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과학도에게 보내는 편지 -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과학자 <개미>, <통섭>의 저자 에드워드 윌슨이 안내하는 과학자의 삶, 과학의 길!
에드워드 O. 윌슨 지음, 김명남 옮김, 최재천 감수 / 쌤앤파커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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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계적인 명성의 노과학자가 이제 과학 세계에 막 발을 들여놓은 신진 학자들에게 과학자로 성공하려면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를 알려주는 책이다. 하지만 퓰리처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저명한 과학 저술가답게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이를테면 21세기 대부분의 기간 동안 과학기술 혁명이 계속될 것이라면서, 그 동안 인류는 오늘날과는 극단적으로 다른 상태로 변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연구 분야들은 철저히 변신하여 오늘날의 기준으로 따지면 미처 같은 분야라고 알아보기 힘든 모습으로까지 바뀔 것이라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생물다양성의 놀라운 수치를 언급하면서 우리가 지구 생명에 대해서 아는 것이 얼마나 적은지, 그리고 생물학의 잠재력이 얼마나 큰 지와 더불어 이것들이 모두 인류의 장기적인 생존이 달린 문제라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실제 과학이란 무엇인지, 과학자의 삶은 어떤지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20통의 편지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 첫 번째 당부의 말은 열정이 먼저고 훈련은 그 다음이란 조언이었다.

 

