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딜 Red Deal - 피 같은 당신의 돈이 새고 있다!
이준서 지음 / SCGbooks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국회에서 정부예산이 확정되는 과정과 그 물밑에서 일어나는 각 부처별 예산 확보 경쟁, 그리고 그 어마어마한 예산을 집행하는 일까지 일선 기자의 눈으로 상세히 들여다 본 흥미로운 책이다. 처음에는 국회의장을 비롯해 국회의원들의 추천사가 줄을 이어서 어리둥절했다. 아무래도 책 제목도 그렇고 처음에는 이른바 쪽지예산 등으로 대표되는 국회의원들의 안 좋은 모습들만 담았을 거라 생각해서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우리가 잘 몰랐던 국회와 정부의 예산 계획과 심의, 집행 과정이 어떤 절차와 법률에 의해 행해지는지 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내가 몰랐던 것들도 꽤 많았다. 이를테면 예산 편성, 집행, 결산이 각 1년씩 3년 주기로 발생한다는 것과 준예산 제도, 교부금과 보조금의 차이, 예산에서 지방세 수입이 전체의 20%에 불과하고 행정업무에서도 20% 권한 밖에 없는 지방자치의 현실 등이 그렇다. 또한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아예 소수정당은 배제되며, 지역별로도 차별적인 예산 분배가 이루어진다는 것 역시 눈길을 끌었다.

 

이 책은 매년 4월말 대통령 주재로 향후 5년간 국가재정운영정책을 짜고 그에 맞춰 내년도 예산안의 편성방향을 세우는 재정전략회의부터 시작해 매년 50명 씩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구성되고 거기에서 15명 수준으로 예결소위 구성되어 각 당 별로 예산 나눠먹기 배분이나 문지방 예산, 대통령 예산, 실세 예산, 영부인 예산, 그리고 이른바 쪽지예산 같은 예산 증액에 대한 심사과정과 매년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타결하는 예산안 표결까지 한 편의 드라마처럼 이야기가 구성되어 있다. 특히 정부가 예산을 짤 때 여야 지도부와 상임위원장, 간사를 위해 미리 10~20%를 떼어놓는다는 것, 종교 관련 예산, 쌀 예산, 국방예산 등은 건드릴 수 없는 성역으로 치부된다는 것도 이야기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총지출 357조 규모에서 150조원이 넘는 복지예산에 대한 이야기들도 많다. 복지에 반대하는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복지예산은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이란 언급과 민자란 재원 대책이 마땅치 않다고 커밍아웃하는 격이란 이야기가 가슴에 와 닿았다.

 

그러면서 이 책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복지 예산 집행의 효율성이다. 즉, 한정된 재원에서 복지혜택을 확대하다 보니 예상치 않게 필요한 곳에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말이다. 그 사례로 초등학교 돌봄교실과 반값등록금의 부작용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또한 공무원과 군인 연금 개혁, 통일비용 문제, 담배세를 비롯해 부가가치세 인상 논란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되고 있다. 이 책에서 눈길을 끌었던 것은 정부 사업의 예비 타당성 검토를 피하기 위한 사업 쪼개기나 뻥튀기 수요예측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특히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은 예비 타당성 검토를 피하기 위해 아예 시행령을 고쳐 법적 기반을 마련한 사례라고 한다. 그 밖에도 전세계적인 이벤트나 스포츠 대회를 유치하는 것 역시 나중에 빚만 눈덩이처럼 남게 되어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 책은 마지막으로 재정의 주인은 납세자, 즉 국민이라면서 주민이 직접 예산편성에 참여하여 예산 낭비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내가 낸 세금, 제대로 쓰이는지 감시도 하면서 직접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