허권법은 인도 복제약품 제조업체들이 다국적 기업 특허권을 쉽게 무시할 수 있도록 허용해 주었다. 이 같은 조처로 복제약품 산업은 크게 성장했고 의약품을 발명한 제약업체들보다 훨씬 더 싸게 비슷한 약품을 공급하여 많은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중국도 인도 선례를 따르는 중이다. ‘2008년 이후 중국은 첨단산업이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으며, 8년 만에 이 분야에서 전 세계 주요 경쟁자가 됐다. 세계 최고 첨단기술 기업 10개를 꼽자면, 그중 4개는 중국 기업이다. 2008년에는 어림도 없던 일이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실리콘밸리 같은 곳이 단 3년 만에 중국에 만들어졌다. 미국 실리콘밸리는 중국 실리콘밸리와 비교하면 느려터진 것처럼 보인다. 중국 첨단기술 사업가들은 이 지구상에서 제일 살벌한 경쟁 전쟁터에서 살아남아 현재 위치에 오른 자들이다. 그들은 미국 실리콘밸리와는 전혀 다른 철학과 문화를 가지고 있다. 중국 실리콘벨리에는 ‘베끼기 문화’가 있다. 지적재산권은 조금도 존중받지 못한다. 누군가가 근사한 아이디어를 내면 다른 사람이 금세 훔쳐간다. 그래서 좋은 아이디어가 생기면 재빨리 구현했다. 그야말로 단시간에 아이디어 혁신과 보급, 실행 과정을 모두 거쳤다.‘ 이를 보면 미국식 특허권이나 지적재산권이 인류 발전을 방해하고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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