제일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찾아보고, 열정이 지속되는 한 끝까지 그 일에 충실 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열정에 계속 지식을 공급하라고 말한다. 그러는 동안 다른 주제들도 맛보고 과학을 폭넓게 공부하다가 더 큰 애정의 대상이 나타난다면 슬기롭게 옮겨가라고 이야기한다. 지속적인 열정에 바탕을 둔 결단과 노력이 있다면 결코 실패하지 않을 것이란 말도 덧붙이고 있다. 두 번째로 흥미로운 조언은 수학실력이 과학자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대목이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성공한 과학자 중에는 수학실력이 겨우 문맹을 벗어난 수준인 사람도 많다면서 저자 자신의 사례를 들고 있다. 또한 진정한 수학적 재능은 부분적으로나마 유전일 거라면서, 사실 뛰어난 수학실력이 필요한 분야는 얼마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나머지는 수학실력보다 개념을 형성하는 능력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연구자가 직관으로 어떤 시각 이미지를 떠올리고 그것을 처리하는 과정인데, 과학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이것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계속 이어지는 조언 중에는 독창적인 연구를 수행할 영역을 고를 때는 사람이 덜 붐비는 곳을 찾아보라는 것도 있다. 즉, 새로운 길로 나아갈 기회를 찾아보라면서 스스로 뭔가 해낼 수 있는 주제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어떤 주제에 벌써 큰 관심이 쏠린다면, 그래서 화려한 아우라를 자랑한다면, 그 분야 종사들이 대규모 지원금을 받은 수상자들이라면, 그 주제에서 멀어지라고 까지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짧은 시간 안에 권위자의 위치에 오를 수 있는 주제가 무수히 널려있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기존에 쌓인 정보도 부족하고 스스로 해내는 발견도 보잘것없어 보일 것인데다가 다른 지식 체계와도 연결 짓기도 어려울 것이지만, 이러한 모든 것들을 기회로 여겨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또한 발견, 가설, 이론, 과학적 사실로 연결되는 일반적인 과학 연구 방법론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즉, 어떤 주제에 관해서 사실적 지식이 쌓이면 우리는 그것이 다 무슨 뜻인지 궁리해보게 되고, 우리가 발견한 현상이 어떻게 작동하고 그 현상이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대한 가설을 세우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고는 다양한 가설을 시험할 방법을 찾아보고, 조각 그림 맞추기처럼 혹시 여러 부분을 끼워 맞췄을 때 모종의 패턴이 등장하지나 않는지 살펴보게 된다고 한다. 그런 패턴이 발견되면 이제 그 이론은 유효한 이론이 되고, 그 이론을 써서 새롭게 조사할 내용이 있는지 생각해봄으로써 전체 주제를 한 발짝 전진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확장한 내용이 썩 잘 작동하지 않아서 사실이 이론을 위반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이론을 살짝 조정하게 되지만, 그러나 상황이 정말로 나쁘다면 이론을 아예 내버리고 새 이론을 구축하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 다음 조언으로는 시인처럼 생각하고 회계사처럼 일하라는 것이 있었다. 처음에는 과학에 관련된 몽상에 빠지는 것을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뚜렷한 목표를 달성해나가는 과정에 대한 시나리오를 여러 가지 떠올린 뒤, 그 중에서 자신이 따르고 싶은 시나리오를 하나 골라보라는 것이다. 또한 과학자로서 성공가능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는 자질 중 하나가 바로 기업가 정신이라 언급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가 정신이란 자신이 하게 될 거라고는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일, 다른 누구도 감히 생각하거나 엄두도 내지 못했을 만큼 벅찬 일이라도 기꺼이 시도하는 자세라 언급하고 있다. 이런 기업가 정신은 쉽고 빠른 실험을 많이 수행해봄으로써 향상시킬 수 있다면서 꼼꼼히 통제하지 않고 후딱 실시해보는 실험이 무척 생산적이라 이야기한다. 그 밖에도 과학의 어느 분야에서든 중요한 발견을 해내려면, 흥미가 가는 주제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 지식에서 빈틈을 간파하는 능력도 갖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적절히 다뤄지기만 한다면 말짱한 무지는 훌륭한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옳은 답을 발견하는 것보다 옳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 지적으로 더 우월한 법이라 이야기한다. 상상력을 총동원해서 이상한 것, 사소한 변칙, 첫눈에 시시해 보이지만 면밀히 관찰이 필요한 것들을 잡아내라는 말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개미 연구활동에 대한 이야기들을 매우 흥미진진하게 전달해주고 있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가지고 있는 과학 주변의 다양한 생각들도 읽어볼 수 있다. 이를테면 자신의 아이큐가 123이라면서, 이상적인 과학자는 어느 정도까지만 똑똑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알 정도로는 똑똑해야 하지만, 그 일에 쉽사리 질릴 만큼 지나치게 똑똑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진정한 과학자는 휴가를 가지 않는다면서 하루 종일 연구에 집중하라고 말한다. 학과의 행정업무는 논문심사 위원회의 대표 이상은 맡지 말라고도 조언하고 있다. 그리고 누군가로 하여금 과학기술에 헌신해야겠다는 마음을 품게 만드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하는 것은 그 사람이 어린 시절에 접했던 이미지나 이야기라면서, 특히 유년기에서 사춘기 직후까지, 즉, 아홉 살이나 열 살부터 10대를 거쳐 20대 초반에 이르는 기간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 외에도 인문학이 제아무리 우리 삶을 살찌우고 제아무리 단호하게 인간성의 핵심을 방어한 들, 인문학은 바로 그 때문에 우리의 생각을 그 인간성이라는 것으로 제약하기 마련이라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진정한 과학의 길, 그리고 그 즐거움을 깨달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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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딜 Red Deal - 피 같은 당신의 돈이 새고 있다!
이준서 지음 / SCGbooks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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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정부예산이 확정되는 과정과 그 물밑에서 일어나는 각 부처별 예산 확보 경쟁, 그리고 그 어마어마한 예산을 집행하는 일까지 일선 기자의 눈으로 상세히 들여다 본 흥미로운 책이다. 처음에는 국회의장을 비롯해 국회의원들의 추천사가 줄을 이어서 어리둥절했다. 아무래도 책 제목도 그렇고 처음에는 이른바 쪽지예산 등으로 대표되는 국회의원들의 안 좋은 모습들만 담았을 거라 생각해서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우리가 잘 몰랐던 국회와 정부의 예산 계획과 심의, 집행 과정이 어떤 절차와 법률에 의해 행해지는지 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내가 몰랐던 것들도 꽤 많았다. 이를테면 예산 편성, 집행, 결산이 각 1년씩 3년 주기로 발생한다는 것과 준예산 제도, 교부금과 보조금의 차이, 예산에서 지방세 수입이 전체의 20%에 불과하고 행정업무에서도 20% 권한 밖에 없는 지방자치의 현실 등이 그렇다. 또한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아예 소수정당은 배제되며, 지역별로도 차별적인 예산 분배가 이루어진다는 것 역시 눈길을 끌었다.

 

이 책은 매년 4월말 대통령 주재로 향후 5년간 국가재정운영정책을 짜고 그에 맞춰 내년도 예산안의 편성방향을 세우는 재정전략회의부터 시작해 매년 50명 씩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구성되고 거기에서 15명 수준으로 예결소위 구성되어 각 당 별로 예산 나눠먹기 배분이나 문지방 예산, 대통령 예산, 실세 예산, 영부인 예산, 그리고 이른바 쪽지예산 같은 예산 증액에 대한 심사과정과 매년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타결하는 예산안 표결까지 한 편의 드라마처럼 이야기가 구성되어 있다. 특히 정부가 예산을 짤 때 여야 지도부와 상임위원장, 간사를 위해 미리 10~20%를 떼어놓는다는 것, 종교 관련 예산, 쌀 예산, 국방예산 등은 건드릴 수 없는 성역으로 치부된다는 것도 이야기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총지출 357조 규모에서 150조원이 넘는 복지예산에 대한 이야기들도 많다. 복지에 반대하는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복지예산은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이란 언급과 민자란 재원 대책이 마땅치 않다고 커밍아웃하는 격이란 이야기가 가슴에 와 닿았다.

 

그러면서 이 책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복지 예산 집행의 효율성이다. 즉, 한정된 재원에서 복지혜택을 확대하다 보니 예상치 않게 필요한 곳에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말이다. 그 사례로 초등학교 돌봄교실과 반값등록금의 부작용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또한 공무원과 군인 연금 개혁, 통일비용 문제, 담배세를 비롯해 부가가치세 인상 논란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되고 있다. 이 책에서 눈길을 끌었던 것은 정부 사업의 예비 타당성 검토를 피하기 위한 사업 쪼개기나 뻥튀기 수요예측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특히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은 예비 타당성 검토를 피하기 위해 아예 시행령을 고쳐 법적 기반을 마련한 사례라고 한다. 그 밖에도 전세계적인 이벤트나 스포츠 대회를 유치하는 것 역시 나중에 빚만 눈덩이처럼 남게 되어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 책은 마지막으로 재정의 주인은 납세자, 즉 국민이라면서 주민이 직접 예산편성에 참여하여 예산 낭비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내가 낸 세금, 제대로 쓰이는지 감시도 하면서 직접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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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하는 성질 죽이기 - 행복하고 싶으면 분노를 조절하라!
로널드 T.포터 에프론 지음, 전승로 옮김 / 다연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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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도 얼마 전에 이른바 삼단봉 사건도 있었고, 또 며칠 전에 뉴스를 보니 미국에서도 이른바 운전 중에 생기는 갈등 때문에 상대 운전자를 폭행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게다가 우발적인 분노로 인해 살인을 저지를 만큼 심각한 사건들이 간간히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이 책은 이처럼 과도한 분노로 제정신이 아닌 상태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화는 영어 원제목처럼 "Rage", 또는 이 책의 본문에서 설명하는 데로 "Explosive Anger"이다. 이 책에서 이러한 상태는 주체할 수 없는 분노의 감정과 동시에 부분적으로 혹은 완전하게 이상적인 수준의 인지력, 자의식, 행동조절 능력을 상실했을 때 일어난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렇게 맹목적 분노를 표출한 사람은 나중에 당시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거나 극히 일부만을 기억한다고 언급한다. 그리고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정답은 없지만 현재로서는 우리 뇌가 극도의 스트레스나 위협을 인지했을 때 나타나는 자기방어의 일환이라는 가설이 가장 지배적이라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분노를 이 책에서는 돌발성 분노, 잠재적 분노, 생존성 분노. 체념성 분노, 수치심에서 비롯된 분노, 버림받음에서 비롯된 분노로 나누어 살펴보고 있으며, 그 원인은 뇌의 결함, 심리적 트라우마, 약물 남용, 부모의 잘못된 본보기, 욱하고 화를 폭발시켰을 때 발생하는 대가와 쾌감, 극심한 부끄러움이나 버림받았던 기억 등으로 언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욱하는 성질이 있는 사람들은 집중하려 할 때 전전두엽의 활동이 줄어드는 현상이 있거나 또는 너무 활발하게 움직이며, 좌측 측두엽이 비정상적으로 작동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또한 발륨 같은 벤조디아제핀 류의 약물을 처방 받아 복용하는 사람들 중에는 이른바 의원성 영향이라고 그 약의 복용 환자에게 갑자기 예기치 못한 분노가 발생한다고도 언급한다. 게다가 과도한 수치심을 더는 못 견뎌 하는 사람은 그것을 분노로 표출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분노들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정신건강 측면에서 다루고 있다.

 

그 첫 번째로 자신이 욱하는 성질을 이해하거나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되는 내용을 적어보는 게 좋다고 한다. 그러면서 과거 있었던 비폭발 분노를 살펴보며 자신이 종종 어떻게 하여 돌발성 분노를 예방했는지 알아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욱하는 성질이 폭발하기 시작했지만 일부라도 행동을 통제할 수 있을 때를 역시 상기해보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자신이 위험할 정도로 화가 난 상태임을 인정하고, 바보 같은 말이나 행동을 하기 전에 피하며, 분노가 사그라질 때까지 쉬었다가 자신을 화나게 한 상황으로 돌아가 문제를 합리적인 태도로 다루는 것을 연습하라고 말한다. 특히 체념성 분노 같은 경우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항상 분명히 하고, 자신이 상대방에게 헛된 기대를 품고 있었던 건 아닌지 자문해보라고 언급하고 있다. 그 밖에도 수치심과 분노의 연결 고리를 끊기 위한 방법은 오직 한가지뿐이라면서 자기 성격의 자기 공격적인 측면, 즉 자신이 수치스럽다고 하는 말을 들어주는 수 밖에 없다고도 이야기한다. 이 책을 통해 분노의 다양한 종류도 알 수 있었지만, 마음을 다스리는 다양한 방법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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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뇌술 - 세상에서 가장 은밀한 심리수업
가오더 지음, 허유영 옮김 / 작은씨앗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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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이력에 대해 이 책을 통해 밝혀진 것은 중국 사람으로 단지 FBI에 몇 년 근무했다는 것과 그 전에는 직장에 다니면서 세일즈 업무를 했다는 것, 그리고 FBI를 떠나 워싱턴에서 신비한 학원을 열었다는 정도이다. FBI의 통제 때문에 그 학원은 금방 문을 닫았지만 현재 자신은 세계 500대 기업 고위임원들을 대상으로 교육과 컨설팅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어찌 보면 사기 같아 보인다. 그런 느낌이 드는 이유는 이 책의 서문에서 한 이야기들과 본문의 내용이 잘 맞지 않기 때문이다. 서문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은밀한 심리학 수업이 당신에게 두뇌혁명을 일으켜 사고와 논리를 완전히 뒤바꾼다든지, 심리 조정에 관한 백과사전이자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심리학 교재라든지, 상대를 논리적으로 설득하고 심지어 한 단체나 국가까지도 논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비밀이 이 책에 담겨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책 내용을 들여다보면 주로 기업의 관리자 입장에서 회사를 어떻게 경영할지에 대한 이야기가 주로 담겨 있는데다가 구체적인 이야기가 들어있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성공하는 사람들은 어떤 문제가 닥쳤을 때 그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다르다던가, 정신력이 강하다던가, 정확한 분석 원칙과 넓은 시야를 가지고 있다던가, 다른 사람을 원망하지 않으며 무의미한 일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지는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다. 세뇌술에 대한 이야기도 기업 관리자가 직원들을 상대로 구사할 수 있는 세뇌술은 각종 훈련, 교육이념 주입, 제도 등이라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직원들이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무대의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그들 모두에게 이곳에서 자신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라 언급한 게 끝이다. 거기에다 현재 내가 몸담고 있는 모 그룹사의 사례를 엉성하게 가져다 붙여놓았으니 말 다했다. 또 허망했던 언급은 자신이 FBI에 근무했던 경험 덕분에 사람의 표정, 동작, 말투, 옷차림 등 다양한 시각에서 사람을 파악하고 그들의 거짓말을 간파해내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언급이었다. 그 다음에 뭔가 기대가 되는 내용이 나올 거라 생각했는데 별거 없었다.
 
악수할 때 손을 잡는 세기에 따라 상대가 남을 지배하기를 좋아하는지, 남에게 쉽게 순종하는 부류인지 판단할 수 있고, 미소와 말하는 속도에 따라 상대의 성격이 외향적인지, 내성적인지 판단할 수 있으며, 말할 때 표정의 변화와 눈빛을 통해 상대가 사실에 근거해 판단하는지, 직관에 의존해 문제를 처리하는지 판단할 수 있다는 언급이 전부였다. 그 밖에도 정치인들이 대중들을 선동하는 것, 군중심리를 이용하여 기업이 마케팅 하는 것도 다 세뇌술이라는 언급 이외에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간간히 자기충족적 예언이나 행동경제학에서 이야기 하는 몇 가지 인지부조화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있지만 이미 잘 알려진 내용들이었다. 이 책의 후반부에는 자신을 성공한 사람들과 동일하게 포지셔닝하면 자연히 성공한 이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을 본받게 되고 다이아몬드처럼 찬란한 광채를 발하게 된다면서 오늘날의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사회에 순응하며 자연스럽게 사는 것이 아니라 가장 완벽한 방법을 이용해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인재로 포장하는 것이라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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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신 - 나의 진가를 드러내는 힘
이남훈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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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기자출신으로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좋은 처세술에 대한 책을 내놓았다. 여타 처세관련 책들과 비교하면 시의적절하고 또 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지침들이 담겨있다. 이 책의 제목이 의미하듯 처세는 결국 포지셔닝이 핵심이란 것이다. 내가 어떤 위치에서 어떤 말과 행동을 하느냐는 타인에 대한 나의 판단에 의해 결정되고, 그에 따라서 나의 행보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난세의 영웅들 역시 탁월한 포지셔닝 전문가였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일단 주어진 판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파악했고, 그 다음에 자신의 능력과 커리어에 맞는 말솜씨와 행동으로 가장 적절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최적의 포지셔닝을 이루어 냈다는 것이다. 이러한 처신을 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상사의 유형을 파악해 거기에 맞게 응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상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빠른 시간 안에 역린의 스타일과 함께 그 상사가 가진 괴로움의 강도를 알아내고 그것을 건드리지 않으며 안정감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부하들은 상사가 느끼는 권력의 맛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여기서 핵심적인 키워드는 우선권이라 조언한다. 즉, 상사와 있을 때 다른 사람에게 인사하지 말라던지, 상사의 지시에 빠른 액션을 취하라던지, 상사가 어떤 일에 대해서 케어를 해주겠다고 하면 기꺼이 받아들이라던지, 상사가 지시할 때 다른 상사의 선 지시를 변명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조언하고 있다. 그리고 출세를 위해 아부의 능력을 키우라고 말한다. 아부의 이면에는 교감, 소통, 그리고 존중의 가치가 함께 존재하기 때문에 색안경을 끼고 보지 말아야 한다고도 언급하고 있다. 또한 상사에게 직언을 할 경우에도 상대방은 누구인지, 내가 지금 말하는 이야기들이 현재 회사의 전반적인 흐름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 혹은 상대방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결정적 설득의 포인트는 무엇인지, 상대방이 나의 말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 상태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직언은 상사가 원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상사에게 기분 나쁘지 않게 전달하는 기술이 동반되어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직언에 있어서 상사의 개인적인 욕심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하고 있다.

 

즉, 직언이라는 것은 또 하나의 설득 작업이므로 상대로 하여금 이 설득을 받아들이면 자신에게도 이익이 있겠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직언을 하기 전 애초에 자신의 생각과 상사의 욕심이 양립될 수 있는 설득의 논리를 설계해야 하며, 스킨십에 가까운 소통을 충분히 하고 직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직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협업에 대해서도 귀중한 조언을 하고 있다. 이를테면 겉으로는 협업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그것이 순조롭지 못할 때에 주도권을 자신이 쥐고 일을 진행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방이 아무리 불성실해도 그것이 자신의 앞날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을 허락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이럴 경우 위기의식을 불어넣어서 상대방이 협조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인위적으로 조성해야 하는데, 일단 협조가 순조롭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은 징조가 보이면 시간을 벌면서 먼저 치고 나가 업무가 마무리되기 전에 상사를 끌어들이는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언급한다.

 

또한 직장 생활을 거래관계인 장사의 개념으로 바라보면 새롭게 정의할 수 있을 것이라 언급하고 있다. 우선 상사에게 임팩트 있게 이익을 남겨 주는 첫 번째 방법은 바로 위기에서 구해줄 수 있는 미래의 보고서를 미리 작성하는 것이라 한다. 회사의 리스크, 직속상사가 저지를 수 있거나 그에게 닥칠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한 문제와 해결책 같은 리포트를 써서 미리 제공하라는 말이다. 그리고 순간적인 감정 따위는 전혀 침범할 수 없는 확고한 목표와 의지를 가지게 된다면 스스로 감정 조절이 가능해진다고도 조언하고 있다. 특히 회사 내에서 장기적인 생존을 위해서는 생존력의 핵심을 나에서 타인으로 바꾸고 내 지위를 세우거나 박탈할 수 있는 이들이 누구인가를 알아야 하며, 그들이 가진 질투라는 힘이 얼마나 강하고 질긴지도 깨달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생존에 포커스를 맞추어 행동하면서 타인의 두려움을 해결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하고 있다. 또한 담판의 경우 직장 생활에서 상사와의 담판은 결국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조언한다.

 

또한 상대의 이해관계를 피하고 내 이해관계를 빼내는 것이야 말로 나를 보호하면서 내 의견의 신뢰성을 높이는 길이라 조언하고 있다. 또한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하는 것의 임팩트는 생각보다 강하다면서 이러한 일을 실천하게 되면 자신을 바라보는 다른 사람의 시선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더 꾸준히 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감동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면서 이 감동은 자신을 위한 상사의 도움을 이끌어낼 것이라 언급하고 있다. 그 밖에도 이 책에서는 상대와 싸울 때는 정정당당하게 싸움에 임하겠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짓이라면서 정보원을 통해서 상대방의 약점을 찾아내고 궤도와 모공 전략으로 그곳을 집중 공략하여 상대를 때려 눕혀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상사들의 다툼 사이에 끼어서 난처한 경우에는 어정쩡한 자세를 유지하면서 어느 쪽이 먼저 쓰러질 것인가를 지켜보는 인내심을 다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조언한다. 전반적으로 특히 삼국지에서 인용된 많은 이야기들과 함께 직장 생활의 처세에 대해 잘 설명해주고 있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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